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틀에 박힌 사람을 정말 싫어하면서 그 누구보다 틀 안에 있으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일을 비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고요 이기적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먼저 죽고 싶어요 내 친구들 가족들 우리 집 강아지가 죽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내 모습이 상상이 안 가요 그래서 그냥 내가 먼저 죽고 싶어요 항상 내가 죽고 난 뒤에 엄마 아빠의 모습을 상상해요 마음이 아프다거나 죽고 싶지 않다거나 하진 않아요 그냥... 저기서 울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선생님께는 다 말해야지 하면서도 상담실에 들어가면 모든 걸 다 까먹어요 지난 날들동안 느꼈던 감정들, 일들 전부요 병원 근처만 가면 갑자기 차분해지고요 내가 병원에 들어가는 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정신병자라고 생각할까 봐 매번 걱정이 돼요 세상 사람들은 남 시선을 너무 신경쓴다고 비판하면서 제가 제일 남 시선에 힘들어해요 그러면서 사회의 틀에 다른 사람들도 같이 끼워 맞추려 해요 저 사람은 뚱뚱한데 왜 반바지를 입었지? 저 사람은 못생겼는데 왜 웃고 있지? 저 사람은 멍청한데 왜 잘 살지?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전 남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게 없어요 친구에게 내 고민을 얘기하면서도 아 또 너무 내 얘기만 했나 나 싫어하진 않을까 너무 징징댔나 이런 생각을 계속 해요 남이 조금이라도 내 얘기에 흥미가 떨어진 것 같으면 바로 주제를 돌리고요 누구보다 남을 신경쓰면서 정작 저는 챙기지를 못해요 원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뭘 좋아했는지 뭘 싫어했는지 전부 모르겠어요 우울하기 전에 내가 어땠는지를 모르겠어요 그냥 이젠 우울이 저인 거 아닐까요? 매일매일이 너무 우울해서 그냥 죽고 싶어요 누구보다 죽고 싶은데 누구보다 죽고 싶지가 않아요 참 모순이죠 내가 죽고 싶을 때 딱 심장이 멎었으면 좋겠어요 내 의지 없이 죽고 싶진 않아요 저는... 따사로운 햇빛이 내리쬘 때 죽고 싶어요 오후 한 시 즈음? 그리고 한창 제 소원은 제 생일에 죽는 거였어요 모두가 행복했던 그날을 너무너무 끔찍해서 다들 기억조차 하기 싫은 날로 만들고 싶어서요 그게 제 유일한 소원이었어요 잊혀지고 싶었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기억에 남고 싶었나 봐요 약을 먹어도 먹어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멈추어지지가 않아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자꾸... 제 몸에 흉을 내고 싶어요 요즈음 이 충동이 강해진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라도 해야 숨통이 트일 것 같은 기분이에요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머릿속이 좀 정리가 될까 싶어서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모든 것들을 제가 어떻게 감당해야만 할까요 제가 어떻게 해야 괜찮아질까요? 괜찮아지고 싶은데 괜찮아지고 싶어서 이렇게 상담도 다니고 약도 하루도 빠짐없이 먹고 그러고 있는데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계속 죽는 생각만 하게 돼요 제 상상 속에서 저는 이미 몇 억 번은 죽었을 거예요 죽는 건 뭘까요 저는 뭐 때문에 이렇게 힘든 걸까요 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건 누굴까요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대체 뭘까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모르겠어요 하나도요 어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