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
오늘 탐방은 가시리의 쫄븐갑마장길 중에 대록산(큰사슴이오름)을 중심으로 김천석 선생님의 유익한 해설을 들으며 다녀왔습니다.
■ 소재지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52-4 (주차장)
■ 코스 ; 정석항공 주차장▶대록산 정상▶정석항공 주차장
■ 거리 ; 약 4,5km
■ 작성일 ; 2024, 04,09 김명규
한라산 동남쪽 광활한 초지대에 위치한 가시리(加時理)는 시간을 더해간다는 뜻만큼이나, 봄이면 제주도를 대표하는 12km의 드라이브 코스인 ‘녹산로 유채꽃, 벛꽃길’로 유명한 곳이며, 가을에는 억새 명소로 유명한 오름들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녹산로는 주변에 있는 대록산(해발474,5m, 비고125m), 소록산의 이름처럼 과거에는 사슴이 살았다고 해서,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갑마장(甲馬場)길이란, 최상급의 말을 길러내는 목장이란 뜻으로 말 테우리(몰이꾼)들이 이동하던 총 20km의 길로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가시리에는 2개의 갑마장길이 있으며, 탐방객들은 주로 쫄븐(작은 제주어) 갑마장길(총길이 10km)로 탐방한다고 합니다.
이곳 가시리에 있는 따라비오름, 큰사슴이오름, 번널오름을 연결하는 광활한 초지대에 갑마장이 설치되었으며, 조선 선조때 부터 있던 산마장과 인근 국마장에서 길러진 말 중 최상급 말들을 조정에 보내기 위해 집중적으로 길러냈던 마장으로 1794년~1899년까지 100년가량 유지되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말 한 마리의 값이 노비 3명의 값과 같았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동력원으로 가격이 비쌌다고 하며, 마을에 흉년이 들어도 사람보다 말을 먼저 먹였다고 하니 귀한 존재였습니다. 지금으로 비유하면 고급승용차인 셈 입니다.
당시 최대의 말 공급처가 제주도였다고 하니 제주도의 경제력이 상당했음을 짐작해 봅니다.
대록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코스는, 급경사의 계단으로 이루어졌지만 빨리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 코스(왼쪽)와, 여유 있게 완만한 탐방길로 가는 코스(오른쪽)의 갈림길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급경사가 주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계단을 오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거친 숨소리와 시선이 점점 아래로 떨어져 갈 때쯤, 김천석 선생님의 센스있는 배려로 정석 비행장과 물영아리오름의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쉬어봅니다.
마침내 끝없이 이어지던 급경사가 끝나고, 정상 바로 밑에 있는 휴게 쉼터에서 즐거운 간식타임을 가져 봅니다.
오늘 간식은 여러 회원님의 정성이 듬뿍 담긴 다양한 간식을 맛볼 수 있었지만, 단연 으뜸은 이한희님의 막내아들이 만든 밤양갱이었습니다.
원나라는 목마장을 설치하면서 제주에 무엇을 남겼을까요?
① 사육 방식; 처음에 제주 사람들은 말을 주로 해안지대에서 길렀으나, 몽고식 사육 방식으로 해안과 한라산 사이인 중산간지대와 그보다 더 위쪽까지 방목지역을 확대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고득종이 한라산 중턱으로 목장을 옮기며 경계에 돌담을 쌓을 것을 조정에 건의하여 1429년(세종10년)에 목장을 10구역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10소장(所場) 체계를 갖추었으며, 10소장 위, 아래 경계에 돌담을 쌓았는데, 이를 ‘잣성’이라고 합니다.
‘잣성’은 한라산 150m~250m일대를 하잣성, 해발350m~400m 일대의 중잣성, 해발 450m~600m 일대의 상잣성으로 구분하였으며, 현재 갑마장길에는 제주도 목축문화의 대표적인 유물인 상잣성의 일부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② 거세술: 품질이 뛰어난 말을 얻기 위해 열등 종자는 모두 거세하고, 우량한 말을 생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원나라가 물러가자, 거세술이 퇴보하면서 제주에서는 우수한 소량의 전투용 호마(胡馬) 보다는 거세를 하지 않은 다량의 노동말을 생산하면서, 이 과정에서 제주 특유의 조랑말이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조랑말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되면서 1960년대 약 2,000여마리가 남아 있었으나, 1980년대는 멸종위기로 인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현재 축산진흥원에서 150여 마리를 특별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③ 낙인: 말의 소유 표식을 위해 말 엉덩이에 낙인을 찍었다고 합니다. 이 단어가 아직도 남아 있어 현대에서는 따돌림의 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대록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보는 방향마다 새로운 감동이었습니다.
시원한 산바람으로 감동이 식어버리기 전에 정상 좌표에서 발 도장을 꾹~꾹~ 찍고 다시 하산합니다.
제주도가 언제부터 말의 고장으로 불리게 된 걸까요?
탐라의 개국 신화에는 벽랑국 공주가 탐라로 오면서 말, 소, 씨앗 등을 가져왔다는 설화도 있고, 1073년(고려 문종27년)에 탐라가 조정에 말을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어 이미 탐라에서는 말이 생산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1273년(원종14년)에 삼별초를 평정하면서 원나라가 제주도를 직할령으로 삼은 후, 3년 뒤에 처음으로 몽고 말 160필을 가지고 와서 수산평(성산읍 수산리)에 몽고식 목마장 설치를 시작으로, 이후 규모가 확대되어 고려 말에는 약 3만 필 정도 사육하였다고 합니다.
1930년대에 한라산 중산간에 있는 목장을 마을단위의 관리 체재로 전환 시켰으나 많은 마을에서 관리유지가 어려워 팔아버렸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도 가시리마을은 220만평을 팔지 않고 잘 지켜온 덕분에 지금은 부유한 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 ‘헌마공신 김만일’은 제주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2년 후인 1594년(선조27년)부터 수백 필의 전쟁용 말을 조정에 헌납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1620년에도 500필의 말을 바쳐 벼슬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1,300여필을 헌마한 공로로 종1품 벼슬과 헌마공신으로 칭송을 얻게 됩니다.
이후 김만일 후손들은 230여년 동안 제주 산마감독관(종6품)직을 맡아 산마장을 운영하면서 20,000여필을 국가에 올려 보내는 전마의 공급처로서의 기능을 다했다고 합니다.
※ 주소 ;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919
■ 조랑말 체험공원은 말을 주제로 가시리마을에서 운영하는 테마공원으로, ‘조랑말 박물관’이 있습니다.
※ 주소;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 381-17
탐방을 마치면서 대록산을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도 남겨봅니다.
14기 화이팅 !!!
갑마장길 탐방을 모두 마치면서, 추가로 조랑말 박물관과 김만일 기념관을 함께 둘러보신다면, 오늘의 탐방과 김천석 선생님의 강의가 우리에게 소중한 지식으로 남는 하루가 될 것으로 확신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사진도움 ; 김치원 총무, 소노수정>
【 갑마장길 주변 가볼만한 곳들 】
● 행기머체는 ‘머체‘란 돌무더기를 일컫는 제주어로, 머체위에 ’행기물‘(녹그릇에 담긴 물)이 있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 주소;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41
● 꽃머체는 머체(돌무더기)위 나무에 꽃이 아름답게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 주소;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53
첫댓글 위에 제목까지 ㅎㅎㅎ 본격 전문 기사 같습니다!!
꼼꼼하고 세세한 설명~ 생생한 사진까지~~^^
바쁘게 움직이신만큼 멋진 후기를 쓰셨습니다~👍👍
내용이며 편집, 필요한 자료와 정보까지
아주 훌륭하게 잘 작성하셨네요~
젊은 세대 못지않은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문탐 13기입니다.
선생님의 글 감동깊게 잘읽었습니다.내용과 글의 전개, 관련 자료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진찍으시랴 필기하시랴 분주하셨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제 후기작성때 선생님 글 많이 참고하겠습니다~
직업 정신을 발휘하셨네요. 글과 사진 멋스럽게 잘 읽힙니다. 추가 정보까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