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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광삼계경 중권[4]
[큰 정진근을 일으키고 큰 장엄을 내어 다툼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다]
가섭아, 큰 정진근(精進根)을 일으키고 큰 장엄을 내어 백천만억의 모든 악마들을 항복 받아 그들로 하여금 끝까지 다툼을 일으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어떤 것이 정진근인가?
욕심 없음이 바로 정진근이요,
두타(頭陀)의 공덕이 바로 정진근이며,
탐욕 없음이 바로 정진근이요,
우치가 없고 분노가 없음이 바로 정진근이며,
질투 없음이 바로 정진근이요,
욕심 떠남이 바로 정진근이며,
짝 없음이 바로 정진근이요,
잠을 떠남이 바로 정진근이며,
언제고 모든 악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음이 바로 정진근이요,
언제고 욕심을 일으키지 않음이 바로 정진근이다.
의심을 일으키지 않고 큰 정진을 일으키면 모든 의심을 떠나며, 모든 의심을 떠나 크게 장엄하면 보리심을 내어 의지하는 데가 없거늘 하물며 아상(我想)을 일으키겠는가?
그는 마침내 아상ㆍ중생상(衆生想)ㆍ수명상[命想]ㆍ인상(人想)ㆍ남상(男想)ㆍ여상(女想) 등을 일으키지 않고,
지대(地大)ㆍ수대(水大)ㆍ화대(火大)ㆍ풍대(風大)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욕계ㆍ색계ㆍ무색계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계를 지킨다는 생각과 계를 범한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공(空)이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서 모든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나아가 열반이란 생각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모든 생각을 일으키지 않음이란 어떤 것인가?
이런 모든 생각 가운데서는 얻기 어려운 것이니라.
가섭아, 만일 탐욕이 진실하지 않다면 탐욕을 멸하는 것도 진실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가섭아, 탐욕은 일정한 곳이 없는 것으로서 다만 허망한 말 뿐인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여실히 말하기를
‘이 탐욕은 나가 아니요 이와 같은 법은 곧 적멸한 법이다’라고 하였다.
어떤 것이 적멸한 법인가?
만일 집착 없음에 집착하면 이것은 생각에 집착함이 수미산과 같다.
만일 사람이라는 생각에 집착하면 이 사람은 거룩한 법을 잃을 것이니, 그는 사문의 법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문의 법에 머무르지 않으면 그는 우치한 사람이며, 우치한 사람은 길이 사문의 법을 일으키지 못한다. 왜냐 하면 이 생각에 집착하는 자는 한량없는 겁 동안 무간지옥(無間地獄)에 포섭되기 때문이다.
가섭아, 그대는 저 구가리(拘迦離) 비구와 제바달다(提婆達多) 비구ㆍ쇄재(碎財) 비구ㆍ흑구사(黑丘舍) 비구ㆍ해여(海與) 비구 등을 보라.
가섭아, 마사(馬師) 비구와 만숙(滿宿) 비구와 선성(善星) 비구 등은 내 시자로서,
내 말을 듣고 내가 거니는 것을 보았으며,
내가 단정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신통으로 허공을 거니는 것을 보았으며,
내가 백천 외도들을 항복 받는 것도 보았다.
이런 사람들도 내게 호의를 가지지 않아 발 밑의 벌레를 나와 다르다고 하다가 스스로 악도(惡道)에 갔느니라.
만일 여래의 공덕을 진실로 말하는 이가 있거든 수미산만큼의 전단향(栴檀香) 가루를 그의 위에 흩고, 삼천세계만한 큰 보배 일산을 만들어 그 사람의 머리 위에 받쳐 주어야 한다.
왜냐 하면 가섭아, 신심을 가지고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진실한 신자도 적은데 더구나 신심을 가지고 부처님을 따라 출가하여 더러운 욕심을 멀리 떠나고 집착 없는 선정을 닦는 이는 참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가섭아, 내가 말하는 금계를 능히 가지고 이런 감로의 법을 믿고 아는 중생은 더욱 드무니라.
가섭아, 마치 대중이 사당에 모여 가죽 상자 하나를 만들었는데, 그 모양은 극히 묘하고 온갖 채색의 그림은 여러 가지 빛깔인데, 거기 더러운 똥을 담아 두었다 하자.
또 어떤 사람이 옷으로 그것을 싸 가지고 가서 사람들에게 보였을 때, 그 중의 어떤 사람이 그것이 진실이 아닌 줄을 알고는 돌아보지도 않는 것처럼,
이와 같이 가섭아, 어떤 비구가 여래 공덕의 법의 사당을 보았을 때, 그 중의 어떤 비구는 아상(我想)을 가지느니라.
가섭아, 만일 아상이 있으면 곧 욕심을 일으키며, 또 남이라는 생각이 있어도 욕심을 일으킨다.
그러나 가섭아, 이상이 없는 자는 이 경을 들어도 성을 내지 않는다. 왜냐 하면 남을 비방하면 그것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이 법을 들으면 좋은 마음을 얻는 것이다.
만일 아상(我相)에 집착하면 그것은 사견(邪見)이요,
사견을 가진 자는 이런 진실한 가르침을 들으면 곧 성을 낸다.
왜냐 하면 가섭아, 아상(我相)을 가진 자는 성을 내기 때문이다.
가섭아, 만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로서 이런 법을 듣고 성을 내어 비방하면, 그는 다만 사문의 형상과 이름만 가졌을 뿐이니, 나는 그의 스승이 아니요, 그는 내 제자가 아니다.
왜냐 하면 그런 망령된 말을 하는 자는 내 제자가 아니요, 나 또한 그런 망령된 말을 하는 자의 스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가섭아, 여래 세존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요, 여래는 일체 법의 공[法空]을 말하기 때문이다.
가섭아, 여래 세존은 일체의 나[我]를 파괴한다.
그러므로 이 사람들은 여래와 다투며, 불여래와 다투면 그는 악마이니, 여래는 악마가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느니라.”
“가섭아, 만일 새끼 말이 큰 코끼리에게서 나온다고 한다면, 가섭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가섭이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가섭아, 그 말이 상응하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가섭아, 만일 어떤 중생이 아상ㆍ중생상ㆍ수명상ㆍ인상, 나아가 열반상(涅槃想)에 집착하면서 나를 그의 스승이라 일컫는다면 그것은 더욱 상응하지 않느니라.”
“가섭아, 만일 어떤 사람이 와서
‘금시조가 새에서 생겼다’라고 한다면,
가섭아, 너는 그 말을 믿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가섭아, 그와 같은 말이 상응한 것이냐, 상응하지 않은 것이냐?”
가섭이 말하였다.
“그것은 상응한 것이 아닙니다.”
“가섭아, 만일 나와 나아가 열반에 집착한 이가 나를 스승이라 한다면, 더욱 상응하지 않으리라.
가섭아, 만일 어떤 사람이
‘반딧불 벌레가 수미산을 짊어지고 갔다’라고 한다면,
가섭아, 그와 같은 말을 믿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가섭아, 그것이 상응한 것이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가섭아, 어떤 악한 사람이 아견ㆍ중생견, 나아가 열반견에 집착하고서 나를 스승이라고 말하면 더욱 상응하지 않느니라.
가섭아, 어떤 대왕에게 급사(給使)가 있었고, 또 아무도 모르는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거짓으로 그 급사를 시켜 왕의 명령이라 하고 큰 부잣집에 가서 이렇게 말하게 하였다.
‘아무는 이 일을 하라.’
그때 대신과 모든 부자들은 이 이상한 사람이 자재(自在)한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일을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부자들은 왕에게로 갔으니, 그것은 살기 위해서이다.
가섭아, 여래의 복의 힘과 구족한 신통은 왕이 안락하여 아무 적이 없는 것과 같다. 왕은 대지에 있으면서 음식이 구족하다.
여래와 승가들도 또한 그와 같아서 아무 적이 없고 부처님 국토에 살면서 법의 음식이 풍족하다.
어떤 이상한 사람이 청하지도 않았는데, 대중 가운데 들어와서 아견(我見)과 나아가 열반견(涅槃見)을 말하면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할 일이요, 이것은 할 일이 아니다.’
여래에 대한 신심을 가진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지 않는다. 그는 이 말을 듣고는 의복과 처자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을 나누어 그에게 주되, 알지 못할 때까지는 믿고 공경하면서 준다.
이와 같은 사람은 저 이상한 사람과 같아서 그 공양을 받고는 온갖 시끄러운 일을 좋아하여 나라 일과 도적의 일을 이야기하고 음식을 이야기하며, 음탕한 여자를 이야기하고 의약의 일을 이야기하며, 또 일식ㆍ월식과 모든 왕들의 오고 가는 일 등 왕가의 일을 이야기한다.
또 말하기를 ‘아무 데 가면 음식을 얻고 아무 데에는 얻지 못한다’라고 한다.
이런 갖가지 이야기로 해를 다 보내고 밤에서야 머무는 곳에 돌아온다.
혹은 이틀, 사흘 나아가 여섯 밤을 밖에서 자면서 가는 곳마다 온갖 일들을 이야기한다.
갖가지로 미워하고 거만하며 갖가지로 익살을 부리며, 말은 잡되고 침을 흘리며, 어지러운 생각을 하며 잔다.
그 생각하는 바를 따라 밤에 누우면 꿈을 꾸고, 꿈에는 제가 그곳에 가서 마중과 공경을 받는다.
꿈을 깨어서는 서로 꿈을 이야기하되
‘대덕님, 저는 꿈에 당신과 아무 데 가서 어떤 물건을 얻었습니다’라고 하고는,
다시 말하기를
‘이 꿈은 좋은 꿈이니 빨리 저기 가 보아야 합니다’라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세간의 도시로 나가 모든 것을 바라볼 때, 눈알을 굴리면서 마음에 기약하는 것이 많아 흥분하고 초조해 한다. 마음은 전일하지 못하고 행동은 경솔하며 감관은 고요하지 못하고 마음은 산란하다.
그 집에 가서는 계율을 깨뜨리고, 한 여자에게만 설법하며, 그 인연으로 히히거리면서 점점 음탕한 표정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이양(利養)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양을 얻은 뒤에는 사랑하고 탐하며 혹하고 집착하여 항상 그 집에 살며, 혹 본의에 어긋나면 울면서 거기서 떠난다.
그리고 두 군데를 찾아가는데 한 곳은 후덕한 곳이요 한 곳은 찬탄하는 곳이다.
만일 후덕하지 않으면 그 시주를 욕하고,
다시 모여 서로 묻기를
‘누가 무리에게 보시하던가, 무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얼마나 얻었는가, 너는 얼마나 먹었는가?’라고 한다.
가섭아, 이런 것은 다 상응(相應)하지 않은 행으로서 곧 죽음에 이른다.
가섭아, 이들에게는 또 상응하지 않은 행이 있으니, 그것은 바른 법을 비방하는 것이다.
가섭아, 그러나 이런 악비구에 대해서도 자비심을 내어야 한다. 왜냐 하면 이들은 장차 큰 고통의 과보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기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범부인 왕의 급사가
그 목숨 살기 위하여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왕이 영을 내렸다 했다.
그들이 왕의 명령이란 말 듣고
성내어 우리를 벌하지 말라 했다.
그 범부는 이 세력 빙자해
그것으로 항상 살아갔었다.
하물며 가장 훌륭한 부처님
백천억 겁 동안을
손과 발을 보시하면서
온갖 고행을 많이 행함이랴.
이는 내 법왕 아니라 하여
그를 꾸짖고 벌받게 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을 일
그것을 묻는 이 아무도 없다.
속인들은 비구에게 보시하되
아주 맛난 온갖 음식과
옷 중에도 제일 좋은 것과
일체 공경을 그들에게 준다.
자기는 먹지도 입지도 않고
또 자식에게 주지도 않고
가장 좋은 것 모아 두었다가
계율 지니는 이에게 다 보시한다.
상응하지 않은 행을 행하는 자들
그것들 다 받고는 버리고 떠나
모두들 한 곳에 모여서는
서로들 즐거이 먹었는가 묻는다.
왕과 도적의 일 이야기하고
또 관라(關邏)의 일 이야기하며
또는 먹고 마시는 일과
어떤 부처 모이는가 이야기한다.
혹은 일식 월식 이야기하고
왕의 오가는 일 이야기하며
‘저는 승리하리라’ 하고
또 ‘저는 망하리라’고 한다.
이런 상응하지 않는 말을
저들은 자주자주 이야기한다.
이것은 그 반이 이지러질 것이고
모든 판본에 이 송의 제4구가 모자라다
빨리들 그 집으로 가는데
그 집은 다 부잣집이나
‘이 집은 극히 인색해
맛난 음식을 얻을 수 없다’ 하고
이와 같은 생각을 내어
갖가지로 곰곰이 생각하나니
이 악행을 모르는 자는
무거운 짐을 진 나귀와 같다.
그리하여 그날 밤 꿈에
늘 생각하면 일 꿈을 꾸다가
깨어나서는 마주 앉아
갖가지로 풀이해 본다.
근심 없으면 기뻐 크게 웃으면서
‘너는 장차 안락을 얻으리니
빨리 가서 이 일을 성취하고
머뭇거리다 후회하지 말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로 나가
이런 추잡한 행을 하나니
눈을 굴리며 간사하게 살피는 것
그것은 마치 저 원숭이와 같다.
그들은 성안에 들어가서는
여자만을 위해 설법하면서도
부처님 경전과 해탈과
그리고 계율은 돌아보지 않는다.
이미 거기 이르러서는
어떤 추악한 짓을 하는가?
그들의 시주와 아는 이들을
헐뜯으며 또 나무랄 뿐이다.
그들은 다시 모여
서로 묻는다.
‘너는 어떤 음식을 얻었는가,
그 음식은 맛이 있던가?’
이런 일을 이같이 말하면서
백천 년을 지내도록
이와 같은 생각으로
목숨을 살아간다.
그들은 다툼을 일으키고
술과 향과 꽃을 모아
‘이것으로 약을 만들면
병의 고통이 적어진다’고 한다.
부처님인들 이들을 어찌하랴.
백 부처님이 나오더라도
그들이 닦아야 할 행을 버리고
속인들 법을 익히는 것을.
나라는 견해[我見]와 영원하다는 견해[常見]
그 견해 일으키고 거기에 집착하고
그들은 그 행을 닦아
저 악도에 이르게 된다.
그들은 이 고통 받으리라.
바른 법을 비방하는 자들
그 범부들은 지각이 적어
속인들의 행을 닦아 모으나니.
이 모든 석사자(釋師子)들
진실을 행하는 모든 성문(聲聞)들
이들은 그 목숨 살기 위하여
금하는 계율을 범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먹기를 탐해
흔들리는 생각을 일으키거나
더러운 행을 닦지 않고
고요히 앉아 시주의 은혜 갚는다.
이들은 모든 욕심의 번뇌 끊고
모든 생각을 닦아 익히며
그가 방편을 닦아 행하여
불법을 따라 집을 나온다.
다툼이 없는 법과
말해진 공법(空法) 알고
자꾸자꾸 닦아 모으지마는
좋은 열매를 못 얻는 자도 있다.
용감하고 지혜로운 이
공(空)의 도를 아는 사람을
악마와 그 무리 두려워하나니
이들은 시주의 은혜를 갚는다.
이들은 끝내 애욕이 없고
또한 공을 파괴하지 않나니
이 용감한 부처 아들은
사람 중에 복의 밭이다.
바른 법은 오래 머물지 않나니
그것은 악인이 많기 때문이다.
유연한 비구와
이익에 방일하지 않는 자 적다.
지혜로운 이는 염려하나니
‘오래지 않아 죽음으로 가는데
나는 이 밤에 어떻게 될까?’
낮도 또한 그렇게 다 보낸다.
이족존(二足尊)을 제외하고는
나를 구호할 이 세상에 없다.
모든 학(學)과 무학(無學)들
그들도 다 죽고 마는 것을.
알지 못함이 이와 같아
근성을 따라 설법하나니
어찌 부처님과 또
위없는 바른 법을 공경하지 않으랴.
바른 법이 멸하려 하거니
부디 부지런히 정진하여라.
오래지 아니하여 듣게 되리니
약간의 바른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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