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소리가 들립니다 ... 강진 가우도에서
삼월의
소리가 들립니다
봄
봄...봄
소리는 촉촉합니다
소리는 따뜻합니다
소리는 살아있습니다
소리를 따라
남쪽으로 땅끝으로 내려갑니다
소리가 머무는 곳
섬
섬...섬
소리는 쪽빛 하늘을 부릅니다
소리는 청자빛 바다에 빠집니다
소리는 황토빛 길가에 머뭄니다
소리는
때절은 옷을 벗고
다리를 건너
너랑 같이 걸어갑니다
(삼월의 소리 /졸시)
밀마루 산악회 발족 후 첫트레킹이다
회원들은 서로가 첫 만남이지만 웬지 낯익고 정겨운 얼굴들인 듯 가는 내내 버스 안은 훈훈하다
남쪽으로 향하는 버스는 내려갈수록 완연한 봄기운이 슬몃슬몃 다가선다 물오른 나뭇가지에는 연초록의 순수가 가볍게 손짓을하고 밭갈이한 뻘건 황토밭에는 파종의 준비를 마친듯 농꾼의 손길이 바쁘다 영암을 지나니 강진 해남의 이정표가 나타난다
'멀다'라는 생각이 막 들어올 때 주작산의 오묘함이 보여지고 이내 바다가 나타난다
4시간여의 긴 버스길 종착지는 강진군 도암... 가우도(駕牛島)이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올 한해 무사 안녕과 밀마루 산악회의 발전을 기원하는 시산제와 가우도 섬일주
먼저 시산제를 드린다 제삿상에는 우중충한 돼지머리 대신 산뜻발랄한 돼지 저금통이 올라와 있다 발상이 새롭다 대추 밤 감 배 사과가 앞면에 가지런히 차려지고 북어포와 편육이 위에 놓이고 초 술 향이 산신을 부른다 시루떡 한 판이 보기좋다
회원들 모두 경건하게(?) 산신을 맞이하며 세번 절을 올린 (참신) 다음 회장이 첫잔을 올리고 축문을 읽고 절을 올린다(초헌) 이어 등반대장이 잔을 올리며 절하면(아헌) 세번째로 부회장들이 똑같은 의식을 행한다(종헌) 그리고 외부 인사와 임원 회원들이 잔을 올리고 재배하며(헌작)하며 제사를 마친다..양반 동네라 확연히 다르다 엄청 준비한 손길들에 감사한다 축문을 태우고 날려보내면(소지) 시산제는 끝 음복하면서 음식을 나눠먹는다 도착하자 점심을 겸하는거다 떡과 편육 그리고 김치에 막걸리 한 잔 돌리니 그 맛이 넉넉하고 쏠쏠하다
오늘의 트레킹은 섬(가우도)을 일주하는 코스다
가우도는 강진만에 있는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로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라 하면 이 섬은 소의 멍에에 해당된다고 하여 駕牛島(멍에가. 소우. 섬도)라 한단다 가우도에는 복합낚시공원과 정상부에 있는 청자타워에서 바다를 나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짚트랙이 있으며 2개의 사장교 형태의 출렁다리(?)로 뭍과 연결되어 있다
먼저 도암면을 잇는 가우도 망호출렁다리(716m) 을 건넌다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사장연육교이다 조형물은 소의 뿔을 형상화 한 것이란다 출렁다리이지만 출렁거림은 어림없는 소리다 봄바람이 살랑 내려앉는다 청자를 굽던 곳이라 그런가 바닷빛깔이 청자색이다 쫍쪼롬한 냄새가 살짝 코를 건드린다 핸드폰 하나 달랑들고 밋밋한 풍경을 찍어본다 너무 쉽게 다리 끝에 다다르고 그 밑으로 말굽 형태의 복합낚시공원이 휑하게 자리한다
해안선을 따라 데크길을 만들어졌다 아마도 대구면을 잇는 해안도로가 필요했을게다 그게 신의 한수였던거 아닌지 관광용으로 탈바꿈되었다 편하게 해안선을 타고 걸으면 운치가 있으나 풍경은 그저그저하다 지루하다 할 쯤 영랑쉼터가 나온다 바다를 뒤로 한채 다리를 꼬고 한쪽 팔은 벤치에 걸터 놓은 영랑 김윤식은 어딘지 어색하다 빛바랜 바다를 쳐다보며 영랑의 시를 읊조린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보다는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과 「오ㅡ매 단풍들것네」를 더 좋아했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
오ㅡ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ㅡ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ㅡ매 단풍 들것네 (오- 매 단풍 들겟내)
영랑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가까이 오란다
얼떨결에 혼자가 되었다 바다를 바라보고 휘어져 있는 소나무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과 파도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그 기백이 대단하다 휘적휘적 뒤도 돌아보고 건너편 산도 바라보며 데크길을 걷다보면 출렁다리가 또 나온다 가우도저두출렁다리(438m)이다
대구면을 잇는 또 하나의 출렁다리로 모양새는 망호출렁다리와 똑같다 시간은 많고 다리품도 팔아야겠기에 건너갔다 다시 온다 썰물때인가 보다 물살이 빠른듯 보여진다
이제 산길로 접어들면 마른 흙길이다 바다를 옆으로 끼고 가꾸지않은 자연생태길을 쭉 걸어간다
심심하다 일행을 기다릴까...'얼마 오지도 않았는데' 하며 다시 걷는다 여느 산길처럼...섬이라는 느낌이 없다 남쪽의 섬의 비렁길이나 숲길 오솔길을 걸으면 늘 '신비스럽다'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자꾸 갈 수록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 쉭~하는 금속성 소리와 함께 힘찬 비명소리가 바다 한 가운데 가른다 눈이 번쩍인다 짚라인의 멋진 활강이 한편의 영화 장면 처럼 사라진다 바로 위 청자타워에서 건너편 안내소 까지...길으면 2분 걸릴까 스릴 만점...타보고 싶은데하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더 크다 대리 만족으로 몇 번을 쳐다보며 보지도 않을 손을 흔든다
천천히 걸어도 일행은 오질 않는다 아마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을게다 마을 길을 끼고 내려서니 건넜왔던 출렁다리가 눈에 띠고 저 멀리 주작산의 신비스럼이 펼쳐진다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서면 작은 고깃배 선착장...그 옆으로는 다산 정약용 쉼터이다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유배지에서 보낸 세월이 5년에 이르던 1805년 겨울 장남 학연이 찾아왔다 쉼터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애뜻한 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쉼터에 설치된 조형물을 보다가 혹 가우도가 유배지인가 하고 오해하는 관광객이 있지 않을까 괜시리 저어된다)
참고로 유배지였던 다산초당은 망호선착장에서 10km 자동차로 약 7분여 거리에 있으며 다산이 유배생활을 하면서 학문을 교류했던 백련사가 바로 위에 위치해있다 백련사동백림은 명승지이다 동백의 신비스럼을 바로 코 앞에 두고 시간이 없어 들르지 못해 아쉽기 짝이 없다 다음 주말 쌍계사나 선운사에서 달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너무 쉽게 섬 한바퀴를 돌았다 한시간 남짓...뭔가 하다 만 기분이 든다 뚜렷히 남는게 없다 풍치도 멋도 세밀함도...그저 수수하다는 느낌에 너무 멀리왔는데 아쉽다라는 허전함을 안고 다시 섬을 돌아볼까하다 흐려지는 날씨에 얼마가다 멈추고 출렁다리를 건넌다
저 건너편 주작산의 풍경이 다시 들어온다
시산제를 겸한 트레킹을 안전하게 마친 회원님들의 얼굴에는 가벼운 웃음들로 가득하다 아직 기운들이 많이 남아 있는 듯 활기차다 즐건 마음으로 회가 있는 남도 음식을 받아보고 첫 트레킹의 기쁨을 안고 밀 마루 건배를 외친다...새롭게 탄생한 밀마루 산악회
의 무궁한 건승을 위해여 밀 -- 마루 울림이 남도 밥상을 들썩인다 모두가 수고했고 즐건 하루가 되었으리라
그 마음 담아 위로 위로 버스는 빠른 길을 택해 달리고 붉고 환한 보름달은 차창을 따라 빠르게 쫓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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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윤식시인님과 좋은 벗 같네요.
작품도 상당히 수준 있으시고, 나란한 모습이 다정해 보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