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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예수재
사찰마다 ‘생전예수재' 준비가 한창인 요즘, 예수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사찰에서 예수님 제사를 지내주는 건가?’ 라며 의아해 하는 불자도 있습니다.
아무리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은 불교라지만 과연 그럴까.
답은 노입니다.
생전예수재라는 용어를 잘못 아는데서 생기는 오해입니다. 대체 불교와 예수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내년 2023년은 윤달이 드는 해로서, 예로부터 윤달에는 예수재를 행한다든지 보살계를 행함으로써 죄업을 소멸하고 선도(善導)의 길을 닦는 불사가 행해져왔으므로 예수재 의식에 대한 이해를 갖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되어 예수재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생전예수재를
예수시왕생칠재(預修十王生齋)라고도 합니다. 생전예수재는《예수시왕생칠재의(預修十王生七齋儀)》라는 의식집에 근거를 둔 것으로, 중국에서 발생한 도교의 시왕신앙(十王信仰)을 불교에서 수용하면서 비롯된 것입니다.
예수재에 대한 전거(典據)는 『地藏經』의 (이익존망품)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지장보살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살아서 착한 일을 하지 않고 도리어 많은 죄를 짓고 임종하면, 그의 가깝고 먼 친척들이 훌륭한 공덕을 지어 복되게 하더라도 7분의 1만 죽은 사람이 얻게 되고 나머지 공덕은 산 사람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현재와 미래의 선남자 선여인이 잘 듣고 스스로 닦으면 그 공덕의 전부를 얻을 수 있다.” 고 하였습니다.
중생들은 과거생으로부터 오늘날에 이르도록 수없이 많은 죄업을 지어왔으므로 그 습성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과거에 익힌 업력(業力) 때문에 금생에 와서도 업력을 버리지 못하고 악업을 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세에는 과거 지은 바 업(業)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으며 살게되고, 또 윤회(輪廻)를 믿지 않고 현세의 안락만을 바라고 살아가기 때문에 미래의 고통스러운 업보를 마련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경(經)에 이르길, ‘욕지전생사 금생수자시(欲知前生事 今生受自是) 욕지내생사 금생작자시(浴知來生事 今生作自是)’ 라고 하였습니다. 곧 ‘ 전생에 무슨 일을 했는가 알고자 하면 지금 금생에서 받고 있는 고통을 보면 알 수 있고, 내생에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고자 한다면 지금 금생에 내가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예수재를 지내는 것은 과거세에 지은 악업을 사람마다 스스로 참회하고 앞으로는 잘못된 행업(行業)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지도록 하고, 불보살님의 가피의 위신력으로 업장을 소멸시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또한 재를 봉행하는 재자가 스스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을 하여 신(身)ㆍ구(口)ㆍ의(意) 삼업(三業)을 청정하게 닦아서 삼선도(三善道)에 태어나고, 금생이나 내생에도 마음을 갈고 닦아 불성을 깨달아 해탈하는 데 그 뜻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은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중생이 금생에서 목숨을 마치고 나서 가는 곳은 천상ㆍ인간ㆍ아수라ㆍ아귀ㆍ축생ㆍ지옥등 여섯 갈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천상ㆍ인간ㆍ아수라는 착한 업을 지은 중생이 가는 곳으로(三善道)라 하고, 지옥ㆍ아귀ㆍ축생은 악업을 지은 중생이 가는 곳으로 삼악도(三惡道)라고 합니다.
윤회의 조건은 번뇌 망상으로 말미암은 업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번뇌 망상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잘못된 생각, 집착하는 마음입니다. 바르지 못한 마음과 집착하는 마음이 탐진치(貪瞋痴) 삼독심(三毒心)을 일으켜 몸과 입과 마음으로 삼업을 짓습니다. 이와 같이 세 가지 종류의 업으로 인해서 육도를 윤회하는 것입니다.
윤회한다고 하는 것은 곧 괴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천상에 태어나면 한량없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하지만 천상의 낙(樂)도 기한이 되면 다른 세상으로 윤회하기 때문에 윤회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삶은 고달픈 것입니다. 우리가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천상에 태어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윤회를 벗어나자는 것이고, 육도윤회를 벗어나기 위하여 진리를 깨닫고 해탈을 성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살아있을 때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선행을 실천할 것을 강조하는 예수재,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예수재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수행에 정진하겠다는 결심을 새롭게 다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7번의 재보다 한 번의 실천으로 깨달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