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을 생각할 때, 믿을만하거나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청소년이라고 하면 '질풍노도'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한 아직 어른이 아니기에 무엇을 다 맡기기엔 불안하다고 느끼지만, 어린이도 아니니 무조건 내 말을 들으라는 식으로 대할 수도 없는 어려운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도 청소년 시기를 지나오면서 우리를 보호하고 가르쳐주는 어른들이 우리에 대해 그런식의 태도를 갖는 것을 불쾌해 했고, 대학에 와서 본격적인 자아탐색의 시기를 보내고 내가 나의 삶을 살아내기 시작하면서 청소년 때부터 내가 나를 신뢰할 만한 존재이며 충분히 꿈꿀 수 있고 또한 꿈꾼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존재라는걸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오늘 다녀온 '몽실학교'는 청소년들이 내가 꿈꾸던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을 볼 수 있는 통쾌한 공간이었다. 몽실학교는정식 학교는 아니고 주말과 방학의 시간을 이용하여 활동하는 학교이다. 때문에 같은 의정부 지역이지만 여러 학교 출신인 아이들이 모여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경험할 수 있고 그렇게 만든 관계 안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학교를 견학하면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각 분야마다 최고의 품질로 조성된 공간들이었다. 몽실학교 안의 북카페는 여느 카페와 견주어도 될 만큼의 모습이었고, 노래방과 영화관, 방송실, 안무 연습실, 요리하는 공간, 밴드 합주실, 그리고 열람실까지 각각이 전공학교의 시설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최고의 기구들과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설들 자체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그 모든 것이(심지어 서로 친해지기 위한 프로그램도 아이들 스스로 짰다고 한다.) 몽실학교 아이들의 필요와 요구에서 시작된 것이었고, 그 공간을 꾸미는 일조차 아이들의 의도와 손길이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교육 분위기상 아이들 스스로가 원해서 생긴 학습공간보다 아이들 부모님의 성화와 어른들의 일방적인 계획에서 만들어진 곳이 대부분이기에 몽실학교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건 아이들을 신뢰하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받은 아이들이 펼쳐낸 그 모든 것들은 대학생인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몽실학교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 초기이기게 정돈되지 않은 프로세스들이 있을 수있지만 그걸 떠나서, 그러한 철학을 가진 곳이 우리나라에 그곳 뿐이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러한 철학을 가진 청소년지도사들이 늘어나길, 그리고 직접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고 사회에서 활동하는 시기가 왔을 때 자신들이 받은 교육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합당했는지를 보여주길 기대하게 되었다. 나아가 (섣부른 생각일진 모르겠지만) 그런 움직임들을 통해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아이들 자체를 믿어주며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