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빨래터에서 외1편
최성희
자작나무 사이로
여인이 세월을 이고 온다
업은 아이 옹아리는 여울물에 놀고
손잡고 따라 나온 아이는
가재랑 찰방 찰방 놀았겠지
손으로 비벼낸 일상들이
비누거품 속으로 떠내려 간다
가난을 헹궈내듯
여울목 건너온 산울림인가
빨래 두드리던 방망이 소리는
예술 혼이 되어 터 잡고 앉아 있다
지친 마음을 얼마나 헹궜는지
하얀 옷 갈아 입은 자작나무가
빙그레 웃으며 마중 나온다
11월
최성희
지구의 자전축이 기운다
한 해가 자전축에 떠밀려 가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로댕의 턱을 괸 생각하는 갈대처럼
나는 어디에서 흔들리고 있는가를...
우주의 천체는 돌고 돌아가는데
나는 왜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생각을
모래알로 밤을 새운다
낙엽이 굴러가다
발을 멈춘 막다른 길목에서
생각이 흔들리고 있다
생의 한 페이지가 기울고 있다
노랗게 물든 가을이 은행나무 곁으로
철새들의 둥지가 빈 집이 된 처마 밑으로
계절의 발자국들이 지구를 넘어간다
낮은 기울고
밤의 한 축이 흔들리고 있다
밤새워 굴리는 내 생각들이
존재의 생각들이
한 장 남은 달력 속으로
숨 가쁘게 굴러가고 있다
*최성희: 2018 <상록수문학> 시 등단. 2019 <양구군 단오 백일장> 장원
'문채' 시문학회 동인, 양구 문학회 회원, 양구 인문학 '시랑 놀자' 회원.한국 아동문학세상 회원,
강원문인협회 회원, 춘천문협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제 61회 '강원사랑 시화전'대상 수상.*시집<달의 문패>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