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는 치열한 삶의 연속이었다. 우리 남매를 위해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남들보다 먼저 성공하여 많은 돈을 벌어 어머니를 편하게 모시고 싶었다. 그런 마음에 하루에 3시간씩 잠을 자며 낮에는 건축학도로서 열심히 공부해 줄곧 장학금을 받았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는 옷가게에서, 오후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돈을 모아 어머니의 생활비에 보탰다. 차비와 밥값을 제외한 모든 돈은 적금에 넣어 돈을 모았다.
그 후, 교수님의 추천으로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호성 건축사사무소에 입사했고, 혹독한 실습을 거치며 여성 건축인으로 빨리 성장하기 위해 밤낮없이 두꺼운 건축법규책을 달달 외우고, 선배들이 퇴근하면 함께 퇴근하는 척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선배들이 그려놓은 도면을 분석하고 계획도면을 그리며 거의 매일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
그러던 중 내가 27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모든 삶의 지표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힘든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아키누드”라는 건축인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인터넷 커뮤니티카페에서 “유럽 건축물 탐방”이라는 건축기행을 발견했다. '그래, 죽기 전에 한 번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들의 건축물이나 보러 가자!'라는 생각에 생애 첫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향했다.
그중 프랑스 동부의 벨포트 북서쪽 작은 마을에 위치한 롱샹 성당은 근대건축의 4대 거장 중 한 분인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성당건축물로 겉모습은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둥지를 형상화하였고, 내부는 벽 두께를 달리하여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과 모양이 제각기 달라 신비로운 자연광이 펼쳐졌다. 음향시설이 없음에도 목소리의 공명이 너무 성스럽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나는 분위기에 취해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갑자기 밝은 섬광이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따뜻한 빛줄기 하나가 내 몸을 감싸듯 비추고 있었다. 그때 나의 울부짖음의 물음에 답을 주시는 신비한 치유의 은총을 경험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의 큰 깨달음은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고, 나는 이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첫댓글 유럽의 성당. 건축물은 놀라움을 가져다 줄 만큼 웅장하죠 사람이 지어내고 그리고 조각할수있을까? 인간의 능력에 경의를 불러일으킬만큼 나도 벨기에. 룩셈부르크 성당안에서 내 지친 마음을 위로받은것이 계기가 된듯 지금은 천주교 신자가 되었습니다
성당의 특별한 경험을 들으니 저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치열하게 사신 선생님의 삶, 용기에 따듯한 박수를 보냅니다^^
치열하게 살아온 당신을 꼬옥~안아드리고 싶네요
삶의 의미를 다시 설정햐고자 했던 의지가 있었기에 우연적인 공간이 필연적인 계기를 만들었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