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53]행서=益齋(이재)이제현(李齊賢)시-思歸(사귀)
思歸[사귀]- 고국(故國)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다
益齋(익재)이제현(李齊賢)
扁舟漂泊若爲情。[편주표박약위정]
四海誰云盡弟兄。[사해수운진제형]
一聽征鴻思遠信。[일청정홍사원신]
每看歸鳥嘆勞生 [매간귀조탄로생]
思歸사귀= 칠언율시. 『익재난고(益齋亂藁)』 권1에 수록되어 있다.
충선왕이 원나라에 머물 때 참소를 받고 토번에 귀양가게 되자
따라가면서 고향생각을 읊은 시이다.
1·2구에서는 『논어』에서 사해가 모두 형제라고 하여
남과 잘 지내면 형제와 다름없다고 하였지만,
자신은 마치 물 위에 떠다니는 조각배와 같다고
자신의 떠돌이 신세를 한탄하였다.
3·4구에서는 이같은 심정이 바로 고향에의 그리움으로 이어져서
“기러기 소리만 들어도 고향생각에 젖는다.”고 하여,
감각적 수법으로 자신의 짙은 향수를 효과적으로 나타내었다.
益齋익재= 고려 말기의 학자 이제현(李齊賢)의 號.
李齊賢이제현= 고려후기 정당문학, 판삼사사, 정승 등을 역임한
문신·학자·문인이다. 1314년(충숙왕 1) 상왕 충선왕의 부름을 받고
연경의 만권당에 머물면서 원의 유명한 학자·문인들과 교유하고
중국 내륙 여행을 하며 학문과 식견을 넓혔다.
관료로서 고려가 원의 부마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한계 안에서 국가의 존립과 사회모순의 시정을 위해 노력했다.
성리학 도입에 공이 컸고, 『익재집』을 남겼으며
시·사에 뛰어나 고려 한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扁舟편주=작은 쪽 배. 片舟.
扁= 작을 편.넓적할 편, 치우칠 편, 두루 변. 舟=배 주.
漂泊표박= 표박하다. 유랑하다. 방황하다. 떠돌아다니다. 정박(停泊)하다.
漂= 떠다닐 표. 泊= 머무를 박' 또는 '배댈 박.
若= 같을 약, 건초 야, 땅이름 야(다른 표현: 반야 야).
爲=될 위.
情= 뜻 정 .
四海사해= 온 세상.사방의 바다.
誰= 누구 수.
云= 이를 운(다른 표현: 구름 운). ※ 雲의 古字.
盡= 다할 진 .
弟兄제형= 아우와 형.
一 한 일, 고자(古字)弌.
聽= 들을 청, 허락할 청. 속자(俗字)聴, 聼.
征= 갈 정(다른 표현: 칠 정, 부를 징).
鴻= 큰기러기 홍.
思=생각 사.
遠=멀 원.
信=소식 신. 믿을 신, 펼 신. 고자(古字)㐰, 訫.
每=매양 매.
看=볼 간.
歸=돌아갈 귀.
鳥=새 조.
嘆= 탄식할 탄.
勞生로생= 노고(勞苦)가 많은 인생 ② 어렵게 살아가다
思歸(사귀) - 李齊賢(이제현)
扁舟漂泊若爲情, 四海誰云盡兄弟
정처없는 조각배, 내 마음 또한 그 같은데,
사해가 모두 형제라고 누가 일렀던가?
一聽征鴻思遠信, 每看歸鳥嘆勞生
멀리 기러기 소리에 고향 소식 생각나고,
돌아가는 새를 볼 때마다 고달픈 인생 탄식하네
窮秋雨鏁靑神樹, 落日雲橫白帝城
궁상맞은 가을비 청신의 숲에 가득하고,
해는 지는데 구름은 백제성을 비꼈구나.
認得蓴羹勝羊酩, 行藏不用問君平.
순채국이 양락보다 나은 줄 아는데,
내 행장을 군평에게 물어 무엇하리
원문=동문선 제15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東文選卷之十五 / 七言律詩
思歸
扁舟漂泊若爲情。四海誰云盡弟兄。
一聽征鴻思遠信。每看歸鳥嘆勞生。
窮秋雨鏁靑神樹。落日雲橫白帝城。
認得蓴羹勝羊酪。行藏不用問君平。
사귀(思歸)
이제현(李齊賢)
편주로 떠도는 내 마음 서글퍼라 / 扁舟漂泊若爲情
사해가 다 형제라고 누가 일렀던고 / 四海誰云盡弟兄
기러기 소리 듣자 고향 편지 그립고 / 一聽征鴻思遠信
돌아가는 새를 보면 수고로운 신세 가엾어라 / 每看歸鳥嘆勞生
늦가을 청신(고을 이름) 나무에 궂은 비가 자욱하고 / 窮秋雨鎖靑神樹
지는 해 백제성에 구름이 비끼였네 / 落日雲橫白帝城
과연 순나물 국이 양젖보다 나으니 / 認得蓴羹勝羊酪
내 행장을 군평(유명한 점사)에게 물어 무엇하리 / 行藏不用問君平
[주-D001] 행장(行藏) : 공자(孔子)의 말에,
“세상이 나를 쓰면 도(道)를 행(行)하고 나를 버리면 감춘다[藏].”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양주동 (역) | 1968
원문=익재난고 제1권 / 시(詩)
思歸
扁舟漂泊若爲情。四海誰云盡弟兄。
一聽征鴻思遠信。每看歸鳥嘆勞生。
窮秋雨鎖靑神樹。落日雲橫白帝城。
認得蓴羹勝羊酪。行藏不用問君平
고국(故國)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다
배를 타고 떠다니니 마음 걷잡을 수 없는데 / 扁舟漂泊若爲情
사해가 모두 형제라고 누가 일렀나 / 四海誰云盡弟兄
기러기 소리 들리게 되면 먼 데 소식 고대하고 / 一聽征鴻思遠信
돌아가는 새 볼 때마다 괴로운 인생 탄식이 나네 / 每看歸鳥嘆勞生
쓸쓸한 가을비 청신의 숲에 자우룩하고 / 窮秋雨鎖靑神樹
해질 무렵 흰 구름 백제성에 가로질렀네 / 落日雲橫白帝城
순채국이 양락보다 나음 지금 바로 알겠으니 / 認得蓴羹勝羊酪
나의 행장 군평에게 물을 필요 없네 / 行藏不用問君平
[주-D001] 사해(四海)가 모두 형제 :
《論語》 顔淵에 “사마우(司馬牛)가 근심스레
‘남들은 모두 형제가 있는데 나만 없다.’ 하자,
자하(子夏)는 ‘공경하고 예의를 지키면 사해의 안이
모두 형제이니 형제 없는 것을 근심하는가.’ 했다.” 하였다.
[주-D002] 쓸쓸한 …… 가로질렀네 :
청신(靑神)은 사천성(四川省)에 있는 고을로 미산현(眉山縣) 남쪽에 있으며
백제성(白帝城)은 사천성 봉절현(奉節縣) 동쪽 백제산(白帝山)에 있다
.[주-D003] 순채국이 …… 필요 없네 :
양락(羊酪)은 양유(羊乳)로 만든 죽으로 고급 식품이며
행장(行藏)은 출처(出處)와 같은 뜻으로 세상에서 나아가는 것을 행(行),
물러가는 것을 장(藏)이라 한다.
군평(君平)은 한(漢) 나라 때의 은사(隱士) 엄준(嚴遵)의 자(字)
.《晉書》 張翰傳에 “진(晉)의 문장가 장한은 고향이 오군(吳郡)이었는데,
제왕 경(齊王冏)의 동조연(東曹椽)으로 있다가 가을 바람이 불자
갑자기 고향의 명산물인 순채국과 농어회[鱸膾]가 생각나므로
‘인생이란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것이 좋으니,
무엇 때문에 벼슬에 얽매여 타향에 있겠는가.’ 하고는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했으므로 굳이 행장을 물을 것 없이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철희 (역) |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