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 여신원형을 분석한
저의 박사논문의 일부를 3~4회에 걸쳐서 연재합니다.
아테나는 실용적으로 성취하고 힘과 권위를 추구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아테나 여신의 성격적 특성은 자신감 있고 단호하고 경쟁적이며,
지위와 성공을 중요시하고, 감정과 이성을 분리하고 감정에 동요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젠더 고정관념으로 남성성 또는 도구성이라고 불리웁니다.
그러나 아테나적인 특성은 여성 원형의 고유한 특질인데,
젠더 고정관념적으로 규정된 남성적인 범주로 비교하게 되면 남성적이라고 명명되어 버립니다.
아테나와 어머니인 메티스와의 관계를 통해
가부장제에서 아테나원형이 여성성, 여성적 가치에 대해 갖게되는 관점을 이해해봅니다.
[연재 11]여신 원형으로 이해하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심리와 여신 의례의 상담적 활용
김은아(2018) "여신 원형으로 이해하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심리와 여신 의례의 상담적 활용.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p98~102
3.1.1.3 여성적 가치에 대한 관점
아테나의 어머니이자 제우스의 첫 번째 부인인 메티스는 대양을 지키는 신이었다.
제우스가 아버지인 크로노스로부터 형제와 누이들을 구해낼 때,
메티스는 크로노스가 삼킨 자식들을 다시 토하도록 제우스에게 물약을 주었다(Kerényi, 2002).
메티스는 ‘현명한 조언자’였으며, 아테나가 지닌 현명한 지혜는 어머니인 메티스로부터 온 것이다.
이러한 현명하고 능력 있는 여성인 메티스가 삼켜진다는 것은
여성이 몸과 마음을 다해 잉태하고 양육해낸 성과물이
일정한 지위를 가진 남성이나 그러한 시스템에 넘겨지는 것을 상징한다(Bolen, 2001/2003).
메티스의 속성과 아이디어와 자원은 제우스 안에 숨겨진 채로 남게 된다.
제우스로 상징되는 남성이나 가부장에게 삼켜진 어머니는 작아지고 침묵하게 되어 무의미한 존재가 된다.
김계희(2009)는 임상에서 만난 ‘부성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성들은
실제 아버지의 관계와는 다소 무관하게 자신 안의 ‘부성 원형’에 지배를 받으면서
자신을 ‘아버지와 특별한 관계가 있던 딸’로 추억한다고 하였다.
또한 아버지에게 의존해야 하는 연령을 넘어서서도 안팎의 새로운 아버지를 찾아 헤매고
아버지적 존재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지배를 받는 ‘아버지의 딸’로 삶을 산다고 하였다.
반면, 어머니나 여성적인 가치는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여자임을 긍정하지 않고 여성으로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몸을 통제하고 완벽하고자 노력하였다.
신화나 민담에서 병들고 쇠약한 어머니 또는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는 모티브는 ‘모성 원리’의 결핍을 뜻한다.
‘부성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성들 다수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였거나
소원한 관계로서 이해받고 사랑받는 느낌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회상하였다(김계희, 2009).
이는 딸에게 ‘부성 콤플렉스’가 형성되는 과정에 모성상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실제 ‘부성 콤플렉스’와 ‘부정적 모성콤플렉스’에 영향을 받은 여성이 보이는 특징은 유사한 점이 많다(김계희, 2009).
대체로 ‘부성 콤플렉스’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의 어머니들은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하거나,
여성으로서 가부장적 가치관을 내면화해 답습하고 있거나,
어머니 자신이 여성적 가치와 여성으로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김계희, 2009).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유대감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과는 달리,
아테나는 태어나기도 전에 가부장에게 삼켜져서 아버지에게 속했던 딸이다.
아테나는 성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어린시절에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어머니가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비가시적이고 삼켜진 어머니, 무력한 어머니와 동일시하고 싶지 않은 딸은
어머니를 거부하고, 힘없는 여성성을 혐오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이 콤플렉스는 직업과 성취의 영역에서 성공하고 세상 속에서 인정을 받지만,
정서와 본능의 원천을 포함한 한 쪽 영역을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관계나 자발적이고 활기 있는 충동으로부터 멀어진다(김계희, 2009).
딸에게 어머니가 없다는 것은 감정적 가치와 관계적 조건이 결핍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본성의 일부를 내면의 그림자로 소외시키고 남성적 페르소나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부성 콤플렉스가 정상적인 이행과정으로 발달해나가지 못할 때,
딸은 ‘여성성’을 억압하고, 에로스 영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성의 몸을 통한 자연스러운 경험이나 본성을 억압하고 그림자 영역에 남기게 된다.
이 경우 사람들과의 자연스러운 관계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발적인 느낌과 충동을 억압하여 자연스럽고 진솔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기가 어려워진다(김계희, 2009).
아테나는 우연히 자신의 목욕하는 모습을 보게 된 테이레시아스에게 분노하여 그를 장님으로 만든다(Grimal, 2003).
유사한 신화로는 아르테미스가 자신의 벗은 몸을 본 악타이온을
숫사슴으로 변하게 한 후 사냥개에게 잡아먹히도록 처벌한 것이다.
이는 인간이 준비되지 않은 채 신성을 만났을 때 벌어지는 신화적 은유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두 여신의 반응은 있는 그대로의 ‘몸’이 보여지는 것에 대한 억압과 분노이기도 하다.
아테나는 태어날 때도 황금갑옷과 방패와 같은 방어적 페르소나를 가지고 태어난 여신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은 사회적 지위나 권위나 명예, 지식이나 체면 등으로 치장하지 않는 본연의 모습이다.
준비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보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부성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
자신의 정체성을 남성이나 권위적인 것을 통해 규정하고 인정받으려 한다.
이 경우 남성적인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에
여성의 정체성은 그것에 종속되어 버린다(Kast, 1994/2010).
그러나 아버지는 이 여성에게 필요한 여성의 정체성을 줄 수 없으며,
여성으로서의 자기 자신은 어머니에 대한 성찰과 경쟁관계로 여겨지는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발달될 수 있다(Kast, 1994/2010).
Campbell(1949/1999)에 따르면
“영웅의 과업은 기존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것”(Murdock, 1990/2014, p38에서 재인용)이다.
아테나는 어머니적인 것으로부터 분리를 통해 남성성과 동일시하는 자아를 발달시켰다.
그러나 아테나의 진정한 영웅의 과업은 깊숙이 자리 잡은 남성적 가치관을 해체하고
왜곡되고 억압해온 여성적 자질이나 어머니적인 것을 접촉하는 것이다.
‘부성 콤플렉스’로부터의 분리와 치유는 여성 내면의 ‘어머니’적인 것의 치유와 변환을 통해 일어난다.
또한 내면의 본능적인 측면과 그림자로 남겨진 여성성을 접촉하고 여성원리를 인식하고 통합해야 한다.
이러한 유형의 여성은 자신 안의 모성적인 측면과의 관계 회복을 시작으로,
새로워진 여성성(여성원리)과 남성성(남성원리)을 통합하는 개성화 과정을 걷게 된다(김계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