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카 노랫말에서 "しぐれ [시구레]"는 자주 나타나는 단어 중의 하나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되풀이하여 강조한 바 있습니다만, 엔카 노랫말에서 "しぐれ [시구레]"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궂은비"라는 뜻으로 쓰인 것입니다.
"가을비" 또는 "늦가을 비"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우선,
"궂은비"와 "궂은 비"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궂은비"는 하나의 단어이고, "궂은 비"는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말입니다.
당연히 그 뜻도 다릅니다.
"궂은비"와 "궂은 비"는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궂은비 - 오랫동안 추적추적 끄느름하게 내리는 비.
궂은 비 - 언짢고 나쁜 비.
"しぐれ [시구레]"는 해양성 기후인 일본에서 가을철에 주로 이런 비(しぐれ)가 내리기에 가을(秋)의 <季語>로 삼았을 뿐입니다.
우리나라 말도 제대로 모르면서 엔카 번역을 한답시고 껍죽대는 일부 얼치기들 가운데는 "궂은비"는 곧 “나쁜 비”라는 아주 잘못된 인식이 박혀 있나 봅니다.
しぐれ [시구레] - 궂은비(O) 궂은 비(X) 가을비(X)
"しぐれ [시구레]"는 "가을비"가 아닌 이유
실제의 노래로 예(例)를 들면서 설명하겠습니다.
■ 晩夏 - 島津亜矢 [반카 - 시마즈 아야]
노랫말에 부용화(芙蓉花)가 나옵니다.
부용화는 여름에 피는 꽃입니다.
그래서 노랫말 중 "朝しぐれ"를 "아침 가을비"라고 해선 안 되고 "아침 궂은비"라고 해야 합니다.
■ 萩しぐれ - 原田悠里 [하기 시구레 - 하라다 유리]
노래의 배경을 살펴보면 "여름 감귤(夏みかん)"이 나오기 때문에 이때의 "しぐれ"를 "가을비"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 ふくやま物語 - 橘あきら [후쿠야마 모노가타리 - 타치바나 아키라]
秋時雨[あきしぐれ]에서 しぐれ(時雨)를 가을비라고 가정한다면 秋時雨[あきしぐれ]는 "가을 가을비"라는 말도 안 되는 뜻이 되므로 しぐれ가 가을비라는 뜻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秋時雨[あきしぐれ]는 "가을 가을비(X)"가 아니고 "가을 궂은비(O)"입니다.
■ 紫陽花みれん - 杜このみ [아지사이 미렌 - 모리 코노미]
이 노래 3절 마지막 부분
쿄오모시구레루 아지사이미렌
今日もしぐれる 紫陽花みれん
오늘도 궂은비 속 수국꽃 미련
여기서도 "しぐれ"를 "가을비"라고 해선 안 됩니다.
수국 꽃은 가을에 피는 꽃이 아니고 여름에 피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 海峡冬しぐれ - 多島恋 [카이쿄오 후유 시구레 - 타지마 렌]
이 노래에서
"海峡冬しぐれ"는 해협의 겨울 궂은비(O)라는 뜻입니다.
이 노래는 제목과 노랫말 내용에 "海峡冬しぐれ"가 들어 있는데 당연히 해협의 겨울 궂은비(O)라고 해야 옳고 해협의 겨울 가을비(X)라고 해서는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 七尾しぐれ - 多岐川舞子 [나나오 시구레 - 다키가와 마이코]
이 노래 1절에는 "秋の雨(아키 노 아메 - 가을비)"라는 표현과 "七尾はしぐれ"라는 표현이 동시에 나옵니다.
여기서도 만약에 "しぐれ"가 "궂은비"가 아닌 "가을비"라고 한다면, "秋の雨(아키 노 아메 - 가을비)"라는 같은 뜻의 노랫말을 굳이 두 번 중복(重複)해서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일본의 프로 작시가(作詩家)들이 그렇게 어설프지 않습니다.
"しぐれ"는 "궂은비"라는 의미로 쓰였고 "秋の雨"는 글자 그대로 "가을비"라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에 여기서도 "しぐれ"는 "가을비"라는 뜻이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 雨の港町 - キム・ヨンジャ [아메노 미나토마치 - 김 연자]
이 노래 2절에는
아카이렌가노 소오코노카게니
赤いレンガの 倉庫の陰に
붉은색 벽돌인 창고 뒷전에
아나타이소오나 아키시구레
あなたいそうな 秋しぐれ
당신이 있을 듯한 가을 궂은비
라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자, 여기서 "しぐれ"를 "가을비"라고 하는 얼치기들에게 반문하겠습니다.
"しぐれ"가 "가을비"라는 뜻이라면 "秋しぐれ [아키시구레]"는 "가을 가을비"라고 해야 되겠네요?
말이 안 되지요?
이런 경우에도 역시 "しぐれ[시구레]"는 "궂은비"이므로 "秋しぐれ [아키시구레]"는 "가을 궂은비"가 되는 것입니다.
■ 越前しぐれ - 鏡五郎 [에치젠 시구레 - 카가미 고로오]
이 노래 3절의 첫째, 둘째, 셋째 줄은
岬にさいた 水仙さえも 산부리에 핀 수선화마저도
冬の寒さに 耐えている 겨울 추위를 견디고 있네
夢を濡らすな 越前しぐれ 꿈을 적시지 마 에치젠 궂은비(O) 가을비(X)
라는 노랫말입니다.
그런데 셋째 줄 마지막 "越前しぐれ"를 "에치젠 가을비"라고 가정해 놓고 본다면,
앞의 두 줄의 노랫말과 앞뒤가 안 맞는 결과가 됩니다.
수선화는 한겨울에 추위를 견디며 눈을 뒤집어쓰고 꽃을 피우기에 별명(別名) 또한 "설중화(雪中花)"입니다.
그래서 "궂은비"는 수선화(설중화)를 적실 수 있어도, "가을비"가 수선화(설중화)를 적실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가을에 아직 피지도 않은 겨울 수선화(설중화)를 "가을비"가 적실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또 수선화(설중화)가 "冬の寒さに 耐えている(겨울 추위를 견디고 있는)" 한겨울에 "越前しぐれ"를 "에치젠 가을비"라고 하면 일본에서는 한겨울에 "가을비"가 내린다는 것인데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헛소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의 경우에도 그런 말 같지 않은 풀이를 해 놓은 엉터리들이 실제로 있습니다.)
아무튼 이 노래에서도 "しぐれ"의 본뜻은 "가을비"가 아니라, "궂은비"라는 것이 자명(自明)해 집니다.
일본의 수선화 3대 군락지 중 하나인 에치젠(越前) 해안절벽 수선화 위에 눈보라가 치고 있는 중.
■ 春花しぐれ - 夏木綾子 [하루바나 시구레 - 나츠기 아야코]
아마도 엔카 노랫말에서 しぐれ[시구레]는 특히 많이 쓰이는 단어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어디서 잘못 배웠는지는 몰라도 "しぐれ[시구레]"는 곧 "가을비"라고 철석같이 믿는 얼치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노래는 제목부터가 春花しぐれ [하루바나 시구레]인데 꽃피는 봄날의 "しぐれ"를 "가을비"라고 운운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임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 紫陽花しぐれ - 千葉一夫 [아지사이 시구레 - 치바 카즈오]
紫陽花しぐれ [아지사이 시구레 - 수국꽃 궂은비]
紫陽花(아지사이 - 수국꽃)는 가을에 피는 꽃이 아니고 여름에 피는 꽃입니다.
그래서 "しぐれ[시구레]"는 "가을비"가 아니라, "궂은비"입니다.
紫陽花しぐれ [아지사이 시구레 - 수국꽃 궂은비] (O)
紫陽花しぐれ [아지사이 시구레 - 수국꽃 가을비] (X)
■ 菜の花しぐれ - 小桜舞子 [나노하나 시구레 - 코자쿠라 마이코]
아나타 와타시데 이이데스카
あなた私で いいですか
당신은 나로서도 괜찮은가요
아메모 야사시이 나노하나 시구레
雨も優しい 菜の花しぐれ
비도 부드러운 유채꽃 궂은비
이 노래에서도 어떤 덜떨어진 인간이 菜の花しぐれ (나노하나 시구레 - 유채꽃 궂은비)를 "유채꽃 가을비"라고 돼먹지 못한 번역을 하여 엔카 동호인들을 웃긴 적도 있습니다.
어라, 유채꽃 피는 봄날에 가을비가 내려요?
참 많이 모자라는 인간이지요?
저런 한심한 자들이 엔카 번역을 한답시고 주제넘게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湯の町しぐれ - 大川栄策 [유노마치 시구레 - 오오가와 에이사쿠]
키메타 코코로니 하루가 유쿠
きめた心に 春が逝く
결정한 마음에 봄날이 간다
나쿠나 야마바토 유노마치 시구레
啼くな 山鳩 湯の町しぐれ
울지 마 산비둘기 온천 마을 궂은비(O) 가을비(X)
이 노랫말에서도 앞 절에서 봄날이 간다고 했으므로 계절은 봄이 분명하고 따라서 "しぐれ[시구레]"를 "궂은비"(O)라고 해야 하며 "가을비"(X)라고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예(例)를 들 수 있지만. . .
엔카 노랫말에서 "しぐれ"를 "가을비"라고 우기는 무지몽매하고 덜떨어진 짓은 제발 그만두기 바랍니다.
아울러, 그동안 "しぐれ [시구레]"를 줄기차게 "가을비"라고 했던 것에 뒤늦게 잘못을 깨달았는지, 이제와선 슬그머니 그냥 “비”라고 하던데 그냥 "비"는 "雨 [아메]"라는 건 알고 있겠지요? -끝-
軽音楽 - 浪花恋しぐれ - 木村好夫
첫댓글 마루님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しぐれ"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으로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구레에 대한 여러해석이 있지만 사전적 의미는 가을비와 눈물나게하는 혹은 슬픈의 의미가 있는줄로 압니다 엔카의 가사는 시라고들 하지요 시적 번역으로 눈물나게하는 의미가 더 강한 것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시의 은유적 표현은 한가지로만 해석도 무리가 될 수도 있겠지요
예를들어 紫陽花しぐれ라면 수국의 가을비라고 초급 직역도 있고 수국의 굿은비라고 번역도 되겠지요 그러나 아 눈물나게하는 수국 즉 수국을 보면 괜스레 눈물난다라고번역을 하면 시적이 되지 않을까요
봄에피는 유채꽃을 보고菜の花しぐれ의 경우 봄이니 가을이니 보다 이별후나 추억이 깊어 유채꽃을 보면 눈물이 난다??? 즉 눈물 나게하는 유채꽃저는 이렇게 해석하면 어떨가 싶네요 일본의 유수 시와 글에서 시구레가 가을비로 혹은 눈물로도 많이들 쓰이고 있지요
봄이나 여름에도 마음이 가을비가 될수도 있겠지요! 한 예로 그와 함께먹던 한여름밤의아이스크림 지금 그는 없고 혼자서 먹지만 마음이 쓸쓸해지고 눈물이 날 것같고 그립고 슬프질 때 아이스크림시구레로 함축된 시어가 되지않을까요!
번역을 아이스크림 가을비나 굿은비라고 직역보다는 앞의 내용의 따라 눈물의 아이스크림 혹은 아이스크림이 눈물을 나게하네라고요
좋은 노래 감상 항상 대단히 감사 합니다^^*
항상 건강 하시옵고 다복 하십시요^^*
시구레...감사합니다.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자세하고 친절하신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마루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