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호스텔은 조식을 판다. 체크인할 때 예약을 하면 6유로이고, 나중에 따로 주문하면 8유로라고 한다. 어제저녁엔 다들 밥을 해 먹는다고 부엌이 복잡했는데 오늘은 다들 예약한 조식을 먹어서 부엌이 한산했다.
식빵 작은 거 세 조각에 샐러드 잔뜩, 우유에 커피까지 타서 식탁에 앉았더니 앞에 앉은 캐나다 녀석이 놀란다. 말은 어눌했지만 다 알아 들었다. 나보고 많이 먹는다고라. 샐러드가 ㅋ ..상추, 바나나, 토마토, 삶은 달걀, 오렌지에 요플레 한 통을 부었으니 양이 장난 아니다. 어쩌누. 어떻게 된게 먹고 좀만 있으면 금방 배가 고프니.
그 녀석은 온 지 얼마 안 되었고 6개월을 여행한단다. 어디 갈 거냐고 물으니 슬로베니아에서 보스니아로 간다길래 비하체를 알려 주었다. 그다음은 했더니 미정이란다. 잘하면 발칸반도에서 그 녀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또 한 명은 프랑스 중년 아줌마인데 싱글인지 혼자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단다. 참 다양하기도 하지.
젊은 한국인은 여기 숙소에 다 머무르는지 딱 봐도 한국인들이 많다. 리셉션이 재미있는 게 방마다 다른 나라 여행자들을 배정했는지 친구가 아니고서는 같은 나라 애들이 없다.
오늘은 24시간 티켓을 살 예정이다. 섬을 가려면 수상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게 한번 타는데 9.5유로라서 세 번 이상 탈 거면 하루치가 싸게 먹힌다. 이건 본섬으로 들어가는 차편도 포함이 된다.
기차역으로 들어가서 인포에 물으니 밖에 나가서 머신에서 사란다. 버스정류장에 기계가 있다. 가 보니 중국 애들이 웅성거렸다. 보니까 고장이다.
어쩔까 하다가 다음 정류장에 atvo 티켓 판매소가 있는 게 생각나서 갔다. 25유로다.
기차를 타러 오는데 중국 애들이 있길래 티켓 산 곳을 일러주니 얘네들은 길 건너 카페에서 샀단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에서 본 게 생각난다. 버스 티켓은 아무 가게나 다 판다고.ㅋ 난 멀리도 갔다 왔네.
기차를 타러 갔는데 전광판에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헤매었다. 좀 쳐다보고 있으니 감이 잡힌다. 그냥 venecia 비슷한 글자를 찾아서 게이트를 가면 된다. 오키. 하나 찾아서 갔다.
3번을 갔는데 기차가 비지니스칸도 있다. 기차 안으로 들어갔더니 식당칸이다. 느낌이 쎄해서 이거 베네치아 가냐고 했더니 밀라노에 간단다. 기차가 출발하려고 한다. 놀라서 내렸더니 여기가 3번이 아니고 7번 게이트였다. 밀라노에 갈 뻔했다. 휴~ 오늘 삽질 좀 하구먼.
본섬에 왔다. 미리 찾아온 바로는 여기서 murano faro 가는 수상버스를 타라고 했는데 일하는 아저씨가 오더니 무라노 안 간다고 하면서 giobbe로 가란다. 걸어서 15분쯤 걸린다고.
영문도 모르고 맵을 보고 저길 찾아갔다. 15분은 무슨. 20분도 더 걸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무슨 공사를 한다고 배가 못 다니는 거였다. 하필.
이렇게 길이 만들어져 있다.
저 끝에 수상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여튼 찾았으니 무라노로 가는 배를 탔다. 무라노 파로에 내리라고 했는데 이 배는 무라노까지만 간다고 한다. 오늘 뭐가 되는 게 없다.
무라노에 내려서 무라노 파로까지 또 걸어야 했다. 드디어 부라노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탔다. 벌써 기운이 다 빠졌다. 몸이 힘드니까 다행인 건 졸려서 배멀미를 안 한다는 거다. 그건 다행이다.
부라노 섬은 알록달록하다. 본섬과는 꽤 거리가 있어서 낙후되기 십상인데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동네 집들을 화려하게 페인트칠을 했다. 여기 집들은 개인이 함부로 색을 정할 수가 없고 나라에서 색을 정해 주고 늘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단다. 사실 너무 인위적이라 딱히 오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돌로미티를 못 가게 되어서 시간이 남아서 왔다.
부라노는 한국인들이 엄청 좋아한단다. 색이 화려해서 사진이 이쁘게 나오기 때문이다. 벽 색깔마다 사진을 찍어서 7가지 색의 벽 사진 같은 놀이 비슷한 사진 찍기가 있나 보더라. 그러려면 동행이나 친구가 있어야 가능하다. 난 혼자서 건물 사진을 찍으니 금방 싫증이 났다.
그런데다가 섬이 워낙 작아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고 죄다 비싼 식당들뿐이다. 배는 고프고 해서 할 수없이 비싼 점심을 먹었다. 맛이나 있었으면 덜 억울할 텐데. 힝.
이런 옷들을 많이 팔았다.
점심 먹은 식당.
다들 사진을 찍어서 한 장이라도.
부라노섬에서 무라노 섬으로 이동했다. 수상버스는 너무 흔들거린다. 속에서 전쟁이 났다.
여긴 유리공예가 유명하단다. 차라니 여기가 더 편한 거 같다. 알록달록 이쁜 유리그릇이 탐이 난다.
운이 좋게 학생들 단체 관람 때문인지 저렇게 유리그릇을 만드는 걸 보았다. tv에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탁상시계가 .. 하나만 우리 집에 와 주라. 들고 다닐 자신이 없다.
유리그릇을 실컷 구경하고는 섬 한 군데를 더 갈까 하다가 배 시간이 잘 안 맞아서 도로 본섬으로 왔다. 내일 하루 더 있으니 본섬은 내일 다시 구경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