한국인은 어떨 때 열심히 일하는가? 국문학자 조동일 교수는 한국문화론에서 이 점을 언급하면서, 미국인은 보상, 일본인은 높은 사람이 알아주면 열심히 일한다고 밝히면서, 한국인은 신명나면 열심히 일한다고 말합니다. 신명이야말로 한국인을 흥기(興起)시켜 일에 매진토록 하는 열쇠 말이라는 것이지요. 신명은 한국인의 근본심리를 형성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신명은 한국인의 성공코드이자 히든 파워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신명은 어떨 때 샘솟게 되는 것일까요?
그에 대한 단서가 될 만한 책이 최근 출간되었습니다. ‘창조적인 사람들을 움직이는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이라는 긴 부제가 붙은 ‘드라이브(Drive)’란 책이 그것입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미국의 행동과학자들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를 연구한 결과보고서라고 이름붙일 만합니다. 글쓴이는 ‘새로운 시대가 온다’(2006)는 책으로 유명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입니다. 전작이 예술과 감성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양쪽 뇌를 자유자재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이번 최신작에서는 제3의 드라이브인 내재적 욕구, 즉 내적 동기를 내세워 신명나게 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당근과 채찍이 효과가 없는 이유
그는 설명에 앞서, 산업시대의 운영체제인 동기 2.0의 단골메뉴인 당근과 채찍 전략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합니다. 보상과 처벌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기업과 조직, 경영자들의 관행을 성토(?)합니다. 지금의 동기부여 방식은 복잡하고 창조적인 시대에 맞지 않으며, 생산량도 발전도 창조적 성과도 거둘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원시시대의 생존을 위한 운영체제였던 1.0시대를 거쳐 보상과 처벌로 대표되는 산업시대의 2,0시대를 지나, 이제는 창의성이 생존을 좌우하는 지식정보시대의 3.0 운영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 주장의 중심에는 인간이 가진 특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간은“새로운 것과 도전이 될 만한 것을 추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고 수행하며, 탐구하고 배우려는 타고난 성향이 있다”는 미국의 행동과학자 에드워드 디씨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반면에 돈(보상)이 어떤 행위에 대한 외적 보상으로 사용되면 사람들은 그 행위에 대한 내재적 관심을 잃는다고 덧붙이며, 보상은 단기간의 촉진제가 될 순 있되, 효과는 사그라지고, 심지어 일을 지속하는 장기적인 동기마저 줄어들게 한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당근과 채찍이 효과가 없는 이유를 일곱 가지로 제시합니다. 내재 동기, 성과, 창의성, 선행을 저하시키고 비윤리적 행위, 중독, 근시안적 사고의 폐해를 낳는다고 지적합니다. 자유놀이 시간에 그림 그리기를 선택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즐기는 행위에 대해 보상할 때 어떤 결과를 나오는지 실험한 결과를 그 예로 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다음 첫 번째 그룹에게는 그림을 그리면 ‘참 잘했어요’라며 상을 줄 것이라고 말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그림을 그린 후 ‘참 잘했어요’라는 상을 주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 그룹은 아예 상을 주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2주일 지나 자유놀이 시간에 그림을 그리게 하고 관찰해본 결과, 두 번째, 세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실험 때와 똑같이 재미있게 그림을 그린 반면, 첫 번째 그룹, 즉 상을 기대한 그룹의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고 실제 그림 그리는 시간도 줄어들었습니다. <만약…그러면>이라는 보상방식이 아이들의 자율성 일부를 박탈하고 내적 동기의 싹을 자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상 때문에 놀이가 일로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에도 당근과 채찍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합니다. 미국의 전문화가 23명에게 작품을 의뢰해 완성한 작품 10점과 의뢰하지 않고 완성한 작품 10점에 대해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창의력을 평가토록 했습니다. 그 결과, 놀라운 결과가 나왔는데요, 고객의 의뢰를 받은 작품이 의뢰받지 않은 작품에 비해 창의성이 상당히 부족하게 나타났습니다. 이외에 성과와 선행에서도 돈을 보상으로 제시했을 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어 비윤리적 행동, 중독, 근시안적 사고도 가져왔다고 보고합니다. 외재 동기와 목표가 사람들의 시야를 좁히고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크게 못 미쳤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한 탁아소에서 아이들을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데려가는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기로 하자, 놀랍게도 벌금제를 실시하기 전보다 지각하는 부모가 2배 더 증가했습니다. 전에는 아이의 선생님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시간을 지켜야겠다는 부모들의 내재 욕구가 벌금제 도입 이후 벌금이 이 욕구를 대체함으로써 벌금, 의무 이 두 가지 모두를 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처벌이 좋은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밀어낸 결과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자는 보상과 처벌 전략이 매번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기준선이 보상된 후 기계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단순한 업무가 그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외부의 보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어야 하며, 보상은 일이 완성된 후에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만약…그러면’보다는 ‘이제 했으니’하는 보상방식이 더 효과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칭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이나 구체적인 피드백과 같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말이지요.
동기 3.0의 핵심은 자율성, 숙련, 목적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생물학적 욕구, 보상-처벌 욕구보다 약하지만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힘과 영속성이 갖는 제3의 드라이브, 즉 세 번째 욕구를 그 해답으로 제시합니다. 내적 동기를 끌어내는 세 가지 요인, 즉 자율성, 숙련,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세 요소는 인간을 분발하게 하고 몰입하게 하는 조건이라는 것이지요.
먼저 자율성은 높은 점수, 꾸준한 학업과 운동, 높은 생산성, 낮은 피로감, 심리적 행복지수를 높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본성이 호기심과 자기주도 방식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을 제시합니다. 특히 업무, 시간, 기술, 팀을 정하는 데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야 효과가 크다고 말합니다. 아틀라시안이라는 회사가 취한 페덱스 데이, 구글의 20% 시간을 대표 사례로 들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직원으로 하여금 정상적인 업무를 하면서 회사에서 정한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를 수행합니다. 예를 들면 제품을 보완하고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진전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 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회사는 발표를 통해 제시된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수용합니다. 그 결과 두 회사는 현재의 수익모델의 절반 가량을 이 제도를 통해 얻고 있습니다.
또 시간을 자유롭게 쓰도록 하되 결과 중심의 작업환경을 구현한 베스트바이사, 대형 콜센터를 가정 외주로 바꾼 미국 국세청, 원하는 사람과 팀을 짤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한 홀푸드사의 사례는 자율을 보장하여 성공한 사례입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통제한다고 인식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점은 여러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통제가 순종을 가져온다면 자율은 참여를 독려하고, 또 참여는 숙련에 이르는 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행위에서 몰입이 지닌 힘을 발견합니다. “아이들은 즐거움에 사로잡혀 힘이 넘치고, 가능성을 추구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임에 전념한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숙련을 추구하면서 두뇌와 몸을 이용해 탐색하고 주변환경에서 피드백을 얻는다.”따라서 숙련을 위해 아이들처럼 몰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은 목적 즉 의미있는 삶입니다. 사람에게 목적 동기는 자율성, 숙련에게 맥락을 제공해주고, 숙련을 향해 자율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높은 수준의 성과를 달성하지만 더 큰 목적을 가질 경우 그 이상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동기3.0을 소속된 조직에서 활용하는 팁도 친절하게 제공합니다. 구글에서처럼 ‘20퍼센트 시간’을 시작해보기를 권합니다. 처음에는 겁이 날 테지만 6개월 가량 시험적으로 해보면 효과를 볼 거라고 약속합니다. 또 동료들끼리 ‘이제…했으니까’하는 격려와 보상은 동기 유발에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밖에도 내적 동기를 촉구하는 디자인 만들기, 통제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미국 행동과학자들의 최신 연구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행동과 조건에 대한 새로운 성찰은 과거의 관점과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찾도록 해줍니다. 특히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이 과거에는 자원 또는 재료로 간주했다면 동업자로 봐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은 새롭고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 세상에 팔로어 없는 리더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리더의 역량은 팔로어의 역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연히 리더의 역할은 팔로어가 자신이 가진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주고 이끌어주는 것일 겁니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면 자율성, 숙련, 목적을 외치는 다니엘 핑크의 제안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또 말합니다. 사람은 오늘 먹을 당근이나 쫓으면서 달려가는 말이 아니며, 수동적이고 순종적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고 말이죠. 리더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 그 신명은 오히려 간단한 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일 말입니다.
김기섭(리더십에세이 편집장)
첫댓글 경영자, 리더, 학부모가 읽으면 직원, 팔로어, 아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엊그제 어떤분으로부터 요약본을 감수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시한번 읽었습니다. 드라이브(동기 3.0)가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 있습니다만, 여전히 단기적 성과에 매몰된 사회에서는 이를 실천하기는 어려움이 있어보인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조직의 성과를 이루어가는 주체와 객체가 내재동기를 활용한 몰입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확장한다면 또하나의 경영방법론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