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세계관과 불교의 세계관을 비교해 살펴보면서 붓다의 진리가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진리를 근본으로 하는 자연중심 사상임을 밝히는 묵직한 역저가 출간됐다.
천문학자 이시우 서울대 명예교수의 ‘붓다의 세계와 불교 우주관’(민족사)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 이시우 교수는 이 책을 집필함에 있어 불교의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풀고자 했음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스님들에게 제발 의식전환 좀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술회했다.
우주관은 다른 종교에는 없는 것인데, 오직 불교에만 우주관이 있는데,
도대체 스님들이 우주에 대해 생각을 안 하고 있으니 이처럼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아인쉬타인의 지적처럼 ‘종교가 없는 과학은 불구자이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맹목적’이라는
전제 아래, 불교는 실리를 추구하는 종교이며, 과학적인 종교이니, 붓다의 우주관을 크게 5가지로 간추려
정리한 이 책을 읽고 제발 붓다의 그 광활하고 위대하며 심오한 우주관을 이해하라는 호소에 다름 아니다.
“한국불교를 흔히 마음공부법, 심법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는 불교가 인간중심주의에 빠진 다른 종교와 다른 점이 없게 된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에 대한 진리를 펴 보이는
현대의 첨단우주과학시대에 가장 알맞은 종교다.
그런데 붓다의 이런 우주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좁디좁은 인간의 마음에만 관심을 두고
신앙불교와 수행불교라는 인불사상쪽으로 치우치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 책은 이시우 교수가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4월까지 24회에 결쳐 불교텔레비전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이시우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불교계를 향해 묻는다.
오늘날 불자들은 붓다의 뜻을 잘 따르고 있는지,
그렇다면 현대의 첨단과학시대에서 불법은 현실에서 사실로 경험되고
또 적용되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의 사상과 언어로 잘 기술되어 있는지,
또 누가 와서 보아도 불법이 올바르게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현대인의 과학적 지식수준에 알맞게 현실에서 경험 가능한 것이
불법에서 다루어지고 있는지를.이 교수는 오늘날 불교가 이런 문제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진리의 불법은 마음밖에 존재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경전의 해석도 붓다의 우주적 진리에 대한 이해없이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오늘날 불교가 유식사상에 근거한 일체유심조를 잘못 해석해 우주를 실체가 없는 공,
만물은 공으로 헛것이라는 등을 운운한다면 붓다가 제시한 제법실상에 대한 올바른 여실지견을
얻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결국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언급되는
불법에서는 오직 지상에 국한된 제법실상을 다루기 때문에
붓다의 우주법계를 다루는 붓다의 진리를 바르게 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주가 팽창된다고 하는데,
붓다는 벌써 팽창과 수축이 다 극단이라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우주를 이해하는데 천문학적 지식이 필요하고,
그런 천문학의 우주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스님들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럴 필요가 있다.
코페르니쿠스가 신부였다는 사실을 아는 스님이 얼마나 될까.
빅뱅이론의 기초를 세운 레메트로도 신부였다.
그의 원시원자 폭발이론이 감호프의 빅뱅이론의 기초가 되었다.
젊은 스님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진출해야 한다.
현재의 한국불교를 보면 답답하다.”
이 교수는 오늘날의 불교는 자본주의적 개인주의에 휩쓸려
개인중심적인 성불이나 인간중심적인 불교를 펴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래서 자연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자연과의 긴밀한 연기관계를 등한시함으로써
붓다의 우주적인 근본 불법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교수는 불법이야말로 위대한 우주철학이며 동시에 현실을 중시하는 과정철학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하는 불교는 단순한 기원, 기복 신앙이나 개인적인 참선수행을 중시하는
인간중심적 종교를 넘어서 우주 만물의 범생태적 생명평등사상을 근본으로 하여
인간이 우주만물과 더불어 삶의 가치와
존재가치를 바르게 구현하도록 하는 종교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 책은 우주적 종교인 붓다의 가르침을 과학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붓다의 가르침에서 멀어진 한국불교를 향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문학자이자 독실한 불자의 한국불교에 대한 간절한 주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