陰屈於陽. 抗則凶矣. 夫臣之於君. 婦之於夫. 夷狄之於中國. 小人之於君子. 猶陰之與陽. 宜屈而不宜抗. 抗之則悖而爲變.
음굴어양. 항즉흉의. 부신지어군. 부지어부. 이적지어중국. 소인지어군자. 유음지여양. 의굴이불의항. 항지즉패이위변.
[解釋] 陰이란 陽에게 굽혀야 한다. 굽히지 않고 거스르면 곧 凶한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무릇 신하가 임금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오랑캐[夷狄]가 中國에게, 小人이 君子에게 있어서는 모두 陰이 陽을 대하는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이름은 모두 굽힐지언정 절대로 거슬려서는 안 된다. 거슬리고 보면 곧 어지러워져서 변이 생길 것이다.
<筆記①>曰 : 「堯之四凶②. 今之奸臣能之. 周之十亂③. 今之賢臣不能. 古與今交相勝耳.」 斯言是矣. 第所謂能之者. 非特能之而已. 不能者. 非特不能而已. 亦古今世道之變也.
<필기①>왈 : 「요지사흉②. 금지간신능지. 주지십란③. 금지현신불능. 고여금교상승이.」 사언시의. 제소위능지자. 비특능지이이. 불능자. 비특불능이이. 역고금세도지변야.
[解釋] <筆記>에 말하기를, 「堯임금 때의 四凶은, 지금의 奸臣도 능히 그만큼 간악할 수 있으나 周나라 때의 十亂은 지금의 어진 신하들이 그만큼 어질지 못하다. 이것은 옛날과 지금이 서로 같지 않은 때문이다.」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옳다고 생각한다. 그 일을 능히 할 수 있는 사람은 비단 그 일만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며, 또 그 일을 하지 못하는 자는 비단 그 일만 하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러니 이것은 역시 옛날과 지금의 世道가 면한 때문이다.
[註解] ①筆記 : 宋나라 宋祁가 지은 책으로 3권. 釋俗、考訂、雜說의 三部로 나누었음. ②四凶 : 堯임금 때의 네 惡人. 驩兜、三苗、共工、鯀. 이들이 조정을 어지럽히므로 堯임금이 모조리 먼 곳으로 내쳤음. 舜임금 때에 이르러 비로소 제거하였다. ③十亂 : 亂은 곧 治로써, 周나라 武王을 도운 열 사람의 功臣(周公旦、召公奭、太公望、畢公、榮公、太顚、閎夭、散宜生、南宮适、文母)을 말함. 文母는 혹 邑姜의 잘못이라고도 한다.
治世者. 君子之幸而小人之不幸. 亂世者. 小人之幸而君子之不幸也. 小人之遇治世. 不得行其志. 似爲不幸. 而其遇亂世. 志滿氣得. 專權怙寵. 不至於破國亡身則不止. 其所謂幸者. 乃其所大不幸也.
치세자. 군자지행이소인지불행. 난세자. 소인지행이군자지불행야. 소인지우치세. 부득행기지. 사위불행. 이기우란세. 지만기득. 전권호총. 부지어파국망신즉부지. 기소위행자. 내기소대불행야.
[解釋] 잘 다스려지는 세상이, 君子에게는 다행하지만, 小人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어지러운 세상은 小人에게는 다행한 일이지만, 君子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小人이 잘 다스려지는 세상을 만나면 자기의 뜻을 행할 수가 없으니 불행한 것 같기도 하다. 또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면 뜻이 만족하고 기운을 얻어서 권세를 차지하고 사랑을 얻게 되어 마침내 나라가 망하고 제 몸이 없어지지 않고는 그치지 않으니, 다행한 듯싶으면서도 실상은 크게 불행한 일이다.
然則治世者固君子之幸. 而亦小人之幸. 亂世者固君子之不幸. 而亦小人之不幸也. 嗚呼! 小人者毋以遇亂世爲幸則幸矣.
연즉치세자고군자지행. 이역소인지행. 난세자고군자지불행. 이역소인지불행야. 오호! 소인자무이우란세위행즉행의.
[解釋] 그렇다면 잘 다스려지는 세상은 실로 君子에게 다행한 일인 동시에 또한 소인에게도 다행한 일이다. 또 어지러운 세상은 실로 君子에게도 不幸한 일인 동시에 또한 小人에게도 不幸한 일이라고 하겠다. 아아! 小人된 자가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안다면, 이야말로 다행한 일이다.
靜菴先生①曰 : 「大抵常人其心果善. 則必思慕善人而欲見之. 其心不善. 則其遇善人. 必畏縮而不喜相見.」 余謂斯言信矣.
정암선생①왈 : 「대저상인기심과선. 즉필사모선인이욕견지. 기심불선. 즉기우선인. 필외축이불희상견.」 여위사언신의.
[解釋] 靜菴先生이 말하기를, 「대체로 보통사람은 그 마음이 과연 착하다고 하면 반드시 착한 사람을 사모해서 그를 보고자 하는 것이요, 그 마음이 만일 착하지 않다고 하면 이런 사람은 착한 사람을 대하는 것을 반드시 두려워하고 몸을 움츠려서 만나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나는 말한다. 이 말이 옳다고 본다.
[註解] ①靜菴先生 : 中宗 때 학자. 趙光祖. 靜菴은 그의 호. 己卯士禍 때, 南袞、沈貞、洪景舟 등의 모함에 의해 賜死됨.
然其不善之中. 其柔弱者則畏之. 而其强忍者必忌之. 以畏忌者之心. 安得不加害於君子乎? 爲君子者. 其能免小人之禍難矣.
연기불선지중. 기유약자즉외지. 이기강인자필기지. 이외기자지심. 안득불가해어군자호? 위군자자. 기능면소인지화난의.
[解釋] 그러나 그 마음이 착하지 않은 자 중에도 柔弱한 자는 착한 이를 두려워할는지 모르지만, 그 중에서도 몹시 强忍한 자는 착한 이를 반드시 꺼려할 것이다. 그러니 이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어찌 君子를 해치지 않는다고 말하겠는가? 君子된 사람이 능히 小人에게 화를 면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唐史>言 : 「李林甫①媚事左右. 迎合上意. 以固其寵. 杜塞言路. 掩蔽聰明. 以成其姦. 妬賢嫉能. 排抑勝己. 以保其位. 屢起大獄. 誅逐貴臣. 以張其勢.」 眞西山言 : 「林甫心迹盡於此矣.」
<당사>언 : 「이림보①미사좌우. 영합상의. 이고기총. 두새언로. 엄폐총명. 이성기간. 투현질능. 배억승기. 이보기위. 루기대옥. 주축귀신. 이장기세.」 진서산언 : 「임보심적진어차의.」
[解釋] <唐史>에 말하기를, 「李林甫는 임금의 측근에 있으면서 아첨으로 섬기고 뜻을 잘 맞추어서 그 사랑을 굳혀놓은 다음, 바른 말 하는 길을 막고 임금의 총명을 가려서, 이것으로 자기의 간사한 짓을 마음대로 하였다. 또 어진 사람을 시기하고, 능한 사람을 미워하며, 자기보다 나은 자를 배척하고 억압해서 이것으로 자기의 지위를 보전했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 여러 번 큰 獄事를 일으켜 貴臣을 내쫓거나 죽여서 자기의 세력을 확장시켰다.」고 하였다. 이에 眞西山은 말하기를, 「여기에 李林甫의 마음의 자취가 모두 나타났도다.」라고 하였다.
[註解] ①李林甫 : 중국 당나라의 재상(?~752). 현종의 총애를 받아 권세를 행사하였고, <당률소의>를 편찬하는 등의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지만, 조정의 기강을 크게 문란하게 하였다. 양국충에 의하여 관직이 박탈당했으며, 부관참시에 처해졌다.
余謂自古奸臣大都如此. 豈獨林甫乎哉?
여위자고간신대도여차. 기독림보호재?
[解釋] 나는 말한다. 예로부터 奸臣이란 그 행위가 모두 이러한데, 어찌 홀로 李林甫뿐이겠는가?
蘇東坡子遇. 范淳父①子溫. 皆出梁師成門. 以父事之. 師成妻死. 以母禮衰絰而往. 按師成宦者也. 以二人之子而如此. 可謂不肖矣.
소동파자우. 범순부①자온. 개출량사성문. 이부사지. 사성처사. 이모례최질이왕. 안사성환자야. 이이인지자이여차. 가위불초의.
[解釋] 蘇東坡의 아들 遇와 范淳父의 아들 溫은 모두 梁師成의 門下에서 나왔으며, 師成을 아버지처럼 섬겼다. 또 師成의 아내가 죽자 어머니에게 하는 예로 衰服을 입고 갔었다고 한다. 상고하여 보니, 師成이란 宦者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아들로서 이렇게까지 하게 했으니, 가위 不肖한 자들이라고 하겠다.
[註解] ①范淳父 : 北宋의 歷史家 范祖禹.
<稗史>言 : 「宋張說爲翰林承旨. 士之無恥者皆趨之. 時王質、沈瀛二人. 皆有聲譽. 每以詣說爲戒. 一日質潛詣說. 瀛已先在. 相視愕然. 以此淸議鄙之云.」<패사>언 : 「송장열위한림승지. 사지무치자개추지. 시왕질、심영이인. 개유성예. 매이예열위계. 일일질잠예열. 영이선재. 상시악연. 이차청의비지운.」[解釋] <稗史>에 말하기를, 「宋나라 張說이 翰林承旨가 되자, 선비들 중에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는 모두 그를 찾아다녔다. 이때 王質과 沈瀛 두 사람은 모두 명예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매번 사람들이 張說에게로 드나드는 것을 서로 경계해 왔었다. 어느 날 王質이 비밀히 張說의 집에 가니, 沈瀛이 먼저 와 있었다. 이들은 서로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여기에서 당시 밝은 의논을 하는 이들은 이들 두 사람을 비루하게 여겼다.」고 하였다.
夫權奸柄國日久. 則風聲所漸. 擧世同趨. 其不爲二人者幾希.
부권간병국일구. 즉풍성소점. 거세동추. 기불위이인자기희.
[解釋] 무릇 권세를 가진 간사한 신하가 국가의 세력을 오랫동안 잡고 보면, 그 영향이 점점 커져서 온 세상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들게 마련이니, 그들 두 사람처럼 되지 않는 자가 드물 것이다.
南袞旣構害士林. 自知得罪於萬世. 恐其文章出而重爲人僇辱. 臨終悉取私稿焚之. 其爲沒後計亦巧矣. 然今見其一二詩文. 則似未盡善.
남곤기구해사림. 자지득죄어만세. 공기문장출이중위인륙욕. 임종실취사고분지. 기위몰후계역교의. 연금견기일이시문. 즉사미진선.
[解釋] 南袞은 이미 선비들을 얽어 해를 끼치고 나서 자기 스스로 萬世에 죄를 지은 것을 알았다. 그는 자기의 글이 세상에 나간다면 거듭 사람들의 욕거리가 될 것을 두려워하여, 죽을 때에 자기가 지은 글의 원고를 모두 불태워버렸으니, 그 죽은 뒤의 일까지 생각한 것을 가위 교활하다하겠다. 하지만 지금에 그의 한두 편의 詩文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모두 좋지 못한 것 같다.
宋頤菴①其外孫也. 甞曰 : 「外王父之文不甚好. 何以得名於當世云.」
송이암①기외손야. 상왈 : 「외왕부지문불심호. 하이득명어당세운.」
[解釋] 宋頤菴은 南袞의 外孫이다. 그는 일찍이 말하기를, 「外祖父의 글이 그다지 좋지 않았는데, 어떻게 당시 세상에서 이름을 얻었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하였다.
[註解] ①宋頤菴 : 宣祖 때 학자 宋寅. 頤菴은 그의 호. 글과 글씨에 능했음.
己卯黨籍. 頗詳悉. 然謂之黨籍則未穩. 改以己卯諸賢錄可也. 如鄭順朋亦在於錄中. 豈所謂前貞後黷者耶? 噫! 黨籍存而諸賢之名. 以之不朽. 至於袞、貞之肝肺. 呈露無餘. 使覽之者爭指而唾罵. 至于今如一日. 姦賊之徒. 宜可以小懲矣.
기묘당적. 파상실. 연위지당적즉미온. 개이기묘제현록가야. 여정순붕역재어록중. 기소위전정후독자야? 희! 당적존이제현지명. 이지불후. 지어곤、정지간폐. 정로무여. 사람지자쟁지이타매. 지우금여일일. 간적지도. 의가이소징의.
[解釋] 己卯年의 黨籍은 자못 자세하다. 그러나 이것을 黨籍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온당치 못하다. 이것은 차라리 己卯年의 諸賢錄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鄭順朋 같은 이도 이 기록 속에 있으니, 어찌 먼저는 옳게 하다가 뒤에는 그르게 했단 말인가? 아 슬프다! 黨籍이 있기 때문에 여러 어진 이들의 이름이 길이 전해지게 되고, 또 南袞、沈貞의 마음속이 남김없이 드러나기에 이르러 이 글을 보는 사람마다 다투어가며 손가락질하고 침 뱉고 꾸짖기를 오늘날에 이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간사한 적의 무리들이 마땅히 조금은 뉘우쳐 징계할 것이다.
南袞爲柳子光傳. 甚有巧思. 於史禍一節. 尤模寫如畫. 可謂曲盡其情態矣. 有人題詩曰 : 「畢竟肺肝誰得似. 不知身作傳中人.」
남곤위류자광전. 심유교사. 어사화일절. 우모사여화. 가위곡진기정태의. 유인제시왈 : 「필경폐간수득사. 부지신작전중인.」
[解釋] 南袞이 柳子光의 傳記를 지음에 몹시 교묘한 생각을 썼는데, 특히 史禍의 대목에 가서는 더욱 그 사정을 마치 그림처럼 그려놓았다. 그러니 이것은 가위 자기의 마음속을 曲盡하게 묘사했다고 하겠다. 어떤 사람이 이것을 두고 詩를 지어 말하기를, 「마침내 자기의 마음속 잘도 그려놓았네, 자신이 그 글속의 주인인 줄 모르고.」라고 하였다.
<漁樵閑話>曰 : 「擧世有不爲倀鬼者幾希? 苟於進取. 以速利祿. 求爲鷹犬. 以備指呼. 馳奸走僞. 惟役於他人. 始未得之. 俛首卑辭. 有類妾婦. 及旣得之. 張皇毒螫. 殘人害物. 一朝失職. 則愴惶竄逐. 不知死所. 然竟不悟其所使. 往往尚懷悲感之意. 哀哉!」
<어초한화>왈 : 「거세유불위창귀자기희? 구어진취. 이속리록. 구위응견. 이비지호. 치간주위. 유역어타인. 시미득지. 면수비사. 유류첩부. 급기득지. 장황독석. 잔인해물. 일조실직. 즉창황찬축. 부불지사소. 연경불오기소사. 왕왕상회비감지의. 애재!」
[解釋] <漁樵閑話>에 말하기를, 「온 세상에 倀鬼가 되지 않는 자 몇 명이나 있겠는가? 구차하게 자기 몸이 벼슬에 나가기만 애쓰고, 이익이나 俸祿을 급히 하여 사냥개나 매 노릇이라도 해서 남에게 불리기를 구하는 간사한 것을 하고, 거짓을 하기에 급급해서 남에게 부림을 받는다. 이것을 처음에 얻지 못하면 머리를 숙이고 온갖 겸손한 말씨를 써서 마치 남의 첩 모양 아양을 떤다. 그러다가 요해 이것을 얻고 보면 장황스레 독한 벌레처럼 쏘아서 사람을 죽이고 남을 해친다. 또 그가 하루아침에 벼슬자리를 읽고 보면, 장황하게 쫓겨나가서 죽을 곳을 알지 못하건만, 그래도 자기의 그렇게 된 이유를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는 때때로 오히려 슬픈 감회마저 갖기가 일쑤다.」라고 하였다.
按倀鬼者. 虎食之人. 爲虎役使者也. 此言可謂極盡其情狀矣.
안창귀자. 호식지인. 위호역사자야. 차언가위극진기정상의.
[解釋] 상고하여 보니, 倀鬼란 범에게 잡아먹힌 사람이 그 범을 위해서 심부름하는 귀신이라고 한다. 이 말리야 말로 실로 그 정상을 극진히 나타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