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서윤이. 서윤이는 일주일에 한번 할아버지 자동차를 타고 할머니, 엄마와 함께 전주에 온다.
서윤이를 처음 만났을때 눈맞춤을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고집하는 아이였다.
서윤이는 외동이로 외할머니를 엄마보다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엄마는 아이를 출산한후 산후 우울증이 있어 치료를 받느라 아이와 애착관계를 맺지 못했었다고 한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동안 외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지냈는데 다른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잘 되지 않고 병원에 갔더니 발달이 지연되고 있어 자폐성 장애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서윤이는 치료실에 들어오면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만 하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자기가 선택한 놀이에만 집중했다.
서윤이와 만나는 6개월은 서윤이가 하고 싶은 것, 생각하는 것을 들어주고 표현하게 하는 수업에 집중했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돌아다니던 아이는 앉으라고 하지 않아도 의자에 앉아 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서윤이와의 만남은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새싹처럼 희망을 담아냈다. 상담하러 오가는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다보니 서윤이와의 만남은 필요했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진행할 수가 없었다. 서윤이는 검사를 통해 자폐성향이 많이 줄어서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병원의 진단이 있어서 수업을 내려놓고 기관 수업을 마무리 했었다.
몇 달 후 서윤이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서윤이 수업을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서윤이가 3~4명의 선생을 만났었는데 계속 바뀌고 지금 하고 있는 선생님을 만나고 오면 스트레스를 받는지 설사를 한다고 했다. 서윤이가 자폐가 심해져 공격적으로 바뀌어서 힘들다고 하는데 선생님과 했을때가 생각나는지 치료실 갈때마다 상담실 올라가면 "000 선생님이 계실거야"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어머님은 많이 지쳤고, 집에서도 맘에 들지 않는 상황이 되면 소리를 지르고, 울거나, 험한 말을 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윤이 어머님과의 대화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한시간을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오게되는 상황이 마음이 쓰였다. 어머님의 건강 상태를 알기에 더욱 마음이 흔들렸다.
흔들린 마음은 다시 서윤이와의 만남을 이어줬다. 일주일에 한번 만나서 놀이를 하고 책을 읽었다. 서윤이는 한번 말해준 책 제목은잊어버리지 않았고, 한번 읽은 내용은 다 외우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서윤이의 놀라운 암기력은 상호작용은 부족했지만 이론적인 성장을 도왔다. 서윤이의 자폐는 아스퍼거 성향을 가졌다.
서윤이를 다시 만났을때 염려했던 공격적인 언어와 울음은 흥미로운 활동을 하면서 점점 줄었다. 서윤이의 미운 말들은 자기를 방어하는 언어들이었다. "엄마, 저기 식탁밑에 들어가 있어요", "000선생님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 "000 저리 꺼져버리라구요" 의 무서운 표현들은 "선생님 하기 싫어요" "재미없어요" 라는 말로 바꿔주었다. 미운 말을 할때마다 "선생님 하지 마세요" "제가 할거예요" "선생님 서윤이 화났어여" 등으로 대체하는 연습을 하면서 "서윤이 000하기 싫다는 말이지" 라고 말했더니 어느새 아이의 부정적인 대화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윤이의 부정적인 언어들은 화나고 하기 싫다는 서윤이만의 새로운 언어 세계였던 것이다. 우리는 아이가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냈을때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모를때도 있고, 하면 안된다는 말을 하면서 정서적인 압박을 말속에 심는다. 그렇게 전달된 언어는 아이의 울음과 짜증을 더 큰 덩이로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너는 000 한다는 말이지"라고 말을 전할 수 있다면 부딪치거나 감정 보복은 줄어든다. 내 마음과 다른 아이를 마주했을때 당황하지 말고 한번쯤 기억해내야한다. "내가 너일순 없지만 나는 너의 편이 되어줄수 있단다."
책을보고 재잘대는 서윤이는 한번, 두번, 열번을 만나며 수다쟁이가 되었다. 서윤이의 빛나는 눈이 나와 눈맞춤을 하지 않는다해도 우리는 한마음이었고, 반말을 섞어서 이야기를 하는 아이는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미숙한 진심을 담은 소통이기에 즐거웠다.
어는덧 서윤이의 자폐성향은 줄어 들었고, 서윤이를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받았다. 서윤이와의 만남은 언제나 신선하고 사랑스럽다. 서윤이의 언어는 재미나다. 할머니 말투를 쓸때는 귀엽다. 전기뱀장어 오려서 가져가겠다고 우는 모습 마저도 사랑스럽다. 서윤이는 서윤이 만의 맛이 있다. 오늘도 서윤이는 물웅덩이 책을 보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메기를 귀엽고 예쁘다고 말했다. 귀여운 메기를 보며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메기를 그리고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아이만의 진정한 신뢰가 느껴졌다. 가위로 오리고 메기라는 글자를 써본다. "네모, 꼭지, 막대 2개, 안녕 막대" 우리만의 부호로 '메기'를 썼다. 개구리 글씨를 외우는 것처럼 쉽게 글자를 쓰는 그 모습이 진지하다. 서윤이의 자폐 성향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이제 글자에 관심을 가졌으니 우리만의 방법으로 익혀 나가야 한다. 개구리 글자리 "안녕, 막대, 막대, 막아!, 안녕 막대 꼭지, 지렁이 막대" 라는 재미난 방법은 서윤이에게 딱 맞는 학습법이 되고 있다.
서윤이를 만나게 되어 얼마는 다행인지 모른다. 무언가 나누고 알려줄 것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감사하다. 자폐를 이해한다는 것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나는 27년을 자폐를 배우며 살았다. 그 경험이 서윤이를 성장할 수 있게 한다면 얼마난 좋은일인지 모르겠다. 서윤아 개구리에게 메기를 소개해줘서 고마워~ 다음에 또 다른 친구 소개해줘~
첫댓글 수필의 소재로 신선하고 좋아요.
자폐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 있고 일면 재미도 있네요.
몇 달 후 서윤이 어머님으로부터 ㅡㅡ어머니로부터로 하는 게 좋을 듯하고요.
이 문장을 다음 문장
대화체 뒤로 옮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27년을 자폐를 배우며 살았다ㅡㅡㅡ자폐를 공부했다거나 학습했다거나로 바꾸심이 어떨지.
자칫 저자가 자폐인 것으로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굳이 흠을 잡자면 좀 길다는 느낌? 이 분야 사람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기 위한 글이 아니고 한 편의 수필로 완성하려면 좀 버릴 부분은 버리면 어떨까도 싶어요.
네~~감사합니다^^
일단 어제 저녁에 무언가 써놔야지 싶어서 생각나는대로 썼어요
참고해서 고쳐볼께요
재미있는 아이라 앞에 쓴것은 지우고
중간부분의 내용을 살려 재밌게 써보고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