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한 무대
요즘 의상구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입던 옷만 입고 있었는데 이젠 내 이미지 관리도하고 나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이다.
매장에서 옷을 살 때 여유가 많다면야 어느 정도 물건이 마음에 들면 그리 신경 쓰지 않고 지갑 걱정 없이 척척 사면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내 지갑두께와 물건 사이에서 실랑이를 벌여야하고, 적절한 타협을 해서 서로 수긍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해야 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물건을 씨원 씨원? 하게 사는 타입이 못 되고 성격 상 소심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tv 홈쇼핑 판매도 부지런히 보고 있다. 어떤 옷들은 약간 이월이 됐어도 가격이나 품질에서 썩 괜찮은 것도 있지만,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과 막상 받아보니 달라서 실망하는 것도 있다. 방송 편성표를 미리 봐 뒀다가 시간이 되면 잽싸게 매진판매가 되는 물건도 있다.
코로나 때문인지 명품을 판매하는 방송시간이 늘어난 느낌이다. 나가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쇼핑하고 맘에 안 들면 부담 없이 반품하면 되고.
덕분에 평소 명품 매장은 부담스러워 눈길도 주지 않는 내가 홈쇼핑으로 명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트 하나에 몇 백 만원씩 하는, 그것도 할인판매라고 하는 물건들은 보면 그 천들의 고급스러움은 단연코 두드러져 보인다. 디자인은 내가 원하는 타입은 아닐지라도 꼼꼼한 바느질이라든가 마감처리는 완벽하게 했을 것이다.
가방정도는 명품을 들어야하지 않느냐는 주위의 반응을 보면 고급가방은 나를 드러내는 기본품목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유명 명품 가방이라는 걸 보면 대부분 디자인이 그리 예쁘고 멋지다는 걸 못 느끼겠다. 올드해 보이고. 내가 보는 안목이 없어서 일거다.
그래서 명품, 그 무대에 대해 읽어봤다. 세대로 물려받는다는 명품, 그들만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오뜨 꾸띄르는 고급 맞춤복을 선보이는 프랑스패션의 명예의 장으로 명품의 기원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대중화 된 고급 기성복들의 장인 프레타 포르테라든가 각종 패션 컬렉션 등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져 세계패션의 유행이 결정된다고 한다. 해마다 바뀌는 유행들, 과거에 유행했던 것도 좀 더 세련되게 변신을 해 돌고 도는 유행이지만 기존과는 차별화된 색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명품의 본고장에서는 명품을 실용적인 면에서 구입한다고 한다. 오랫동안 입거나 사용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고가의 값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명품을 지녀서 행복하다면야 굳이 탓할 이유는 없다. 허나 남들에게 과시할 목적이라면 그 명품의 본래 기능에 맞는 건가? 짝퉁들이 시장에 판매되는 이유는 유난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명품사랑과 과시욕에 뒤쳐지면 안 된다는 심리가 있기 때문일 거다. 백화점등에 가면 고객의 차림부터 일단 스캔을 하고 응대하는 판매자들을 느낀다.
그런데 명품 = 돈은 맞지만 명품 = 돈 있는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
유명 기업의 가족들이 카메라에 잡히면 그들의 입고 있는 의상들에 값을 매겨지는 걸 봤다. 어느 나라 산 면으로 만든 옷이 얼마 정도라고.......
또한 많은 기부를 한 어느 여성 사업가는 자기는 싼 옷만 입는다고 했다. 자동차등은 안전을 위해서 좋은 것을 사용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만 거품이 얹어진 비싼 명품이 잘 팔린다고 한다. 없어서 못 파니까 예약제로 희소성의 가치를 높이고. 명품구입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 있는 구매자들 보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 중에는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기 위한 구입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래서 루이비통, 샤넬, 구찌 같은 본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콧대를 높이고 호락호락 백화점등에 입점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 땜 억눌려진 명품욕구에 전 세계의 명품 이월 품들이 한국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보니 대형 마트에 명품 잡화들이 할인가로 전시되어 있었다. 요즘엔 좀 시들해진 것 같지만 해외직구로 저렴하게 구입하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플랫폼으로 전문 명품만 살 수 있게 광고도 하고 있다.
사실 니트 티만 해도 100% 울, 캐시미어, 알파카 등으로 만든 제품들은 입은 사람의 품위를 돋보이지 않나? 사람을 고급스럽고 격조 있는 분위기가 있게 한다. 나 스스로의 품격을 위해서 고급품을 입고 장식해서 자기만족을 얻겠다면, 할부로 사던 일시불로 사던 능력 안에서 소비한다면 탓할 일은 아니다.
남과 비교해서 나를 돋보이기 위해서 또는 시류에 따라가기 위한 무리한 소비가 아니면 되지 않을까? 또 물건이란 게 오랜 시간 사용하다보면 싫증이 나게 마련이니 고가의 명품 제품은 아니더라도 중간 가격대의 물건으로 유행에 호응을 하면서 새로운 물건을 득템 한다는 기분을 자주 누리겠다면 그 또한 개인취향 아닌가?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명품을 알아보지 못하니 옆에 명품으로 휘감은 사람이 앉아 있다면 아주 섭섭해 할 것 같다. 부러워 해주거나 시샘하는 표정을 지어줘야 하는데.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하고 소중히 여기고 애정 해 줘야만 내 주위에 머문다고 한다. 나도 이제는 명품이란 애와 좀 친하게 지내볼까? 비싼 가방 살돈이면 여행을 가겠다던 나의 생각들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는 건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꾸민 듯 안 꾸민 모습들에서 유명 브랜드들의 로고가 디자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2021. 10. 19. 향기
첫댓글 저도 보는 눈이 없는지 명품 가방 같은 게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답니다. 가격은 그렇다치고 예뻐야 살텐데 하고 늘 생각하죠. 제가 고등학생 대학생때도 브랜드가 유행했다던데 전혀 몰랐어요ㅠ 품질 좋은 물건을 대를 이어가며 가치있게 소비하지 않고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과시하시 위해 산다면 명품이 아니라 사치품이겠죠. 현명한 소비하면서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도 기르시니 앞으로 효숙씨 착장을 잘 봐둬야겠습니다^^
명품에 대해 생각해보는 글 잘 읽었습니다 ^^
결혼할 때 남편에게 명품 백 하나는 받아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신나서 난생처음 명품 매장을 여러번 돌아다녔더랬어요. 결국 제 안목으로는 고르기 어려워 평소에 백화점에 자주 가는 많이 안친한( ㅎㅎㅎ) 친구을 섭외해 가방을 골랐던 일이 생각나네요. 그 가방은 지금도 장농안에 있어요 가끔 경조사 때 매고 갑니다 ㅎㅎㅎㅎ 있으니 쓴다 정도지…
굳이 사라면 지금은 안 살것 같아요. 저도 효숙님처럼 차라리 그 돈으로 여행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가방을 사고 난뒤에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하는 스타일인지라 그런것 같아요 ㅎㅎㅎ
또 물건을 사서 관리 잘해 오래 쓰는 스타일도 못되더라구요 제가.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명품은 부담스런 존재! 관리+유지는 영 소질이 없어요.
내 스타일을 아는 것도 중요한것 같아요.^.^
저도 명품에 대해서는 호감이 별로 안갑니다.
이 나이쯤 되면 명품 백 하나쯤 있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나갈 때 집어드는 가방은 무명 옥스포드지로 박아 만든 자루 같은 헝겊 가방입니다.
전에 고전 삼국유사 세미나에 갔더니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쓴 러시아 학자 박노자씨가 강의 때문에 노르웨이에서 와서 공항에서 바로 왔다며 헐레벌떡 오더라구요. 그런데 가방이 내가 들고 다니는 것 같은 하얀 헝겁 가방이었어요 그것도 양쪽 귀퉁이가 헤어진 가방이요. 그때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그분이 멋있어보였어요.
근데 옷이나 가방 등으로 나를 표현한다는 효숙씨 말에는 나도 동감입니다. 그러나 전 그리하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멋지게 자신을 표현할 효숙씨 빨리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