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일차(10.16) 소식> - 아침 안개가 자욱한 상황에서 길을 찾아 떠났습니다. - 아침 안개가 자욱한 도로를 따라 차량들이 아주 천천히 이동합니다. 차량 전조등을 켜고서도 앞에 다른 차량이 있는지 없는지 조심스레 이동합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우리 사회 모습 같습니다. 민심을 잘 진압하였다고 잔치를 하는 세상을 절망하기보다, 그 무지함과 오만함에 연민의 눈길을 보내면서, 우리 공동체의 희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아침 안개에 쌓인 순례단> 오늘 1번 국도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 인근에서 하루 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욱한 아침 안개는 한편의 수묵화 같은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사방 분간이 힘든 안개의 운치 있는 모습을 순례단은 감상할 여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아침 출발장소에는 깊은 안개만이 있었고, 어디가 어딘지 길을 제대로 분간하기도 힘든 지경이었습니다. 멀리서 차량들이 안개등을 켜고 다가오지만 50m 내외에서 확인될 뿐입니다.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멀리 나간 진행팀원 역시 차량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침 출발 이후 길을 떠나면서도 역시 안개가 걷히지 않아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9시 30분을 조금 넘은 시간 햇살이 높게 비추고 바람이 불면서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좁은 2차선 도로에서 차량을 걱정하면서 순례가 진행되었습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몇 분의 하루 순례자들이 먼 길을 찾아서 오체투지로 길을 함께 하였습니다. 몇일을 연속으로 참여하신 분들의 장갑은 어느새 구멍이 났지만 마음은 편하다 합니다.
오늘 서울에서 참여하신 정영훈 선생님은 “처음 언론이나 블러그를 통해 소식을 접했을 때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같이 하면서 몸을 땅에 대니 웬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십니다. 오체투지를 하며 자신의 몸을 낮춘다는 것. 뭐라 표현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기도할 뿐입니다. <훈련소 지역의 풍경> 아침 출발을 기다리면서 보니, 저 멀리 논두렁 사이 길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행군을 해 갑니다, 조금씩 가까이 눈에 들어오면서 바라보니 훈련소에서 나오는 군인들입니다. 완전군장을 한 모습을 보니 아마 훈련의 일환으로 멀리 행군을 가나 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하루 순례 참여자. “저 나이에 저거는 할 수 있다. 여기가 문제다. 아마 저 사람들이 바닥을 기고 있는 오체투지 하는 사람들을 보면 특수부대라고 할 것 같다”고 말합니다. 가만히 웃다가 가슴이 아파옵니다.
바닥을 기어야 하는 오체투지 순례단의 모습도 가슴 아프지만 일이지만, 총을 메고 이른 새벽부터 걸어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셨던 동화작가 고 권정생 선생님은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군대 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것이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애국자가 없는 세상. 고 권정생 선생님)’라고 노래한 적 있습니다. 이 시처럼 우리의 젊은이들이 ‘전쟁’을 배우기보다, ‘생명과 평화’을 노래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오전 순례는 논산 훈련소(?) 입소대대(?)라는 곳 인근에서 종료되었습니다. 이 지점에 도착하는 순례단을 바라보는 ‘입소하는 젊은이와 부모님 등 일행’은 순례단을 아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더군요. 입대하는 슬픔을 함께 나누는 시간과 장소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땅 바닥을 기어오며 연신 절을 하니 무슨 일인가 하였을 것입니다.
비단 입소하는 사람들과 가족만이 아닙니다. 차량을 정리하던 한 경찰관은 사진기를 들고 순례단 앞뒤를 오가며 사진을 찍기에 바쁩니다. 진행팀이 궁금하여 다가가 문의를 하니,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갑자기 궁금해진 진행팀 ‘위가 누구냐?’고 문의하자 ‘어머니 지시’라고 대답합니다. 아마 순례단의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분이 그 지역을 지나는 순례단 모습이 궁금하여 부탁하셨나 봅니다.
오늘 오전 순례는 연무읍 지역의 1번 국도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시작하여 논산 훈련소 입소 대대 건너편에서 종료되었습니다. <내 안의 평화를 세워나가며> 오늘 오전 순례길. 길을 가면서 내내 총소리를 듣습니다. 총소리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공포가 실린 소리입니다. 하나의 총 소리에는 그것이 무엇이든 목적이 되는 한 생명을 절명케 하는 목적을 가진 소리입니다. 간혹 인적 뜸한 시골길을 가다보면 야생동물을 밀렵하는 사람들이 흘린 탄피들을 심심치 않케 볼 수 있습니다. 그 역시 탄피 하나에 하나의 생명이 절명케되는 것입니다. 야생동물뿐만이 아닙니다. 여기 군대 훈련소에서 들리는 총소리는 그 대상이 ‘적’이라는 대상으로 규정되는 ‘사람’을 향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자연이 내주는 평화로운 생명의 소리와 비교할 때, 이런 총소리는 익숙하거나 혹은 듣기에 좋은 소리는 분명 아닙니다.
오늘 오전 순례가 종료되던 지점이 논산 훈련소 입소하는 지점 인근이었습니다. 하루 출발을 행군하는 군대 행렬을 보면서 시작하였고, 오는 내내 총소리를 듣고, 오전 종료하는 지점에서 입소하는 젊은이들을 보았습니다.
덕분에 우리 시대의 평화는 무엇일까? 생각하는 하루 순례였습니다. 평화란 말은 각각의 사람과 대상이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것입니다. 여기 평화를 노래하는 짧은 노랫말을 전합니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 /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노래 ‘평화가 무엇이냐’ 중 인용)
모든 이들에게 평화의 뜻은 다르겠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평화’와 ‘반평화’에 대해서 몸으로 체감하고, ‘평화의 길’이 생명의 길이며 사람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올곧게 찾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내 안의 평화를 위해 작은 기도를 드립니다. <늦어진 오후 순례> 오늘 오후 순례는 다른 날과 달리 오후 3시에 시작되었습니다. 계획 상으로는 2시부터 시작되어야 하나, 오늘이 훈련소에 입소하는 날이라서 오후 한동안 차도에 차량이 넘쳐나는 날이었습니다. 오후 늦게 시작한 순례길이었지만 여전히 햇살은 따갑기만 합니다. 요즘 일교차가 큰 날씨이지만 오늘은 유달리 더웠던 것 같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여전히 한 구간 한 구간 끝날때마다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하고 있습니다.
휴식 시간에 살펴보니, 수경스님과 전종훈 신부님은 팔목 등에 압침을 붙이고 있더군요. 요즘 오랜 피로가 누적되어서인지 오후 순례는 여지없이 ‘아이고’ 소리와 함께 시작합니다. 세분의 순례자가 쉬는 시간 모여 ‘한밤중의 합창’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야간에 버스와 차량에서 잠을 청하는 세 성직자가 서로 조용히 잠을 청하자 이야기 하며 서로 조용히 하라 합니다. 파안대소를 하며 그 이야기를 하지만, 듣는 사람은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오후 순례길 중에 연무대 인근 지역의 길가 건너편에 ‘국토수호충성탑’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총알을 상징한 조형물 위에 새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올려놓았더군요. 쉬는 시간 그 모습을 보던 순례단 “비례 구도가 이상하다”고 의견이 분분 합니다. 맨 위의 새가 비둘기인지 매인지도 의견이 분분하였습니다. 오늘 오후 순례는 길가던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화이팅’을 외치던 시간에 연무읍 마전리 고분마을에 이르러 종료되었습니다. 순례단은 어느새 1차년도 순례를 마무리 할 시점이지만 순례단의 피곤이 누적된 상황을 감안하여, 18일(토) 일정의 순례를 진행한 이후 21일(화)에 다시 순례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 안개가 자욱한 도로를 따라 순례단을 찾아오신 정영훈(서울)님은 “성직자분들께서는 먼저 자신을 버리고 스스로를 바꾸기 위한 수행을 하고 계신 것 같다. 이러한 방식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종교인의 기도방식인 것 같다.”고 하시고 “우리나라의 사회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해법은 결국 각자의 자기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해당되는 일 같다.”고 하셨습니다.
전주 평화동 성당에서는 정기적으로 신자분들이 순례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박인식 선생님은 “개개인의 욕심으로 잘못된 지도자를 선출했고 신앙인으로서 살면서 남에게 신앙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하십니다. “저도 직접 오체투지를 해보았지만, 우리를 대신해서 고행하시는 성직자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실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용하고 낮은 자세로 기도를 하시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가) 고속성장에 따른 물질적 풍요를 강조하기 때문에 이외의 소중한 가치들을 등한시 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안타가워했습니다. 선현숙(마중물)님은 “오체투지 순례에 참여하면서,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순례자들의 모습에 저도 그동안 제 자신이나 가족을 위한 기도만 했었는데,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세상을 위한 기도로 바뀌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위정자나 나쁜 사람들이 과연 반성을 할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만. 이번 기도 순례로 사회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작은 불씨를 일으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셨습니다. 선현숙 선생님은 “세상이 정직하지 못하죠? 특히 정부에서 정직하게 했더라면 이렇게 사회가 혼란스럽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우리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오후 순례를 함께 하셨습니다.
우리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물리적인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함께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고자 하는 마음.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 생명의 소중함을 함께 가꾸고자 하는 마음. 평화를 바라는 마음. 그 모든 마음들이 세상을 조금씩 조금씩 움직여 나가는 작은 힘입니다. 그 힘들과 함께 하는 기도순례는 계속됩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정재권, 윤병일(서울) / 강은주(서울) / 안승길(원주 부론성당) /박인식, 최정옥, 김형근, 김수돈, 정숙자 외 5명(평화동 성당) / 조혜경(전주) / 이미숙(대전) / 박장건(구미) / 김운주(대전) / 문정현, 오두희(평화바람) / 송년홍(정의구현사제단) / 정법화, 무구심(화계사) / 선현숙 외 2명(마중물) 등이 함께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17일(금) : 연무읍 농협 인근 SK주유소(시작) - 은진면 연서리 방축교(종료) ● 10월 18일(토) : 은진면 연서리 방축교(시작) - 논산시 부당산4R 부영APT인근(종료) ● 10월 19일(일) : 휴식 ● 10월 20일(월)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강영미, 오두희, 논산 시민 2명, 선현숙 외 2명, 논산 연무대 원불교 군종 센터 등께서 후원해 주셨습니다. 후원해 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8. 10. 16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