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례손말이구이 산정집>
언젠가 원주에서 만났던 말이고기를 다시 만나니 기억 속의 원주와 이 음식이 하나였음이 드러난다. 원주에 다시 오고 싶다는 욕구가 바로 이 말이고기에 대한 욕구였던 거 같다. 소박한 원주와 토속적인 음식이 하나가 된다. 토속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손이 많이 간 음식 말이고기, 한식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음식의 도시 원주를 다시 만난다.
1.식당얼개
상호 : 박순례손말이구이 산정집
주소 : 강원도 원주시 천사로 203-15(일산동)
전화 : 033-742-8556
대표음식 : 말이고기, 내장볶음
2. 먹은날 : 2021.12.29.저녁
먹은음식 ; 말이고기 22,000원, 된장찌개 2,000원
3. 맛보기
시장통처럼 어지러운 거리 분위기 속에서 음식은 오히려 전통적인 질서를 보여준다. 아름다운 플레이팅과 조리의 현장감, 더 선명한 것은 맛의 강렬함이다. 한국음식의 스펙트럼은 어디까지인가.
이민간 지 오랜 교포들이 가장 잊지 못하는 것은 음식이다. 한국에 다니러 오는 첫번째 이유도 대부분 음식이다. 그 음식에 이 말이고기도 중요 항목이 될 것이다.
고기말이 담은 접시에 기름종이를 얹어 접시를 켜켜이 쌓을 수 있도록 했다. 우선 생고기를 풀어지지 않도록 만 솜씨가 대단하지만, 보관의 지혜도 눈길이 간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정성이 많이 든 아름다운 요리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보존했을까. 얼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맛도 제맛을 그대로 품고 있다. 고기와 파의 예술, 빨간 고기 안에 품은 파란 잔파, 색상의 조화뿐 아니라 맛의 조화, 영양의 조화를 고루 갖추고 있다. 깻잎, 미나리도 살짝 들어 있는 거 같으나, 파맛이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입안에서 파즙과 고기즙이 섞이는 맛이 예술이다. 굽기 전의 선명한 색상 조화가 익으면서 어두워지며 무겁게 달라진다. 달라지는 그 시점은 미각에서 시각으로 감각의 중심이 옮겨가는 순간이다. 아름다운 음식이 맛있는 음식으로 달라지는 감각의 전환을 즐기는 것도 식사의 큰 즐거움이다.
김치가 양념이 진하지 않으면서 개운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전라도 김치와 다른 느낌이 또다른 김치의 풍미를 보여준다. 아직 익지 않은 김치의 연한 맛이 고기말이와도 잘 어울린다.
으깬고구마샐러드다. 여러 재료가 들어 있다. 고구마의 단맛을 넘어 구수하고 풍부한 맛이 솜씨와 정성이 둘 다 들어 있는 모습이다. 음식을 제대로 하면서 성의가 있는 식당이라는 것이 한입 샐러드에서 드러난다.
겨자맛이 들어 있는 소스와 고기를 함께 하면 풍미가 산다.
그러나 고기말이 자체만 즐기면 원재료의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된장찌개. 고기 구운 철판에 된장찌개를 보골보골 끓여 비벼먹는 것도 일품이다. 상업용 된장이 아닌 토종된장에서 진한 집밥맛이 느껴진다. 세련된 고기말이와 투박한 된장맛이 한식맛의 정수를 보여준다. 약간 짭조름한 간에 깊은 집된장의 개운한 맛에 강원도의 투박한 맛과 향이 그대로 배여있다.
3. 먹은 후 : 외식의 즐거움과 집밥의 편안함
원주는 강원도에서도 경기도에 가깝고, 태백산맥에서 한층 비껴나서 치악산에 안겨 있는 고장으로 강원도이면서도 농촌의 특성과 인근 경기도의 특성까지 함께 보여주는 곳이다. 산골의 맛과 농촌의 맛을 함께 간직하여 비교적 지역맛을 잘 간직하고 있다. 1967년부터 만들어왔다는 말이고기도 이런 특성을 안고 있는 음식이 아닌가 한다. 유명한 원주 한우 덕분에 발달한 한우요리의 발전적 모습이다.
만드는 법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 전문가의 말이솜씨가 필요하여 집에서는 쉽지 않은 음식이다. 토속적인 토장된장국을 합치니 원주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 집에서 먹는 것같은 깊고 편안한 맛과 동시에 집에서는 먹을 수 없는 외식의 느낌이 살아난 조리방식의 조화가 그래서 이루어진다. 도시이면서도 아직 시골과 산골의 정서를 간직한 원주의 개성이 말이고기에서 모여 나타난다. 내륙에서 자기 음식을 갖는 하나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주목할 만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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