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의 심신 관계와 수련법
1)도교의 심신 관계
도가에서는 몸을 육체적인 몸(形)과 정신적 작용(神)의 부분으로 나누는데 보이지 않는 몸인 신(神)이라는 정신작용은 '형(形)과 심(心)', 즉 신체와 마음, 감정이 균형을 이루고 건강할 때 그가 가진 기능과 능력을 가장 이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김재숙, 2013a). 신(身)은 우리가 쓰고 있는 몸이라는 것과 비슷한 포괄적 의미를 갖는다. 즉 형과 심이 담기는 장소로서 정신을 포함하는 전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는 다른 동양적 사유와 마찬가지로 신체와 정신이 하나의 몸, 인간을 이루는 존재론적인 심신일원론을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도가에서는 만물은 기를 통해 형태와 기능을 만들고 변화시킨다고 보았다. 기는 음기와 양기로 나누어지고 우주 만물에는 모두 음기와 양기가 들어 있다. 만물은 이 둘의 조화와 화합으로 생명과 균형을 이루고 유지된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인간의 생명도 원기(元氣)의 양면인 음양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생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원기는 우주의 모든 생명력을 충만케 하는 실체이며...옛 사람들은 사람과 천지자연이 모두 기(氣)에서 생겼으며...그 때문에 사람과 천지자연이 서로 통하고 서로 닮았다(박성범, 1995:15).
즉, 도교에서는 기의 수명을 인간의 수명과 동일시했다. 이러한 기는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떤 방향성을 가진 움직임을 뜻하며 그 기가 형체화된 것을 형(形)이라 한다. 이 형을 함부로 쓰면 쇠약해지고 신(神)과 형이 분리되면 죽는다. 그 때문에 신은 생명의 근원이며 형(形)은 생명의 도구라 할 수 있다(김선애, 2016). 이렇게 기와 신과 형은 서로 어우러지면서 심리적, 정신적, 신체적 작용들을 아우르는 작용을 한다고 본 것이다. 신체와 정신을 이어주고 아우르는 것이 기이고, 기는 욕구와 욕망, 감정의 흐름이다. 이렇게 기와 형(신체) 그리고 신(정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간을 존재하게 한다는 것이 도가에서의 심신관계론이다. 도가의 심신일원론을 설명해주는 개념은 기(氣)라고 할 수 있다.
2)도교의 수련법
우리가 흔히 신선이라 여기는 도교의 이상적 인간상을 진지(眞知)를 지닌 진인(眞人)이라 부른다. 진인이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기의 저장고인 몸을 수련하여 그 존재 근거인 도와 합일을 이룬 사람을 말한다(김재숙, 2013b). 진인이 되려면 인간 심층부를 구성하는 대자연의 에너지를 회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도교의 수련법은 정통적 호흡수련법으로 수ㆍ당 시대 이전의 존사법(存思法)이 있다. 신체 각 기관에 체내신(體內神)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기 수련법인 존사법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사계절과 5행의 정신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5장신(五臟神)이 되고, 나가면 사계절과 5행(五行)의 신이 된다. 체내신이란 다름 아닌 자연에 상응한 신체 내부 각 기관의 근원적 기운을 신격화한 것으로, 존사(存思)란 이 신들이 제자리를 지키도록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다. 체내신이 자리를 떠나면 그 부위에 병이 들게 되고, 체내신 모두가 인정되어 있으면 불로장생(不老長生)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정재서, 2010:250).
즉, 인체와 자연, 음양오행의 이치를 동일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음양오행의 기가 인체에 들어와 오장신이 되므로 정신을 집중하여 신체에 머물면서 이 5장을 잘 돌보는 것이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여겼다.
김재숙(2013b)은 존사법 이후의 명상법으로 내단(內丹)명상법을 설명하는데 내단명상법은 성명쌍수(性命雙修)를 기본 원리로 한다. 성(性)은 유교에서 말하는 사람이 갖추고 태어나는 본성을 의미하고 명은 신체, 생명 활동으로 정기, 원기로 형(形) 개념과 통하는데 성, 명 둘은 서로가 서로의 바탕이 되고 이룸이 된다. 명을 닦고 성을 닦지 않던 전통 도교는 성명이라는 유교적 이론을 가져오고 불교의 영향을 받아 성과 명을 동시에 닦는 수련법을 취하여 유불도 통합의 성명쌍수를 주창하게 되었다(김재숙, 2013b:50-53). 내단수행법이란 먼저 신체적 수련을 통하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정(精)을 기(氣)로 바꾼 후에 이 기를 신(神)으로 바꾸고 이 신이 천지만물의 근원인 도를 이룬, 궁극의 실재로 돌아가도록 변화[煉](김경수, 2011)시키고자 하는 내단 사상을 원리로 한다.
원초적 생명력의 차원에서 신체가 영아와 같은 최초의 완전한 상태에 이르기 위해 호흡과 명상을 통해 신체 내부에서 정기를 취하고 마치 수태(受胎)를 하고 수련을 잘하여 이를 영아로부터 자신의 몸 크기만큼 양신(養神)해서 몸속에 완전한 원신(元神)을 이룩하는(정재서, 2010:265) 것이다.
내단수행법은 몇 개의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준비단계를 득정(得靜)이라 한다. 득정은 온갖 잡념과 생각을 끊어 고요함을 얻는 것으로 마음의 평정을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성(性)을 기르는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정을 단련하여 기로 변화시키고, 기를 단련하여 신으로 변화시킨 후신을 단련시켜 허(虛)의 단계, 존재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도를 이루게 되는 연허합도(煉虛合道) 순으로 이루어진다(김재숙, 2013, 65-70).
이처럼 정(情), 기(氣), 신(神)을 단련하는 것이 핵심이고 성명쌍수의 요체가 내단수행법이다(김재숙, 2013b). 즉, 우주의 근원인 자신의 몸을 완전하게 만드는 수련을 통해 신체의 원기를 회복하여 심신의 생명력을 확장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고요히 침잠하여 내적 성찰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존사법과 내단 명상수련법은 R. C. Schwartz가 고안한 IFS 프로토콜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IFS 프로토콜은 마음챙김-내면의 통찰로 들어가기-내면 직접 접속으로 진행된다(Lisa Spiegel, 2020:77). IFS는 마음챙김을 하여 자신의 내면을 통찰하면서 호흡에 집중하고, 감각에 주목하여 감각이 일어나는 신체 부분에 주의를 집중한다. 이는 불교의 명상법과도 유사하고 내단수련 준비 단계의 득정과도 유사하다. 또한, IFS의 마음을 모아 기를 순환시키고, 내면을 통찰하여 자기 내면의 각 부분과 연결하고 참나에 접속하는 내적 경험 과정은, 존사법 명상에서 신체 내부 각 기관의 근원적 기운을 신격화하여 이 각 부위의 신들이 제자리를 지키도록 정신을 집중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체내 각 부위의 신이 자리를 떠나면 그 부위에 병이 들게 되고, 체내신 모두가 안정되어 있으면 불로장생(不老長生)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존사법의 원리다. 이는 내적 심리 안에 존재하는 각 "내면의 인격들"이 다시 하나의 전체 인격 체계를 구성한다. 때문에 이 내적 관계를 논의하는 것을 주요 치료 원리라고 주장하는 IFS의 원리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내적 성찰을 요구하는 도교의 수행법은 우주의 원리와 인간 신체, 생명의 원리를 같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해와 달의 운행(음양의 운행)과 인간 성명의 질서도 같은 원리로 작동하므로 불교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음양의 이치, 즉 양극의 합일과 운동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노자의 도덕경 2장에는 있음과 없음은 서로에 의해 있고 없으며 쉬움과 어려움은 서로에 의해 쉽고 어려우며 높고 낮음은 서로에 의해 높고 낮으며 이것이 세상의 모습이라 하였다(김영주, 2016). 이러한 빛과 그림자, 있음과 없음의 상대적인 존재성과 분화와 통합성에 대한 논지는 융의 그림자론과 상통한다. 융 심리학의 그림자는 자신이 알지 못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숨겨진 어두운 면으로서의 감정이나 인격적 특성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를 알아채고 의식으로 통합할 때 개개인은 더 큰 힘을 얻게 되고 통합된 인격에 가까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융은 의식과 무의식을 동일한 무게를 가진 것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는 도교에서 음양의 합일, 대극의 합일을 말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는 게슈탈트 치료에서 Perls가 임상적으로 사용한 '상전과 하인'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도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판단에 대한 경계도 역시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분별지(分別智)를 여의라(장일순, 1998:31)"하였고 노자는 도덕경 45장에서 곧은 것은 굽은 듯하고, 빼어난 솜씨는 어리석은 듯하고, 훌륭한 웅변은 어눌한 듯하고, 진정한 진실은 거짓인 듯하고, 위대한 논쟁은 침묵인 듯하다고 하며 표면적인 것 너머의 것을 보라고 하였다(Wayne W. Dyer, 2010:314). 우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 또는 참여자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시각을 유보해야 함을 일러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는 다스리기 어렵고,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는 자기만의 길을 찾는다(Wayne W. Dyer, 2010:447)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평가하고 판단하고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경험을 수용하는 태도는 선입견을 배제함으로써 지금 여기의 경험에 더 선명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또한 "이러한(판단 중지) 방법을 사용하는 게슈탈트 치료가 추구하는 바는 범주화된 틀의 지배를 경계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지각할 것을 가르치는 노자 철학과 상통한다(김영주, 2016:206)" 즉, 판단 중지를 통해 지금 여기 존재하고 발생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감지하고 받아들이는 도가적 태도는 또한 현상학적 방법론과 게슈탈트 치료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으며 그 외 많은 치료 이론, 임상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도교의 명상법은 참선, 단전호흡, 기 수련 등으로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는데 불교의 명상법과 혼동,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는 도교에서 노자 이래 유불선 통합론인 성명쌍수론 형성 이후 비슷한 수련법들을 공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신 통합예술치료의 치유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 민주원 용인대학교 대학원 예술치료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