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학창 시절과 함께 57년간을 학교만 다니다 정년 퇴직을 하였다.
학교 밖, 분주한 세상살이에 두려움도 앞섰지만 이제는 맘껏 내 세상을 가지고 싶었다.
40여년 간 길들여진 이른 아침은 자명종이 필요 없다. 아무리 늦잠을 자려고 해도 다시 잠들지 않는다.
일찍 깨어있는 시간이 가끔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주어진 또 하루에 감사하며 새아침을 맞이한다.
늘 바쁘게만 살아왔던 내게 출근을 대신한 공간, 거실에서 환하게 찾아온 햇빛을 온몸으로 반기며 맘껏 즐기는 음악 소리.
그동안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집안 일, 밀린 다림질로 느긋하게 마무리 짓고 편안한 휴식을 자랑하고 싶은 시간들이다.
퇴직 후, 장거리 통근으로 지친 운전대를 남편에게 맡기고 난 요즘, 홀가분한 마음으로 파크 골프를 하려고 함께 길을 나선다.
멀지 않은 시내 외곽이지만 파크 골프장 어느 곳을 가도 산과 강, 자연과 어울어진 푸르른 잔디가 펼쳐진다.
흰구름 사이 파아란 하늘... 가뭄에 허득이던 들판에 푸르름이 찾아오고 출렁이는 강물에는 은빛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친다. 싱그러움이 살아있는 파크 골프는 무작정 따라 나선 마음처럼 가끔씩 경계를 벗어나지만 공의 흔적을 찾으며, 초록 잔디를 밟으며, 한걸음 한걸음 홀인을 향해 다가간다.
새롭게 시작한 낯선 일에는 새로운 목표와 설레는 기쁨이 있기 마련이다. 가끔씩 외치는 ‘버디’의 즐거움을 커다란 웃음으로, 잔디를 누비는 행복감으로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높이 휘둘러본다.
한 홀 한 홀 지나다 보면 어느새 9홀 한 코스를 채우고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하루 반나절이 훌쩍 지난다. 운동 후의 고단함도 잠시 오래동안 꿈꾸어 온 꿀잠을 자게 된다.
평생을 바쳐온 일자리를 벗어난 내게 쉼은 보석같은 놀이. 천천히 작은 것부터, 늘 하던대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동네 한바퀴 산책부터 시작해도 괜찮아. 가까운 산길 찾아가 생각하며 걷고, 걸으면서 생각하고 그러다 마주친 한적한 카페에, 그리운 산언덕에 걸터앉아 우두커니 하늘멍 때려도 좋은 제2의 인생 - 너무 좋은 시간 - 나를 찾는 행복한 여유,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될테니까,
제2의 인생 !! 그렇다 좋은 출발이다.
첫댓글 제2의 인생 멋진 출발입니다.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