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행복해야 남들도 행복해”
군산 관음사 재곤스님
세계에서 인구 대비 가장 교회가 많은 군산에서 불교를 뿌리 내리고 포교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나운동 월명산 아래에 자리한 관음사의 재곤(71) 스님.
근엄하고 존엄스러운 표정보다는 이웃집 아저씨가 같은 인상을 풍기는 재곤 스님은 30여년째 군산에서 포교활동에 전념해 오고 있다.
충청도 출신으로 지난 1964년 고창 선운사에 입문해 45년째 수행을 해오고 있는 재곤스님은 고창 선운사와 전남 대흥사 주지 등 본사 주지만도 4차례를 역임했으며, 중앙종회 규정부장 등 중앙종화 활동도 활발했다.
이처럼 종단 내에서도 큰 어른이신 재곤 스님이 나운동 주택가에 둘러쌓여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작은 절, 그것도 불교가 척박한 군산에서 지난 1978년부터 30년 넘게 군산에서 불교를 지켜온 까닭은?
스님이 불교 불모지나 다름없는 군산에 관음사를 창건한 것은 척박한 지역에 불교를 뿌리 내리려는 원에서 시작됐다. 작은 절이라도 생겨야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 스님 생각이다.
“포교도 수행의 일부입니다. 스님은 나름의 역할이 있고 재가불자도 역할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옥답도 누군가 개척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황무지를 개간해보지 않은 사람은 문전옥답도 처음에는 황무지였다는 것을 모르죠. 군산이 원래부터 불교 황무지이지만 그렇다고 개간하지 않는다면 불교의 미래는 없습니다”
이처럼 스님의 철학 속에 매월 600여명에 달하는 신도들이 정기법회와 가족법회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특히 매주 둘째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가족법회는 10년을 훌쩍 넘겼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행복해도, 내 가족이 불행하면 세상이 불행하다”는 스님은 “내 가족이 행복해야 남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이 행복하면 그 행복이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란다. 가족법회마다 재곤 스님이 강조하는 단골 법문내용이다.
스님은 오랫동안 군산사암연합회장을 역임하며 군산지역 포교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재곤 스님이 있었기에 ‘부처님 오신날 연등축제’가 불자들 뿐만 아니라 군산시민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었다. 군산교도소 법회와 비행장 공군 38전대 법회도 재곤 스님의 원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관음사 창건 초기부터 시작했던 어린이 청소년 법회 참가자들이 이제는 어엿한 성인으로 듬직한 군산 불교의 동량이 돼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을 여실히 증명하기도 했다.
또 스님은 지난 10년간 현충일이면 지역 불자들과 함께 나운동 군경 합동묘지를 찾아 추모 법회를 봉행해 왔다.
재곤 스님은 “가장 소중한 자기 목숨을 바쳐 희생한 선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평화는 없었다. 호국 선열들을 추모하는 것은 시민의 한 사람, 불자의 한 사람으로 당연하다”고 말했다.
스님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군산시립묘지와 승화원(화장장)에 지장보살상을 봉안해 유족들이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할 수 있도록 돕고
매년 우란분절(盂蘭盆節.음력 7월 15일)이면 이름 없는 무연고 영가를 위한 천도재를 지냈다.
재곤 스님은 오늘의 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우리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 세계인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편안한 마음을 갖고 나부터 절약하고, 나누는 습관을 강조했다.
특히 받는 사람이 물질보다는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며 베푸는 자는 항상 마음으로 베풀기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