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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중본기경 하권
7. 수달품(須達品)
부처님께서는 본국으로부터 비구승 1,250인과 함께 왕사국(王舍國)의 죽원(竹園) 안에서 노니셨다.
장자 백근(伯勤)은 부처님께서 내리신 높은 뜻을 받들어 달려서 죽원에 나아가 다섯 가지 마음[五心]으로 발에 예배하고 망설이다가 공손히 서서 마음을 가다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오셔서 좋지 못한 음식이나마 잡수소서.”
부처님 법에 잠자코 계심은 이미 허가를 하신 것이므로, 장자는 기뻐하며 발에 대고 물러나와 집에 돌아가 음식을 갖추며 당기ㆍ번기를 장엄하고 세상에서 훌륭한 맛있는 것들을 손수 장만하였다.
사위(舍衛)의 장자 수달(須達)[진(晉)나라의 음으로는 선온(善溫)이다.]은 주인이 되는 백근과는 비록 아직은 서로가 만나지는 못하였으나 매양 서신으로 서로가 들었고 행이 같고 덕이 같았으므로 멀리서 공경하며 벗으로 여겼었는데, 수달이 일 때문에 왔다가 친하다 하여 백근에게 갔었으나 손수 공양을 마련하느라고 나오지를 못하므로,
수달은 머뭇거리기를 매우 오랫동안 하다가 심부름꾼을 불러서 말하였다.
“나는 일부러 멀리서 왔소. 상면하여서 옛적부터 갈망하며 품었던 생각을 풀려고 하였는데 오늘 박대를 당하여 만나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소.”
가란가(迦蘭迦:백근)가 일을 마치고 나오다가 서로 읍을 하고 앉아서 말하였다.
“옛적에 상면하지 못하였더니, 왕림하셔서 고맙습니다. 마침 하실 일이 계셔서 오셨다는데, 내일 큰 손님을 청했으므로 하는 일이 자연히 바쁜지라 이 심부름꾼이 마음이 막혀서 말하지를 않았습니다.”
그러자 선온(善溫:須達)이 물었다.
“큰 손님이란 누구십니까? 바로 혼인이거나 나라 명절의 모임입니까?”
대답하였다.
“동지(同志)께서는 듣지 못하셨소? 백정왕의 태자께서 산에 들어간 지 6년 만에 도가 이루어져서 부처님이라 부르는데, 거룩한 상호가 밝고 멀며 신령스런 광명은 어둔 데를 비추고 몸은 한 길 여섯 자에 빛깔이 빛나서 자마금 빛이요, 광명이 세상을 빛내며 법을 토하고 계율을 말씀하는 깨끗한 이치야 말로 신령한 데까지 들어가셨습니다.
따르는 제자들을 비구승이라 합니다. 고요한 데 살면서 몸을 바르게 하며 덕을 닦고 도를 실행하며 영화를 소홀히 하고 이끗을 버리므로, 뜻으로 말하더라도 참된 사람들인데 무릇 1,250인이나 같이 있습니다.”
선온은 부처님을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며 마음이 기뻐져서 가슴이 꽉 차는지라, 편안히 지내면서 밝은 날을 기다리자니 5정(情)이 남모르게 어수선해서 이리저리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지극한 정성이 감동되어 한밤중인데도 훤하게 밝아지므로
곧 차리고 나가서 성문을 향해 가다가 돌아보며 성의 왼편에 탑피(漯披)라는 귀신을 모신 집이 있음을 보고 지나다가 꿇고 예배하고는 절을 마치고 돌아보니 갑자기 다시 어두워져 버리므로 선온은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비록 이런 변이 있기는 하였으나 마음은 오히려 부처님에게 있었으므로 그 지극한 마음 때문에 무서움이 사라져버렸는데, 공중에서 소리가 났다.
“장하도다. 수달이여, 마음이 지극하여 그랬느니라.”
공중의 소리를 듣고 말하였다.
“바로 어느 신이실까?”
그러자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자네의 어버이 마인제(摩因提)일세.”
물었다.
“당신은 어디서 태어나셨는데 어찌 여기에 계십니까?”
바로 대답하였다.
“나는 옛날 부처님의 신족 제자인 대목건련으로부터 경전의 법 말씀함을 듣고 이 복의 과보로 인하여 제1천상에 나게 되었지만 공덕이 너무 적었으므로 따로 여기를 맡게 되었는데 자네의 지극한 마음을 보고 와서 돕는 것일세.
부처님이야말로 지극히 높으셔서 발을 들어 올리는 중간에도 복이 한량없네. 한스러움은 내가 살아서 부처님을 뵙게 되지 못한 것일세. 지금 보는 바와 같이 명백한 진리의 조짐으로 하늘에서 큰 광명을 내쏘아 죽원을 비추고 있네.”
선온은 광명을 찾아 멀리서 여래를 보자 소문보다 뛰어났으므로, 나아가 예배하고 물러나 서서 미묘한 마음으로 상호를 보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신령한 어른께서는 편안하시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수달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근심이 없고 기쁨도 없는 모습으로
마음이 비어서 깨끗하면 편안하며
이미 능히 나는 바가 없나니
진리 보고 열반에 들어갔느니라.
바름을 깨달아 맑고 밝음을 생각하고
이미 5도(道)의 못을 건넜으며
은혜와 사랑의 그물을 끊어 부셔서
영원히 고요하고 기뻐하나니 그것이 편안이니라.
장자 수달은 말씀을 듣는 그때에 본래의 공덕으로 인하여 문득 깨끗한 뜻을 내고 법의 눈을 얻었으며, 3존(尊)에게 귀명하여 다섯 가지 계율을 여쭈어 받고 청신사가 되어서는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나니, 여래께서는 사위(舍衛)에 왕림하시어 한 때나마 가르쳐 주시어서 임금과 백성들을 제도하소서.”
세존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그대의 성명은 무엇인가?”
장자는 무릎 꿇고 대답하였다.
“저의 이름은 수달이옵고, 외로운 이와 늙은이들을 모시고 봉양하여 옷과 음식을 드리므로 나라의 사람들이 저를 외로운 이 돕는 이[給孤獨氏]라고도 일컫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거기에 우리 대중들을 수용할 만한 정사(精舍)가 있느냐?”
대답하였다.
“아직은 없나이다.”
장자 수달은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잡고 나아가 길게 꿇어앉아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책임지고 정사를 일으켜 세울 수 있사오니, 오직 비구에게 계실 처소가 합당한가를 감독만은 하셔야겠나이다.”
그러자 돌아보시며 사리불에게 명하셨다.
“같이 가서 공사를 도우라.”
즉시 명을 받고서 예배하고 물러났다.
그 사위(舍衛)에 돌아와 두루 다니면서 땅을 구하였지만 오직 좋은 것은 기원(祇園)뿐이어서 온갖 과일과 흐르는 샘이며 기이한 날짐승이 날며 모이고 땅이 평평하고 나무는 무성하며 성에서 떨어짐도 가까웠으므로
곧 지키는 이에게 가서 기타(祇陀)에게 청하였더니, 끝끝내 팔 뜻이 없는 것을 청하기를 그치지 않자 성을 내어 말하였다.
“만약 금전으로써 동산을 완전히 깔면 비로소 내놓으리라.”
거듭 물었다.
“참으로 그러하겠습니까?”
기타는 말하였다.
“값이 높으면 당신이 반드시 못할 것이겠기에 장난의 말로 결정하였는데, 또 무엇을 의심합니까?”
그러나 수달은 사직하고 돌아와서 줄줄이 실려서 금전을 보내자,
동산지기가 듣지 않고 달려가 상전에게 알렸다.
“수달이 돈을 보냈는데 받아야 합니까, 받지 않아야 합니까?”
그러자 동산지기에게 명하였다.
“장난의 말이었으니, 보낸 돈을 받지 말라.”
그러므로 두 사람은 같이 싸움이 벌어졌다.
온 나라에서 늙은이들은 달려가서 말리고는 늙은이들이 마땅함을 결단하였다.
“땅의 값은 이미 결정하였으니, 후회하지 말아야 하오. 나라의 정사는 깨끗하고 공평한 것입니다.”
기타는 법을 어기지 못해서 곧 금전으로 깔기를 허락하였는데, 문안이 두루 깔리지 않았는지라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도로 동산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는 사람을 보내어 독촉하였더니,
수달이 몸소 가서 같이 동산에 나아가 살펴보고서 생각에 아직 깔리지 못했으므로 뜻이 산란하여 좋아하지 않자
기타는 말하였다.
“나라의 어진 이께서는 만약 후회가 되시면 곧 그만두십시오.”
대답하였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마 숨겨 놓은 것으로면 땅 값은 다할 수 있으리다.”
기타는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반드시 바로 지극히 높으신 분이리라. 이 사람 이 재물을 다하게 되어도 원망하지 않는구나. 떠받들 만하고 우러를 만하여 거룩하고 미묘하기에 이러하리라’
하고, 곧 수달에게 말하였다.
“더 금전으로는 채우지 마십시오. 남은 땅과 나무와 바꾸어서 함께 정사를 세웁시다.”
수달은 즉시 말하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바로 공사의 인부들을 동원하였으며, 승방과 앉을 도구며 평상ㆍ와탑ㆍ이부자리 등은 세상에서 훌륭한 것이었는데, 당기ㆍ번기를 더 시설하고 향의 즙을 땅에 뿌리며 공양거리를 다 갖추어 거듭 잘 차리고는 온갖 이름 있는 향을 사르면서 멀리서 꿇고 부처님을 청하였다.
“오직 원컨대 여래께서는 굽어 살피옵소서.”
이에 중우(衆佑)께서는 대비구승 1,250인과 함께 사위국에 노니시어 수달의 청에 응하시자 거룩함이 떨쳐 움직였으므로, 나라 안이 모두 기뻐하며 남녀 모두가 길을 메우며 나왔다.
급고독(給孤獨)과 왕의 아우 기타는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였는데, 함께 정사에 올라감은 부처님에게서 주원(呪願)을 받기 위해서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기수 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이라고 하라.”
왕은 나라에 일이 있어서 급히 수달을 불렀으므로 나아가서 모임에 응하고 일을 마치자, 빨리 돌아와서 재(齋)를 받들어 공경을 다하려고 물러나 보행으로 오는데
길 중간에서 어떤 사람이 타락 한 병을 바치므로, 돌아봐도 심부름할 이가 없는지라
자신이 가지고 가다가 앞에서 범지(梵志)를 만나서는 가져다 주기를 청하여 함께 정사에 나아가서 손수 따라 드리고 범지에게도 명하였다.
“당신도 따라 드리십시오.”
밥이 끝나고 씻은 물을 돌리고는 엄연하게 법을 듣자 모두가 기뻐하면서 잘하신다는 칭찬이 한량없었다.
범지는 저녁때 돌아가서 밥을 주는데도 먹지 않는지라 부인이 괴이히 여기면서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왜 한탄을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성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재(齎) 때문에 그럽니다.”
부인은 거듭 물었다.
“어느 재로부터 오셨습니까?”
범지는 대답하였다.
“급고독이 동산에서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나를 청하였으므로 그 재에 갔었는데, 재의 이름이 8관재(關齋)였습니다.”
그 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성을 내며 말하였다.
“당신이 유업을 깨뜨리면 재앙이 일어나리다. 구담이야말로 법을 어지럽히거늘 어찌 받아들일 거리나 되겠소. 몹시 삼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곧 함께 밥을 먹었는데 범지는 목숨을 한밤중에 마치고 울다라위국(鬱多羅衛國)에 태어나서 큰 못의 나무 신이 되었다.
이때에 바라문 등 5백 명이 항하[恒水]의 3사신(祠神)의 못에 나아가서 더러움을 씻고 신선이 되기를 바라다가 중도에 양식이 떨어졌는데, 멀리서 저기의 나무를 바라보자 흐르는 샘물이 있으리라 생각되는지라 달려가서 나무 아래 나아갔으나 마침내 보이지 않으므로,
‘이 못에서는 고생이 되고 굶주려서 말라 죽겠다’고 하자,
나무 신이 나타나서 범지들에게 물었다.
“도사(道士)들은 어디서 왔습니까? 지금은 또 가시려 합니까?”
소리를 같이하며 대답하였다.
“신의 못[神池]에 나아가 목욕하고 신선되기를 바라는데, 오늘은 굶주려 있으니 바라건대 가엾이 여기어 구제하여 주십시오.”
나무 신이 곧 손을 들어 올리니 여러 가지 맛있는 것이 흘러 넘쳤으므로, 그들은 배불리 먹고 나서 신에게 나아가 청하였다.
“어떠한 공덕으로 이렇게 뛰어나고 높이 되셨습니까?”
신(神)은 범지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사위국의 급고독으로 인하여 8관재를 지녔다가 부인에게 패하여 그 일을 마치지 못하고서 이 못에 와서 나서는 이 나무의 신이 되었습니다.
만약 재법(齋法)을 마쳤더라면 복이 하늘에 나기에 알맞았을 것입니다.”
그때에 나무 신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제사를 지냄은 재화(災禍)의 뿌리를 심어서
밤낮에 가지와 줄기가 자라므로
쓸데없이 고생하고 몸 망치는 근본이지만
재(齋)를 본받으면 세상의 신선을 이루리라.
범지들은 게송을 듣고 헷갈림이 풀렸으므로 믿고 받아서 사위로 돌아오는 길에, 구람니(拘藍尼)라는 나라에 구사라(瞿師羅)[진나라의 음으로는 미음(美音)이다.]라는 한 장자는 인민들이 공경하고 사랑하며 말을 하면 곧 들어주었는지라,
범지들이 나아가서 묵기를 청하자 미음은 물었다.
“도사들은 어디서 오십니까? 지금은 어디를 가려 하십니까?”
그 못의 나무 신의 공덕과 사위의 급고독에게 나아가서 재법을 채택하여 본래의 뜻을 이루려 한다 함을 자세히 말하자,
마음은 기뻐 날뛰며 전생의 행이 뒤따르고 뻗쳐진지라 깨닫고는 가고 싶어졌으므로, 다음 날에 종실과 친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널리 명령하였다.
“누가 같이 가서 재의 법식을 받들겠느냐?”
그러자 도합 5백 명이 다같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며
명에 응하였으니 본래의 서원이 서로 끌어 당겨져서 이치에 감응하며 차리고 나왔다.
사위에 나아가다가 아직 기원(祇洹)에 닿기 전에 길에서 수달이 부처님께 가는 것을 만나 지나가는데도 모르고서 따르는 이들에게 물었다.
“저 분은 어떤 어른이십니까?”
그러자 대답하였다.
“급고독이라는 이입니다.”
범지들은 기뻐하면서 쫓아가며 말하였다.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사람을 찾다가 사람을 만났으니.”
그리고는 달려가서 서로가 뵙고 같은 소리로 찬탄하며 말하였다.
“오랫동안 아름다운 덕을 받잡고 우러르기를 간절히 하였습니다. 듣건대, 도의 가르침에 8관재의 법이 있다 하기에 일부러 멀리서 와서 부탁합니다. 바라건대 보이며 인도하시옵소서.”
수달은 수레를 머무르고 대답하였다.
“저에게는 큰 스승이 계신데, 명호가 여래요 중우(衆佑)이십니다. 사람들을 제도하시며 가까이 기원에 계시니 함께 나아가서 세존을 뵙시다.”
명을 듣고 공경히 응락하여 공손하기를 극진히 하며 멀리서 여래를 뵈었더니, 뜻의 기쁨이 안에서 솟는지라 온몸을 땅에 던지고 물러나 한쪽에 앉자, 그 본래의 마음을 살피고 법요를 말씀하시니 5백의 범지들은 아나함(阿那含)이 되어서 곧 사문이 되었고 미음(美音)과 그의 종실 등은 법의 눈을 얻었다.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5백의 범지와 여러 장자들은 도를 얻음이 어찌 그리 빠르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과거 머지않은 때의 세상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명호는 가섭부처님[迦葉佛]이셨다. 대중을 위하여 법을 강설하시면서 내가 장차 올 것을 말씀하자,
지금의 여러 범지들이 그 부처님 앞에서
‘원컨대, 장차 오는 세상에 석가모니부처님[釋迦文佛] 뵙기를 바라옵니다’라고 하였고,
이 여러 장자들도 이렇게 서원이 같았으므로 이 인연 때문에 나를 보자 곧 깨달았느니라.”
그러자 비구들은 기뻐하며 모두 받고 받들어 행하였다.
미음은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세존을 청하고 싶구나’ 하자,
부처님께서는 그의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거기에는 정사(精舍)가 없으므로 너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미음은 기꺼이 깨닫고 기뻐하며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에게 따로 집이 있사오니 원컨대 정사를 삼으시고, 오직 가엾이 여기셔서 구원을 드리우사 중생들을 제도하소서.”
그리고는 물러나 나라에 돌아가서 공양할 바를 닦고 갖추기를 원하면서 땅에 엎드려 발에 대며 예배를 마치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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