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황혼기에서...
대봉천주교회 손정자 세실리아
20년전 처음으로 구역장을 맡으면서 구역장은 복지 일을 해야한다는 본당신부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그것으로 인해 복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활동해 온 것이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이웃에 어려운 분이 계시면 본당에 추천해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렇게 가끔 방문해서 이야기 나누고 외로움을 덜어 드리는 일부터 하였습니다.
그런데 자식이 있으면서도 그렇게 힘들게 삶을 사시는 분들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레지오 단원이었던 할머니 한분이 하루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우리 이웃에 엘리사라는 할머니가 계시는데 일년 내내 라면만 잡숫고 사신데요. 그런데 그 할머니는 딸도 한명, 아들도 둘이 있데요.”도움을 청하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을 해 보았더니 젊으셨을 때는 미장원도 운영하시고 미군부대 일도 하시면서 자녀들을 모두 대학원까지 시키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혼자 방치된 상태로 22평 아파트에 사시는데 집안이 온통 쓰레기 더미로 덮여 있고, 방이며 거실이며 발 들여 놓을 틈도 없이, 누울 자리도 없이 해 놓으시고 오그리고 앉으셔서 계셨습니다.
난방이 언제 끊어진지 모를 만큼 냉골인 방에 관리비도 못 내시어 단수가 되어 불편하신 몸으로 3층까지 물을 조금씩 나르며 생활하셨습니다. 일단은 방을 치울 수가 없는 상황으로 단원들이 할머니를 모시고 나와 따뜻한 음식을 대접해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식당에서 갈치구이를 내 놓으니까 그것을 맛있게 잡수시고는 “나 십년만에 갈치를 처음 먹어~~”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정말 눈물이 흘렀습니다.
차라리 자식이 없었다면 기초수급선정이 되어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생활은 하시지 않아도 될까하는 마음에 자식들이 원망스럽기 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처럼 돌보아 주시던 레지오 단원 할머니께서 길에 서계시던 할머니를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모시고 가서 점심을 준비하던 중 주방에서 쓰러지시어 그만 선종하시고 말았습니다. 이웃에서 동생처럼 돌보아 주시던 할머니마저 안계시니 본당사회복지위원회와 남구청 복지사에게 연락하였고 도움을 드릴 방법을 모색하였습니다. 모두 힘을 합하여 집 정리를 도와주고 지금은 노인복지센터에서 주간호보서비스도 받으시며 도시락도 전달해 드립니다. 하지만 아들의 빚 때문에 사시던 아파트 마저 이제 경매에 넘어가고 할머니의 건강상태 또한 힘들어 지고 계십니다. 좌골신경통이 매우 심해서 걸음이 불가능해지시어 봉성체를 신청하였더니 신부님께서 찾아주시고, 신부님을 만난 할머니께서 너무 기뻐하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칠십넷, 황혼기에 접어든 저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를 그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묵묵히 기도드립니다. 이 나이에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건강을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