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대구사진마을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유명작가 소개 & 작품 스크랩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찰나의 거장전` 3
무지개저편 추천 0 조회 203 12.01.24 20:46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이란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라이카 카메라는 내 눈의 연장이다. 나는 그 사진기를 발견한 이후로 그것과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다. 나는 언제나 긴장감으로 거리를 쏘다니며 삶의 현장을 올가미로 잡아 보전할 결심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나의 목전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의 모든 본질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포착하기를 바랬다. 또한 나는 여행하는 법을 잘 모르면서도 상당히 많은 여행을 다녔다. 여행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자 하였으며, 한 나라에서 다음 나라까지 가는 사이의 시간은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소화하는데 할애했다. 일단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그 나라의 관습을 익혀 정착하고 싶기도 한다. 결코 세계를 관광만 하는 그런 여행자는 되고 싶지 않았다.'고.....

 

브레송은 단순한 여행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언제나 긴장감을 가지고 삶의 현장을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진정으로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의 모든 본질을 단 한 장의 사진으로 포착하기를 바랬다. 브레송이 삶의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알리칸(Alicante), Spain, 1932

 

한 스페인 백인 여자가 흑인 여자의 머리를 끄들고 있고, 뒤에 있는 백인 여자는 칼을 들고 있다. 공포에 질린 듯 한 흑인 여자는 두 팔로 백인 여자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인 여자의 눈빛이 표독스럽다. 흑인 여자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프리카를 떠난 흑인들은 이 세상 어디를 가나 이처럼 차별대우를 받는가보다. 아프리카여~~ 흑인들이여~~

 

브레송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순간 카메라를 바라보는 세 여자의 표정이 우수꽝스럽다. 찰나의 거장답게 가장 적당한 순간에 상황의 본질을 보여주는 장면을 잡았다.

 

리보르노(Livorno), Italy, 1933

 

커튼이 드리워진 현관에 서서 신문을 보고 있는 사람.....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날린 커튼자락이 그 사람의 얼굴을 휘감는 순간이다. 브레송은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이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리보르노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 리보르노 주의 주도이다. 개간된 해안평야의 서쪽 가장 자리에서 리구리아 해를 끼고 있으며, 동쪽과 남쪽으로 낮은 구릉(몬티리보르네시)이 둘러싸고 있다. 원래 작은 어촌이었던 이곳은 토스카나의 마틸다 백작부인이 피사 교회에 기증하면서(1103) 주목되기 시작했고, 14세기에 피사인들이 요새화했다. 리보르노는 이탈리아 최대항구 중의 하나이다.

 

예르(Hy?res), France, 1932

 

나선형 계단의 앞길로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고 있는 순간을 찍은 사진이다. 경사가 급한 계단으로 인해 길이 가파르게 느껴진다. 자전거의 속도도 따라서 매우 빨라 보이고..... 브레송은 이 장면을 우연히 찍었을까? 사진은 우연히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하지만 아니다. 피사체의 본질과 작가의 의식이 딱 맞아 떨어진 순간을 우연처럼 잡은 것이다. 브레송은 그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우연처럼 나타난 이 장면..... 대상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그의 능력이 놀랍기만 하다.

 

예르는 프랑스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 지방 바르 주에 있는 온천 휴양지이다. 리비에라 해안에 있는 휴양지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며 최남단에 자리잡고 있다. 툴롱 동쪽에 있다. 리베리아 해안 서쪽 끝에서 5㎞ 떨어져 있는 신(新)예르는 넓은 거리들에 늘어선 아름다운 종려나무들 때문에 때때로 예르레팔미에로 불린다.

 

회색 안개비에 휩싸인 하이드 파크(Hyde Park in the grey drizzle), England. London, 1937

 

회색 안개비에 휩싸인 런던 하이드 파크..... 공원의 벤취에 등을 기대고 무표정한 눈빛으로 한 노파가 앉아 있다. 날씨가 찬 듯 두 손으로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노년의 고독함과 쓸쓸함이 물씬 풍긴다. 30년 쯤 뒤의 바로 내 모습이다. 말년을 맞이한 노파를 바라보는 브레송의 눈길이 따스하다.

 

하이드 파크는 찰스 1세 때 왕실공원을 런던 시민용으로 공개하였다. 그 뒤 공화국 시대에 몰수, 매각되었다가 왕정복고와 함께 다시 시민공원으로 복귀되었다. 북동단의 마블아치와 남동단의 하이드파크 코너를 잇는 경계선에서 서쪽에 이웃하는 공원 켄징턴가든스에 이른다. 마블아치 부근의 일각은 스피커스 코너로 애칭되는 장소로 자유스러운 연설장으로 알려졌다. 남서쪽에 펼쳐진 광대한 잔디와 수림, 1733년에 완성된 구부러진 야구방망이형(形)의 서펜타인못[池], 남쪽으로 치우친 로튼로우라는 이름의 기마(騎馬) 도로 등이 유명하다.

 

 

세빌랴(Seville), Spain, 1933
 

포격이라도 받은 듯 폐허가 된 건물더미에서 어린이들이 모여서 놀고 있다. 무너진 건물더미는 마치 격렬한 전투를 치른 듯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브레송은 부서진 시멘트벽의 커다란 구멍을 통해서 밝게 뛰노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목발을 짚은 아이도 전혀 어두운 기색이 없다. 이 사진을 찍은 3년 뒤인 1936년 스페인 내전이 일어난다. 브레송은 마치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미리 알기라도 했던 것일까?

 

1936년 7월 17일 프란시스코 프랑코 카나리아 제도(諸島) 방면군 사령관이 전 세계적 지지를 받고 있던 좌파 인민전선 정부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면서 발발한 스페인 내전..... 내전은 2년 9개월 동안 100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프랑코 총통이 이끄는 국가주의자들의 승리로 돌아간다. 그 후 스페인은 프랑코가 죽을 때까지 그의 독재치하로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 '인류는 정의도 패배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폭력이 정신을 꺾을 수 있음을, 그리고 용기가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지 못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스페인에서 배웠다.'는 말을 남겼다. 훼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바로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나왔는데 명배우 잉그리드 버그만과 게리 쿠퍼가 주연을 맡았다. 영국의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가 만든 '랜드 앤드 프리덤(Land and Freedom)'을 보면 당시 스페인 민중들이 느꼈던 희망과 좌절이 잘 나타나 있다.

 

마드리드(Madrid), Spain, 1933
 

스페인 마드리드의 광장에서 장난을 치면서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소년들의 표정이 천진난만하다. 양복차림에 중절모를 쓴 신사는 아이들의 놀이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듯 무심히 지나가고..... 정면의 거대한 벽에 뚫린 제각각의 크기를 가진 사각형들이 마치 조형예술처럼 보인다.

 

마드리드는 마드리드주의 주도이자 스페인의 수도로 중부 고원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스페인 내전(1936~39) 당시에는 수 차례의 격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발렌샤(Valencia), Spain, 1933

 

한 어린 소녀가 벽을 따라서 걸어가고 있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듯도 하고..... 흰벽에 검은 페인트를 쏟아부은 듯한 담장이 한 폭의 추상화같다. 나의 어린 시절에도 저런 때가 있었던가.....

 

Simiane-la-rotonde, France, 1969
 

철거 직전에 있는 듯 한 낡은 건물 내부..... 소년 소녀들과 어른이 제각기 한 자리씩 차지하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놀고 있다. 그들 한 가운데 있는 검정 강아지가 외로와 보인다. 강아지는 아무데도 끼일 자리가 없는가 보다.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현실이 아닌 듯한 느낌도 든다.

 

이브리 쉬르 센느 마을(Town of Ivry-sur-Seine)
 

한 어린이가 강가에 설치된 철봉난간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강건너에는 지금 한창 건설공사가 진행중이고..... 선착장에는 배들이 정박해 있는 일상적인 풍경이다. 만약 철봉에 매달린 이 어린이가 없었다면 사진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브리쉬르센은 프랑스 파리 지방 발드마른 주 파리와 남동쪽 근교에 있는 공업지역이다. 북서쪽으로 파리 시 경계선, 북동쪽으로 센 강과 접해 있는 이곳은 파리와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은 센 강에 면한 항구를 통해 들어오는 식료품·연료·목재 등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불치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이 1870년 파리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제2차 세계대전 파리 점령 당시 독일군에게 총살당한 860명의 프랑스 애국자들이 이브리 공동묘지에 매장되었다.

 

Ballerina, Moscow, 1954

 

모스크바의 한 발레학교에서 어린 소녀들이 발레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발레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소녀들의 자세가 자못 진지하다. 저 소녀들 중에서 나중에 프리 마돈나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저 깜찍스런 소녀들은 아마도 지금쯤 60대의 할머니들로 변해 있을 것이다. 세월의 무상함이여.....

 

시실리(Sicily), 1971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도심에서 어린이 두 명이 자전거 바퀴를 굴리고 있다. 길 한쪽으로는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밀려 있고..... 어린이들은 자전거 바퀴를 따라가면서 그 재미에 푹 빠져있는 듯한 표정이다. 나도 어렸을 적에 저런 자전거 바퀴를 굴리면서 놀곤 했다. 장난감이 별로 없던 시절에 자전거 바퀴는 훌륭한 놀이기구였던 것이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만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에 있는 섬들 가운데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이탈리아의 섬이다. 이탈리아 본토와 메시나 해협(너비 16㎞)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주도는 팔레르모이다. 이 섬은 대부분이 산악지대로서 지진과 화산활동이 매우 격렬하며,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인 에트나 산(3,261m)이 있다. 섬의 고립된 생활로 인해 정치·사회 세력과 조직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마피아 세력이 잔존하고 있다.

 

이스탄불(Istanbul)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거리에 면한 계단을 찍은 사진이다. 그런데 계단의 생김새가 좀 특이하다. 가운데 구조물을 사이에 두고 계단이 두 군데서 갈라지는 형태이다. 마침 한 여성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고 입구에 서 있는 남자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일상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다.

 

이스탄불은  터키의 최대 도시이며 항구이다.  흑해 어귀에 있는 구릉성 3각형 반도의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다. 보스포루스 해협의 양쪽에 걸쳐 있어서 유럽·아시아 양 대륙에 속한다. 이스탄불의 고대명칭 비잔티움은 BC 8세기말경 그리스인들이 식민지로 건설한 곳이다. 330년에는 로마제국의 중심지가 되었고, 뒤에 콘스탄티노플로 다시 이름이 바뀌었다. 1923년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수도가 앙카라로 옮겨가고, 콘스탄티노플은 1930년 이스탄불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개칭되었다. 이스탄불에는 과거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수많은 유물들이 남아 있다. 보존이 잘 된 기념물들로는 예레브스탄 궁전(지하 궁전)과 콘스탄티누스 궁전('텍푸르 사라이'라고도 함. 콘스탄티누스 황제 사후 1,000년 뒤에 건립)이 꼽힌다.

 

아퀼라(Aquila), The Abruzzi, Italy, 1951

 

빵가게 주인이 빵을 배달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장면이다. 배달부 옆에는 빵을 주문한 주부가 따라가고.... 배달부가 현관을 지나는 순간 집밖으로 나온 세 명의 소녀..... 저 앞에는 세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거나 걸어오고 있다.

 

삶의 일상적인 광경을 우연히 찍은 것처럼 보이는 이 사진..... 그러나 결코 우연히 찍은 것이 아니다. 브레송은 예리한 눈을 가지고 일상을 바라보다가 어떤 장면을 번개처럼 감지한다. 피사체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을..... 그는 그곳에서 빛과 어둠, 선과 면, 움직임과 정지 등 이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에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 사진은 바로 이런 과전을 통해서 필름에 담기게 된 것이다.

 

브레송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 바라본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바라본다는 것을 배우는 것은 시간이 무한대로 걸리는 일이다.'라고......

 

아퀼라(Aquila)는 이탈리아 남부 아브루치 자치주의 주도이다. 아테르노강 연안에 있으며 해발고도 714m에 위치한다. 13세기 중엽에 프리드리히 2세에 의해 건설된 후, 농산물 집산지로서 특히 사프란이 유명하다. 최근에 로마·아드리아해안과 연결된 고속도로가 건설됨으로써 수세기 동안에 걸친 지리적 고립상태가 해소되었다.

 

The Quai St Bernard, near the Gare d'Austerlitz train station 1932

 

다리 위에서 철로를 내려다보고 있는 두 남자..... 아마도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것이리라. 담장 곁에는 화물더미가 잔뜩 쌓여 있고..... 브레송은 다리 위에서 저 두 남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밀워키(Milwaukee), 위스콘신(Wisconsin)

 

위스콘신 주 밀워키의 한 경기장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다. 아마도 프로야구 경기라도 열린 모양이다. 경기장 밖 주차장은 관람객들이 타고온 수많은 자동차들로 빽빽하고..... 사물은 무엇이든지 많은 것들이 모여 있거나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으면 독특한 미가 생겨나게 된다. 운동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언제나 이런 풍경이 연출 될 것이다.

 

밀워키는 시카고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쯤 걸리는 거리에 있다. 사계절이 뚜렷해서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곳이다. 미시간 호수가 근처에 있어 비와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벨빌(Belleville), Paris, France, 1968

 

프랑스 파리에 있는 벨빌.....  주택가 주차장에서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또 다른 아이들이 언덕의 잔디밭에 엎드려 구경하고 있는 장면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뒷골목 풍경이 아닐까? 현대의 도시는 점점 확대되고 그 자리엔 건물들이 들어차면서 아이들의 놀이터는 점점 사라져 간다. 어린이들의 동심은 지켜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듯 하다. 이처럼 브레송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듯이 보이는 삶의 현장에서 뛰어난 순간을 잡아내는 능력을 가진 작가였다.

 

성 조지 날의 알라베르디 수도원(St George's Day Alaverdi Monastery)

Telavi, Georgia, USSR, 1972

 

성 조지 기념일을 맞아 야외소풍을 나온 소련의 한 가족.....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굳은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표정만큼이나 어두운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이들의 표정에서 소비에트 연방의 미래가 보인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1991년 마침내 소련은 무너지고 만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을 통해 성립된 연방국가이자 처음으로 사회주의가 실험된 장이기도 했던 나라..... 그러나 내적으로는 부패와 비능률, 외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의 군비경쟁으로 인한 자본의 고갈로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자본주의의 개인주의적 욕망과 무제한적 시장론의 폐단에 대한 대안으로서 사회통제와 계획경제로 '공공선'을 추구하려던 사회주의적 실험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소련이 사회주의를 대변할 수는 없다. 소련은 사회주의를 표방만 했을 뿐 실제로는 반사회주의 국가형태 즉 공산당 일당독재와 전체주의 사회가 되었던 것이다. 사라질 아니 사라져야만 할 운명인.....

 

세빌랴(Seville), Spain, 1932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좁은 골목이다. 그림자가 짧은 것으로 보아서 정오 무렵일 것이다. 그런데 한 소년이 응달진 건물벽에 등을 기댄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더위를 피하고 있는 중일까? 아니면 집에서 쫓겨난 것일까..... 골목길에는 한낮의 정적감만이 감돈다. 사실주의적이면서도 초현실주의적인 느낌이 드는 사진이다.

 

세비야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세비야 주의 주도로 과달키비르 강 어귀에 있는 내륙 항구도시이다. 이곳은 문화의 중심지로서, 이슬람교도들이 스페인을 지배했을 때의 수도였다. 스페인의 신대륙 탐험의 중심지로서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곳이다.

 

 

살레르노(Salerno), Italy, 1933
 

건물의 그림자 속에 한 소년이 우두커니 서 있다. 마치 길을 잃은 미아처럼..... 명확한 경계를 이루는 양지와 음지가 화면을 반분하고 있다. 음지에 있는 소년은 양지에 세워진 빈 수레와 묘하게 대비되고..... 수레는 소년과 함께 직각삼각형의 구조를 이룬다. 별다른 사진이 아닌 듯 하면서도 시선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살레르노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지방 살레르노 주의 주도이다. 나폴리 남동쪽으로 살레르노 만의 이르노 강 어귀 서쪽에 있다. 살레르노가 유명한 것은 의학교 때문이다. 9세기 초부터 있었다는 살레르노 의학교를 거점으로 의학연구가 진행되었으며, 12∼13세기에는 전 유럽에 명성을 떨쳤다. 이곳에 아직도 남아 있는 유럽 최초의 의학교는 유럽·아시아·북아프리카 등지로부터 많은 학생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다.

 

사라예보(Sarajevo), 1965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어린 소녀 둘이서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마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지도..... 소녀들의 모습이 얼마나 정다운가!

 

사라예보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로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의 문화권이 접하는 곳에 위치하여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의 건물양식이 혼재하여 진기한 광경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914년 6월 발생한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사건(사라예보 사건)으로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일이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1992년 3월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분리·독립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이슬람계·세르비아계·크로아티아계 민족 간의 분쟁으로 사라예보는 내전의 중심지가 되었던 적이 있다.

 

 

린츠 근처(Near Linz), Upper Austria, 1953

 

만년설로 뒤덮힌 알프스 산맥에 운해의 장관이 펼쳐져 있다. 산맥을 넘어오는 구름은 햇빛을 받아서 눈부시게 빛나고..... 한 남자가 운해의 장관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고 있다. 나도 지리산에서 운해의 장관을 본 적이 있다. 지리산맥 남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하얀 구름바다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 조계산과 무등산의 산머리는 마치 대양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고..... 난 그만 운해위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었다.

 

어퍼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 북부에 있는 주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독일과 체크, 동쪽으로는 니더외스터라이히 주, 남쪽으로 슈타이어마르크·잘츠부르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인 강과 엔스 강 사이에 있는 이곳을 도나우 강이 가로질러 흐른다. 린쯔는 오버외스터라이히 주의 주도로 도나우 강 양쪽에 걸쳐 있다.

 

딩글 반도(Penninsula of Dingle), County Kerry, Munster, Ireland, 1952

 

아일랜드 딩글반도..... 길을 가던 두 남자가 둑에 배를 댄 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말은 풀을 뜯고, 개는 둑 위에 엎드려 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흘러가고..... 전형적인 전원풍경이다. 밋밋하게 경사진 산과 들판이 목가적이다.

 

먼스터는 아일랜드 남서부에 있는 주다. 딩글은 아일랜드 남서 해안에 접한 케리 주의 반도와 만을 가리킨다. 이 반도는 트랄리 남쪽의 슬리브 미시 산맥에서 시작되는데, 610m를 넘는 고지대가 많은 이 산맥에서 가장 높은 곳은 바우트레가움(853m)이다.

 

망트 근처의 센 강(The Seine river near Mantes-la-Jolie)

 

세느강변에서 한 여성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장면이다. 교회의 첨탑과 오거진 풀숲, 그리고 잔잔한 강물이 한가로움과 평화로움을 더해 준다. 따뜻한 햇살 아래 잠들어 있는 듯 한 여인..... 일상성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 있는 사진이다.

 

파리 식물원(The Jardin des Plantes gardens)

 

파리 식물원(Jardin des Plantes)의 벤취에서 두 쌍의 남녀가 포옹을 하고 있다. 왼쪽의 어린이는 엄마의 등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는 듯이 보인다. 브레송은 두 쌍의 남녀가 동시에 포옹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기다렸을 것이다. 독수리가 먹이감을 노리고 바라보듯이..... 

 

파리 식물원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식물원이다. 1635년 왕립약초원으로 설립되어 약 1세기 동안 약초 재배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 뒤 점차 A. 쥐시외·G.L.L. 뷔퐁·J. 라마르크 등 초기 프랑스 식물학자들의 식물분류학 연구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19세기 초에는 세계 각지로의 탐험을 후원하여 서양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식물들을 수집하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식물상(植物相)을 비롯, 선인장·초본류·브로멜리애드·난초류·양치류·천남성·고산식물·붓꽃류·칸나·구과(毬果)식물류 등 약 2만 3500종의 식물들이 재배되고 있다. 식물표본실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600만 개 이상의 건조 참고표본이 소장되어 있다.

 

파리 카페(Paris Cafe), 1968

 

파리의 한 카페..... 사랑하는 두 청춘남녀가 식사도중 키스를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 식탁 아래 있는 점박이 개가 부러운 듯이 그들을 올려다보고 있다. 브레송은 이들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저 순간을 기다렸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을.....

 

베르갈랑 광장(Square du Vert-Galant), Ile de la Cite, Paris, 1955

 

파리 시테 섬 베르갈랑 광장 둔치에서 두 연인이 서로의 어깨를 베고 잠들어 있다. 저런 자세로도 잠들 수 있는 것이구나! 그 뒤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남녀..... 세느강은 말없이 고요히 흐르고.....

 

해변의 커플과 수탉들(Couple & Roosters on Beach),1961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포옹을 하고 있는 두 연인..... 그들 곁에 수탉과 암탉이 한 쌍이 서성인다. 수탉은 두 연인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어떤 교감이 느껴진다.

 

The Seats Opposite, Romania, 1975

 

동류럽 루마니아..... 열차안에서 오랜 여행에 지친 듯 세상모르고 잠에 빠진 두 연인..... 여자는 남자의 가슴에 머리를 맡기고 깊이 잠들어 있다. 남자는 그의 오른팔로 여자의 목을 끌어안고..... 두 사람의 표정이 더없이 편안하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짙게 배어나는 사진이다. 사랑..... 그것은 인류의 역사 이래 최대, 최고의 화두가 아니던가!

 

잠자는 여인(Sleeping Woman)

 

잠자는 여인..... 책상 위에 두 팔을 괴고 엎드린 채 잠들어 있는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다. 단정하게 빗어넘긴 부드러운 머리칼, 인형같은 얼굴, 백옥처럼 하얀 피부, 곱고 얇은 실크천의 옷..... 이 모든 것이 조화되어 잠든 여인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인다.

 

뉴욕(New York), USA

 

호숫가 풀밭에 한쌍의 남녀가 비스듬히 누워 있다. 다정한 연인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속의 여자는 소설가 카슨 매컬러스다. 장소는 아마 뉴욕을 관통하는 허드슨 강변인 듯 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그의 딸 멜라니(Melanie), 1974

 

어린 딸 멜라니를 어깨에 올려놓고 백발이 성성한 브레송이 돌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브레송은 나이 60에 30년 연하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Hortense와 결혼을 한다. 그리하여 사진속의 주인공 Melanie Cartier-Bresson 이 태어난다. 이 사진은 브레송이 찍은 작품이 아니다.

 

카르티에 브레송의 딸 멜라니(Melanie), 1978

 

흔들의자에 앉아 고양이를 안고있는 Melanie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깜찍하다. 이 사진을 통해서 자신의 딸에 대한 브레송의 깊은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찰나의 거장', '시대의 증인'이라고 일컫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들을 감상하였다. 226점이나 되는 많은 사진들을 짧은 시간에 감상하려니 현기증이 나는 것 같다. 나는 그의 사진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배웠다. 그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그의 사진 전편에 흐르는 따뜻한 인간애는 휴머니즘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진작품들은 시대를 증언하는 역사의 자료로서 귀중한 가치가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역사적인 현장의 생생한 장면들이 영원히 묻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브레송에게 감사해야 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다 한 마디의 말로 표현한다면 '결정적 순간'의 대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보다 더 적당한 말을 찾기가 어렵다. 브레송의 서거 1주년을 맞아 열린 '찰나의 거장전'은 그의 기념비적 전시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추모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2005년 7월 17일

 
다음검색
댓글
  • 12.01.24 22:57

    첫댓글 무척 잘보았습니다 계속해서 한번씩 봐야겠습니다

  • 12.01.24 23:23

    찰나의 거장다운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 12.01.27 00:36

    아름다운 작품들이네요. 즐겹게 감상하고 갑니다.

  • 12.06.13 14:59

    잘 보았습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