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가 정말 쓰고 싶었던 글을 쓰게 되는군요.
한국의 자동차 회사 임원이나 디자이너 들을 전부 미국으로 불러서 미국에서 팔리는 수 십 종의 픽업트럭을 주고 한 달 정도 몰아 보게 하면 아마도 한국의 자동차 시장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합니다.
픽업트럭 관해서 글을 쓸려고 보니 10 여 년 남짓한 미국생활의 많은 기억 들이 픽업 트럭과 함께, 제 마음 속에, 혹은 사진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먼저 픽업트럭이 어떻게 태어났나부터 보겠습니다.
1917년 포드의 Model TT 섀시가 트럭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차대전이 끝날 무렵까지 군용이나 산업용이 아닌 일반인을 위한 픽업트럭은 자동차 제작사 들의 관심을 끌지 못 했습니다.
그러다가 전후, 건축 경기가 살아나고 대형 건축자재매장과 유통 매장 들이 미국 전역에 들어서면서, 자동차 지붕에 묶어서 집으로 가져오지 못 하는 물건 들을 실어 날라야 하는 일 들이 점점 많이 생기자 땅 넓은 미국에서 배달비에 깜짝 놀란 사람 들은 산업현장에서 흘러나온 중고 대형 트럭 들을 사서 타기 시작합니다.
전쟁을 겪으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미국의 철강산업과 자동차 제작사 들은 이 때를 놓칠세라 앞다투어 픽업트럭 시장에 뛰어듭니다.
미국의 포드, 세브롤레 등 미국의 자동차 제작사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매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는 폭스바겐도 이 대열에 참여하여 1950 ~ 1970 년대는 픽업트럭의 르네상스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당시에 생산된 픽업트럭 들은 중고로 다시 중남미로 흘러 들어가서 쿠바 등의 나라에서 현재까지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Ford Ranchero 나 Chevrolet El Camino 는 이미 전설이 되었습니다.
브래드 피트와 쥴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멕시칸에서 브래드 피트가 멕시코에서 빌린 '멕시코스러운 차'로 나오는 소형 트럭이 바로 그 유명한 '쉐비(쉐브롤레의 닉네님) 엘 카미노' 입니다.
챙 넓은 판쵸 모자를 쓰고, 혀를 약간 굴리면서 '에에르으으으~~~ 까아 미이이이~~~ 노오~~~' 라고 발음해야 진짜 엘 카미노 같은 느낌이 듭니다.
미국의 픽업트럭 역사에서 감히 픽업트럭이라고 부르기도 불경스럽게 느껴지는 모델이 바로 쉐비의 엘 카미노 입니다.
지금까지도 각종 자동차 쇼에서 부분을 막론하고 수 없는 1등 트로피를 거머쥐고 있는 차이기도 합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의 미국인 들은 엘 카미노에 사랑하는 여인을 태우고 바닷가를 달리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을 겁니다.
아래가 Chevrolet 의 El Camino 입니다.
동시대에 나온 대부분의 차 들이 이미 폐차가 되거나 고물차가 되었음에도 특별히 쇼카가 아니라도 많은 차 들이 아직도 도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픽업트럭에 대해서 이해할려면 미국의 픽업트럭 시장을 먼저 보면 됩니다.
픽업 트럭은 대략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먼저 미국에서는 굳이 픽업트럭이라고 하지 않고, 대부분 그냥 Pickup 이라고만 부릅니다.
Compact Pickup
Full Size Pickup
Heavy Duty Pickup
Special Edition
Luxury Pickup
Compact Pickup 은 Ford Ranger, Dodge Dakota, Chevrolet Canyon/Colorado, Toyota Tacoma 나 Nissan Frontier 등 주로 4기통 ~ 6기통으로 차체가 승용차나 왜건의 높이와 별로 차이나지 않는 소형 픽업트럭입니다.
한국에도 몇 년 전부터 수입되어서 팔리고 있는 Dodge Dakota 도 한국에서는 우람한 차체...등의 표현 들이 동호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습니다만, 시판 픽업트럭 중 가장 작은 사이즈인 Compact Pickup 에 들어갑니다.
미국에서 소형픽업을 가장 많이 타고 다니는 사람 들은 미국에서 'Gardner'라고 부르는 정원관리사 들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의 많은 국가 들은 마당의 관리를 소홀히 해서 잔디나 풀이 웃자라거나 하면 시에서 벌금을 매깁니다.
그래서 정원관리 회사와 계약을 맺고 한 달에 얼마를 내면 자기 들이 알아서 적당한 때에 와서 잔디도 깍고 풀도 뽑고 전지도 해 줍니다.
저는 그 재미난 일을 남 시키기 싫어서 제가 직접합니다.
그런데, 정원 관리 장비가 잔디깍이 기계부터 해서 몇 가지 되고 나중에 쓰레기도 실어가야 하니까 적재함이 낮아서 싣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해서 대부분이 멕시코 이주 노동자 들인 정원관리사 들에게 인기 있는 픽업입니다. 그래서 Gardener's Truck 이라고도 부릅니다.
아래는 Compact Pickup 의 대명사 Ford Ranger 2010 년 형입니다.
실제로 정원관리사 들은 2명이 타는 Regular Cab 차량을 많이 탑니다.
Full Size Pickup 은 잘 아시는 Ford F150 이나 Dodge Ram / Chevrolet Silverado 중 1500 시리즈, Toyota Tundra, Nissan Titan 등 입니다.
대부분 8기통에 Compact Pickup 과 마찬가지로 휘발유 엔진을 씁니다.
미국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타는 픽업 카테고리이면서 소규모 자영업자 들의 밥줄입니다
아래 사진은 Full Size Pickup 의 대명사인 Ford F150 2010 년 형입니다.
그리고 Ford F250 이나 Dodge Ram / Chevrolet Silverado 중 2500 시리즈 이상은 Full Size Pickup 중에서도 Heavy Duty Pickup 이라고 불립니다.
차체가 대부분 Full Size Pickup 보다 큽니다.
일단 대부분 디젤 엔진이 장착 되어서 속도보다는 '힘'이 요구되는 용도로 많이 쓰여서 개인용으로도 쓰이지만 다양한 옵션으로 산업현장에서 그 활약은 실로 놀랍습니다.
더군다나 레져 문화가 워낙 보편화된 미국에서 보트나 RV 등을 견인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작사에서 나오는 순정 옵션의 적재함과 장착 장비가 워낙 다양하게 나와서 사실 몇 가지나 있는지 저도 헷갈릴 정도입니다.
Ford 의 F250 2010 년 형입니다.
Ford 나 Dodge는 F250, F350, F450 또는 Ram 2500, Ram 3500 식으로 모델 뒤에 숫자만 바뀝니다.
그러나 Chevrolet 는 Kodiak 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냈습니다.
원래는 상용트럭 이었으나 허머 H1 이 단종된 이후로 허머 H1 수요의 대체와 대형 RV 견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된 모델입니다.
가격은 5만 불 ~ 10 만 불 입니다.
Chevrolet 의 Kodiak 사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개인용 픽업트럭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픽업트럭은 2만 불 대부터 10만 불까지 호가하는 세부 모델 들이 있는데, 바로 Special Edition 과 헌정 모델 들이 있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 만의 특징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트럭을 '노가다 차'라고 우습게 보지 않습니다.
유명 스타나, 운동 선수 들도 트럭을 많이 타고, Hummer 를 '트럭'이라고 불러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허머(H1)의 일부 모델과 SUV(GMC Envoy) 들은 다양한 모델로 이미 SUV 와 트럭의 경계를 무너뜨려 버렸습니다.
Ford 의 F250 King Ranch 2008 년 형입니다.
차량 외부는 약간의 그래픽과 휠/타이어, 서스펜션과 라이트 부분에 약간 개조가 된 상태이지만 실내는 순정 그대로 입니다.
Ford 가 자랑하는 F 시리즈 Harley Davidson 버젼입니다.
다음은 Cadillac Escalade EXT 로 대표되는 Luxury Pickup 입니다.
Lincoln 의 Mark 기종도 있습니다.
두 기종 다 Chevrolet 의 Avalanche 와 Ford F150 의 고급 모델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El Camino 의 영광을 잊지 못 하는 Chevrolet 가 21세기 형 모델로 만든 SSR 입니다
첫댓글 국내서 빨간색 다고타보면서 타보고 싶다 생각했는데...차들이 다 묵직하니 좋아보여요.근데 왜 포니픽업생각이 나지
개인적으로도 포니 픽업 사이즈나 조금 큰 정도의 픽업트럭이 나오면 서민 들이 자가용으로 이용하기에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트럭은 짐차라는 인식이 아직 강하고, 무엇보다 세수가 줄어들 게 자명하니(화물차 세금), 높은 데 계시는 분 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듯 합니다. 그 분 들이야 직접 물건 실어 나를 일 있겠습니까.
차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분류도 많고 종류도 많네요...//. 저도 H1이 좋지만 국내 여건상 돌아다니기에 부담이 되지요.. 골목길은 쥐약이므로.. 픽업의 발단도 새로이 알게 되고요...많은 정보 얻습니다..
글마다 일일이 댓글 달아주시는 성의에 감사드립니다.
다양한 진화과정 잘 보앗습니다. 갖고 싶은 모델도 몇가지 보이네요 ... 감샤하미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