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비바사론 하권
2. 분별심품(分別心品)
[심법(心法)]
【문】색의 모습은 마치 물거품처럼 미혹에 기만당한 어리석은 범부들이 만지고 더듬을 수가 없음을 알았다.
심법(心法)에 대해 듣고자 한다.
그 모습은 어떠한가?
【답】심(心)ㆍ의(意)ㆍ식(識)을 말한다.
심만을 말하지는 않겠다. 이는 질문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심ㆍ의ㆍ식의 세 가지는 어떤 차별이 있는가?
【답】이는 차별이 없다.
세간에서 하나를 말하여 여럿이라 하고, 여럿을 하나라고 말하는 경우와 같기 때문이다.
하나를 말하여 여럿이라 하는 것은 사부(士夫)를 인(人), 유동(儒童) 등으로 말하는 것과 같다.
여럿을 하나라고 말하는 것은 새, 콩 등의 같은 이름으로 말하여 다시 짓는 것과 같다.
이 가운데 하나에 같이 의지함을 알아야 한다.
심ㆍ의ㆍ식도 또한 이와 같다.
또한 어떤 말에서는 차별이 있다.
과거(過去)를 의(意)라고 이름하고,
미래를 심(心)이라고 이름하고,
현재를 식(識)이라고 이름한다.
또한 계(界)를 시설(施設)한 것을 심이라 하고,
처(處)를 시설한 것을 의라고 하고,
온(蘊)을 시설한 것을 식이라고 한다.
또한 아주 멀리 행한 업에 의한 것을 심이라 하고,
바로 앞에 행한 업에 의한 것을 의라고 하고,
상속이 낳은 업에 의한 것을 식이라고 한다.
또한 채집(採集)의 뜻으로 말미암아 심이라 이름하여 말하고,
취(趣)의 뜻에 의지함으로 말미암아 의라 이름하여 말하고,
요별(了別)의 뜻으로 말미암아 식이라 이름하여 말한다.
[6식]
이는 다시 무엇을 말하는가?
6식신(識身)을 말한다.
【문】이는 어찌하여 오직 여섯 가지만 있고 늘어나지도 줄지도 않는가?
【답】의지하는 것 등이 있기 때문이니, 식이 의지하는 것이 오직 여섯 가지만 있음을 말한다.
만약 식이 줄어서 다섯 가지 식만 있으면, 한 가지 의지하는 것은 식이 없게 될 것이다.
만약 식이 늘어나서 일곱 가지 식이 있으면, 한 가지의 식은 마찬가지로 의지하는 것 등이 없게 될 것이다.
여섯 가지 소연(所緣)도 이와 같음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식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의지하는 것 등에 따랐을 뿐이다. 식에 신(身)이란 말을 한 것은 하나의 식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안식은 안식신(眼識身)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요컨대 안식이 많이 있어야 안식신이라고 말한다.
한 마리의 코끼리를 코끼리 무리[象身]라고 부르지 않고, 요컨대 많은 코끼리가 있어야 코끼리 무리라고 부르는 것처럼, 이것도 이와 같다.
무엇을 안식이라고 말하는가?
눈의 감각기관에 의지한다는 것은 안식의 의지하는 바를 나타내고, 각각의 색을 요별함은 안식의 대상인 소연을 나타낸다.
또한 눈의 감각기관에 의지하는 것은 안식의 원인[因]을 설명하고, 색은 안식의 연(緣)을 설명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이여, 눈을 원인으로 하고 색을 연으로 하여 안식이 생겨남을 마땅히 알라”고 말씀하신 것과 같다.
【문】눈은 안식에게 어떤 원인이 되는가?
【답】이들은 의인(依因)이 된다.
비유하자면 대종(大種)은 만들어진 색에게 의인의 뜻이 된다.
각각 요별하는 것은 안식의 모습을 설명한다.
식은 요별로써 그 모습을 삼기 때문에 이 가운데서 의(意)을 말한다.
눈에 의지하고 색을 연하여 요별하는 모습이 있음을 안식이라 이름한다.
널리 설하여, 뜻에 의지하고 법(法)을 연하여 요별하는 모습이 있음을 의식이라 이름한다.
【문】어찌하여 다만 눈의 감각기관 등에 의지한다고 말하지 않고, 또는 다만 각각 색 등을 요별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답】만약 그런 설에 따른다면. 하나의 뜻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눈의 감각기관 등에 의지한다고만 말하면, 그들에 상응하는 느낌[受] 등의 모든 법도 역시 눈 등의 감각기관에 의지하므로 마땅히 안식 등으로 말해야할 것이다.
또한 다만 각각 색 등을 요별한다고만 말하면, 이미 의식도 색 등을 요별하였으니, 즉 마땅히 의식을 안식 등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눈의 감각기관 등에 의지한다고 설명한 것은, 능히 색 등을 요별하는 의식을 구분한 것이다.
또한 각각 능히 색 등을 요별한다고 설명한 것은, 안식 등의 식과 상응하는 느낌 등을 구분한 것이다.
【문】눈과 색ㆍ밝음ㆍ작의(作意) 등을 연하여 안식이 생긴다.
무슨 까닭에 다만 안식만을 말하고 나머지 것들은 설명하지 않는가?
【답】마치 무염서(無染書)처럼 눈의 감각기관이 가장 중요하기[勝] 때문이다. 눈은 함께 하지 않기[不共] 때문이다.
마치 어떤 종자의 싹과 같다. 눈은 의지하는 바가 되기 때문이다.
북소리 등과 같다. 눈과 가깝기 때문이다.
각지(覺支)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안식ㆍ이식ㆍ신식에는 각각 선(善)ㆍ불선(不善)ㆍ유부무기(布覆無記)ㆍ무부무기(無覆無記)의 네 가지가 있다.
불선은 오직 욕계(欲界)에만 있고,
유부무기는 오직 범천의 세계에만 있고,
선과 무부무기는 욕계와 범천의 세계에 모두 통한다.
그 위의 경지에는 있지 않다. 심사(尋伺)가 있기 때문이다.
비식ㆍ설식의 두 가지 식에는 각각 세 가지가 있다.
유부무기를 제외한다. 오직 욕계에만 있다. 단식(段食)을 연하기 때문이다.
의식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고, 삼계(三界)에 다 통하고, 묶이지 않는다.
【문】만약 초정려(初靜慮) 이상의 모든 경지에서라면 안식ㆍ이식ㆍ신식의 세 가지 식신(識身)이 없는데, 그 경지에 이르면 어찌하여 보고, 듣고, 접촉하는 것이 있는가?
【답】수행의 힘으로써, 초정려의 경지에서 세 가지 식신이 현전하여 그들 세 가지 감각기관으로 하여금 보고, 듣고, 접촉함이 있게 한다. 이와 같은 뜻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다른 경지의 6입처와 다른 경지의 식]
【문】다른 경지의 몸과 다른 경지의 눈과 다른 경지의 색으로 다른 경지에서 안식이 두루 발생할 수 있는가?
【답】발생한다.
제2정려의 경지에 이르면 제4정려의 경지의 눈으로써 제3정려의 경지의 색을 보고,
그 제2정려의 경지의 몸,
제4정려의 경지의 눈,
제3정려의 경지의 색,
초정려의 경지의 안식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5식신에는 각각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이숙(異熟)이고, 둘째는 등류(等流)이다.
의식신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이숙이고, 둘째는 등류이고, 셋째는 찰나이다.
이 가운데서 찰나는 고법지인(苦法智忍)에 상응하는 의식을 말한다.
[수행의 도(道)와 마음]
【문】도(道)가 현재 앞에 있음으로 인하여 한 찰나 사이에 버려진 마음이 하나라도 있는가?
혹은 이것과 같은 종류의 원인[同類因]의 자성이고 같은 종류의 원인이 없는 것이 있는가?
혹은 같은 종류의 원인이 있고 같은 종류의 원인의 자성이 아닌 것이 있는가?
혹은 같은 종류의 원인의 자성이고 역시 같은 종류의 원인이 있는 것이 있는가?
혹은 같은 종류의 원인의 자성이 아니고 같은 종류의 원인이 없는 것이 있는가?
【답】도류지인(道類智忍)에서는 그때 마땅히 4구(句)를 지어 설명한다.
제1구는 이미 생긴 고법지인에 상응하는 마음을 말한다.
제2구는 미래에 견도(見道)에서 상응할 마음을 말한다.
제3구는 이미 생긴 고법지인에 상응하는 마음을 제외한 모든 나머지의 이미 일어난 견도에 상응하는 마음을 말한다. 제4구는 앞에서의 설명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문】도(道)가 현재 앞에 있음으로 인하여 한 찰나 사이에 버려진 마음이 있는가?
혹은 이것은 유루이고, 유루를 연함이 있는가?
혹은 이것은 유루이고, 무루를 연함이 있는가?
혹은 이것은 무루이고, 무루를 연함이 있는가?
혹은 이것은 무루이고 유루를 연함이 있는가?
【답】있다. 도류지인에서는 그때 마땅히 4구를 지어 설명한다.
제1구는 색계ㆍ무색계에 묶인 견도에서 끊는 유루의 연과 수면(隨眠)에 상응하는 마음을 말한다.
제2구는 색계ㆍ무색계에 묶인 견도에서 끊는 무루의 연과 수면에 상응하는 마음을 말한다.
제3구는 멸도인지(滅道忍智)에 상응하는 마음을 말한다.
제4구는 고집인지(苦集忍智)에 상응하는 마음을 말한다.
【문】사건 없는[無事] 번뇌를 다스려서 도(道)가 현재 앞에 있음에 한 찰나 사이에 버려진 마음이 있는가?
혹은 무루의 연이 있고, 무루의 연의 연이 없는가?
혹은 무루의 연의 연이 있고, 무루의 연이 없는가?
혹은 무루의 연과 또한 무루의 연의 연이 있는가?
혹은 무루의 연이 아닌 것이 있고, 또한 무루의 연의 연이 아닌 것이 있는가?
【답】이와 같은 4구에 준해서 뜻을 마땅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문】찰나의 마음이 현재 앞에 있음에 없어진 마음이 있는가?
혹은 그르게 정해진 원인과 그르게 정해진 조건이 있는가?
혹은 그르게 정해진 원인과 옳게 정해진 조건이 있는가?
혹은 옳게 정해진 원인과 올게 정해진 조건이 있는가?
혹은 옮게 정해진 원인과 그르게 정해진 조건이 있는가?
【답】이와 같은 4구에 준해서 뜻을 마땅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문】찰나의 마음이 현재 앞에 있음에 없어진 마음이 있는가?
혹은 이미 발생하였고 이미 발생한 것이 아닌 마음이 원인이 되는 것이 있는가?
혹은 이미 발생한 마음이 원인이 되고 이미 발생한 것이 아닌 것이 있는가?
혹은 이미 발생하였고 또한 이미 발생한 마음이 원인이 되는 것이 있는가?
혹은 이미 발생한 것이 아니고 또한 이미 발생한 것이 아닌 마음이 원인이 되는 것이 있는가?
【답】이와 같은 4구에 준해서 뜻을 마땅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