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담양 딜라이트를 찾았다.
몇 주 전 소아르떼를 다녀 오시고
"여기가 천국이다냐"
라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생각나 이번에는 좀 더 넓은 공간으로 모시고 왔다.
담양 월산면에 위치한 딜라이트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담양의 생태와 인문학을 재해석한 체험형 미디어 전시관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국내 최대 미디어아트란다.
성인 17000원(경로 우대 없음)의 입장료를 내면 딜라이트를 소개하는 안내자료를 준다.
여기에는 바코드가 찍혀 있는데 체험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소중히 간수해야 한다.
1.달(Moon)
담양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어둠 속에서 좌우로 어스름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커다랗게 떠 있는 보름달.
워낙 커서 잠시 숨이 멎는다.
실루엣만 보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한 컷.
2.담양 이야기
액자틀 속에 사진으로도 담고 영상으로도 담은 담양의 관광지며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의자에 앉아 엄마랑 이미 갔던 곳들과 새롭고 가봐도 좋을 만한 곳에 대해 이야기하며 잠시 머문다.
담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3.빛의 호수
엄마의 발길이 멈칫했던 곳이다.
천 여개의 청사초롱이 환상적인 별빛이 되어 반짝인다.
사방군데 거울이 비추고 있어 걸어 가는 길을 제외하곤 모두가 청사초롱 별빛으로 반짝거린다.
미디어 아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
형형색색 색깔이 바뀌어 가며 눈을 희롱한다.
빛의 호수라 이름 지은 까닭을 알 것 같다.
엄마는 입구에서 한참을 바라 보신다.
빠질 것 같아 겁이 나서 들어가기 무섭단다.
손을 잡고 이끌어 드리니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신다.
4.환상의 계곡을 지나
거대한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가마골 용소의 폭포수를 나타낸 것이란다.
"참말로 신기하다잉"
폭포가 무서워 어깨를 움추리면서도 연신 혀를 내두르신다.
손을 대면 물길이 갈라진다는데 아무리 해봐도 별 변화가 보이질 않는다.
뭘 잘못하고 있는 거지?
5.딜라이트 담양
다행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어 걷기 힘들어 하던 엄마가 쉬어 가며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담양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가 펼쳐진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들 사이로 맥문동이 피어나고 나비가 날아 오르며 화사한 꽃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여름꽃 해바라기가 주변을 가득 채우다 그림을 그리는 여인의 머리 위로 꽃잎이 흩날리며 가을로 접어 든다.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펑펑 함박눈이 내리며 앙상한 가지들에 눈이 쌓여 간다.
이렇게 사계가 반복된다.
정신없이 변해가는 모습이 어지러우신가 보다.
그러면서도 두 번이나 반복해서 보신다.
6.숲의 갤러리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을 모티브로 시공을 초월해 연출해 놓았다는데 쏟아질 것 처럼 몰려드는 빛들에 나조차 정신이 없다.
엄마는 슬쩍 보다 패스
젊은이들은 몰입하며 볼 수 있으려나?
7. 설화
원형의자에 앉아 별주부전을 토대로 만든 설화를 볼 수 있다.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환영할 만한 곳이다.
용왕, 토끼, 별주부 모두 행복하게 잘 산다는 해피앤딩으로 결말을 맺고 있다.
여기까지 시각 청각의 충족 공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체험 위주의 공간이 펼쳐진다.
엄마도 집중하면서 체험에 몰입했던 곳
담양 딜라이트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곳
8.스트리트
포토 키오스크에 사진들 찍고 다양한 효과로 꾸미기를 한 뒤 대형 스크린에 사진을 전송하면 마치 영화 배우라도 된 양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입장할 때 지니고 있던 바코드를 활용해 2회 체험이 가능하다.
설명을 잘 보고 천천히 따라해야 실수하지 않고 만족스런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엄마랑 손하트도 만들고 껴안기도 하면서 재미나게 사진을 찍었다.
전송된 사진이 대형화면에 비취는 게 무척이나 즐거우셨나 보다.
"내가 이렇게 생겼시야?"
라며 곁에서 찬찬히 살펴 보신다.
9.순간
키오스크를 활용하여 ar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어쩌다 보니 우린 패스
체험하지 못했다 ㅜㅜ
10.나의 갤러리
엄마와 나의 소망을 담아 갤러리의 한 켠을 채우는 체험을 하는 곳
엄마의 가장 큰 소원은 건강이란다.
더불어 나도 '엄마 건강하세요' 라고 쓴다.
나의 소원은 스캔해서 갤러리를 채웠는데 엄마 소원을 스캔하다 실수로 재작성을 누르는 바람에 실패
바코드가 1회 밖에 되질 않는다ㅜㅜ
엄마가 한 자 한 자 정성껏 소원을 쓰셨는데..이를 어쩌나ㅠㅠ
엄마와 내가 쓴 소원지를 내 폰에 담는다.
11.우리 그리고 미래
마지막 체험지
포스트잇에 메세지를 적어 벽에 붙여놓는 공간
희망을 담은 메세지를 적는다는데 우리는 그냥 또 한 번 소망을 담아 적는다.
'건강하게 도와주세요,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무척이나 진지하게 글을 쓰는 엄마의 모습이 뭉클하다.
관람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체험했던 사진을 뽑을 수 있단다.
엄마랑 손하트를 그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 한 장 선택.
어라? 엄마가 썼던 소원지가 갤러리에 담겼었나 보다.
뒤늦게야 채워졌던 걸까? 정말 다행스럽다.
소원지 한 장 선택
두 장의 사진을 뽑아 들었다.
생각보다 화질이 좋고 사진 크기도 제법 크다.
1장 당 3500원 아깝지 않다.
엄마도 꽤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담양 딜라이트,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올만 한 곳이었다.
첫댓글 효녀시네요. 까미노님이 엄마 닮았네요. 나중에 까미노님 늙으면 지금의 엄마 모습과 똑 같을 게 틀림없어요.
엄마가 강부자 같은 편안한 인상이세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여든 일곱이세요
날이 갈수록 힘들어 하셔 걱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