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 22시 40분 붕어빵이 먹고 싶다는 손녀딸손을 잡고 밤거리로 나섰다.
뒷산에서 요상한 소리가 났다. 귀를 쫑긋 세우고 귀를기울인다. 부- - 엉 긴여운을 남기고 큰소리로 울었다. 손녀딸은 겁먹은 소리로 “이게 무슨소리예요” 하고 물었다. “부엉이” 할머니 그림책에서 본 “ 부엉이요” 하고 되물었다. “응”
아마도 덩치큰 부엉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리가 하도 우렁차서. 그 소리는 테크노 단지 가는길 외북교회까지 가도록 간간이 이어졌다.
외가집은 논가운데 아주 잘지은 목조 건물이었다. 기둥나무가 어렸을때이니까 초등학생 서너명이 감싸 안아야 할만큼 기둥나무가 웅장하게 서있었다. 대청 마루에서 사촌들과 뛰어 놀았다. 그 웅장한 건물 대들보에 한밤에 부엉이가 날아들어 울었다고 외할머니는 말씀하셨다. 그것도 딱 한번. 할아버지는 그소리를 듣고 당신을 부르는 소리라고 하셨단다. 말씀대로 할아버지는 부엉이가 울던 해에 하늘나라에 별이 되셨다고 했다.
난 오늘 저 부엉이 소리를 들으며 까맣게 잊고 지냈던 유년의 할머니 말씀이 떠오른다. 무슨일일까.
고가네 축산물센터쯤오니까 부엉이 소리는 멈추었는데 느닷없이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만큼 무서움이 엄습해왔다. 난 손녀딸 잡은손에 힘을 주었다.
“예은아 이건 또 무슨소리니. - 으--악 성인 남성의 비명소리! 아니 남자의 비명에 가까운 괴성 소리 같았다. 밤길을 왜 어린손녀와 나섰던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테크노 단지는 휘황 찬란하게 아파트마다 불빛이 요란하고 가로등에 불도 다 켜져있는데 공원 너머 공사장에서 들리는 들짐승의 울음소리가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이 금방 나타날것같은 그런 부위기를 연상 시켰다.
한적한 길을 벗어나 테크노 단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불빛은 무서움을 물리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붕어빵 장사는 없고 리어카만 서있었다. 빵을대신사고 치킨을 사가지고 겁에질려 우리는 손잡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오는길에는 부엉이도 울지 않았고 비명소리도 멈추웠다.
집에 돌아와 딸과 사위에게 좀전의 일을 전했더니 비명 소리는 고라니가 우는 소리라고 했다. 사슴을 닮은 고라니가 그렇게 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마 해묵은 고라니가 우는 소리일거라며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치킨을 즐겼다.
하느님께서는 공평하시단다. 외모가 고우면 소리가 이쁘지 않은 법이라며. 한사람에게 모든복을 다주지 않으시고 골고루 길고 짧은것이 다 있도록 주셨다며 그것이 하늘의 이치라고 화제로 삼았다.
공동묘지와 야트막한 야산으로 형성되었던 강서2동이 테크노단지를 조성하기 위하여 곳곳에 산들을 다 파헤처 발갛게 알몸을 들러냈다. 그산에서 서식하던 온갖 동물들이 갈곳을 잃고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멀건 대낯에 고라니 떼들이 무심천 갈대숲을 어정거리고 있다. 도자와 덤프트럭이 윙윙거리니 뱀들이 형체를 드러내고 사람들이 사는 골목길로 피난와 기어다닌다. 보는 순간 고함을 지르고 눈살찌프리게 만드는 뱀. 태초에 사람을 꼬드겨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하여 하느님의 저주로 배로 땅을 기어다니게 했으며 인간들이 징그럽게 여기는 뱀이다.도로에 고라니나 뱀이 치여 죽는 사고가 다반사이다.
철길 주변에는 이름모를 새들이 새 둥지를 마련하고 재재거리며 텃세를 하는지 장관이다. 철커덕 거리는 기차가 지날적마다 창공을 향하여 날아오르는 새들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은사시와 아카시나무. 어깨동무를 하고 피어나는 개나리가 봄을 노래하고있다. 철길을 따라 숲이 우거진 그곳이 새들의 안전지대라 여겼던지 참으로 많은 종류의 새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철길 주변이다.
남과 북이 서로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훈련을 하듯이 그들도 하루면 수차례 기차가 지날적 마다. 비상 훈련을 한다.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철길의 요란한 소음이 시작되면 마치 지휘자의 손놀림을 바라보며 악사가 악기를 연주하듯 일사 불란하게 날아 오르는 새들은 함성을 지른다. 그소리는 새들끼리만 통하는 언어 일지도 모른다. 살아 남기 위하여 행해지는 훈련에 익숙해 질때 그들만의 보금자리가 되여가는 것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난 산책을 즐기곤 한다.
공원 골짜기를 서성이다 보면 푸드득 거리며 외마디로 꿩꿩거리며 날아 오르는 장끼에게 놀라 우두커니 섯게 만드는 이곳의 산책로는 볼거리가 많다. 길고양이 떼와 주인이 버리고간 개들의 안식처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버려진 맹견이 무서워 가던길을 되돌아 가는 나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시시때때로 꿩인들 불안하여 어떻게 알낳고 새끼를 마음놓고 칠수 있을 것인가.
청주공항과 공군비행장이 (오창과 오근장)가까이 있다. 활주로가 이곳을 통과하고 있으니 하늘에선 요란한 비행기 소음이 난무하다. 이곳주민들은 소음공해 보상금을 받기도한다.
곳곳에 널려있는 적들이 많기만 하다. 생태계가 파괴된것은 슬픈일이 틀림없다. 말로만 청주시지 교통이 불편하여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고생을 많이했었다. 동물들은 불편해도 사람들은 살기좋은 신도시가 생겨나서 기쁘다. 땅값도 치솟고. 교통이 좋아지고 있고 밤이면 먹고 싶은것을 사먹을 수있어 행복하다.
새벽에 일어나 산책을 하러 나왔더니 간밤에 부엉이가 왜그렇게 울었는지. 고라니가 왜그렇게 슬프게 울 수밖에 없었던 건지를 알수 있었다.
임시로 만들어진 도로에 어미와 새끼 고라니가 차에 치어 길게 누워 있는것이 아니던가. 아마도 그밤에 아비와어미가 새끼를 거느리고 도로를 건너다 달려오는 차에 치어 죽엇나 보다. 혼자만 살아 남은 고라니가 슬픈 울음을 토해냈던것이 아니었을까. 그소식 들은 부엉이도 함께 울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가까이에 중부권에서 가장 큰 문암생태 공원에 그들의 안식처를 마련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첫댓글 로드 킬, 그 슬픈 울음에 부엉이가 옆에서 곡을 했나 봅니다.
비행기 이착륙 소음과 도시개발에 따른 서식지 침범으로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생명들입니다.
맹꽁이공원, 두꺼비공원은 그래도 공생의 노력이 기울여진 현장이겠지요~~
동물도 제 가족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는가 봅니다.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아닌 것은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발견합니다.
최도한에서 최대한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물색해야겠지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