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98년도 입학생 및 16기(2004년도) 졸업생들의 입장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의 편입학 제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편입학 제도 운영에 대한 권한은 학칙에 따라 학교(본부)측에 있다”는 학교측의 논리가 법적으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교측은 80년대에 편입학 제도를 부정하게 이용했었고, 그 때문에 당시의 한의대생들은 격렬한 투쟁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1989년 5월 총장 명의로 “한의과대학의 학사편입에 대한 확약서”를 작성하였고 당시 많은 교수님들께서도 “한의과대학 교수로서 학생들의 의사를 지지하며 학교와 학생 간의 약속 사항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서명을 해주셨습니다. 이후 국내 6년제 의학계열(의․치대) 졸업자에 한해 학사편입을 허용하는 확약서 부칙이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비록 확약서에 관한 내용이 학칙에 명시가 되어 있지는 않았더라도 학교의 총장께서 공식적인 문서로 약속하고 많은 교수님들께서 증인이 되어주신 일종의 특약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고 지키려는 것이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의대 학생들(지금은 졸업생들)의 많은 희생으로 만들어진 확약서와 부칙으로 원만히 이루어지고 있던 편입학 제도를 학교측은 계속 흔들어왔고 학생들은 계속 저항하며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학교측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감은 커져 왔습니다.
학교측에서 편입학 조건 완화의 명분으로 ‘타 학문과의 교류’를 내세운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여쭙고 싶습니다. 15년 이상 한의대에 타 대학 타 학과의 학사학위를 취득한 우수한 학생들이 신입생으로 입학을 하면서 타 학문과의 교류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는지요? 아니면 과연 어떤 교류가 이루어져 왔는지요?
하나 더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학교측은 한의대 교과과정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지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으나 저희의 6년 한의대 생활은 예과 때부터 교양과목의 탈을 쓴 전공과목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예과 1학년 때는 3학점짜리 교양 선택 과목 2개를 고를 수 있었는데, 그나마 1개는 중국어로 선택할 것을 강요받았습니다. 학생들의 뜻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한 학기에 딱 한 과목 뿐이었습니다.
또한 단적인 예로 대전대의 경우에는 해부학을 예과 2학년 때에 배우도록 되어 있습니다. 학교측에서 강행하려 하는 “공인영어 TOEFL(iBT) 85점 이상인 자”와 “공인영어 25% + 한의학 25% + 한문 25% + 생물․화학 25%”의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예과 때 배우는 해부학적인 지식 없이도 의료인인 한의사가 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으십니까?
한의대 교수님들께도 여쭙고 싶습니다. 한의대에 재직하시면서 한의대의 특수한 상황을 다 알고 계시면서도 학교측의 학사편입 안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것은 학교와 학생 간 “신뢰의 문제”입니다.
학교측에서 편입학 제도에 대해 변경을 원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확약서 내용에 따라 한의과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득을 하여 학생들의 동의를 받았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거부하더라도 설득의 근거를 제시하고, 제3의 대안을 만들며 노력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측에서 어떻게 나왔습니까? 제아무리 공정한 기준에 따라 편입생을 받을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확약서를 무시하고 편입학 제도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학교를 보며 학생들은 학교를 의심하고 불신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학교측의 잘못된 행보는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뿌리깊은 불신을 더 깊게 만들고, 학과 교수님들 일부의 무리한 행보는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생들은 한의대 후배들이 학교측의 잘못된 행보로 더 이상 아픔과 비극을 겪지 않고, 모교에 대해 더 이상 부끄러움을 가지지 않기를 바라며, 아래와 같은 입장을 표명합니다.
1. 대전대학교는 한의과대학의 편입학 제도 변경안을 철회하라.
2. 대전대학교는 한의과대학의 학사편입에 대한 확약서를 이행하여
학생들에게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라.
한의과대학 졸업생들이 학생 시절 힘겨운 투쟁으로 얻어낸 한의과대학의 학사편입에 대한 확약서 내용을 지키지 않고, 후배들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한다면 저희 졸업생들은 이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뜻을 모아 가시적인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학생과 더불어 웃고, 학생과 더불어 우는 <학생중심대학>의 참모습을 갖추고, 졸업생과 재학생들에게 자랑스러운 모교가 되기 위한 학교측과 학과측의 현명한 결단을 기다립니다.
강아미, 김대환, 김동수, 김성래, 김세종, 김용걸, 김용, 김장하, 김정현, 김주원,
김지남, 김현신, 문의경, 문형권, 박성민, 박성영, 박장우, 박지호, 송현희, 여의주,
유형선, 윤상진, 윤석모, 윤정제, 이소열, 장종길, 장준호, 정년식, 정현태, 최강욱,
하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