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서 조용헌님의 책을 반납하고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을 3권 빌렸다. 사주는 좀 배운 적이 있지만 써먹질 않아 머리에 남은 것이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어렵고 순발력이 필요한 학문이다. 풍수 얘기는 그냥 재미있고 실생활에 적용하기도 쉽다. 우리가 한자를 배우지 못한 세대라 (국민학교 4학년 때 1년 배우고 바로 한글 전용 시대가 되어 한자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고전을 못읽어 놓치고 있는 것이 많다. 우리 문화가 불교, 무속이 결합된 문화이고 그 중 한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맥이 끊긴 것이다. 이렇게 술사의 얘기를 읽어보고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하는 게 다행스럽다.
학교 근처의 번화가(시골동네의 번화가는 농협과 면사무소가 있는 곳이다) 에 가서 철물점에 들렀다. 농업용 부직포를 고정하기 위한 디귿자 핀을 사기 위해서 였다. 풀과 조금이라도 싸워보려면 흙을 검은 부직포로 뒤집어 씌우고 핀으로 고정시켜 햇빛이 전혀 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도 풀은 그 사이를 삐집고 나와 번창한다. 그러면 나는 또 그 위에 부직포를 씌울 것이고 또 핀으로 고정할 것이다. 결국은 사람을 불러 한꺼번에 풀을 베는 일이 또 생길 것이다. 이런 헛발질(?)을 올해도 어김없이 할 예정으로 있다. 그 철물점에는 맛이 기가 막힌 커피머신이 있다. 커피가 하도 맛있어서 무슨 커피를 쓰느냐 오늘 물어보기까지 했더니 대답이 의외다. 같은 커피를 쓰는데도 가는 방법이 틀리면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옆 사무실에도 같은 커피콩을 쓰는데 머신이 달라 맛이 같지않다는 것이다. 옆 사무실 직원이 자기네 커피 안먹고 이 집에 와서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물론 같은 회사 직원들이다. 철물점 커피가 커피 전문점보다 나은 데는 여기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들 산책시키고 고양이 화장실 치운 후 교회로 직행했다. 올해 목표는 찬송가 악보대로 치면서 반주할 때 실수 안하기이다. 왜냐하면 코드로 치는 것보다 악보대로 사람들 노래에 맞춰 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흐름을 놓쳐 순간적으로 미스가 날 때가 있다. 오늘도 그랬다. 에휴~~~ 언제나 제대로 치나 한심스러웠다. 언젠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님에게 누군가 질문했다 한다. 어떻게 잘 연주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오로지 연습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전날만 알량하게 연습하고 있었는데 정말 일주일 내내 연습해보리라 다짐해 본다.
오늘 목사님 말씀 중 인상깊은 내용이 있었다. 교인이라면 사랑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인데 어느 젊은 부부의 얘기이고 실화라고 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여자는 창녀촌에 팔려갔다. 거기서 자신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 창녀촌을 탈출하고 자신을 모르는 대도시에 가서 어느 교회에 출석했다. 부부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모범적이었는데 세상에 비밀이 없어 교인 중 한사람이 여자의 과거를 알게 되었다 한다. 그 교인은 너만 알고 있으라고 아는 교인에게 얘기했고 얘기가 퍼져 곧 모든 교인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교인들은 이 부부를 왕따시켰고 그럴 수록 그 부부는 더욱 정성을 다해 사람들을 섬기고 대접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데, 그럴 수록 사람들은 멀어져 가고 결국 부부는 절망끝에 약을 먹고 자살해 버렸다. 담임목사는 내가 이리떼를 키웠다고 통탄해 하며 우셨다 한다.
사랑이 없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듣고 좀 생각이 다르다. 왜 그 부부는 그 교회를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다른 교회가서도 똑같은 일이 또 일어 날까봐? 그건 그 때 가봐야 하지 않았을까. 내가 노력하면 사람이 감동해서 달라지리라 믿은 그 부부가 너무 안타깝다. 사람은 신이 그 DNA을 바꾸지 않는 한 달라지기 어렵다. 특히 어떤 고정관념이 박히게 되면 경천동지할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생각 바꾸기가 쉽지 않다. 남이 달라지기를 바라기 보다 나의 스탠스를 바꾸는 게 훨씬 쉽다. 그 부부는 그 교회를 떠나 작은 도시로 가든지 시골 마을로 가든지 했어야 했다. 분명 그들을 반기고 좋아해 줄 사람들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그 부부의 과거를 안다해도 품어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교회도 엄밀히 보면 이익단체이고 범부들이 모이는 곳이다. 거기서 신의 사랑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가 더 쉬울 수 밖에 없다.
첫댓글 참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그 담임목사님은 그 부부가 죽기 전에 그런 일들을 아셨는지 궁금해집니다. 교인들의 영적인 상태를 파악하고 귀한 생명을 지키는 것도 사역의 부분일텐데요. 아마 가장 잔인한 동물이 인간인 것은 확실합니다.
글쎄요, 모르긴 해도 목사님에게는 쉬쉬하지 않았을까요. 자신들의 과거를 그 부부가 직접 발설하기도 어려웠을 테고요. 저는 그 교인들 잔인하긴 해도 우리같은 보통사람이라 봅니다. 다만 그런 사람들 대할 때 좀더 지혜로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겠죠. 작금의 현실에서도 많이 보지 않습니까.
🤧😭
@아르테미스
실화라니 정말 유감입니다. 퍼트리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몰랐을겁니다.
참 인간들이 잔인하지요.
아무 생각없이 시류에 영합한 겁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얼마전에 본 영화는 남편이 아내의 창녀일을 떳떳한 직업으로 대하고
잘할수 있도록 집안일도 도와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더라고요
영화 줄거리만 봐서 제목을 모르겠어요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습니다
그러게요. 남의 마음이 내마음 같지는 않습니다.
긴 댓글이 될 듯 하여 댓글은 조금 있다가…
님 의견 궁금해요
@아르테미스 새롭게 안 사실
1. 아르테미스님께서 사주도 배우셨다
2. 같은 원두라도 기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3. 사랑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수는 없다
4. 교회도 이익단체이다
PS: 고양이 이야기도 읽은듯 한데 이글이 아닌가... ㅠㅠ
이중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커피이야기입니다.
- 6년전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함
- 샌디에고에 있는 모든 Coffee Roaster 집을 찾아 다니며 커피 맛을 보다
- 그중 3-4 군데를 단골집으로 정하고 커피를 마시러 다님.
- 마지막으로 해변가에 위치한 한군데에 정착하고 다니다
- Nespress 라는 회사에서 나온 커피 캡술을 시도하고는 그것으로 바꿈
- 커피집에서는 5불 이상인데 캡술은 1불50전이라 돈절약도 되고 맛도 괜찮음
- starbucks 에서도 캡술이 나와 갈아탔더니 이것은 신세계 - 값이 더 저렴하고 더 맛나고...
- 지금은 starbucks 캡술로 마시고 있음 -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