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보며 기억될 그 날의 귀한 인연 망각이 두려운 그 인연을 다시 펼치고 정독을 한다.
한승원 [사람의 맨발]
나만의 책읽는 방식으로 (두드리며 읽기) 그 시작을 하지만
행여 작가님께 누가 될까 조심스러워 하며, 나무라시면 바로 삭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제게 크다란 깨달음을 주신 한승원 작가님께 공수 배 올립니다. 소암 이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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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맨발 한승원
물결무늬
슈도다나 왕이 둘재 왕후이자 싯다르타의 이모인 프라자파티는
싯다르타를 친어머니 못지않게 따뜻이 품어 길렀다.
그녀는 두 팔을 벌리고 싯다르타를 힘주어 안아주곤 했다.
보듬어 안은 채 볼과 턱으로 싯다르타의 얼굴 여기저기를 쓸어주었다. 프라자파티는 아직 자식이 없었다.
싯다르타는 오래전부터, 프라자파티에게서 따스한 온기가 아닌, 찬기운이 날아오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 찬 기운이 느껴질 때마다 싯다르타는 가벼운 전율을 느꼈다.
그전율은 그를 문득 정색하게 했고 개어나게 했다.
그 전율은, 나는 이 세상에 오직 혼자일 뿐이라는 외로움의 물결무늬였다.
그 외로움은 온몸에 두거운 각질을 맞들었고 눈을 환하게 밝아지게 했다.
위협을 느끼자마자 온몸을 공처럼 만들어버리는 쥐며느리(공벌레)의 검은 각질 같은 외로움과
눈이 환하게 밝아지는 현상 때문에 그는 후두두 진저리를 치곤했다.
그는 프라자파티에게서 알수 없는 이질성을 느끼곤 했고, 그때마다 가책을 느꼈다.
사랑을 내려주는 프라자파티를 배반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녀를 아무런 까닭도 없이 배반하곤 하는 스스로가 밉고 싫었다.
밉고 싫은 자기를 꾸짖어 보지만 그의 의식을 바꾸어지지 않았다.
그의 의식은 감성적으로 따듯하지 않고 늘 논리적으로 차가왔다.
싯다르타에게는 그를 잘 다른 사촌 동생 아난다가 있었다.
작은 아버지인 다리나 제정 대신의 큰아들이었는데, 그 아난다는 태자궁엘 가끔 놀러 왔다.
아난다는 늘 싯다르타를 향해 환하게 웃곤 했다.
한데 그 아난다에게서도 찬바람이 날아오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럴 대마다 그는 작가 아난다를배반하고 있는 듯 싶어 슬퍼지곤 했다.
싯다르타의 머리에는 풍만한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란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가무잡잡한 얼굴이 넙데데하고 입술이 두꺼운 유모의 젖을 다섯 살 되던 해까지 먹었다.
머금으면 입안이 가득 차는 적꼭지는 어두운 보라색이엇다.
젖을 먹으면서 쳐다보면, 유모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어려 있었다.
유모의 눈섭은 짙었는데, 까만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고 깊었다.
그 눈동자에 안개 너울 같은 우울함이 드리워져 있었다.
어쩔 때는 눈시울에 이슬방울이 맺혀 있을 때도 있었다.
싯다르타의 머리에는 프라자파티보다 유모의 얼굴이 향긋한 유향과 함께 더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유모의 젖가슴은 풍성했고 따사로웠다. 젖을 먹고 나면 포만감으로 깊이 잠이 들곤 했다.
싯다르타는 열다섯 살 되는 해 봄에
프라자파티가 자기의 생모가 아니고 진짜 생모는 아야 왕후인데 진즉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봄에 지내는 농경제전에, 역대 왕과 왕후의 초상을 향해 음식과 꽃을 바치는 의식이 있었다.
꽃을 바치기 위해 제전 앞에 선 싯다르타의 등 뒤에서 그의 늙은 시녀가 속삭였다.
"마야 왕후의 초상 앞에 따로 꽃 한 송이를 더 놓으십시오, 이 마야 왕후가 왕자님의 생모이십니다."
마야 왕후의 초상 앞에 꽃을 놓으면서 싯다르타는 아하, 하고 속으로 소리쳤다.
이대것 어머니라고 생각하여 온 프라자파티에게서 날아오곤 한 찬바람이 떠올랐고,
그것에 대한 기억이 온몸의 살갖을 각질처럼 단단하게 만들었다.
싯다르타는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속으로 소리쳤다.
농경제를 마치고 돌아올 때,
싯다르타는 늙은 시녀와 함께 수레를 타고는 마부 찬타카에게 말을 끌고 뒤따르게 했다.
싯다르타는늙은 시녀에게 "마야 왕후가 어찌하여 돌아가셨어요?' 하고 물었다.
시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룸비니 동산에서 태자마마를 낳으시다가, 불행히도 순산을 하시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싯다르타는 흰구름장들이 흘러가는 푸른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로 인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나는 어머니를 죽이고 태어난 것이다.
"그 어머니는 어디서 다비하셨어요?" 시녀가 대답했다
"강가로 흘러가는 작은 강줄기의 모래밭에서 화장을 하여 물에 뿌렸습니다.
지금 마야 왕후는 저 하늘나라의 극락세계에서 편히 살고 계실 것입니다."
싯다르타는 흘러 가는 흰구름장을 쳐다보며 굽이돌아 흘러가는 하얀 강물을 떠올렸다.
그 강엘 가보고 싶었다. "아, 어머니 ......." 싯다르타는 슬프고 슬쓸했다.
끝도 갓도 없는 텅 빈 지평 한가운데서 있는 듯 싶었다. 시녀에게 수레를 세우라고 말했다.
시녀가 마부에게 그 명을 전했고, 마부가 고삐를 당겨 수레를 세웠다.
싯다르타는 수레에서 내렸다, 들판 길로 걸어갔다, 시녀가 뒤따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독뱀도 무섭고, 전갈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멀리 가시면 안 됩니다."
싯다르타는 그 말을 아랑곳 하지 않고 걸었다. 짙푸른 하늘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친 풀들이 무성한 들판의 가장자리에는 망고나무 숲이 울을 짜고 있었다.
땅이 그를 받치고 있고 , 하늘이 그를 감싼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망초꽃들이 꽃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자기는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어머니는 나를 이 세상에 혼자 떨어뜨려 놓고 떠나가셨다.
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녀는 마야 왕후가 출산하던 모습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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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왕후
룸비니 동산에는 아소카나무들이 지천으로 자생하고 있었는데,
그 나무의 잎사귀들은 마야 왕후가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시들시들해 있었다,
그것은 사카 왕국의 전역에 걸쳐, 마야 왕후가 잉태한 이후에 일어난 기현상이었다.
그 기현상은, 세상의 모든 은밀한 신성을 가진 푸나무들이
마야 왕후의 배 속에 들어 있는 아기에게 기(氣)를 모아주고 있는 때문이라는 소문이 흘러 다녔다.
만삭한 마야 왕후가 탄 황금색이 수레가 룸비니 동산에 도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소카나무의 잎사귀들은 잠에서 깨어난 듯 풋풋하고 싱싱해져 있었고,
저마다 터뜨린 꽃송이들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마야 왕후의 배 속에서 아기가 곧 태어날 거라는 징후였다.
아소카나무 꽃송이들은 서서히 황금색에서 진한 오렌지 색깔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떤 꽃잎은 주황색으로 변해가고 있기도 했다.
룸비니 동산은 아소카나무 꽃들이 뿜은 향기로 가득 찼다.
화사한 꽃잎들보다 요염한 꽃술들이 길게 튀어나와 있었다.
꽃나무들은 은은한 암자주색의 그늘을 땅바닥에 드리우고들 있었다. 향기로운 꽃그늘이었다.
룸지니 동산은 카필라바스투 성에서 마야 왕후의 친정이 있는 데바다하 성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만삭인 왕후는
황금과 은구슬 옥구슬로 장식된 수레를 타고 데바다하 성으로 아기를 낳기 위해 가고 있었다.
왕후의 수레 뒤에는 시중든 시녀들의 수레와 해산을 돌볼 궁중의 어의와 의녀가 탄 수레와
그들을 호위하는 경호원들이 따르고 있었다.
마야 왕후는 얼굴이 갸름하고 키는 헌칠하고 호리호리했다.
만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느 임산부와 달리 엉덩이가 커지지 않았다. 배만 불룩할 뿐이었다.
여인의 분만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마야 왕후의 해산에 대하여 걱정들을 했다.
저렇듯 호리호리한 둔부로 어떻게 순산을 할 수 있을까. 어의도 오래전부터 걱정을 하여 왔다.
마야 왕후를 수행하는 어의는,
만일 마야 왕후가 순산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위하여 세심하고 철저하게 대비를 해왔다.
마야 왕후는 오래전부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기는 아기를 낳다가 죽을 것이라는 예감,
그 예감 속에서 나날을 보내면서도 마야 왕후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래전 꿈에, 하얀 코끼리를 탄 흰옷 입은 여신이 말했다.
"마야 왕후, 그대이 삶은, 지금 잉태하고 있는 성스러운 아기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고 나서 마감될 것이오, 그대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운명은 그렇게 정해져 있었소, 그래서 그대의 아버지가 예언자에게 물어서 이름을 마야라고 지은 것이오."
마야 왕후의 시야에 화사한 아소카나무의 꽃들이 들어왔다.
아소카나무는 뿌리를 땅에 깊이 묻고 ,가지와 잎과 꽃송이를 들을 하늘로 쳐들고 있었다.
꽃나무들은 알 수 없는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엄숙하게 기도하는 몸짓을 하고 있었다.
신께 바치는 기도로 인해 땅에서 솟은 기운이
나무의 줄기와 잎과 꽃을 타고 무지개 색갈을 분사하며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 기운이 마야 왕후의 몸으로 번져오고 있었다.
마야 왕후는 자기 몸의 어떤 부분은 아소카나무의 잎처럼 푸르러지고,
몸의 어떤 부분은 꽃처럼 황금색과 주황색으로 변하고 있는 듯싶었다.
마야 왕후는 가슴이 설레였다, 배 속의 아기에게 꽃과 향기를 선물하고 싶었다.
시녀에게 수레를 멈추라고 말했다. 시녀가 마부에게 왕후의 명을 전했고,
마부가 고비를 당겨 수레를 멈추게 했다. 그 순간 마야 왕후의 배가 살살 아파 오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산통이 시작되고 있었다.. 마야 왕후는 눈를 감은 채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빌었다.
'신이시여, 천사들이시여, 부디 제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게 해주십시오."
마야 왕후는 눈을 감은 채 아기가 들어 있는 배 전체로 심호흡을 거듭했다.
어의가 진통이 시작되면 심호흡을 하라고 당부한 것이었다.
아소카 꽃향기가 그녀의 가슴으로 흘러들어 왔다.
거듭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 앉힌 때문인지, 진한 꽃향기로 인해서인지 통증이 사라졌다.
그녀의 눈에 아소카나무의 꽃송이들이 좀 더 가까이 보였고,
그 꽃의 향기가 코를 통해 홍수처럼 몸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향기로 가슴속이 환해졌다, 아기가 들어 있는 배 속까지도 환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시녀에게 잠시 꽃구경을 하고 가겠다고 말했고, 시녀가 수레의 문을 열쳤다.
마야 왕후는 두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땅으로 내려섰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아소카나무 앞으로 걸어갔다.
어의가 의녀와 함께 달려와서 오래 지체해서는 안된다고 , 출산 기기가 임박했다고,
서둘러 친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야 왕후는 어의말을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꽃향기 속에서 아기가 태어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손을 뻗어 아소카나무의 꽃 한 송이를 잡았다,
그 화사하고 향기로운 꽃을 오래지 않아서 태어날 아기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그 꽃 선물은 아기의 탄생을 축복하는 것일 터였다.
태어날 아기가 공주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일 것이고,
왕자라면 장차 전륜성왕이 될 터이다, 손이 꽃송이에 닿는 순간,
아소카나무 줄기와 꽃을 통해 솟구쳐 오른 당의 신성한 음기가 그녀의 몸으로 전이되었다.
동시에 심한 통증이 엄습해 왔고, 자궁 아래쪽으로 힘이 갔다,
마양 황후는 바야흐로 꺾은 꽃 한 송이를 두 손으로 받쳐 든채
"아야!" 하고 짧은 비명 소리를 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않아버렸다.
볼록한 배의 통증으로 인해 더 앉아 있을 수가 없어 허물어지듯 모로 쓰러져 누워 버렸다.
시녀와 의녀가 그녀를 부축하여 수레에 태우려고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젓고 손사래를 치며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어의는 재빨리 그녀의 치마를 헤쳐 보았고, 자궁에서 양수가 터졌음을 알아차렸다.
어의는시종들에게 응급 해산을 위해 준비해 온 포장을 쳐 산청를 차리게 하고 ,
산청 안에 꽃무늬 장식이 된 보료를 깔고, 그 위에 마야 왕후를 눕게 했다.
경호원들이 사방을 경계했다, 어의는 의녀에게 해산 준비를 하도록 명했고,
그 급막한 상황을 왕에게 전하게 했다. 경호원 하나가 말을 타고 궁궐로 달려갔다.
마야 왕후는 진통이 극심해졌다. 이를 악문 채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누우면서 두 무릎을 세웠다.
오랫동안 통증만 심할 뿐 쉽사리 분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의는 준비해 온 분만 촉진제를 왕후의 입에 넣어 주었다.
분만 촉진제를 마시면서 마야 왕후는 '부디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게 해주십시오"하고 신께 빌었다.
해는 중천에서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한식경이 흘렀고, 한나절이 지났지만 분만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해가 서쪽 지평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자궁은 열리지를 않았다.
어의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극단의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햇다.
칼로서 왕후의 배 아래쪽을 가르고 아기를 꺼내는 제왕절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전해오는 옛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 옛적에 브라만 계급 여인들은 아기를 입으로 낳고,
왕족인 크샤트리아 계급의 여인들은 아기를 왼쪽 옆구리로 낳고,
바이샤 계급 여인들은 아기를 발바닥으로 낳고,
수드라 계급의 여인들은 아기를 항문으로 낳도록 신이 점지 했다는 이야기.
그것은 그냥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브라만 계급 사람들이 입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입으로 신을 섬기고 신을 찬송하는 임무를 띠고 태어난다는것이고,
크샤트리아 계급 사람들이 몸통에서 태어난다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주체로서의 임무를 띠고 태어난다는 것이고
마이샤 계급 사람들이 발을 통해난다는 것은
농업 공업상업 등의 중대한 나라살림을 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녀야 하는 임무를 띠고 태어난다는 것이고,
수드라계급 사람들이 항문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노예로서 온갖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운명을 떠안은 채 태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한데, 그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었다. 어의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칼로 배를 가르고 아기를 꺼내는 일만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마야 왕후에게 힘을 내려주라고 신께 빌었다. 어의는 오래전부터 그 상황을 예감하고 있었다.
왕후는 몸이 호리호리했고, 얼굴이 오이씨 모양새로 갸름했고, 엉덩이가 작았다,
해산 날이 가까워 오면 대개의 산모들은 커지는 골반으로 인해 엉덩기가 평퍼짐해지는 법인다,
마야 왕후는 그렇지 않았다.
어의는 극단의 돌발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은밀하게 제왕절개 수술로 아기를 꺼낼 준비를 해왔다.
그것은 막다른 방법이었다.
음문을 통해 자연분만을 하지 못하고 제왕절개를 한다면 마야 왕후는 살아날 수 없을 것이었다.
산모가 목숨을 잃을지라도 태어날 새 생명을 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제발, 제발, 이 극단의 절망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나 신은 무심했다.
어의는 마야 왕후의 발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자궁의 음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만일 마야 왕후와 새로 태어나는 아기가 목숨을 잃는다면 어의도 살아남을 수 없을 터이다.
핏덩이처럼 새발간 해가 지평선 넘로 떨어졌고, 피처럼 빨간 황혼이 피었고,
그것이 쓰러지자 땅거미가 대지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시종들이 촛불을 밝혔다. 스무 자루의 촛불이 산청 안을 낮처럼 환하게 밝혔다.
마야 왕후는 혹심한 진통 속에서 안간힘을 쓰고 또 쓴 나머지 지쳐 늘어졌다.
그녀의 몸은 땀에 흠벅 젖어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해산의 의지가 없어졌다.
해산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끄려 하지 않았다. 기진맥진한 그녀의 몸에서는 식은 땀만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기가 순산하지 못하고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의가 애원하듯 말했다. "왕후마마, 가슴으로 숨을 쉬지 말고 배로 숨을 쉬십시오,
배에 숨이 모아지면 뱉어내지 말고 아래쪽으로 힘을 쓰십시오."
마야 왕후는 어의가 시키는 대로 세 차례 안간힘을 쓰다가 도리질을 했다.
슈도다나 왕과 둘째 왕후 프라자파티가 수레를 타고 달려왔다.
산청으로 들어선 왕이 어의에게 마야 왕후의 해산이 어찌 되어 가느냐고 물었다.
어의는 왕 앞에 엎드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소신의 능력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고
오직 하늘의 어머니신이 왕후마마에게 힘을 실어 주기를, 애타게 기도하면서 기다라고 있을 뿐입니다."
왕은 도리질을 하며 말했다.
"그래, 그래 , 어머니신의 뜻이다, 어머니신이 힘을 실어줄 것이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여라."
왕은 마야 왕후의 오른손을 끌어다가 한 손으로 감싸 잡은 채 말했다.
"왕후, 힘을 내시오, 어머니신의 가호가 있을 것이오."
둘재 왕후 프라자파티는 마야의 왼손을 잡은 채 애원하듯이 말했다.
"마마, 제 손을 잡고 배에 힘을 주십시오."
마야 왕후는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고, 순산을 단념하고 있었다.
그녀는 왕에게 말했다. "저의 목숨은 괘념치 마시고, 새로 태어날 아기를 온전히 지켜주십시오."
동생인 프라자파티에게는 "네가 이 언니 대신에 우리 아기를 잘 키워다오." 하고 나서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신이여, 우리 아기를 지켜주십시오."
이말을 끝으로 마야 왕후는 더 입을 열지 않았다. 의식이 가물가물 흐려지고 있었다.
왕은 어의에게 순산이 불가능한 상태이냐고 물었다.
얼굴이 창백해진 어의는 부들부들 떨면서 왕의 무릎 앞에 엎드려 자기로서는 더 어찌 할 수 없다고,
어머니신의 뜻대로 시행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왕은 눈물을 머금고 어의에게 어머니신의 뜻대로 하라고 명했다.
어의는 의녀 두 사람만 남기고 모든 사람을 산청에서 나가 달라고 했고,
의녀들은 아랫배의 절개 수술 준비를 했다.
어의는 먼저 마야 왕후에게 마약을 먹이라고, 의녀들에게 명했다.
마야 왕후는 눈을 감은 채 마약을 먹었다.
마약의 기운이 그녀의 온몸에 퍼졌을 때, 어의는 왕후의 불룩한 복부의 피부를 독한 화주로 씻어냈다.
의녀들이 예리한 수술 칼을 꺼내 어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어의는 칼로 복부의 배꼽 아래 에서 치골 위까지 파하지방를 절개했다.
새빨간 피가 흘러 나왔지만, 이어 근막과 복막을 절개했다. 자궁과 방광과 대장이 동시에 노출되었다
방광과 대장을 옆으로 젖혀놓고, 자궁을 ?모양으로 절개했고,
탯줄을 자르고 태반을 자궁 밖으로 꺼냈다 태반속에서 성숙한 아기를 두 손으로 꺼냈다.
의녀에게 아기를 넘긴 다음 곧 바로 자궁를 봉합하고, 그리고 복막과 근막과 피하지방과 피부를 봉합했다.
마약에 취한마야 왕후는 잠꼬대를 하듯이 "신이여, 내 사랑하는 아기를 지켜주십시오." 하고 중얼거렸다.
피투성이의 태반 속에서 나온 아기는 왕자였고, 토실토실 건강했으며,
'응아! 응아!' 하고 힘찬 고고의 소리를 거듭 내뿜었다.
아기 왕자는 의녀와 시녀의 보호 속에 신속하게 왕궁으로 옮겨갔다.
왕궁에는 새로 태어난 왕자를 위해 새 궁전이 마련되었다, 열 사람의 시녀들이 배치되었다,
아기 왕자를 목욕시키고 나서, 보육실의 침대로 옮겨 눕혔다.
프라자파티가 왕자의 보육을 감독했다. 그녀가 새어머니로서 그 왕자궁의 주인이 되었다.
복부 절개로 해산하고 난 마야 왕후는 많은 출혈로 의식을 잃은 채 왕궁으로 돌아왔다.
마야 왕후의 봉하된 배는 수술 독으로 인해 퉁퉁 부어올랐다.봉합을 한 피부의 틈에서는 계속 피가 흘렀다.
통증을 가시게 하기 위해 마약을 더 투여하려 했지만, 마야 왕후가 의식을 잃은 때문에 투여 할 수 없었다.
"왕후마마, 정신을 놓으시면 안됩니다."
어의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뢰었지만 마야 왕후는 빈사 상태였다.
마야 왕후의 친정아버지와 친정어머니가 달여와 두 손을 모으고 딸을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다.
슈도다나 왕은 이미 마야 왕후가 소생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으로 신에게 빌면서 그녀의 장례 준비를 했다.
복부 절개 수술을 받은지 칠 일째 되는 날 아침, 마야 왕후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카필라바스투 왕궁의 의식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렀다.
브라만이 사제들은 마야 왕후의 영혼에게 하늘에 가서 좋은 삶을 누리라고 빌어주었다.
관을 강가로 흘러가는 한 지류의 강변의 사라나무 숲으로 옮겨 화장을 했다.
관을 품에 안은 사라나무 장작불은 맹렬하게 타 올랐다.
새벽녁에 불이 꺼졌고 사제들은 유골을 가루로 만들어 강물에 뿌려주었다.
강물은 모든 것을 시원(始原)으로 되돌리는 여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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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뜻
마야 왕후가 죽고 나자, 둘째 왕후 프파자파티는 아기 싯다르타에게 젖먹이는 일이 시급했다.
궁궐 안은 ~ 여기서부터는 잠시 후에 계속 ~
첫댓글 혹여 오타- 있으면 양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