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膏薪庖炭 非火也 : 煮茶用火(차 달이는 불)
『茶經』에서 ‘火’를 사용하는 작업과정은 ①차의 움, ②싹 및 ③잎줄기를 채취하여 ④차를 만들어 마시기까지 4번이 나온다. 즉, 세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움, 싹 및 잎줄기를 채취하여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기구는 솥[釜]과 시루[甑]이다. 『茶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찜 부엌은 굴뚝이 없는 것을 쓰되 솥은 전이 있는 것을 쓴다.” “시루는 혹 나무 혹 질솥을 걸되 허리띠 아닌 진흙을 바른다. 바구니는 종다래끼를 쓰되 대 겉살 멜빵을 매달아 찌기를 시작한다. 종다래끼를 넣어 다 익으면 종다래끼를 꺼낸다. 솥이 마르면 시루 속으로 물을 붓는다.” 이 과정에서 불은 물을 끓이는 데 이용되고 있을 뿐이며, 차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② 틀에 넣어 형태를 만든 차를 불에 쬐어 말리는(焙之) 과정에서는 불꽃이 직접 차에 닿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불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그러므로 육우는 밤에 불에 쬐어 말리는 과정에서 조심할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불에 쬐어 말리는 과정에서는 불꽃이 차에 닿을 수 있음으로 연료의 선택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③ 완성된 餠茶를 가루로 만들기 위하여 굽는 과정에서 불꽃은 직접 차에 닿는다.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는 불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며 연료의 선택도 까다롭게 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이에 대해서 육우는 『茶經』「五之煮」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무릇 차 굽기는 삼가 풍신 사이에서 굽지 말지니, 불똥과 불꽃이 살촉 같고, 뜨겁고 서늘함이 고르지 않으니, 불 가까이 잡고, 뒤집고 바루기를 여러 번 하되, 구워짐을 살펴 두둑히 두꺼비 등(背) 모양일 때 끄집어낸다. 그런 뒤에 불에서 5치를 물리고, 구부림이 풀리면, 처음 본디대로 또 굽는다. 불에 마른 듯 한 것은 익은 낌새에 멈추고, 볕에 말린 것은 부드러울 때 그친다. 굽기 시작하여, 만약 차가 지극히 부드러운 것은, 찌기가 끝나고 뜨거울 때 찧는데, 잎은 바숴지나, 풋 줄기가 남는다. 가령 力士가 千鈞 공이를 가져도, 역시 바숴지지 않는다. 칠과주와 같아, 장사를 접하여도, 그 손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잘되면, 줄기 뼈는 없는 것 같아, 구우면 그 마디는 젖먹이의 여린 팔뚝이나 귓볼과 같을 뿐이다.”
둘째, 餠茶를 구울 때 사용하는 불은 숯이 으뜸이다. 그 다음은 화력이 좋은 단단한 섶나무를 쓴다. 勁薪이란 뽕나무, 괴목, 오동나무, 참나무 등의 종류를 말한다. 숯이라도 일찍이 고기를 구워 기름기가 스며들어 잡내 나는 숯, 혹은 진이 있어 그을음이 많이 나는 나무와, 썩은 목기 같은 것은 숯으로 쓰지 않는다. 진이 많은 나무 곧, 膏木이란 잣나무, 계수나무, 전나무다. 썩은 목기 곧, 敗器란 썩고 부스러진 나무를 말한다.
이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이 차를 굽기 위하여 불을 때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세찬 바람을 막아서 불꽃과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는 옥내에서 차를 굽는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땔감의 선택이다. 화력이 좋은 땔감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하였을 것이다.
④ 가루로 만든 차를 차 솥에 넣고 끓이는 과정에서 물을 끓이는 도구로서는 솥을 사용하며, 불은 차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膏薪庖炭’, 즉 땔감의 선택은,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차 잎를 채취하여 차를 만들고 가루내어 끓여 마시기까지 불을 사용하는 4가지 작업과정 중에서 차의 모양을 만든 후 불에 쬐어 말리는 과정 및 완성된 餠茶를 가루로 만들기 위하여 굽는 과정에서 주의해야할 사항이며, 4가지 작업과정 전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膏薪庖炭’에서 문제로 되는 것은 ‘庖炭’(부엌 숯)이다. 육우는 「五之煮」에서 “불은 숯을 쓴다”라고 했다. 여기서 ‘炭’(숯)은 취사 후에 생긴 부엌 숯이 아니라 상업용 숯으로 이해된다. 차의 모양을 만든 후 불에 쬐어 말리는 과정 및 완성된 餠茶를 가루로 만들기 위하여 굽는 과정에서 화력이 좋은 상업용 숯을 사용한다면 좋은 차를 만드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품질 좋은 상업용 숯을 조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 일상적으로 飮茶를 하기 위해서는 부엌 숯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엌 숯을 쓰지 말라는 육우의 경고는 선뜻 받아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다른 茶古典에서는 땔감이 아니라 불의 세기(强弱)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 해야 할 것이다.
즉, 허차서의 『茶疏』에서 “빨리 덖고 늦게 불 쬐고 하여, 마르고 습한 것이 서로 섞이면 좋지 않다. 섞이면 향기가 크게 감소한다.” “그 불은 오직 맹렬함을 피하고, 불이 세고 여림의 살피기가 가장 어렵고도 어렵다”고 하였다.
장원의 『茶錄』에도 “새 샘물 活力있는 불에 茶를 현묘하고 공교히 달이니, 玉같은 차 얼음 같은 물빛이 잔에 담기는 절묘한 기예여!”라고 표현하고 있다. 곧, “차 달이기의 요지는 불 시중을 우선한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차를 달이는데 불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던 것이다.
또 唐人 李約도 말하기를 “살아있는 불이란 숯불에서 일어나는 불꽃을 말한 것이다(活火謂炭火之有焰者활화위탄화지유염자)”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육우가 ‘膏薪庖炭’을 강조 한 것은 차를 달이는데 정곡을 놓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각주는 교재 참고 ; 한번에 복사가 안 되어서 못 올렸습니다)
(유수현,『새롭게 읽는 다경』, 도서출판士林文化, 2012, pp.159-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