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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혜 수필가 곳간 스크랩 반곡지-김근혜
김근혜(수필13) 추천 0 조회 10 15.12.14 14:1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매일춘추] 반곡지
 
 
 
        
반곡지에 들렀다. 비에 젖은 연둣빛 버드나무가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봄의 눈짓에 화답하듯 새들의 지저귐도 정겹다. 나뭇잎은 4월을 벗으려는 듯 군데군데 초록 띠를 두르고 있다.

반곡지를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 등쌀에 도화밭은 몸살을 앓은 흔적이 역력했다. 무심한 발자국에 상처 난 도화 송이를 어루만져 본다. 애써 마음을 넓혔을 도화가 기특해 보인다. 나뭇가지 몇 개 꺾어 경계를 만든 주인의 애타는 심정이 울면서 웃었던 건 아닐까.

반곡지는 유일한 쉼의 장소가 되었다. 세상 어디에도 있는 연못이지만 여기는 특별하다. 4월의 반곡지는 ‘Deep Purple의 April’이 수면 위로 흐른다. 웅장하고 경쾌하면서 클래식한 리듬이, 잠자는 영혼을 쩡쩡 깨운다.

반곡지에 와서 이 선율에 빠져보라. 까닭 없이 외로울 때도 이곳에 와 보라. 마르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 같은 샘 하나 있으니. 누이 같고 언니 같은 부드러운 손 하나 있으니. 그리운 이의 숨소리 남겨져 있으니. 뜨거운 심장 하나 떨고 있으니.

이층집이 눈에 띈다. 해를 바라보기 위해 저수지를 약간 비켜 앉아 있다. 저 집을 보면서 나도 반곡지에서 이층집을 짓고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머릿속에 설계해 두었던 도면을 펼쳐본다. 저수지를 바라보는 집을 지을 것이다. 이층은 전용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 앞뜰에는 야생화를 심고 뒷마당에는 철마다 다른 꽃을 심어 꽃밭 주인 노릇을 할 것이다. 회색 콘크리트 속에 가두어 두었던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대자연 속에서 마음껏 호흡해 보리라.

내 꿈은 남들보다 늘 늦게 이루어졌다. 절망한 적도 있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생긴 버릇이 힘들고 어려울 땐 우회하는 것이었다. 서두르지 않으니 그리 넘어지지도 않았다. 마부위침(磨斧爲針)이란 말을 새기고 살았다. 이루기 어려운 일이더라도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빠르고 늦고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꿈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것이 중요할 성싶다. 설령 지금 꾸고 있는 꿈이 수년 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행복했다고 말할 것이다.

반곡지에 오면 행복해진다.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오는 것 같다. 자연을 보고 동화되어 가는 기쁨, 좋은 냄새를 맡았을 때의 황홀감,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을 때의 경이로움은 행복호르몬을 만든다. 금, 은 보화를 얻어야만 행복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대한 것에 기대를 걸기 때문에 금방 실망하고 좌절하는 건 아닐까. 조금만 몸을 낮추면 일상 하나하나가 행복이 되는 것 같다.

*반곡지=경산 남산면 소재 저수지

김근혜<수필가·대구행복의 전화 소장 ksn15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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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04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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