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야님의 무주암 아기새 얘기를 흉내내는 듯 하다.
2년 전 학교 과학실 현대화 사업을 했었다. 여름방학 때 막바지 공사를 하고
2학기 시작과 함께 천장형 에어컨이 달리고 빔 프로젝트와 커다란 스크린이 달린
새 과학실에서 모든 과학수업시 진행되었다.
그 이듬 해 초여름, 쉽게 얘기하자면 작년 초여름,
수업을 마치고 휑하니 아이들이 빠져나간 과학실에 혼자 남아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찍찍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학교 교무실에도 뭐 먹을 것이 없나 기웃거리는 서생원이 있는 지라
혹 현대화된 과학실에 쥐가 사는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명색이 현대화된 과학실인데 쥐가 왠 말인가. 아닐테지.
내 귀를 의심하고 지나치다 다음 과학수업시간이 되었는데 다시 찍찍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에 앉은 아이 몇 명 갸우뚱 뒤를 바라다 보았다.
"설마...천장에?"라고 의심하는데 또다시 "찍찍.....",
내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느낌이 드는가 싶었는데
아이들 몇 명이 "선생님 천장에 쥐가 사나봐요~"라고 합창을 했다.
이런, 천장엔 에어컨도 달려있고, 그 공기가 아이들을 향해 쏟아지는데 쥐가 왠말이란 말인가.
그것도 현대화된 과학실에 쥐라니......겁도 없이.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찍찍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잡아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엄두가 나지 않았고,
잡힐 쥐도 아니라는 생각에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 해 가을, 겨울이 지나고, 올 봄이 무심히 지났는데
지난 주 어느 순간부터 다시 천장쪽에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헌데 가만히 들어보니 "짹짹"같기도 했다.
곰곰 생각해보니 서생원이면 가을 겨울이 필요없었을 테고,
과학실엔 음식 찌꺼기가 없는지라
"혹시 새가?"라는 쪽으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 소리가 커졌다.
더구나 수업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짹짹"거리는 듯, "찍찍"거리는 듯 소리가 커지더니,
아이들 주위가 산만해지고, 내 목소리도 커지는 이상한 과학실이 되어갔다.
한 시간 두 시간.....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 소리는 더 커져갔고,
내 한계에 도달했다 싶었을 때 소리가 나는 11시 방향 천장아래로 가서
계속 울어대는 소리의 근원지라 판단되는 천정부위를 스탠드철봉으로 툭 건들었더니
그 소리가 이내 멎었고, 동시에 천장석고보드사이에서 흙먼지와 함께
새 깃털쯤으로 보이는 날개 깃과 마른 풀잎들 몇 가닥이 내 눈에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복도쪽 창문을 열어 천장쪽을 보았으나 들어오는 입구가 없었다.
에어컨 환풍기가 들어간 경로이외에는 없었다.
그럼 옥상 어디를 통해 들어왔을까....쥐도 아니고 바로 근처에 입구가 있어야할텐데....
과학실 청소를 하는 아이와 다른 아이 둘을 함께 불렀다.
그냥 두고 살라하려니 수업시간이 방해되어 도저히 참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아이가 책장을 딛고 올라가 드라이버로 천장텍스를 뜯어내었다.
새집을 나뭇가지와 마른 풀잎으로 정교하게 쌓는다는 경험으로 미루어 조심해서
뜯어내게하였더니...세상에!
라면 박스 부피 정도의 새집이 견고하게 쌓여져 있었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작은 아기새 한마리를 꺼내었고,
어미 새로 보이는 새가 후다닥 빠져나갔다고 고했다.
아직 날개짓이 서툴고 부리에 노란 띠가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아기새임이 분명했다.
둥지의 짚을 스티로폼 박스에 몇 웅큼 집어넣고 아기새를 조심스럽게 옮겨주었다.
겁이 났는 지 짹짹 소리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난감했다. 내 집 아파트로 가지고 가서 키울 수도 없고....생각하던 차에
새를 꺼낸 아이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아직 어미새를 한참 찾을 시기일텐데.....그렇다고 그 근처 옥상에 방치시켜 둘 수도 없고.
하지만 청소를 하는 아이에게 잘 키워 살려보라고 당부했다.
머쓱해하며 난감해하는 아이에게 졸지에 유괴한 아기새의 운명을 맡긴다는 것이
맘에 걸렸지만....공기가 맑은 시골집 허청 어딘가에 둥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가는 아이에게
스님 한 분이 아기새를 잠시 길렀는데 "파리"를 주셨다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아니, 살 수 있을까.
새 이름도 모르는데............
새는 과학실현대화사업이 끝난 이듬 해 봄,
천장쪽으로 에어컨 환기구 라인이 뚫려 틈새가 생기자
본능적으로 잔 나뭇가지와 억새 풀잎들을 열심히 날라와 둥지를 틀었고,
두 해를 무사히 넘기려다 강제로 제 집을 철거당했다.
그리고 그 입구도 찰흙으로 봉쇄되었다.
그 어미가 얼마나 아기새를 찾을까.....
아기새는 또 얼마나 울까.....
입구를 봉쇄당했으니 아기새가 갖힌 줄 알고
밤새 찰흙을 뚫지는 않았을까........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첫댓글 화요일 그 새는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