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통공사(醫統公事)
갑진년(甲辰年)
1. 정월에 백남신이 관액(官厄)에 걸려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여 거처를 감추고 김병욱(金秉旭)을 통하여 천사께 풀어 주시기를 간청하거늘, 천사 가라사대 부자는 돈을 써야 하나니 돈 십만냥의 증서를 가져오라. 남신이 곧 십만냥의 증서를 올렸더니 그 뒤로 남신의 관액이 곧 풀리는지라 천사 증서를 불사르시니라.
2. 정월 십오일에 천사 술을 마시고 혼몽히 주무실 때, 장흥해(張興海)의 유아가 급병이 발하여 죽게 되므로, 흥해의 부(父) 효순(孝淳)이 급히 와서 시료(施療)를 청하거늘 천사 누워 일어나지 아니하시고 혼몽중에 냉수나 먹이라고 말씀하셨더니, 효순이 병아(病兒)에게 냉수를 먹임에 곧 죽는지라, 효순은 본래 성질이 사나워서 부중(府中) 사람들이 천동(天動)이라고 부르는 터인데, 병아의 죽음을 보고 크게 노하여 천사를 원망하여 가로대, 이는 고의로 약을 그릇 일러주어 죽임이라. 손으로 만져서 죽은 사람을 일으키며 말 한마디로 위태한 병을 고침은 내가 직접 본 바이니, 만일 고의가 아니면 물은 고사하고 흙을 먹였을지라도 그 신이(神異)한 도술로 능히 낫게 하였을 것이라 하고, 드디어 곤봉(棍棒)을 가지고 와서 천사를 난타하여 유혈이 낭자케 한지라, 천사께서 비로소 잠을 깨어 일어나시니, 효순이 결박하여 장방청(長房廳)으로 갔다가 문득 뉘우치 듯이 끄르며 가로대, 이것이 다 나의 잘못이라, 유아가 급증으로 죽었거늘 어찌 선생을 원망하리요 하고, 전교(前交)를 회복하기를 청하며 자기집으로 동행하기를 구하거늘, 천사 듣지아니하시고 서원규(徐元圭)의 집으로 가서 유하시고 다음날 이직부의 집으로 가시니라. 대개 효순이 천사를 용서하여 장방청으로부터 돌아가시게 한 것은 백남신에게 받은 돈 이십만냥의 증서가 있음을 알고 돈을 요구하려 함이러라.
3. 다음날에 효순이 원규의 집에 가서 천사의 아니 계심을 보고 대노하여 살인범으로 도피하였다 하고 사방으로 수색하더라. 그때에 천사의 성솔(省率)은 전주군 우전면(雨田面) 화정리(花亭里) 이경오의 집 협실에 이거(移居)하였는데 효순의 가족이 화정리에 와서 행패하니라. 김형렬은 효순의 일을 알지 못하고 천사의 소식을 들으려고 화정리에 오니, 효순의 집 사람들이 형렬을 결박하여 원규의 집으로 가서 천사의 행방을 묻되 가르키지 아니하므로, 그들은 더욱 분노하여 형렬과 원규를 무수히 구타하니라. 이로 인하여 천사의 성솔은 태인 굴치로 피화(避禍)하고 형렬은 원규의 집에서 밤중에 도피하고, 원규는 그들의 연일 행패에 견디지 못하여 약국을 폐쇄하고 가권(家眷)을 거느리고 익산으로 피화하니라.
4. 하루는 종도들이 여쭈어 가로대 선생의 권능으로 어찌 장효순의 난을 당하였나이까. 천사 가라사대 교중(敎中)에나 가중(家中)에 분쟁이 일어나면 신정(神政)이 문란하여 지나니, 그대로 두면 세상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되므로 내가 자신으로 그 기운을 받아서 해소함이로다 하시니라.(장효순난 직전에 고부 가정에 분란이 있었음)
5. 하루는 이직부의 집에 머무르시더니 직부의 부친 치안이 그 해 신수(身數)를 묻거늘, 천사 백지 한 장에 글을 써서 불사르시고 다시 글을 써서 밀봉하여 주시며 가라사대, 급한일이 있거든 떼어보라 하신지라 치안이 깊이 갈머두었더니, 그 뒤에 그 며느리가 난산으로 위경에 이르렀음을 듣고 그 일을 가르치심인가 하여 봉서를 가지고 간즉 이미 순산하였거늘, 다시 갈머두었더니 세말에 치안이 병이 들어서 위독한지라 직부가 봉서를 떼어보니 소시호탕(小柴胡湯) 두 첩이라 썼거늘 그 약을 써서 곧 나으니라.
6.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 운수는 천지에 가득 차 원원(元元)한 천지대운이므로 갑을(甲乙)로써 머리를 들 것이요, 무기(戊己)로써 구비를 치리니 무기는 천지의 한문(旱門)인 까닭이니라.
7. 이월에 밤재에 계실 때 영학에게 대학을 읽으라 하였더니, 영학이 듣지아니하고 술서(術書)에 착미(着味)하거늘 천사 탄식하여 가라사대, 멀지아니하여 영학을 못 보게 되리라 하시고 이도삼을 보내사 ‘骨暴沙場纏有草(골폭사장전유초) 魂返故國弔無親(혼반고국조무친)’이란 글 한 귀를 전하여 영학으로 하여금 살펴 깨닫게 하시되, 영학이 종시(終是) 살펴 깨닫지 못하니라.
8. 그 뒤에 영학이 병들어 위독한지라, 천사 들으시고 김갑칠을 데리고 밤재에 가실 때 중로(中路)에서 한 주막에 드시니, 한 사람이 허리가 굽어서 엎디어 기어다니거늘 천사 그 허리펴지 못한 이유를 물으시니, 대하여 가로대 십여년 전부터 곱사가 되어서 고치지 못하였나이다 하거늘, 천사 손으로 그 허리를 펴주시고 사금 열닷냥을 가져오라 하시니, 그 사람이 기뻐 뛰놀며 가로대 선생은실로 재생지은(再生之恩)이 있사오니 그 은혜를 갚으려 할진대 태산이 오히려 가벼우나 지금 몸에 지닌 돈이 없으니 무엇으로 갚사오리까. 천사 가라사대 물품도 가하니라, 그 사람이 가로대 내가 널 장사를 하오니 널로 드림이 어떠하나이까 널 한 벌 값이 열닷냥이옵니다. 천사 가라사대 그도 좋으니 잘 가려두라 하시고 집에 돌아가시니, 영학이 이미 죽었거늘 그 널을 가져다가 장사지내시니라.
9.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나의 일이 장차 초장봉기지세(楚將蜂起之世)로 각 색(色)이 혼란스럽게 일어나서 물중전(잡화전) 본을 이루리라. 그러나 다시 진법(眞法)이 나오게 되리라.
10. 세상에 전하여 온 모든 허례(虛禮)를 그르게 여겨 가라사대, 이는 묵은 하늘이 그르게 꾸민 것이니 장차 진법(眞法)이 나리라. 또 제례진설법(祭禮陳設法)을 보시고 가라사대, 이는 묵은 하늘이 그릇 정한 것이니 찬수(饌需)는 깨끗하고 맛있는 것이 좋은 것이요 그 놓여있는 위치로 인하여 귀중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라. 또 상복제도(喪服制度)를 미워하사 가라사대 이는 거지 죽은 귀신이 지은 것이니라.
11. 이월(二月) 보름날 김갑칠을 데리고 부안 고부 등지를 순유(巡遊)하실 때 저녁에 고부 검은 바위주막에 들리시니, 이때에 화적(火賊)이 많이 일어나서 대낮에 횡행하므로 순검(巡檢)한 사람이 미복(微服)으로 야순(夜巡)하려고 이 주막에 들었거늘, 천사 주모에게 일러 가라사대 저 사람에게 주식(酒食)을 주지말라 만일 술과 밥을 먹였다가 값을 받지 못하면 넉넉지 못한 영업에 손해가 아니냐 하시니, 순검이 이 말씀을 크게 성내어 천사를 구타하며 무례한 말을 한다고 꾸짖거늘, 천사 웃어 가라사대, 다죽은 송장에게 맞아서 무엇이 아프랴 하시고 밖으로 나가시니, 주모가 순검에게 이르되 저 양반의 말씀이 이상하니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을지니 나가서 사과하고 그 연고를 물어보라 하거늘, 순검이 옳게 여겨 천사의 뒤를 따르며 사과한 뒤에 연고를 물으니, 천사 가라사대 오늘 밤에는 사무를 폐하고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라. 순검이 명하신 대로 몸을 피하였더니, 이윽고 밤이 깊음에 화적이 몰려와서 주모를 구타하며 순검의 간 곳을 물으니 이는 곧 여러 화적들이 순검을 죽이려고 미리 약속한 일이 있음이라. 이튿날 순검이 천사의 계신 곳을 찾아와서 살려주신 은혜를 감사하니라.
12. 천사 비록 미천한 사람을 대할지라도 반드시 존경하시더니, 형렬의 종 지남식에게도 매양 존경하시거늘 형렬이 여쭈어 가로대, 이 사람은 나의 종이오니 존경치 말으소서. 천사 가라사대 이 사람이 그대의 종이니 내게는 아무 관계도 없나니라 하시며, 또 일러 가라사대 이 마을에서는 어려서부터 숙습(熟習)이 되어 창졸간(倉卒間)에 말을 고치기 어려울지나 다른 곳에 가면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다 존경하라. 이 뒤로는 적서(嫡庶)의 명분과 반상(班常)의 구별이 없느니라.
13. 오월에 천사 밤재에 계실 때 갑칠이 구릿골로부터 이르거늘 천사 물어가라사대, 너의 지방에 농황(農況)이 어떠하뇨, 갑칠이 대하여 가로대 가뭄이 심하여 이종(移種)을 못하므로 민심이 소동(騷動)되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네가 비를 빌려왔도다. 네게 우사(雨師)를 붙이노니 곧 돌아가되 길에서 비를 맞을지라도 피하지 말라. 이는 네몸에 천지공사를 띠고 가는 연고니라. 갑칠이 명을 받고 돌아 갈 새 얼마 아니가서 비가 시작하여 잠시에 냇물이 넘치는지라, 이로부터 물이 풍족하여 수일 동안에 모심기를 마치니라.
14. 유월에 형렬을 데리고 태인 신배를 지나실 때, 그 마을 어떤 집에 불이나서 모진 바람에 기세가 크게 성하거늘, 천사 민망히 여겨 가라사대 저 불을 그대로 두면 이 바람에 온 마을이 재가 되리니 맞불을 놓아 끄리라 하시고, 형렬을 명하사 섶으로써 불을 피우시니 곧 바람이 자고 불이 꺼지니라.
15. 하루는 형렬이 어떤 친족에게 합의치 못한 일이 있어서 모질게 꾸짖거늘, 천사 일러 가라사대 악장제거무비초(惡將除去無非草)요 호취간래총시화(好取看來總是花)니라.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사(行事)는 마음의 자취라. 말을 좋게하면 복이 되어 점점 큰 복을 이루어 내 몸에 이르고, 말을 나쁘게 하면 재앙이 되어 점점 큰 재앙을 이루어 내 몸에 이르나니라.
16. 팔월 스무 이렛날 익산 만중리 황사성의 집에 이르시니, 마침 어떤 사람이 노기를 띠고 있거늘 그 마을 정춘심의 집으로 옮겨가시니라. 원래 사성의 부친 숙경이 전주 용진면 용바위 황참봉에게 빚이 있었더니, 황참봉이 죽은 뒤에 그 아들이 사람을 보내서 빚을 재촉하며 만일 갚지 아니하면 경무청에 고소하여 옥중에다 썩히면서 받겠다고 위협하는지라, 이날 밤에 사성부자가 춘심의 집에 와서 천사께 이 일을 아뢰며 무사하도록 끌러 주시기를 간청하거늘, 천사 숙경에게 명하사 무명베 한 필을 사다가 옷 한 벌을 지어 입으시고 숙경에게 일러 가라사대, 일이 잘 풀리리니 근심을 놓으라. 무명베 한 필은 채권과 채무 사이에 길을 닦는 것이니라 하시더니 그 뒤에 순검이 와서 숙경을 잡아가려고 하거늘, 숙경이 순검으로 더불어 채권자의 집에 가서 갚을 기한을 물리기로 하고 화해를 청해도 채권자가 듣지 아니하고 고집하거늘, 그 모친이 아들을 불러 꾸짖어 가로대 저 어른은 네 부친의 친구인데 이제 옥에 가두려하니 이는 금수(禽獸)의 행위를 하려 함이라 하고, 그 증서를 빼앗아 불살라 버리니 채권자가 할 일 없어 숙경에게 사과한 뒤에 드디어 고소를 취하하고 빚을 탕감하여 버리니라.
17. 구월 열흘날 함열 회선동 김보경의 집에 가시니 보경이 여쭈어 가로대, 이 근처에는 요사이 도적이 출몰하여 밤마다 촌락을 터는데, 내집이 비록 넉넉지는 못하나 밖에서는 부자인 줄 알므로 실로 두려워서 마음을 놓지 못하오니 청컨대 도난을 면케하여 주옵소서. 천사 웃으시며 문앞에 침을 뱉으시고 일러 가라사대, 이 뒤로는 마음을 놓으라. 도적이 저절로 멀리 가리라 하시더니 과연 그 뒤로는 도적의 자취가 없어지니라.
18. 구월 열나흗날 함열 회선동 김보경의 집에 가시니 개가 심히 짖고 나오더라. 이 때에 보경이 병들어 누워서 크게 위독하므로 천사께 고쳐주심을 청하거늘, 천사 웃으시며 가라사대 주인의 병은 이미 저 개에게 옮겼으니 근심을 말라 하시더니, 과연 보경의 병은 곧 낫고 그 개는 병들어서 사흘만에 죽으니라.
19. 구월에 함열 회선동 김보경의 집에 계실 새 보경을 명하사 유(儒), 불(佛), 선(仙), 삼자(三字)를 쓰라 하신 뒤에, 종도들에게 뜻 가는 대로 한 자씩 짚으라 하시니, 보경은 불자를 짚고 또 한 사람은 유자를 짚거늘 가라사대 유는 부유(腐儒)니라 하시니라.
20. 천사께서 함열에 많이 계셨는데 이것은 만인함열(萬人咸悅)의 뜻을 취함이라 하시더라. 천지공사를 행하시므로부터 두루 순회(巡廻)하시는 곳은 전북 칠군(七郡)이니, 곧 전주 태인 정읍 고부 부안 순창 함열이러라.
21. 구릿골에 계실 새 하루는 황응종이 와서 뵈옵고 부인에 관한 친명을 전하거늘, 천사께서 형렬, 자현, 보경, 공숙, 등 여러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가정사는 친명대로 처리하노니 너희들이 증인을 설지니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공사에는 수부(首婦)가 있어야 하나니 수부를 천거하라 하시니 형렬이 둘 째 딸로 하여금 수종들게 하니라.
22. 동짓달에 전주에 이르시니 마침 민요(民擾)가 일어나서 인심이 소동하는지라, 보경에게 일러 가라사대 김병욱이 국가의 중진(重鎭)에 처하였으니 소동된 인심을 잘 진압하여 그 직책을 다하여야 할지라 그 방략을 어떻게 정하였는지 물어오라. 보경이 병욱을 찾아 명하신 바를 전하니 병욱이 천사께 와 뵙고 가로대, 무능한 나로서는 물끓듯하는 민요를 진압할 수 없으니 오직 선생의 힘만 믿나이다. 천사 가라사대 내가 가름하여 진압하리라 하시고, 이날 저녁부터 비와 눈을 크게 내리시며 기후를 혹독히 춥게 하시니 방한설비(防寒設備)가 없이 한데 모였던 군중은 할 일 없이 해산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비와 눈은 사흘 동안을 계속하므로 군중은 다시 모이지 못하고 소동은 스스로 진정되니라.
23. 섣달에 원평에 계실 새, 그 때에 어사 박재빈이 전라북도 일곱 고을 군수를 파면하고 장차 전주에 출도하려 함에, 군수 권직상의 지위도 위태하게 된지라, 김병욱은 이때에 전주 육군장교로서 권직상과 친분이 있을 뿐 아니라, 권직상이 파면되면 자기의 일에도 또한 낭패될 일이 많으므로 그 일을 근심하여 천사께 그 대책을 묻거늘, 천사 가라사대 그 일은 무사하도록 끌러 주리니 근심치 말라 하시더니, 그 뒤에 박어사가 권직상을 파면하려고 전주부에 들어오자 때마침 박어사의 면관비훈(免官祕訓)이 전주부에 이르니라.
24. 하루는 종도들을 데리시고 모악산 용안대에 이르사 여러날 머무르실 새, 마침 눈이 크게 내려 교통이 두절케 되었는데 양미(糧米)가 두끼 지을 것밖에 남지 아니 하였으므로, 종도들이 서로 걱정하거늘 천사 들으시고 그 남은 양식으로 식혜(食醯)를 지으라 하시니, 종도들은 부족한 양식을 털어서 식혜를 지으면 더욱 부족하여 굶게 될 것을 걱정하며 식혜를 지어 올린 대, 천사 종도들과 나누어 잡수시니 곧 눈이 그치고 일기가 화난(和暖)케 되어 장설(丈雪)로 쌓인 눈이 경각(頃刻)에 다 녹아 도로가 통하므로 곧 돌아오시니라.
25. 섣달에 구릿골에 이르시니, 김갑진이 여러해 된 문둥병으로 얼굴과 손발에 부종이 나고 눈썹털이 다 빠졌더니, 천사의 신성하심을 듣고 와서 고쳐주심을 청하거늘, 천사 갑진으로 하여금 정문 밖에서 방을 향하여 서게 하시고, 형렬 외 두어 사람으로 하여금 대학경(大學經) 일장장하(一章章下)를 읽히신 뒤에 돌려 보내시니, 이로부터 갑진의 병이 곧 나으니라.
26. 하루는 종도들을 데리고 어디를 가시다가 한 주막에 드시니 그 주인이 창증(脹症)으로 사경에 이르렀거늘, 종도에게 일러 가라사대 저 병을 치료하여 주라 하시며 「대학지도(大學之道) 재명명덕(在明明德) 재신민(在新民) 재지어지선(在止於至善)」을 읽히시니, 금시에 아래로 물이 흘러내리고 부기가 빠지는지라 천사 웃으시며 가라사대, 너희들의 재조가 묘하도다 하시고 떠나시니라. 종도들이 대학수장(大學首章) 한 절로 병을 치료한 이유를 물으니 가라사대, 재신민이라 하였으니 새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하시니라.
27. 대학(大學)에 물유본말(物有本末)하고 사유종시(事有終始)하니 지소선후(知所先後)면 즉근도의(則近道矣)라 하였으며, 또 기소후자(其所厚者)에 박(薄)하고 소박자(所薄者)에 후(厚)할이 미지유야(未之有也)라 하였으니 인도(人道)의 규범이니라.
28. 형렬에게 일러 가라사대, 선비는 대학경일장장하(大學經一章章下)를 알아 두어야 하나니라
하시고 외워주시니 이러하니라
「우경일장(右經一章) 개공자지언이증자술지(蓋孔子之言而曾子述之)
기여십장즉(其餘十章則) 증자지의이문인기지야(曾子之意而門人記之也)
구전파유착간(舊傳頗有錯簡) 금인정자소정이갱고경문(今因程子所定而更考經文)
별유서차여좌(別有序次如左)」
29. 천사 늘 종도들에게는 평어(評語)를 쓰시나, 만일 외인(外人)이 있는 때에는 항상 경어(敬語)를 쓰시니라. 또 누구를 대하던지 다정하게 하시고 일어(一語), 일묵(一黙), 일동(一動), 일정(一靜), 일희(一喜), 일노(一怒)를 법도있게 하시니라.
30. 천사께서 종도들 중에 허물지은 자가 있으면 추상(秋霜)과 같이 꾸짖으신 뒤에 「다시는 그리 말소 응」하시는 소리로 춘풍(春風)화기(和氣)와 같이 마음을 풀어 주시니라.
31. 시속에 어린 학동들에게 통감(通鑑)을 가르치나니 이는 첫 공부를 시비(是非)로써 넣는 것이라 어찌 마땅하리요.
32. 이때는 천지성공(天地成功)시대라, 서신(西神)이 명을 맡아서 만유(萬有)를 지배하여 뭇 이치를 모아 크게 이루나니 이른바 개벽이라. 만물이 가을바람에 혹 말라서 떨어지기도 하고 혹 성숙하기도 함과 같이, 참된 자는 큰 열매를 맺어 그 수가 길이 창성할 것이요, 거짓된 자는 말라 떨어져 길이 멸망할지라. 그러므로 혹 신위(神威)를 떨쳐 불의를 숙청하며, 혹 인애(仁愛)를 베풀어 외로운 사람을 돕나니 삶을 구하는자와 복을 구하는 자는 힘쓸지어다.
33. 전주 모악산(母嶽山)은 순창 회문산(回文山)과 서로 마주서서 부모산이 되었으니, 지운을 통일하려면 부모산으로 비롯할지라. 이제 모악산으로 주장(主張)을 삼고 회문산을 응기(應氣)시켜서 산하의 기령(氣靈)을 통일할지니라. 또 수운(水雲)의 글에 「산하대운(山下大運)이 진귀차도(盡歸此道)」라 하고 궁을가(宮乙歌)에 「사명당(四溟堂)이 갱생(更生)하니 승평시대(昇平時代) 불원(不遠)이라」하였음과 같이, 사명당을 응기하여 오선위기로 시비를 끄르며 호승예불로 앉은 판이 되며, 군신봉조로 임금을 내이며 선녀직금으로 비단옷을 입히리니, 이로써 밑자리를 정하여 산하대운을 돌려 발음케 하리라.
34. 동학 신도들이 안심가(安心歌)를 잘못 해석하여 난을 지었느니라. 일본사람이 삼백년 동안 돈 모으는 공부와 총 쏘는 공부와, 모든 부강지술(富强之術)을 배워 왔나니 너희들은 무엇을 배웠느뇨, 일심으로 석달을 못 배웠고 삼년을 못 배웠나니 무엇으로 저희들을 대항하리요, 저희들을 하나 죽이면 너희들은 백이나 죽으리니 그런 생각은 하지말라. 이제 최수운을 일본명부(冥府) 전명숙을 조선명부, 김일부를 청국명부로 정하여 각기 일을 맡아 일령지하(一令之下)에 하룻 저녁으로 대세를 돌려 잡으리라.
35. 천사 가라사대 주문은 무슨 주문(呪文)이든지 믿고만 읽으면 좋으니라 하시며 가라사대, 어느 혼기(婚期)를 잃어 한이 된 처녀가 도나 닦으려고 이웃에 수도하는 노 부처(夫妻)를 찾아가 주문을 물은 대, 때마침 노 부처는 서로 다투던 뒤라서 심사(心思)가 불안하여 귀찮은 마음에서 「아무것도 싫다」라고 대답하였더니, 처녀가 이를 주문으로 알고 좌와(坐臥)동작(動作)에 쉬지 않고 열성으로 읽으니, 온 식구들이 싫어하던 중 그 말을 외우면서 이고 오는 물동이를 그 아버지가 보리타작 하던 도리깨로 쳐서 돌 위에 넘어 졌으나 동이도 성하고 물도 쏟아지지 아니하였느니라 하시니라」
36. 가라사대 옛적에 어떤 사람이 선술(仙術)을 배우기 위하여 스승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더니, 어떤 사람이 선술을 가르쳐주기를 허락하며 십년 동안의 성의(誠意)를 보이라 하니, 그 사람이 머슴살이로 진심(盡心)갈력(竭力)하여 그 집 농사에 힘 썼더니, 십년이 찬 뒤에는 주인이 그 성의를 칭찬하며 선술을 가르쳐 주리라 하고, 그 부근에 있는 연못에 데리고 가서 이르기를, 물위로 뻗은 버들가지에 올라가서 물로 뛰어내리면 선술을 통하리라 하거늘, 머슴이 그 말을 믿고 나뭇가지에 올라가서 물로 뛰어 내리니, 미처 떨어지기 전에 뜻밖에도 오색구름이 모여들고 선악소리가 들리며 찬란한 보련(寶輦)이 나타나서 그 몸을 태우고 천상으로 올라갔다 하였나니, 이것이 그 주인의 도술로 인함이랴 학자(學者)의 성의로 인함이랴 이 일을 잘 해석하여 보라 하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