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분량이 짧아서 1,2,3을 합해서 올립니다. )
第 二 章 신비흑표(神秘黑豹)
1. 화홍지고(花红之高:살수의 댓가는 비싸다)
은자 서른 닷 냥을 쓰면 원수를 한 칼에 베어 버릴 수 있는 흉수 한명을 살 수 있다. 경도에서는 돈을 쓰려고 마음 먹기만 하면 이런 불량배 흉수를 반드시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금의위 고수를 암살할 수 있는 자객을 고용하려면 경도에서는 털끝만큼도 희망이 없고 금은보화를 더 많이 주어도 헛수고였다.
천하 각지의 요진(要津:중요한 나루터)과 큰 부두에는 피비린내 나는 돈으로 벌어먹고 사는 살수 집단이 적지 않았다.
그 중에는 최상급 살수이며 최고 고수인 자객이 적지 않았다.
연줄만 좀 있고 돈을 넉넉히 쓰려는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최고 고수 자객을 고용하여 일을 처리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비운신룡의 지시는 간단명료했다.
멀리 남경이라도 가서 유능한 살수를 초빙해도 된다는 명백한 지시였다.
남경 살수가 값을 더 요구하더라도 금액은 얼마든지 임의로 더 지불해도 좋다는 뜻이기도 했다.
은자 일 만냥을 어깨에 메고 옮길려면 칠팔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 당연히 은대(银带: 은주머니)나 장표(庄票:일종의 수표)를 가져가야 한다.
댓가가 비싸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일 만 냥 은자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건 사람이 많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당시, 은자 한 냥을 쓰면 다섯 근짜리 큰 수탉 두 마리와 술안주를 살 수 있었고
밭 한 마지기를 사는데도 은자 칠 팔 냥에 불과 했다.
음모는 진행되고 있었고 공기 중에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2. 횡행불법(橫行不法)
십 일, 이십 일……
이날 아침 일찍 성문에 공고가 나붙었다.
공고 내용은 좌도어사(左都御史) 왕경충(王耿忠)이 재물을 탐하여 법을 어겼으며 그래서 금의위가 그를 체포하여 천뢰에 가두고 재산을 몰수하였으며 가택을 봉쇄하여 조정의 신문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토록 했다는 것이다.
재산을 다 몰수당했으므로 왕 좌도어사는 남은 재산이 없었다.
삼일 전에, 왕 좌도어사는 소무백 조흠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
그 내용은 ‘설령 집노비 일지라도 공공연히 성 동쪽에 있는 지화사(智化寺)에서- 즉 강점하기 전에는 공부(工部) 원외랑(员外郎) 유용(刘容)의 별장이었던 곳- 하인 일곱 명을 살상한 것은 법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한 이다’ 는 것이었다.
상소를 올린지 삼일이 못되어 왕좌도어사는 천뢰로 곧바로 직행하였다.
3. 이평평(李平平)
오시(午时)가 가까울 무렵.
성 남쪽 선무문(宣武门)밖 큰 길 가에 있는 연경노점(燕京老店),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한 젊은 손님이 검붉은 털을 가진 말을 끌고 객점에 투숙하였다.
연경노점은 크지도 작지도 않는 객점으로 세워진지 사실 그리 오래지 않았다.
십년 전, 몽고 귀족 와자(瓦刺)의 대군이 정통(正统)황제 즉 지금의 천순황제를 납치 하여 포로로 삼고 경성을 포위하였다.
(역자주: 정통황제는 명나라 영종을 말하며, 나중에 천순으로 연호를 바꿈).
북으로는 상원(上苑:천자의 정원)으로부터 남으로 노구교(芦沟桥:북경 서남쪽 약 15km에 있으며, 명창 첫해(1189年六月)에 건축을 시작하여,명창(明昌) 삼년(1192年)三月에 完工 하였다 )를 연결하는 선에서, 쌍방의 근 백만 대군이 목숨걸고 싸우기를 되풀이 하는 바람에 성 밖의 넓은 도로와 촌락이 전부 불타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었다.
근왕병마(勤王兵马:왕실친위대)가 도착하기 전에 병부상서兵部尚书 우겸(于谦)이 현 봉쇄령을 내려서 부근 주현(州縣)의 창고에 있는 식량과 사료를 전부 불태우고 성밖 백성들의 집을 헐고 사람과 물자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는 적군이 거점을 함락해도 물자를 뺏거나 거주할 집을 얻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몽고인 기병은 삼장 육척 높이의 성벽과 어하(御河)를 마주보며 한숨을 쉬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성 밖의 큰 도로는 지난 이삼 년에 걸쳐 중건된 것이었다.
그때, 남쪽 성 밖의 천단(天襢), 선농단(先農壇), 천교(天桥)는 전혀 그림자조차 없었다. 즉 아직 건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것들은 그로부터 육칠 십 년이 지난 가정(嘉靖:서기1522年—1566年, 明나라 제11대황제, 연호 世宗, 이름은 주후총朱厚熜) 황제 때에 건축된 위대한 건축물이었다.
그때 남성(南城)은 당연히 건축되지 않았고 다만 성 남쪽 교외에 새로 건설된 집 들은 과거에 비해 깔끔하게 정리되었으며 큰 길도 상당히 넓어졌을 것으로 추측 된다.
연경노점은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나 모두 삼사십 칸의 상방(上房:최고급객실)과 이삼십 칸의 대통포(大统铺: 하나로 연결된 군대식 침상을 가진 객실)가 있었다.
그 젊은 사람은 사실 젊은이라고 할 수 없었다.
객점의 금전출납부에 기록된 자료에 의하면 이름은 이평평(李平平)이었고 나이는 이십 팔세며 남경(南京) 회안부(淮安府) 사람이었다.
로인(路引:군졸·행상·외국인 등에게 관청에서 내어 주는 여행증)을 신청한 이유는 친척을 찾기 위함이었다.
여정(旅程) 장소는 남경에서 경사(京师:수도)의 순천부(順天府)까지며 기한은 넉 달 동안이며 시작은 …부터…까지……이다. 달과 날짜 기한이 되면 일을 마치고 돌아가야 하며 기한을 넘기면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이십 팔세는 당연히 나이가 적다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젊은이는 풍진에 고생한 기색이 전혀 없는 너그러운 얼굴이었다. 칼날 같은 눈썹, 호랑이 같은 눈에다, 얼굴색은 불그스름하고 건강했으며, 얼굴은 세속의 삶에 대해 만족한 듯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팔다리가 길고 몸집도 훤칠하였으며 거동도 침착하고 차분하며 힘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부자 집의 자제로 보였으며 청삼으로 바꾸어 입었는데도 여전히 칠팔 푼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 보였다.
더군다나 그의 행랑에는 많은 금이 있고 허리띠 사이에 달려있는 솜씨있게 수놓은 주머니 속에는 금은 부스러기 뿐 아니라 곧 휴지조각이 되기는 하겠지만 공인(公人)을 접대하는 대명보초(大明宝钞:일종의 지폐)가 들어 있었으며, 보천국(宝泉局)에서 발행한 경도와 남경 두 곳에서 사용가능한 관표(官票:관청에서 발행한 수표, 지폐와 다른점은 액수가 크다, 銀票라고도 함), 그리고 경도와 남경의 사대 전장(四大錢莊)에서 발행한 회표(汇票:일종의 환어음, 莊票라고도 함)가 들어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다른 사람은 그가 무공을 할 줄 아는 강호낭인(江湖浪人)이란 것을 절대 생각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감각이 예민한 전문가들만이 대충 동류 기질이나 그 안에 감추어져 있는 억세고 굳센 본성을 겨우 알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강호 친구들의 기억속에는 이평평이라는 인물은 없었다. 다시 말해 강호에서는 이평평이라는 인물이 유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시에 강호 친구들은 별명에 대해서 비교적 중시하였다.
그래서 고수 명숙들의 별명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들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협의 영웅이 되려는 것이 어찌 말처럼 그렇게 쉽겠는가?
모처의 부두에서조차도 일방 패자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외호가 없는 이평평이란 사람은 결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경도 인사들이라면 이평평이 어떤 인물인지 누가 알겠는가?
정말 공교롭게 연경노점의 어떤 사람은 그가 이평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질 무렵,
그는 세수를 하고 청삼으로 바꾸어 입은 뒤 큰 소매 자락을 표표히 휘날리며 삼진객원(三進客院)에 속한 음식점으로 걸어 들어갔다.
음식점은 넓어서 두 칸을 하나로 합쳐 놓은 듯 하였으며 삼 십 두 개의 팔선탁(八仙桌:정사각형탁자에 여덟 명이 앉아먹을 수 있다)이 놓여 있었다.
음식점 안은 밝은 등이 높이 걸려 있고 음식이 연신 들어가고 나갔으며 손님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드나들었고 손님들이 떠드는 시끄러운 소리와 음식점안의 뜨거운 열기 술냄새 요리냄새 그리고 땀 냄새로 뒤범벅이었다.
그가 막 뜰 가까운 창문 구석자리에 앉았으나 점원이 아직 오지 않아서 술과 안주를 주문하지는 못하였다.
뒤에서 돌연 소처럼 건장한 거구의 한 대한이 따라왔다. 그도 뜻밖에 푸른색 장삼을 입고 있었는데 거동은 마치 거친 무뢰한 같았다.
“여보시오! 난 당신을 알고 있소.”
거한은 시뻘건 입을 크게 벌리고 괴소를 터뜨리며 등받이 없는 의자를 끌어당겨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흐흐흐! 작년 세모(歲暮) 산동성 해주(海州) 운대산(云台山)이 기억나시오?”
“아! 기억나오. 당신 ……이름이……?”
그는 기뻐하였다. 하지만 검미를 모은 모습은 상대방의 성과 이름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철권쾌퇴(鐵拳快腿) 손승종(孫承宗)이라 하오.”
“그렇군. 틀림없소. 큰 황소같은 호걸 손승종은 확실이 주먹이 크고 발이 빨랐지.
어이! 소이가(小二哥:종업원), 몇 가지 술안주와 뜨거운 고량주 네 주전자를 가져오게. 이분 호걸에게 술과 음식을 빚지고 있는데 지금 갚아야겠네. 빨리 가져오게!”
점원은 연신 ‘예예!’ 하면서 먼저 찻물과 깨끗한 수건을 가져왔다.
“기억하기로 당신은 이(李)씨 성인 것 같았는데……”
“기억력이 좋구려! 난 본래 성이 이(李)가요, 이평평(李平平)이라 하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하지만 운대산에 놀러간 그 날은 정말 재수가 없었소……해주일패(海州一霸)란 악당 놈을 만났는데 내가 목숨걸고 저항했다는 것을 당신은 모를 거요. 한 대 얻어맞고 쓰러졌지만 민첩하게 일어나서 밀치면서 도망했소. 아아! 다행히 뼈가 부서지지 않아서 불행중 다행이라 생각했었소.”
‘솔직히 말하지만’ 이란 말투는 아무 의미없이 말하는 그의 입버릇 같았다.
이평평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 때 때마침 당신을 만나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내 손과 발이 절단되지 않은 것이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오. 아! 아직도 당신에게 말하지 못했구려! 난 해산물 반찬을 파는 행상이오. 당연히 해주 이소(理所:벼슬아치들이 모여서 행정 사무를 보는 곳)에 가는 길이었소. 한 눈에 봐도 당신은 세상 물정을 잘 아는 호걸 같았소. 그 시골구석 해주까지 간 것은 어떤 귀중한 용무가 있었기 때문이오?”
“말도 꺼내지 말게 노제!”
철권쾌퇴의 얼굴빛이 가라앉았다.
“본래 친구의 초대에 응하여 해주 주가대원(周家大院)에 가서 친구를 위해 한 주먹 도와서 원수의 침입을 방어하고……”
“그렇군, 기억이 나오. 해주의 대선인(大善人) 그 주대노야(周大老爷)는 오! 마치……마치……”
“죽었네. 목이 잘렸지. 격투하다 목이 잘려 죽은 것일세.”
철권쾌퇴가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썩어빠진 대선인인가? 그는 나와 똑같이 강호에 뛰어든 호한일 뿐이네. 성은 주(周)가 틀림없지만 이름은 거짓이네. 그의 별명은 음살(阴煞)인데 십여 년 전에 음살 주전(周全)의 명성이 강호를 진동하였지. 흑도의 풍운 인물로 살인 방화에다 하는 일마다 흉악하지 않은 것이 없는 대흉마였네.”
“결국 살해당한 것은 악행의 댓가를 받은 것이구려. 흉수는 어떤 자요? 결코 관청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 같소만?”
“관청에 보고를 한다고? 그의 식구들이 감히 관청에 보고 한다구? 뭘 모르는 말이네!”
“하하! 본래 난 뭘 모르는 사람이오.”
그가 대소를 터뜨렸다.
“자네 흑표(黑豹)에 대한 소문 들어봤나?”
“흑표(黑豹)라고? 소문에는 그건 금전표(金钱豹)의 변종이며 좀처럼 보기 어려워서 이수(异兽)로 열거된다고……”
“흑표는 한 사람을 말하네. 최근 칠팔 년 간 각문각도(各门各道) 고수 명숙(名宿)이 가장 두려워하는 신비한 살수(杀手)일세. 이 살수는 오는 그림자도 없고 가는 흔적도 없어서 도대체 어떤 내력을 지니고 있는지 사람들의 입에서 떠들썩할 뿐이네.
적지않은 고수 명숙들이 이미 대대적으로 엽표대(猎豹队:흑표 사냥대)를 조직하여 온 천하 각지의 주요한 진(津)의 큰 부두를 수색하였으나 털끝 만큼의 단서도 얻지 못하였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천하각지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네.”
“아! 흑표가 주노야와 관련이 있었구려!”
“그의 죽음은 바로 흑표 손에 의한 것이네. 일곱 명의 경비가 이구동성으로 표범 그림자를 먼저 보았으며 곧이어 혼미해졌다고 말했네. 나는 그날 밤에 동쪽 뜰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상함을 느꼈을 때는 이미 주노형은 죽은 뒤였다네.”
“손형과 흑표는 원한 있소?”
“자네 어찌 이리 어리숙한가? ”
철권쾌퇴가 그를 비웃었다.
“흑표는 돈을 받고 살인하는 살수이지 원한과는 무관하네. 주노형과 원한이 있는 자가 틀림없이 그 살수를 고용하여 그의 목숨을 취한 것이네. 주노형은 사전에 몇가지 풍문을 들었고 그래서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을 것이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친구들이 현장에 당도하기 전에 살해당해 버렸네. 흑표의 일초도 받지 못하였으니 상상해보게 이 악마같은 흑표에게 정말 두려워 떨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나에게 두려워 말라고 하는 것이오?”
“쓸데없는 소리! 자네가 무엇을 겁내겠는가?”
철권쾌퇴가 그를 깔보며 비웃었다.
“자네는 정정당당하게 몇 푼 돈을 벌려고 애쓰는 일개 행상일세. 강호의 혼탁하고 어지러운 것조차도 자네에게는 하찮은 번거로움 일걸세. 강호를 진동하는 흑표,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천하를 경동하는 큰 사건일세. 자넨 어찌하여 파 한 뿌리 쯤으로 생각하는 건가?”
“말인 즉 그렇군.”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내가 몇 푼 돈을 지니고 죽을 힘을 다해 옳지 않은 사람들과 한 판 싸운다 해도 천하의 영웅 호한은 아무도 내가 누군 줄 알지 못하니 흑표도 당연히 나를 우습게 볼 것이오……”
이때 가까운 곳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고의로 두 사람에게 주의를 끌려는 것이 분명했다.
건장한 대한 세 명이었다. 짧은 청삼속에 비수를 흉기로 감추고 지금 술과 음식을 먹고 마시고 있었다.
헛기침을 한 사람은 상석에 앉은 팔자수염을 가진 자였는데 황소처럼 건장한 대한이었다.
점소이가 술과 요리를 탁자위에 내려놓자 이평평은 술과 요리에 주의를 기울이며 대한의 헛기침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철권쾌퇴는 그를 주의하여 보고 있었다.
“어? 노형의 낯이 약간 익은데?.”
철권쾌퇴가 황소같이 큰 눈을 번뜩였다.
“대천용조(大天龙爪)를 닮았는데……”
그 대한이 우수를 들고 오지를 폈는데 손가락의 첫째마디가 반쯤 구부러져 있었다.
책속에 나오는 오조금룡(五爪金龙)의 진짜 발톱같이 그 모습이 힘있어 보였고 잠재된 힘을 과시하려는 것 같았다.
“아! 강북(江北)의 일룡(一龙), 용조번강(龙爪翻江) 한일룡(韩一龙) 한씨 주인이군!”
철권쾌퇴는 자못 의아한 느낌이었다.
“노형은 그 부하들을 아직 해산하지 않은 것 같구려. 노형은 경도 부근에 종적을 드러내면서 어찌하여 자금성을 강탈하는 것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오? 그래도 되는 것이오?”
“난 과거처럼 도적질하는 일을 떠났소. 지금 황성(皇城)에서 한 가지 공무를 맡고 있는 것은 확실하오.”
용조번강이 웃음을 터뜨렸다.
“수상 강도짓은 필경 해결책은 아닌지라 어쩔 수 없이 달리 발전을 도모하였소.
여기는 나 용조번강의 과거를 아무도 개의치 않는지라 사는 것이 십분 안락하오.”
“황성에서 공무를 맡고 있단 말이오?”
철권쾌퇴는 더욱 의아한 느낌이었다.
“그렇소. 소무백(昭武伯) 저택에서 일하오.”
용조번강은 그 한 마디만 하고 더 이상 자세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당신같은 흑도 이류 인물이 어떤 용무가 있어 경도부근에 왔단 말이오?, 이곳에는 일류 인물도 아직 얼굴을 드러내기에 자격이 부족하오.”
철권쾌퇴가 말했다.
“소생은 이름을 날릴 생각이 없고 경사(京師:수도)는 소생이 부정한 방법으로 명예를 얻을 곳이 아니오. 난 자신을 조심하는 것에는 영리하오. 당연히 내 자신이 일류인물이란 말에 어울리지 않음을 알고 있소. 그렇다면 노형같은 고수중의 고수는 으스대도 되는 곳이오? ”
철권쾌퇴의 말속에는 풍자가 들어있었다. 상대방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 분명했다.
“난 친구를 찾아왔고 친구에게 몇 마디 전갈을 하려는 거요. 그를 찾으면 즉시
남쪽으로 떠나야 한다는 눈치쯤은 있소.”
“원래 그랬구려. 그런데, 당신들이 강호를 경동하는 악마의 신비살수 흑표를 언급 하던 것이 들리던데?”
“당신네 한씨 집안은 강북에서 강도질을 하고 있으니 물론 흑표가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과 관련 있음을 알아야 하오.”
“나는 그가 최근에 저지른 사건을 가리키는 것이오.”
“작년 세밑에 해주(海州)에서 음살(阴煞) 주(周)노형이 살해되던 때 나는 주가(周家)에 있었으나 다행히 흑표와 마주치지지 않았소. 올해……”
“올해 그가 저지른 두 가지 큰 사건이 있소. 노형도 당연히 소문을 들었을 것이오!”
“난 소식통은 아니지만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일이라 신경 쓰지 않았소. 그럼 한가한 시간이 있으면 나와 무관한 일에 대해 듣기로 하고 자, 당신에게 한잔을 권하겠소.
당신이 높은 지위에 오른 것과 의식주를 해결하고 부모를 공양할 곳을 찾은 것을 축하하오. 건배!”
철권쾌퇴의 모든 말은 거의 모두가 풍자를 담고 있었다.
솔직하고 호탕한 사람은 곧 이런 성품이란 것을 표현이라도 하듯 말로 통하지 않자 말마다 보복하는 것이었다.
용조번강이 줄곧 그를 친구로 부르지 않는 것은 그를 업신여김이 분명한데다가 말로도 견해가 일치되지 않으니 말로 보복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당신이 기왕 몰랐다하니 당신을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오.”
용조번강은 그의 풍자적인 말에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당신 호의에 감사하오. 건배!”
“건배!”
“그러나 우리 회(會)의 누군가가 당신을 찾아 갈 것이오.”
용조번강(龍爪翻江)은 술잔을 내려놓으면 음산하게 웃었다.
“나를 찾아? 무엇 때문에?”
철권쾌퇴의 안색이 일변했다.
“우리는 몇 몇의 풍운 인물들과 관련된 소식을 알고 있어야 하오. 흑표는 바로 칠팔년 동안 풍운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살수이며 살수라는 직업을 행하고 있는 사람이오.”
“여보시오! 당신들은 무엇 때문에 흑표를 조사하려는 거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요!”
“그건……”
“손형(孙兄), 더 많은 것을 물을 필요가 없소.”
“그렇소, 많이 물을 필요가 없소. 그것은 강호 친구가 시비를 피할수 있는 금과옥률(金科玉律)이오.”
철권쾌퇴가 고소를 지으며 머리를 돌려 탁자 위 요리를 한 입 먹으며 말했다.
“제기랄! 난 아마 악운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나보군.”
“그렇소! 악운은 끝까지 남아 있고 쉽게 사라지지 않소.”
이평평이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하며 얼굴에 괴이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우수로로 무의식적으로 술잔을 가볍게 빙글빙글 돌렸다.
“십년은 하동(河东:황하동쪽)에서 십년은 하서(河西:황하서쪽)에서 그래서 통상 악운은 한 번 시작되면 십년은 가오.”
“아!, 십년, 십년이라……”
철권쾌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이평평의 손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술잔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홀연 그의 눈빛이 밝았다 어두웠다 하며 흔들렸다.
탁자 가까운 곳에 있던 세 사람은 방금 온 두 대한과 더불어 음흉한 모습으로 머리를 맞대고 귓속말을 하더니 홀연 그들 두 사람이 움직였다.
“당신은 흑도에서 꽤 유명한 일류 호걸인데 지금까지 여전히 되는대로 살아가니 무슨 좋은 상태가 오겠소. 도리어 일개 수적(水賊) 소두목 만큼의 기개도 없으니 정말 슬픈 일이오! ”
이평평의 음성이 돌연 배나 높아졌다.
“손호걸, 귀하의 고향은 어디시오? 도대체 어떤 일에 종사하고 있소?”
탁자 가까이 있던 두 명의 대한이 총총 사라졌다.
용조번강 등 세 사람의 주의력은 다시 그 두 사람의 몸으로 돌아왔다.
“괘씸한 놈!”
철권쾌퇴가 돌연 얼굴빛을 확 바꾸더니 일장을 날려 탁자위의 잔과 쟁반을 후려쳤다. 그리고 온통 노한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쓸모없는 개새끼야,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냐? 뜻밖에 이것저것 속에 있는 것까지 캐묻더니 제기랄! 토끼새끼 같은 네 놈을 때려 죽일터이니 조심해라.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한 발로 등받이 없는 의자를 걷어차자 의자가 우지끈 부서졌다. 그리고 길을 가로막고 있는 두 식객을 거칠게 밀쳐내며 씨근덕거리며 가버렸다.
“저……인형(仁兄)이 왜 저러는 거요?”
이평평은 겁을 집어먹은 듯 소리치며 정말 온 몸을 부르르 떨었고 안색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애송아, 너 운이 좋다.”
용조번강이 호의적으로 말했다.
“다행히 그가 너를 쓸모없는 놈으로 생각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가 너의 쌈지에 관심을 두었다면 한 손가락만 가볍게 뻗어도 너는 순순히 쌈지를 그에게 갖다 바치는 액땜을 하였을 것이다. 넌 본래 평범한 백성이니 저런 인간을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 알겠느냐?”
“그……알겠습니다.”
그는 마음이 너그러운지 금방 얼굴에 웃음기를 회복하였다.
“나도 누구를 가까이 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싸워야 한다면 나의 권각(拳脚)도 괜찮은 편입니다. 누가 누구를 겁냅니까? 어쨌든 나도 세상물정을 겪어본 사람입니다.”
“머저리 같은 놈, 너의 그런 말이 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용조번강은 비웃으며 욕을 하고서는 더 이상 그를 개의치 않았다.
이튿날 아침, 철권쾌퇴는 총총 계산을 하고 남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가 총총 돌아가는 뜻은 재앙을 피하려는 것이며 더구나 뒤에서 사악한 집단이 그를 뒤좇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
장로님 덕에 즐독하고 있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주인공이 모습을 나타냈군요..감사합니다.
집중해서 읽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겠습니다~~
흑표, 이평평... 중요인물들이 등장한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잘 읽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