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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모 쇼핑몰 1층에서 등산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서택원(39ㆍ가명)씨는 월말이 다가오면 괴롭다. 장기 경기침체 탓에 임대료를 비롯한 융자금 이자, 관리비 등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씨가 운영하는 20평 규모의 매장은 임대료가 월 350만원이다. 여기에 은행 융자금 이자도 월 200만원씩 꼬박꼬박 내야한다.
서씨는 "올들어 매출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작년까지는 그럭저럭 흑자를 냈는데 요즘은 임대료나 제대로 낼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처럼 지속적인 경기 불황에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입점이 잇따르면서 광주지역 쇼핑몰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쇼핑몰들까지 상인들의 입점이 끊기고 기존의 업소마저 앞다퉈 빠져 나가면서 건물이 텅 비어 있거나, 대부분이 30~40%에 달하는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구 치평동 '광주프리미엄아울렛'의 경우 광주 최고 상권으로 불리는 상무지구에 자리잡고 있지만 개장 2년이 지난 현재 321개 점포 가운데 영업 중인 곳은 30여개에 불과하다. 1층 스포츠 의류 매장과 6~10층까지의 CGV를 빼면 건물이 텅 비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엔 2~5층까지 4개 층을 '땡처리' 업체에 임대해준 적이 있을 정도다.
치평동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이모(49)씨는 "쇼핑몰 점포 거래나 상담을 해본 지 오래됐다"며 "그나마 남아있는 업주들도 임대료를 내는 것이 버거워 처분을 위해 점포를 내놓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동구 충장로4가의 '밀리오레 광주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광주에 '동대문 신화'를 재연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밀리오레의 점포 공실률은 3월 말 현재 30%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업체 측의 공식집계일 뿐 매장을 둘러보면 빈 점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체감 공실률'은 훨씬 높다. 10~30대 젊은 고객을 주로 상대하는 이 쇼핑몰은 불경기는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 고객을 뺏기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1층에서 여성복 코너를 운영하는 이모(29)씨는 "워낙 장사가 안돼 월 120만원 임대료와 인건비를 빼면 남는 돈은 결국 100여 만원 뿐"이라며 "더욱이 요즘 고객들은 인터넷 시장조사 후 쇼핑을 나와서 물건 값을 깎으려 하는 바람에 난처할 때가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실률 문제가 심각해지자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업주 모집에 나서는 쇼핑몰도 생겨나고 있다. 광산구 쌍암동의 첨단폭스점은 올해 3월~5월까지 1~2층에 의류ㆍ패션 브랜드 매장을 낼 경우 1년간 임대료의 50%를 보조해 주기로 했다. 공실률을 낮추고 쇼핑몰의 활성화를 이루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작년 8월에 개장한 이 쇼핑몰은 현재 150개 점포 중에 100여개만이 영업 중이다.
이처럼 상가의 공실률이 높아지는 것은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공급과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사업주들이 분양가를 높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형업체의 잇따른 입점으로 고객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특히 인터넷 쇼핑몰의 활성화로 고객들이 급감한 것도 한 요인이다.
한국감정원 광주지점 김재남 차장은 "인구의 한계가 있는 지역의 특성상 상가를 지을 때 점포수를 늘리려는 욕심보다는 적정한 점포수와 분양가로 완전분양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경실련 김재석 사무처장도 "최근 광주가 국내 대형유통업체들의 전쟁터가 되고 있어서 사실상 영세상권은 초토화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영세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광주시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