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로 정년퇴임을 하시며, 2학기에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 변동>을 가르치시는 강상현 교수님을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는 8월에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근황]
1.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의외로 바쁘게 지냅니다. 정년퇴임을 한다니까 그간 알고 지낸 지인들과 크고 작은 축하 겸 격려 모임을 많이 갖게 되네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못 만나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가 하나 생긴 셈이지요.
2. 퇴임하는 소감이 어떠신가요?
나도 ‘때가 됐나 보다’ 그런 생각이에요. 정해진 나이가 되니 정해진 절차대로 학교를 떠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는 아직 그런 때가 아닌 것 같은데...
3. 퇴임 이후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그런 질문 많이 받아요.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당분간 강의는 계속 한 학기에 한 과목씩 할 계획이고, 좀 더 여유가 있을테니 이제 쓰고 싶었던 글 좀 쓰자는 정도에요.
3-1. 염두에 두고 계신 글감이 있나요?
학창 시절 쓰고 싶었던 "문학적 글쓰기"를 말합니다. 주로 시(詩)와 수필 쪽에 관심이 많아요. 시와 수필을 연결해서 글을 쓰고 싶어요. 어떤 큰 주제(예: 메가트랜드) 속에서 그에 해당되는 여러 소주제들로 의미있는 글을 구성하고 싶기도 해요. 이미 일부 써 놓은 것도 있긴 해요.
[교직 생활 회고]
4. 지금까지 가르치신 수업 중에 가장 애정하는 수업은 무엇인가요?
물론 나의 주전공 과목이에요.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 변동>. 과거에는 <정보사회론>으로 오래 강의했고, 그 뒤 학부에서는 <미디어와 사회 변동>으로 이름이 바뀐 과목이에요. 핵심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과 사회 구조의 관계에 관한 여러 관점을 다루는 과목이에요. 이른바 ‘정보사회론’도 그런 여러 관점 중의 하나에요. ‘정보사회론’ 관점과 반대되는, 혹은 그와는 다른 관점들이 많은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관점들이 제대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지 않아서, 다양한 관점을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꾸준히 수업을 진행해 왔어요. 학생들에게 오늘날의 디지털 미디어 기술과 사회 구조의 관계 현상을 좀더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었지요.
한편 1997년부터 내가 수업 방식을 개발하고 지금껏 진행해 온 <스피치소통론>에도 여전히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있어요.
5. 교직 생활 동안 기억에 남는 학생 혹은 일화가 있으신가요?
많지요. 학부생도 있고, 대학원생도 있고, 심지어는 최고위과정 수강생들도 있어요. 좋은 일도 많았고,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지요. 그걸 일일이 얘기하기가 어렵네요. 몇 가지만 예를 들면 학생 때 다른 사람 앞에서는 수줍어서 고개도 못들고 말도 제대로 못하던 한 여학생이 졸업 후에 국내 대표 방송국 MC가 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물론 교육의 힘만은 아니었겠지만. 그리고 처음에 공대에 다니던 학생이 나중에 다시 우리 학과로 다시 시험을 쳐서 입학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 학생은 나중에 주요 일간지 기자가 되고 워싱턴특파원까지 했어요. 대학원에 위탁교육을 받으러 왔던 한 군 장교(대위)는 석사학위를 받고나서 군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대학원에 남아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유명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어요.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공부의 매력을 느낀 경우이지요.
6. 교수가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대학 졸업 후 (공군 장교로) 군대를 갔어요. 대학원에 입학을 해 두고 입대를 했어요. 제대 후 언론계 생각도 잠시 했지만, (전두환 정권 시절이었던) 그 당시 언론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 대학원으로 복학을 했어요. 그리고 그 길로 쭉 가다 보니 교수가 됐어요.
[경력과 수업]
7.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셨는데, 재직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일화 많지요. 아마 책으로 써도 될 정도로. 아마 나중에 회고담 쓸 기회가 있으면 많은 얘기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방심위는 정부 조직이 아니고 국회의 여당과 야당, 그리고 대통령이 추천한 사람들을 대통령이 위촉한 위원들로 구성된 공적 조직이에요. 우리나라 방송과 (인터넷) 통신의 내용을 심의하는 기구이지요. 심의하는 내용은 매우 많고 광범위하지만, 주로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민감한 내용을 심의할 때는 여야 추천 위원들 간에 논쟁을 벌이는 일이 많아요.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인 과방위에서 국정감사나 회의를 할 때, 야당 의원들의 공격이 아주 심해요. 근거 없는 억지 주장들을 할 때도 참 많았어요. 속으로는 웃지만 거기서는 웃을 수가 없어요. 종종 그런 태도를 가지고 문제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방심위에도 국장급을 비롯해서 우수한 우리 학부 출신들이 여럿 있어요. 방심위의 내용 규제 기능 때문에 그나마 도를 넘는 지나친 표현들이 어느 정도는 걸러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표현의 자유와 내용 규제의 적정선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지만요.
7-1. 말씀하신 “민감한 내용”의 사례로 무엇이 있을까요?
주로 방송에서의 "편파보도"나 통신에서의 "가짜뉴스" 등에 관한 것이에요. 여당과 야당의 시각이나 관점이 너무 다른 경우가 많아요. 자기들에게 불리하면 "가짜뉴스"나 "편파보도"라고 하면서 방심위의 규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요. 물론 심의 결과, 사실과 다른 것이 확인된 경우에는 일정한 규제를 받게 되지요.
8. 2학기에 가르치시는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 변동’ 수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앞서 어느 정도 언급했던 것 같네요. 본래 과목명이 ‘정보사회론’이었는데, 나중에는 좀더 중립적인 개념으로 ‘미디어와 사회 변동’으로 바꾼 거예요. 학기 초에는 미디어 기술과 사회 구조의 관계에 관한 여러 관점들을 소개하고, 학기 말에는 그러한 관점들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에도 적용시켜 조사 분석하고 논의해 보는 수업이에요. 은퇴 후에도 강의를 계속하는 이번 2학기부터는 좀더 정확하게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 변동’으로 과목명을 바꾸었어요. 디지털 미디어 등장 이후의 미디어 기술과 사회 현상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과목에서 던지는 질문은 “미디어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가?” 아니면 “세상이 미디어 기술을 바꾸는가?”를 번갈아 가며 물어보는 거예요. 많은 경우, 미디어 기술이 세상을 바꾸어 왔다고 생각하는데 그 반대인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얘기들을 잘 안해요. 다양한 관점에서 그런 것도 얘기해 보자는 것이 이 과목의 기본 취지이기도 해요.
9. 1학기에 스피치소통론를 가르치셨는데, 스피치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수강하는 학생들을 보면 평소에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신청을 해요. 이 경우엔 아마 학점을 잘 받을거라는 자신감이 작용했겠지요. 반대로 평소에 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이 신청을 해요. 이 과목을 통해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 보려고 하는 것이지요. 이른바 “발표 불안증” 같은 것이 있어서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지요. 그런데 왜 그런 불안증이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면 극복도 가능해요. 결국 학기 말에 가면 많은 학생들이 말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돼요. 그런 탓인지 비교적 강의 평점도 좋지요. 왜 그러느냐고요? 그건 영업 비밀이에요. 수업 들으면 알게 돼요. (웃음)
[학생들에게]
10. 학생들이 대학 생활 동안에 하기를 추천하는 활동이 있으신가요? (+교수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대학 시절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있지요. 대학 다니면서 방학 중에 도서관에서 책 100권만 읽으세요. 물론 노트북을 가져가서 중요한 문장이나 문단은 꼭 기록을 하면서요. 입학 전이나 1~2학년 때 그러면 더 좋습니다. 고전이든 소설이든, 수필집이든 좋은 책들을 읽으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느끼게 돼요. 자연히 문장력이나 표현력도 늘어나요. 그런 게 자신감이지요. 그런 책들을 읽은 경험 탓인지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좀더 많은 얘기를 자신 있게 할 수 있고, 이런 저런 글도 잘 쓰여져요. 내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꼭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네요.
그리고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단체나 동아리 등에 가입해서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하는 생활을 하세요. 나는 1~2학년 때는 연세문학회와 교양서클인 인간걱정반(일명 “임꺽반”) 모임에 참여했어요. 2~4학년 때는 연세춘추 기자로도 활동했고요. 그런 활동들이 내 젊은 시절에 성장의 결정적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전공이 같은 여러 대학을 묶어서 공부 서클을 만들기도 했어요. 나중에 그때 같이 참여했던 친구들이 교수도 되고, 방송국 보도본부장도 되고, 유명PD가 되기도 했어요. 요즘 잘나가는 통신사 임원도 됐고요. 지금까지도 서로에게 많은 도움과 격려가 되는 친구들로 남아 있어요.
11. 학생들과 나누고픈 삶의 교훈이 있으신가요?
나는 학생들에게 “역사란 역동성의 등가물”이라는 말을 종종 했어요. 개인사이든 나라의 역사이든 활동한 만큼 역사로 남는다는 뜻이에요. 매사 (선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하라는 말을 좀 어렵게 표현한 것이지요. 인생이란 한정된 기간을 사는 것. ‘죽으면 영원히 푹~ 쉴텐데’ 하는 마음으로 사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보라는 그런 뜻이기도 해요. 물론 많은 일이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노력한 만큼 의미있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분명해요. “최선을 다하자”라고 표현하면 좀 식상해 보여서...
12. 20대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요?
같은 얘기지요. “청춘예찬”이란 말이 있듯이 지내고 보면 가장 좋은 시절이에요. 20대 당사자에게는 “아프니까 청춘”이고 “폭풍의 계절”이라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가장 꿈많은 계절, 뭘해도 되는 시절이지요. 취업 준비에만 매몰되기보다는 많은 일에 도전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함께 의미있는 활동도 많이 해 보세요. 되돌아보니 20대에 만난 인연들이 내 인생을 가장 크게 좌우했어요. 다른 20대도 아니고 “연세대생 20대”라면, 그것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20대”라면 30~50대에 글로벌 인재가 되는 꿈을 꾸면서 그에 걸맞는 일들을 좀 저질러 보는 것이 어떨까요? 공부도, 여행도, 사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