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별이의 하늘
by.... 유리에..
...나는..
아침을.. 좋아했다..
파란.. 하늘의..
하얀 구름을.. 닮은....
....그를.. 볼 수
있었으니까..
......상쾌한..
나의.. 아침은...
늘...
버스 정거장에서..
만난.....
그로부터.. 시작했다..
-프롤로그
------------------------------------------------------
"이름, 신혜성
나이 19살..
현재 우리 학교..
3학년 C반..
..취미는 독서, 음악감상..
우리 학교.. 킹카들의 모임인..
서클 '신화'의 일원임..
이상형..
따로 밝힌 바 없음..
이상 끝.."
나는
수첩을 읽어내려가고 있는
단짝 은아에게
감탄의 눈빛을 보냈다.
"와-
대단해..
언제 그런 걸
다 조사하냐?"
"친구의 사랑을 위해선데,
뭘 못 하겠어..?"
존경스러운 눈으로
은아를 바라보는 내게,
그녀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얼굴에
환한 미소가 핀다..
"그런데 '신화'가 뭐야?"
이내 궁금하단 표정이 되는
나였다.
은아가 놀란 눈으로
뚫어져라
나를 쳐다본다..
"너 이 S고등학교 다니면서,
'신화'도 몰랐단 말야?"
"그게 뭔데?"
"속 터져..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
"없어."
너무도 간단명료한
나의 대답에
은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은유희.
소식 느린 건
알아줘야 해.."
은아의 짧은 탄식.
무안해진 나는
살포시
고개를 숙였다.
은아가 입을 연다.
"신.화.는..
3학년의
문정혁, 이민우, 김동완, 신혜성
2학년의 전진
1학년의 이선호
이 6명으로 구성된
우리 학교 최고의 킹카 모임이야.
학교 내에서
얼마나 유명한데--"
은아의 말이 끝나자,
난 조용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화..라..
왜 난 몰랐지?
근데 그보다 난
혜성이란 사람이...
늘 버스 정거장에서
마주쳤던 그가..
..학교 내에서
유명한 존재란 게 안 믿겨..
언제나 따스한 분위기로
날 편안하게 해줬는 걸.
..그래
그렇지만
그 혜성이란 사람..
아니
우리학교 3학년이니까,
혜.성.선.배.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이긴 했어..
선배님은 알고 계실까?
내가 항상
버스 정류장에서 지켜보면서,
이렇게 설레여 한다는 걸..
아침마다
짝사랑으로
두근거림을 안고,
등교한다는 걸..
-the end-
+출처: 별이의 하늘
by... 유리에...
으아--!
큰일 났어.
나는 급하게
1층으로 내려갔다.
도서실에 가야하는데,
15분이나 늦고 말았다.
긴 복도를
빠르게 뛰어가는 나다..
지나치다가 만나는 친구들과도
대충 인사하고 지나간다.
느림보..
..게으름뱅이..
미쳤다니까--
선배님들한테
또 혼날 거야.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을 어지럽히면서도,
나는 뛸 수 밖에 없었다.
순간 내 어깨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고,
나는 내 뜻과 상관없이
휘청거리다가 넘어지고 만다.
"아야.."
내 주변으로
내가 들고 있던 책들이 떨어져,
어지럽혀졌다.
도서실 가는 건,
이제 무의미해졌다.
이 많은 책들은
언제 정리해.
막막한 생각만이 떠올랐다가,
나를 화나게 만든다.
나는 나와 부딪힌 그 누군가에게
두어 마디 퍼부어주려고,
몸을 일으켰다.
스트레스나 해소하자.
"이봐요!"
당당하게 일어서는 나.
그러나 나는
이 후에 일어날 일도
대비했어야 했다.
..예상했어야 했다.
나와 부딪힌 남자 뒤로,
나의 천사
혜성 선배가 보인다.
...혜성 선배
거짓말.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어 버렸다.
"죄송합니다."
나와 부딪힌 그가
나에게 정중이 사과한다.
그제야 조금 씩
이성을 찾게 된 나는
주변을 둘러 봤다.
6명...
다 미남들..
설마 이 사람들이
신환가?
결국 화 내길
포기한 채
이리저리 떨어져 있는
책들을 추스려
주워들기 시작했다.
신화건 말건
나랑 무슨 상관이야.
..혜성 선배를 봤으니 만족하자..
그 거면 되잖아?
내가 애써
화를 가라앉히고 있는데,
내 앞으로
책이 한 권 내밀어진다.
뭐..지..?
고개를 들자,
장난기 어린 미소의
나와 부딪혔던 그가
책을 든 채
웃고 있었다.
"은유희, 맞지?"
이 사람
나를 알고 있어.
어떻게...
나를 알고 있을까..
내 눈빛이 짧게 흔들렸다.
나의 놀란 듯한
눈을 마주 대한
그가 작게 소리내어
웃어 보이고는
나를 향해 입을 연다.
"지금은
전진이란 이름을 쓰고 있어.
나, 충재야.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
..아..
그제야 생각났다.
충.재.
늘 장난이 심하고,
말썽을 부려서
선생님께
가장 많이 혼났던 남자 아이.
나는
반가움과
의외라는 빛이
뒤섞인 눈으로,
충재를 주시했다.
그의 얼굴에
아직도 미소가 가득하다.
-the end-
+출처: 별이의 하늘
by... 유리에..
드라마나 영화 속
남녀 주인공들은
흔히 부딪히며
우연히 만나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 뒤엔
연인이 되고,
시련을 겪고,
다시 해피 엔딩...
"왜 혜성 선배가 아니라,
충재랑 부딪힌 거야!"
침대에 누워
오늘 일을
회상하고 있는 나는
내 운명이
약간 저주스러워졌다.
아까 만났던
신화란 사람들.
학생 회장이라던
정혁 선배.
전교 1등 선호.
편한 웃음을 터뜨리던
동완 선배.
약간 차가운 듯한
민우 선배.
전진으로 이름을 고쳤다는
충재.
그리고
나의 수호 천사님
.
.
.
혜성 선배.
이렇게 보면
은유희, 너도
꽤 기억력이 좋은 편이구나.
이것 저것
쓸데없는 생각을 접고,
잠을 청해본다.
내일 아침
나의 수호천사를
만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득 안은 채...
--------------------------------------------------------------------------
아침 햇살이
자연 조명인 양,
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주고 있다.
나는 밝은 모습으로
버스 정거장에 섰다.
혜성 선배가
내 눈에 들어온다.
햇살에 비춰
새하얀 빛을 내는 머리카락.
나는 넋을 잃고
혜성 선배를 쳐다 봤다.
저토록 깨끗한 눈은
뭘 담고 있을까?
스포트라이트가
어느 새
혜성 선배 곁으로 가버렸다.
내 아침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혜성 선배인 것이다.
내 눈이
혜성 선배를 주시하고 있을 때,
혜성 선배의 얼굴이
천천히 내 쪽으로 돌려진다.
어떡하지?
눈이 마주쳐 버렸어.
혜성 선배가 나와 눈을 마주하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진이 친구구나.."
..나를..
기억해 주었다...
내 심장이
제어 영역 밖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름이 유희였지?"
"네? 아, 네. 선배님."
나는 고개를 떨구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오빠라고 불러."
혜성 선....
아니 혜성 오빠의 입가에
조그맣게 웃음이 맺힌다.
"버스 왔다..
같은 학교니까, 타지 그래?"
"아, 저..
친구가 오기로 되어 있어서요."
같은 버스를 타자는
그의 제안에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 버렸다.
혜성 오빠는 그대로 돌아서서
버스에 올랐다.
...좋아하고..
동경하는.. 사람과...
마주 했었던... 나..
그의 뒷모습이..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머릿속을 맴돈다.....
-진이 친구구나..
-이름이 유희였지?
-그냥 오빠라고 불러.
-버스 왔다.. 같은 학교니까 타지 그래?
혜성 오빠의 음성은,
나도 모르게
내 머릿속 깊은 곳까지 남았다.
---------------------------------------------------------
점심시간.
학교는 다른 어느 시간보다
활기차진다.
나도 따사로운 햇살에 묻혀서,
음료수를 빨아대고 있었다.
운동장 스탠드에
혼자 앉아
바깥 공기를
느끼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은아는 실장이라
자치회실에 불려 갔다.
은아가
여기서 기다려달란 말만 안했어도,
이 아까운 시간을
이렇게 내버리진 않았을텐데--
"이 앤 왜 이렇게 안 와!"
지루한 기다림은
내 인내심을
한계까지 몰고 갔고,
나는 결국
소리를 빽 질러버리고 말았다.
"누가 안 오는데?"
나의 귓가를 울리는
낯선 음성.
"누구?!"
"은유희..
..맞지?"
내 옆으로
그 음성의 주인공이
다가오더니,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그대로 앉아 버린다.
"동..완...?"
"딩동댕!"
..동완...의 미소는
처음 만났던 날처럼
포근하고 따스했다.
"여기서 뭐 해?"
그가 나를 보며
묻는다.
"친구 기다려요."
"친구?!
헤- 나랑 처지가 똑같네.
유희.. 2학년이지?"
..동완...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능력을 지닌 것 같다.
"네."
"반말 써.
호칭은 '오빠'로.."
"....?!"
"존댓말 쓰면,
꼭 내가
늙어보이는 것 같잖아.
겨우 한 살 차인데..."
결국
쿡 웃음을 터뜨리고 마는 나다.
"그런데 동완 오빤
누구 기다려?"
"우리 학교 학생 회장님.
넌?"
"우리 반 실장."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동완 오빠는
상쾌하게 웃었다.
동완 오빤
절대 화를 내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늘 긍정적인 모습을 유지한 채
미소로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유희, 너..
진짜 닮았어."
동완 오빠가 읊조리 듯
중얼거린다.
"뭐가?"
"응? 아, 아니야.
아무 것도."
나의 의아하단 어투에
얼버무리는 동완 오빠.
"칫--"
살짝 토라진 척 했다.
도대체 내가
뭘 닮았단 건지.
"꼬맹이는 몰라도 되는 거야."
동완 오빠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흐트려 놓았다.
"언젠 '겨우 한 살 차이'라며.
한 입으로 두 말 하고 있네-"
동완 오빠의 장난섞인 동작에
화난 척 했던 모습에서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 오는 나.
은유희--
넌 마음이 약해서 탈이야.
-the end-
+출처: 별이의 하늘
by... 유리에...
한가로운
자율학습 시간.
평소와 다르지 않게,
얌전히
책을 읽는 중이다.
지루하지만,
국어 숙제니까.
"유희야-! 유희야--!"
반 아이 한 명이
헉헉거리며 뛰어왔다.
나는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하고는,
책을 펴둔 채
고개를 들었다.
"왜?"
"..시..시..신화가..
널 찾아.."
그 아이의 목소리가
떨리기까지 한다.
"신화, 누구?
동완 오빠...?"
얼마 전
점심 시간을 떠올리며
대수롭지 않게 묻는 나.
"민우.. 이민우...
이민우가 너 찾아."
에?
..미..미...미..민..우....?
그 차가워 보였던 선배가
날 찾아?
나는 책을 덮을 겨를도 없이
복도로 뛰쳐 나갔다.
여학생들 사이에서
은빛 머리를 흩날리며
서 있는 민우가
눈에 들어 온다.
"민우... 오빠...."
선배와, 오빠란 호칭 가운데서
망설이다가
혜성 오빠, 동완 오빠에게 하 듯이
오빠라고 불렀다.
민우 오빠가
나를 향해
천천히 눈을 돌린다.
햇살이 눈부시게
민우 오빠를 비춰 주었다.
...아름다워..
남자면서
너무.. 아름다워....
"오랜만이야, 은유희."
차가운 음성이
민우 오빠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다.
"왠일이세요?"
나는
두근거림을 안고
살포시 물어 보았다.
"내일이
선호 생일이야."
선호..?
아, 그 전교 1등..
"그런데요?"
"진이랑 동완이가
너 초대하고 싶대."
뭐야,
겨우 그 말 하려고
이 소란을 떤 거야?
"민우 오빠.."
내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민우 오빠를 부르자
민우 오빠가 살짝 뒤돈다.
"왜?"
"그 말 하러 와 놓고
이 소란을 떨었어요?"
겁도 없이
민우 오빠의 차가움에
도전하는 나.
"주인공은 원래
멋있게 등장하는 법이거든."
민우 오빠는
의외로 민우 오빠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웃음을 내보였다.
그리고는
유유히 사라져간다.
"교칙 위반 주제에
멋있는 척 하긴."
나는
내게 집중되어 있는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우 오빠의
염색한 머리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선호의
생일 축하합니다--"
즐거운 환호성과 박수 소리.
신화들과 나
7명 뿐인데도
너무 멋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는 선호가 촛불을
입김으로 끌 때
살짝 고개를 돌려
동완 오빠에게 물었다.
"선호 생일 파틴데
왜 우리 7명 밖에 없어?
신화들은
다 인기 많잖아."
"원래 선호 생일이
1월달인데,
선호가 1월에
프랑스에 머물렀었거든.
그래서 이제야
생일 파티를 하는 거야."
"그럼, 난?"
"특.별.게.스.트."
동완 오빠만의 미소가
얼굴 위로
살포시 내려 앉는다.
특별 게스트란 말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둘이 뭐가 그렇게
즐거워?"
교칙 위반이
나와 동완 오빠 사이로
살짝 끼어들며 묻는다.
우리는 모르는 척
마주보며
웃을 뿐이었다.
민우 오빠가 살포시
동완 오빠를
쏘아 보았다.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외면했다.
그런 내 두눈에
혜성 오빠의
해맑은 미소가 담긴다.
"혜성 오빠,
기분 좋아 보여."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온 중얼거림.
"연주가 프랑스에서
돌아 오거든."
동완 오빠가
웃으며 대답했다.
"연주?"
"너보다 한 살 많아.
선호 누나이자,
혜성이의 연인이기도 하지."
민우 오빠가 덧붙이 듯
나에게 말했다.
혜성 오빠의 연인?
내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짧은 흔들림과 함께
혜성 오빠를 향한다.
그랬군요..
연인이 있었어.
허탈한 웃음만이
지어졌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버렸다.
"유희야-"
진이의 음성이
점점 내게 가까이 오는 게
느껴진다.
난 애써 웃으며
시선을 올려
진이를 바라 봤다.
"왜?"
태연한 척 하기도 쉽지 않다.
"그냥 내일 시간 있냐구."
"응, 시간이야 많지.
그런데 왜?"
나의 억지스러운 미소가
들키지 않길.
"소개 시켜 줄 사람이
있어서.."
"소개 시켜 줄 사람?"
"내일 오후 6시에
김포 국제 공항에서.."
진이의 윙크가
나에게
왠지 불길한 느낌을 갖게 했다.
나는 내 예감이
틀리길 조용히 빌었다.
-the end-
+출처: 별이의 하늘
by....유리에....
..연인..
내 천사의 연인..
혜성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 자리에
설 수 없는 걸까?
..나는
가질 수 없는
높은 자리인 걸까?
침대에 누워,
과자를 입에 문 채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에 젖어 있다.
"바보 같아--
고민한다고
혜성 오빠가
그녀와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한숨을 내 쉬었다.
무료한 일요일이
이렇게 지나 간다.
그런 나를
달래주기라도 하 듯
전화벨이 울려댔다.
나는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유희?]
"아, 은아구나."
[지금 뭐 해?]
은아의 목소리가
상쾌하게 들려온다.
"몰라.
심심해."
[너도?
실은 나도
그래서 전화했어.
같이 쇼핑 안 갈래?]
"음, 6시 전까진
시간이 될 것 같아.
어디서 만날까?"
[우리 늘 만나던 곳에서.]
"OK, 끊어--"
[응.]
전화기를
끊은 나는
즐거운 기분으로
화이트 빛
옷장 문을 열었다.
"뭘 입지?"
하늘 빛 원피스와
하얀 정장,
연두 빛 치마가
눈에 들어오면서
나를
고민에 빠뜨린다.
결국
하늘 빛 원피스에
하얀 머리띠를 하고
집을 나섰다.
..은유희...
지금부터
신혜성 생각은
접는 거야.
스스로의 다짐.
어느 덧 난
약속 장소에
와 있었다.
"유희야--"
"아, 미안.
많이 기다렸어?"
"응? 아니.
많이 기다렸으면
내가 여기 있겠냐.
기다리다가 지쳐서
벌써 가버렸지."
은아의 장난 섞인 말에
살포시 웃어 보인다.
"자- 가자."
은아는
늘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아서
좋다.
순간
뒤에서 날 붙잡는 손.
"어?"
우리 학교 학생 회장,
정혁 오빠였다.
"어디 가?"
"아, 안녕하세요."
"6시에 공항으로 나오는 거
알지?"
"네.
그런데 6시까지 기다리기가
지루해서요."
정혁 오빠의 말에
미소로 대답하며,
살짝 고개를 돌려
은아를 쳐다 보았다.
'신화'의 한 명을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저렇게
감동할 수 있는 건가?
은아가
굳은 채
정혁 오빠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가자."
"친구도 있는데.."
"같이 와도 돼."
정혁 오빠의
다정한 웃음.
나는
여전히 굳어 있는 은아의 손을
꼬옥 쥐고
정혁 오빠의 뒤를 따랐다.
---------------------------------------------
"첫사랑?!"
콜라를 마시다 말고
너무 놀라서
정혁 오빠를 향해 외치는
나와 은아.
믿을 수 없어.
내가 충재..
아니
진이의 첫사랑이라고?
"정말 유희는 몰랐구나."
"얘가 좀 둔하거든요."
작은 미소를 띠며
나를 향하는
정혁 오빠의 말에
은아가 조심스레
대답한다.
헤--
뭐, 나쁘진 않은데.
진이가
날 좋아했다니.
"의왼데요?"
"그날 부딪히고 나서
진이가 말해 준 거야."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첫사랑일 뿐이야.
진이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정혁 오빠는
말을 마치고,
햄버거를
입에 물었다.
"유희도 지금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은아는 나 대신
정혁 오빠에게
말해 주었다.
"곧 있으면 6시다.
이만 일어나자."
"네?
아, 네.
은아야.. 먼저 갈게."
은아의 어깨를
톡 치며
입을 여는 나.
정역 오빠는
내가 따라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내가 옆에 서자
나를 데리고
패스트 푸드점을
빠져 나왔다.
"유희는 느낌이 좋아.
우리들이
너랑 친하게 지내는 건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너의 그 밝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야.
웃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인 것 같아."
정혁 오빠의 말은
내 얼굴에
미소를 남겼다.
그런데
개인적인 이유란 게
도대체 뭘까?
..진이의 첫사랑...
..동완 오빠의
.....'닮았다'..고..
하던 말..
그런 걸
의미하는지도 몰라.
어느 새
정혁 오빠와 난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유희 누나다--"
나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선호.
"이선호..
유희만 눈에 들어오고
난 안 보인다, 이거야?"
"아- 형도 있었어?"
"어쭈--
이 녀석이..!"
선호와 정혁 오빠가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나는
엷은 미소를 머금고,
눈을 돌려
천사를 찾아 봤다.
초조한 듯
시계를 연이어 살피고 있는 그.
"혜성이 녀석,
시계가 닳겠다."
"연주 내일 온다 그랬으면,
큰일날 뻔 했네."
"혜성이 형.
연주 누나
시계 안 봐도,
시간 되면 오게 되어 있어."
..아....
연주란 언니가
프랑스에서 돌아 온댔지.
왠지 슬퍼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혜성 오빠..
정말 그토록
그녀를 사랑해요?
난 안 보이나요?
나는 안 보여요?
나, 혜성 오빠가 좋은데..
미칠만큼
좋아하는데.....
내 안에
숨겨져 있던 혜성 오빠는
나를 외면한 채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난 연주를
--바라보고 있어서
--유희는 보이지 않아....
내 마음 속의
혜성 오빠가
꼭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프다.
-the end-
+출처: 별이의 하늘
by........유리에..
웨이브가
살짝 져있는
보라빛 머리에
지적인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여자.
"혜성아."
그녀는
혜성 오빠를
발견하자마자
그에게로 달려와
가볍게 안겼다.
"잘 지냈어?"
혜성 오빠가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쓸어 넘기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묻는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그의 눈부신 모습은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연주 언니..
정말 예쁜 사람이구나.
신화들이
하나 둘
연주 언니 주변으로
둥그렇게 섰다.
나는 머뭇거리며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 보았다.
선호는
친누나를
오랜만에 봐서인지,
반가운 표정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혜성 오빠의 손이
연주 언니의
양 어깨를
가만히 감쌌다.
"드디어 왔구나-
이연주."
"민우, 너
머리 색 바꿨네?
곧 있으면 '그 날'인데.
그 때도
그 색 머리
하고 있을 거야?"
"아니,
이제 머리 색 바꾸려고.
검은 색으로."
"동완아, 오랜만이야."
"그러게,
근데 연주 나
프랑스에 있었으면서도
'그 날'
기억하고 있었어?"
"당연하지,
특히 민우랑 너한테는
중요한 날이잖아."
난 도저히
낄 수 없는 대화.
연주 언니
한 명 때문에
주변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나는 왠지 모를
소외감에
씁쓸한 미소만
머금었다.
쓸쓸한 눈으로
그들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초라해지는 듯한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버렸다.
"연주야, 잠깐만."
동완 오빠가
날 의식했는지,
내 쪽으로 뛰어온다."
"은유희,
왜 그러고 서 있어?
이리 와."
순간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이 맺혔다.
고개를 숙이고는
동완 오빠의 눈을
피하는 나.
"유희야..."
"저 이만 가봐야겠어요.
엄마가 일찍 들어오랬거든요."
난 동완 오빠가
대답하기도 전에
공항을 빠져 나왔다.
..혜성 오빠...
나,
혜성 오빠가
나를 봐줬음 좋겠어요..
오빠의 눈에
담기는 사람이
연주 언니가 아니라,
나였으면 좋겠어요.
눈물이 떨어지며,
나를
끝없는 슬픔 속으로
밀어 넣는다.
비라도 내렸으면
이런 비참한 기분이
조금 더
나아질텐데.
...오늘은
..실컷 울고 싶었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기다려, 유희야.."
그런 내 앞을 가로막는 목소리.
더 이상
나를 감출 수 없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흐려진 풍경에
동완 오빠의 모습이
...........보인다
걱정스러운 모습..
--------------------------------------------
여름이란
멋진 계절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엄마가 많이 우는 걸
처음 본 계절도
여름이었고,
친했던 친구가
전학간 것도
여름이었다.
그리고
반간접적인 실연도
2001년 여름
오늘 일어났고.
아마도 난
여름을 증오하게 될 갓만
같았다.
겨우 울음을 그치고
훌쩍거리는 나에게
그가
차가운 사이다를 건넨다.
"마셔."
대답도 못 하고
사이다만 받아드는
바보같은 나.
나에게
사이다를 준
동완 오빠는
그 특유의 밝은 미소를
한껏 터뜨리며
내 옆에 앉았다.
6월의 공원은
따스한 햇살로
살포시 감싸져있다.
"왜, 운거야?"
우려했던 질문이
동완 오빠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말았다.
뭐라고 하지?
"괜찮으니까 말해.
나 입 무거워."
동완 오빠가
어린 아이를 달래 듯
나에게 말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한다.
"유희야,
말을 해야
내가 도와주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동완 오빠는
끝내
답답함을 표출해냈다.
무안해진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도와준다구?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다구?
아니야..
동완 오빠는 못 해.
다시 시작되려는 눈물에
무의식적으로
쥐고 있던 사이다 캔을
찌그러뜨린다.
사이다는
쏴아--하는
상쾌한 의성어를
연상시키며,
내 손과 무릎을
촉촉히 적셨다.
"뭐하는 거야?"
당황한 동완 오빠가
급히
내 손에서
사이다를 빼앗았다.
내 볼 위로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동완 오빠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결국 또
눈물을 보이게 되는 나.
"오늘만 이해해 줘...
오늘만 실컷 울게.....
오늘만..
딱 오늘 하루만....."
나는
사이다가 묻지 않은 왼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애원하는 것처럼
동완 오빠에게
중얼거렸다.
동완 오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마운 느낌이 든다.
------------------------------------------------------
몇 분이나 울었을까...
겨우 눈물을 그치는 나.
그 때까지
동완 오빠는
내 어깨를 감싼 채,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눈물을 그치자,
동완 오빠가
그제야
미소 지어준다.
그의 미소는
나에게
왠지 모를
편안함을
선사해 주었다.
동완 오빠에게
다 말하고 나면,
그나마
안정이 될까?
조금 더
어깨가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내 눈이
동완 오빠의
포근한 웃음을 담는다.
"오빠..
정말 오늘 일
비밀로 해줄 수 있어?"
"응."
확신에 찬
동완 오빠의 목소리.
잠시 망설이던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떨리는 어투로
입을 열었다.
.
.
.
.
.
"나..
......혜성..... 오빠가................
.............좋아......"
-the end-
+출처: 별이의 하늘
by..... 유리에.....
-혜성 오빠...!
새 하얀 배경에
서 있는 그.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미소가
혜성 오빠 위로
내려 앉는다.
나는
허공에 뜬 기분이었지만,
혜성 오빠 곁으로
다가가야겠단 생각에
사로잡혀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내 몸은
무언가에 묶여 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가야.. 해....
혜성 오빠 옆으로..!
한 발자국
앞으로 간 듯한 느낌.
겨우 한 걸음
옮기고 나서,
기쁜 마음에
고개를 드는 나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없었다.
먼 곳,
더 먼 곳에서
내가 아닌
다른 쪽을 보고 있다.
조용히 눈을 뜨는 나.
꿈..이었구나.
주변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고,
짙은 어둠만이
남아 있었다.
악몽이라니...
내 얼굴에
식은 땀이 가득 하다.
정말 혜성 오빤
내가 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는 걸까?
------------------------------------------------
"하하하..!"
"웃지 마,
난 심각하다고.."
"하하.."
"다시는 말 안 해준다."
"알았어..
그래, 알았어...
이제 안 웃을게."
점심 시간.
나와 동완 오빠는
예전에
우리가 만났었던 곳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다.
어젯밤의 꿈에 대해
난 나름대로
심각하게 말했는데,
동완 오빠는
웃음을
멈추지 못 했다.
무안해진 나는
동완 오빠에게서
눈을 돌렸다.
동완 오빠가
겨우 웃음을 그치고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포근한 느낌이
머릿속에 담기는 느낌.
"참- 오빠--"
내 표정이
궁금하단 빛을 띠우며
그를 본다.
"왜?"
"공항에서
연주 언니가 말한
'그 날'이 뭐야?"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고
던진 말이었는데,
내 질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동완 오빠의 표정이
굳어 버렸다.
너무
곤란한 질문이었나?
그렇지만 난
나도
그의 무언가를
알고 있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을 뿐인데..
그는 이미
내 짝사랑을
알고 있으니까.
"말.. 해..줘.."
오빠의
망설이는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짓궂은 얼굴로
동완 오빨 보챈다.
"그런 게 있어.
넌 몰라도 돼."
"싫어-
오빠도
내 비밀을 알고 있잖아.
나도
하나쯤은
알고 있을
권리가 있다구."
동완 오빠가
슬픈 눈이 된다.
편안했던 오빠는
내 눈에서 사라졌고,
내게 비춰진
그의 모습은
파아란 우울함을
갖게 했다.
은유희..
바보--
괜한 말을 했나 봐.
----------------------------------------------------
"김수진..
내 여동생이자,
이민우의 연인이었던
천사같은 아이야."
하늘을 향한 채
멍한 눈으로
입을 열기 시작하는
동완 오빠.
싱그러운 향이
내 코끝을
살짝 스친다.
나는 편안하지만
약간 회상을 하는 듯한
모습이 되어 있는
그를
말없이 주시했다.
"'그 날'은
수진이가
병으로 죽은 날이고."
죽은 날?
정작 말을 하고 있는
동완 오빠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데,
나 혼자
죽음이란 말에
놀란다.
"이제 됐어?"
아까
잠시 동안
동완 오빠가
내게 보여 줬던 슬픔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 새
그의 얼굴엔
포근함이 가득 했다.
그랬구나.
동완 오빠도
굉장히
슬픈 일을 겪었어.
"참,
옛날에 '닮았다'란 말..
했었지?"
"어? 아--
기억 나, 오빠."
내가 닮은
그 '무언가'의 정체가
동완 오빠의 입에서
나오려고 하자,
호기심에
가득 차는 나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던
동완 오빠는
잠깐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유희, 너..
수진이랑
무지 많이 닮았어."
약간 색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오는
그의 목소리.
내가
동완 오빠의 여동생이랑
닮아?
그 말은
내가 민우 오빠의 연인과
닮았다는 말.
이제야 저번에 들었던
정혁 오빠의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개인적인 이유'란 게
이런 거였구나.
진이의 첫사랑..
동완 오빠의 여동생이자,
민우 오빠의 연인이었던
수진과
많이 닮은 것.
게다가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혜성 오빠.
아마도 난 전생에
'신화'와 인연이 많나 봐.
혜성 오빠를
떠올린 순간
내 표정은
묘하게 엉켜 버렸다.
동완 오빠가
나를 향해 입을 연다.
"기분 나빴니?"
"응? 내가 왜?"
"여자들은 그런 거
싫어하잖아.
동생이랑 닮았네,
엄마랑 닮았네,
뭐 이런 종류의 말들.
누군가의 대역이
되는 것만 같아서
싫다던데?"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여성 심리학자
한 분 계시네--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났으면 말야."
장난스런 내 말투에
동완 오빤
안심이 됬는지
여름 하늘에 대고
한번 시원하게 웃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완 오빠의 모습은
바로 이렇게 웃는 거다.
동완 오빠의 음성이
고요히 퍼져 나온다.
"난 유희랑
만나고 있는 거지,
수진일 닮은 애를
만나고 있는 게 아냐."
솔직히
잘 이해가 안 가지만
그냥 그러려니
넘어 가기로 했다.
어느 덧
점심 시간의 끝을 알리는
벨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완 오빠는
나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
별관 건물 한 쪽으로
유유히
사라져 갔다.
그를 바라보던 난
이내
고개를
떨구고 만다.
이렇게
날 보며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이
신.혜.성.이란
이름으로
불린다면
얼마나 행복 했을까?
-the end-
+출처: 별이의 하늘
by..... 유리에..
하루 하루
시리기만한
내 마음은
언제나 한 곳이
텅 빈 채
더없이
허전하기만 했다.
내가 사랑하는
푸른 하늘의 상큼함은
더 이상
나를
기쁘게 하지 않는다.
내가 증오하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또 다른 사랑이라는
사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헤어나오기 힘든
늪으로 밀어 넣었다.
그 것은 현실이었다.
인정하기 싫어서
부정하고 있을 뿐
연주 언니가
혜성 오빠의 전부라는 건
변하지 않을
현실이다.
가끔
혜성 오빠와
마주칠 때마다 본
오빠 옆에 있는
연주 언니는
너무 나도 아름다웠다.
그들은
질투가 날 정도로
잘 어울린다.
----------------------------------------------------------
여름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오후.
"다녀 왔습니다--"
집으로 들어서며
밝게 외치는 나.
거실로 발을 옮기며
엄마와
눈을 마주하려던
내 눈에
엄마 외에도
또 다른
익숙한 얼굴이 들어온다.
은빛.. 머리...
"민우 오빠?!"
나는 놀란 얼굴로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민우 오빠 역시
의외란 표정 반
조금은
예상했었던 표정 반인
애매한 표정이 되서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
엄마를 봤다.
"유희가, 그럼..
수진이의...
...쌍둥이.."
뭐라고?
쌍둥이?
수진..?
..내가...?
형제가 있단 말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민우 오빠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당황시키고 말았다.
엄마는
한참 동안
날 보시더니
무언갈
각오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다네, 민우 군.
저 애가
수진이와
일란성 쌍둥이인
유희야."
믿을 수 없는
엄마의 고백에
내 머릿속은
텅 빈
새 하얀 공간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자네.
어떻게
우리 유희를
알고 있나?"
"우연히 알게 됬어요.
동완이도
아는 사인데,
닮았단 느낌은
받았지만,
쌍둥이일 거라곤."
엄만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셨다.
-------------------------------------------------------
엄마는
나의 쌍둥이 동생인
수진이를
동완 오빠 집에
양녀로
주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작년 여름
수진이가
병으로 죽게 되자,
많이
후회하셨다고 한다.
작년 여름
내가
엄마의 우시는 모습을 본 건
아마
그 때문이었나 봐.
어쨌든
동완 오빤
내 쌍둥이 동생의
'가짜' 오빠인 셈이다.
수진이의 친 혈육은
동완 오빠가 아니라
나..
민우 오빠가
사랑한 사람 또한
동완 오빠의 여동생이 아닌
내 쌍둥이 동생.
우린
복잡한 고리로
얽혀 있는 것이다.
--------------------------------------------------------
연두 빛 원피스..
핀으로 찔러
어깨 뒤로
살짝 넘겨 놓은
까만 머리카락...
"거짓말-
정말 나랑 똑같아."
동완 오빠가 가져 온
수진이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는 난,
흥미로운 표정을
가득 띄웠다.
나처럼 생긴 사람이
또 존재했었단 게
정말 믿을 수 없다.
"이렇게 비교하니까,
진짜 복제인간이다.
닮았단 건 알았지만,
설마 정말로
쌍둥이 동생일 줄이야."
동완 오빠가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카락을
흐트려 놓았다.
여름의 더위 속에서
조금 씩 남아 있는
바람이 불어
짧은 시원함을
가져다 준다.
"수진인,
나보다 더
얌전했겠지?"
나는
나랑 닮은
네모난 종이 속 아이를
바라보며
중얼거리 듯
내뱉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양
대답하는
동완 오빠.
"당연하지--
얼마나
조용하고, 예뻤다고.."
난
말을 마친 그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주었다.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할 건 없잖아.
동완 오빠가
내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멋적은 웃음으로
얼버무리려 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
지지 않으려
따가운 눈빛을
거두지 않은 채
입을 삐죽거렸다.
"그런데
우리 외모가
나쁜 편은 아닌가 봐.
교칙 위반이
작년에 죽은 애를
아직도
못 잊고 있다니."
난 조심스레 말했다.
"민우는
수진이의 내면을
사랑했으니까."
동완 오빠가
진지하게 입을 연다.
난 무의식적으로
수긍이 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수진이의 사진을
내려다보며
나도 모르게 웃는다.
순간
내 귀를 스쳐 가는
포근한 음성.
"수진인 적어도
너처럼
바보 같은 짝.사.랑.은
안 했을 거야."
바.보.같.은.짝.사.랑.
아아..
그렇구나.
난 이제 껏
혜성 오빨 향해 있는
내 감정을
정당화 시키려고만 했어.
그 건
아름다운 게 아니라
바보 같은 거였다구.
그랬던 거야.
바보처럼
아무 죄도 없는
연주 언닐
미워하고 있었어.
내 얼굴은
억지 웃음에 덮여
수진이의 사진만
향하고 있었다.
동완 오빠는
파아란 하늘의
구름빛만큼이나
슬픈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동완 오빠가
슬퍼 보인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the end-
+출처: 별이의 하늘
by... 유리에..
내 주위를 감싸안은
여름의 실오라기 같은
바람에,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땀이 얼굴 위로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아직도 멀었어요?"
미칠 것 같은
더위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산을 오르고 있는 난,
앞질러 가며
힘든 기색조차
하지 않는
민우 오빠에게
살짝 짜증을 섞어
물었다.
"곧 있으면 도착해--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끈기가 없냐?"
평소 땐
너무나도 차가운
이미지의 소유자지만,
입을 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한 면을
내보이는 민우 오빠.
"여자라고
다 끈기 있으란 법
있어요?"
난 톡 쏘며
곧 바로
민우 오빠에게
반격했다.
"수진인
얼마나 끈기 있었다고.
아-
다 왔어.
여기야.
빨리 올라와 봐."
뭐야,
이민우가 말하는
여자의 기준이
전부 수진이다 이거야?
먼저
목적지에 도착해
나를 내려다 보며
손짓하는 민우 오빨
마음에 안 든단 눈으로
쳐다 본다.
민우 오빠의 도움으로
목적지에 이른 난
멈춰서서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하아--"
민우 오빠가 웃으며
날 잡아 주었던
손을 놓고,
앞에 있는 무덤으로
서서히 다가간다.
내 눈도
자연스레
민우 오빠를 따랐다.
민우 오빠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어렸다.
"김수진..
아, 이제 은.수.진.인가?"
무덤을 앞에 두고
너무도 슬픈 음성으로
입을 여는 민우 오빠..
수진이의 무덤은
나에게
왠지 모를
우울함을 가져 온다.
수진아...
너 왜 그렇게
일찍 간 거니?
나는 마음 속으로
조용히
물어 보았다.
그러나 무덤은
아무 대답이 없다.
당.연.히.
"오늘은
나 혼자 온 게
아니야..
자, 봐."
민우 오빠의 손이
나를 붙잡아
무덤 앞에 데려왔다.
따스하기 그지 없는
온기가
동완 오빠의 체온과는
다른 느낌으로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어때--?
수진이랑 똑같지?"
민우 오빠의
은빛 머리가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수진이의
쌍둥이 자매래."
민우 오빠의 손에
따스하게
감싸져 있는
내 어깨가
그의 슬픔을
내게
그대로
전해주는 것만 같다.
나는
수진이의 무덤에 대고
조그맣게
미소 지었다.
그제서야
수진이의 무덤도
내게 대답하며
무언가
아주 슬픈 기분을
갖게 해 준다.
-----------------------------------------------------------------
산을 내려오고 나니,
어느 새
까만 밤이었다.
별빛들이
은은한 빛을 뿜으며
민우 오빠와 내 주변으로
살짝
내려 앉는다.
"너무 늦은 거 아녜요?
벌써 밤인데-"
"그러게?
나도 갈 땐
이렇게 늦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지."
민우 오빤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걸음을 조금 빨리 했다.
난 그냥
내 속도를 유지한 채
조용히 민우 오빠를
뒤따를 뿐이다.
..새 하얀 달빛..
무언가
아주 아주 생소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이 건
누굴 향한 걸까?
왜 난
그리움을 이토록
절실히
느껴야만 할까?
나도 모르는
우울함들만 가득하다.
"이민우-
어딜 갔다 오는 거야?
다들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
가로등 아래에서
불빛을 잔뜩 받고 있는
....혜성 오빠......
..정말....
혜성 오빠인 거야?
..정말로....
신.혜.성.
슬픈 향을 풍기며
내 마음 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던
그리움들이
수그러 들었다.
"아-
미안해, 혜성아."
"유희도
같이 있었어?"
"응? 아, 어."
혜성 오빠의 눈길이
내게 닿자,
내 심장이
제멋대로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진정하자..
은유희...
부탁이야..
..혜성 오빠가..
눈치채지 못 하게...
제발.. 진정해..
"그런데
많이 기다렸냐?"
민우 오빠는
혜성 오빠에게
약간 편한 어투로
물었다.
"그래.
여기 벌써
30분 째 서 있다."
"무슨 일 있어?"
"갑자기
니가 없어졌는데,
당연히 찾아야지.
빨리
집에
들어가기나 해."
"유희..
바래다 줘야 해."
민우 오빠가
난처한 빛을 띤다.
나는
환히 웃으며
손을 저었다.
"혼자 갈 수 있어요.
들어가세요."
민우 오빠와
혜성 오빠의 시선은
동시에 날 향했고,
나는 조금
부담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저녁의 빛들은
소리없이
우리 세 사람을
비춰준다.
"내가
바래다 줄게.
넌 어서
가 보기나 해.
너희 엄마가
기다리셔."
..뭐..라고...?
바래다.. 줘...?
..혜성 오빠가.....?
....그의 맑은 음성..
내 가슴 속에서
깨끗함을 머금은
해바라기가
곱게 핀다.
신혜성..이란
해를
바라보며...
-the end-
+출처:별이의 하늘
by... 유리에..
나는
조금 뒤로 물러서서
혜성 오빠를
따랐다.
좋아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걷는 것도
꽤 행복하니까.
나..
혜성 오빨 만나고,
너무 많은 걸
얻었어요.
그거 알아요?
매일 밤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잠드는 거,
아침 등교 시
당신을 볼 때마다
너무 즐겁다는 거.
..언제나...
우연이라도.. 좋으니..
당신과 마주치길..
바라는 거...
혜성 오빨 만났기에
가능한 거에요.
모든 게 다...
이런 두근거림.
이런 행복.
....그..리고...
이런 사랑을..
가르쳐 주신.. 당신께..
너무
.
.
.
.
감사합니다..
혜성 오빠를 따라
정신없이
걷다 보니,
벌써
집 앞이
되어 버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멈춘 뒤,
혜성 오빠를 향해
돌아섰다.
..웃어야.. 해...
은.유.희.
정혁 오빠가 그랬잖아.
웃는 건
내 트레이드 마크라고...
"고맙습니다."
미소를 지은 채
혜성 오빠에게
인사한다.
혜성 오빤
내 미소에 답하 듯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더 혜성 오빨
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혜성 오빠를 지나쳐
대문 앞까지 갔다.
순간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날 잡는다.
"유희야.."
나는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떨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를 향해 뒤돈다.
혜성 오빠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그의 눈 속에
조용히
내가 담기는 게
느껴졌다.
까만 저녁은
내가
그의 눈을 보는 걸
방해했으나
나는 알 수 있었다.
내 안에 피어있는
해바라기가
가르쳐 주었기에...
혜성 오빠의 음성은
환청인 양
내 귀를 울린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난 그에게
한 발자국 다가섰다.
"하..세요."
곤란한 말인 듯
그가 멈칫하며
나에게서
시선을 뗐다.
무슨 말이길래...
"난 유희가
오해하지 않고
들어줬음 해."
내 미소는
여전히
내 얼굴 가득
피어있다.
오해하지 않아요..
내 안의 혜성 오빤....
...진실하니까요..
난 긍정을 표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그가
입을 연다.
"니가
동완이랑 민우..
만나는 거...
..나....
솔직히... 싫어....."
작지만
..뚜렷하게 들려오는..
말..
..어.째.서.......
그는 말을 계속했다.
"정말..
거짓말 처럼..
넌
수진이랑 닮았어.
니가
동완이, 그리고 민우..
만날 때 마다..
그 녀석들은
당연히
너로 인해..
...수진일.. 떠올리게 될 거야.."
..난
수진일 비춰주는...
거울이란 걸까...?
눈물이 나오려는 걸
입술을
꼬옥 깨물며
애써 참아본다.
..잔.인.하.게.도...
그는
이야길 멈추지 않았다.
"수진이가 죽던 날,
나.. 민우.. 동완이....
심지어
진이.. 선호.. 정혁이까지도..
너무 많이 울었어.
수진인 그 정도로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였던 거지.
지금
널 보고 있는
나 조차도
수진이가 떠올라
가슴이 아픈데,
하물며
친오빤 아니지만
한때 오빠였던
동완이랑..
수진일..
너무나도 사랑했던
민우는..
얼마나 견디기 힘들겠어..."
지금은
울면 안 돼..
강해.. 보여야.. 해...
울면.. 안 되는.. 거야....
고개만..
..계속 끄덕이는..
..나...
"알겠어요,
무슨 뜻인지
알았으니까...
걱정 마세요."
"유희야."
"그래요..
..이해..해요...."
혜성 오빤
웃음을 잃지 않은
날
빤히 들여다 보다가,
말하고 나니
미안한 느낌이
들었는지,
고개를 숙였다.
"그럼, 가볼게.
잘 들어가."
내 시야로부터
멀리 사라져 가는
혜성 오빠.
드디어..
눈물이.. 흘러 내린다.
나는 내 몸을
벽에 기대었다가,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면서
주저 앉았다.
눈물들은
..나를 내보이 듯
끊이지 않고..
내 뺨 위로
흘렀다.
수진아....
..넌 참.. 좋겠어..
그가
널 떠올려 주니까..
니가 죽었을 때
혜성 오빠가
많이 울었단 말이
왜 이렇게
날 슬프게 하지?
니가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아.
차라리
양녀로 들어 간 사람이
니가 아니라
나였다면............
어째서
난 그에게..
널 비추는
유리 조각 따위가..
되어야 하는 거니.....
동완 오빠와
민우 오빨
만나지 말란 말보다
수진이에 관련된
그의 말이
날 더 아프게 했다.
난 벌써
그만큼
그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몸을 일으키며
눈물을 닦았다.
"울면 안 돼.
은유희 넌
강해져야 해.
짝사랑이란 원래
이렇게
힘든 거니까."
내 마음 속..
해바라기는
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그저 바라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햇님은..
..해바라기가..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햇님은..
해바라기.. 없이도..
얼마든지..
..빛을.. 낸다...
해바라기는
늘
그 빛만을..
..쫓고 있겠지....
그게..
..행.복.이니까...
-the end-
by.... 유리에..
"미안해-
딱 5분만 기다려."
자치회실 앞.
은아는
날 세워둔 채
자치회실로
들어갔다.
하긴
실장인데
오죽 바쁘겠어-
나도
도서실 가야 하는데..
너무 소홀히 해서
선배님들이
벌써
잘랐을지도 몰라.
너무도
태평스러운
내 모습에
난 쿡 하고
웃었다.
내가 봐도
난
너무 어이 없이
살고 있다니까.
"은유희-"
"누나--"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첫 번째 음성의
주인공은
정혁 오빠,
두 번째 음성의
주인공은 선호.
그리고
그 뒤로
그들을 따르는
"동완 오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피해야 하는데
하필 이런 때에
난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한 후
복도 반대편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미안해,
동완 오빠.
그치만
난
혜성 오빠가
싫어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이해해 줄 수 있지?
유일하게
내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오빠잖아.
------------------------------------------------
정신 없이 달려
4층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긴장이
풀리는 느낌.
"은아가
안 기다린 걸 알면
엄청
화 낼 거야."
허탈한 웃음만
짓는 나.
정말
난 점점
바보가 되는 건가 봐.
"유희?"
내 뒤쪽에서
여리디 여린
청아한 음성이 들렸다.
4층은
3학년 교실이지..
설마..?
난 조심스레
그 음성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연주 언니.."
"여긴 왠일이야?"
"네?
아, 그냥요.
어쩌다 보니까."
언니가
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만큼
아름답게 웃는다.
"혹시
혜성이 못 봤니?
만나게 되거든
민우가 찾는다고
전해줄래?"
온화한 미소가
너무 예뻐.
난 비교도
안 돼.
역시
혜성 오빠와
잘 어울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결국
도망치는 사람처럼
연주 언니와
마주 했던 자리를
피한다.
--------------------------------------
그렇게
학교 내를
서성였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비참한 것 같아.
내 모든
감정 변화의 요인,
신.혜.성.
다..
너 때문이야...
슬픈 표정이
내게서
웃음을 가져 간다.
넌 바보야..
은유희...
모든 걸
왜 그의 탓으로
돌리니...
그를 좋아하는 건
바로 너면서.
그렇다.
나는
혜성 오빠를
사랑한다.
복도 끝편에 이르자,
다시
발이 가는대로
계단을 하나 씩
밟아 나갔다.
..기적이
일어나면.. 좋을텐데...
예를 들면
혜성 오빨
만난다던 가...
거.짓.말.
정말로
기적이 일어 났다.
기적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기.적.
"유희, 안녕?"
"안녕하세요..?"
무언가
화젯거리를
찾아야 해.
뭐가 있을까.
맞아.
"저기..
민우 오빠가
찾아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혜성 오빠의 표정이
굳어진다.
"민우.. 만났니?"
아..
그걸 걱정했구나.
그럴 필요 없는데.
난
혜성 오빠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아요.
난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설령 내 모습이
연주 언니만큼
아름답진
못 하더라도
웃고 싶었기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안 만났어요.
연주 언니가
말해 준 거에요."
"그래,
..고마워..."
그는 내게
조그만
미련조차 두지 않고
유유히
나에게서
멀어져 간다.
정말
그는
날 봐주지..
..않았다.
무의식 중에
그가
사라져 간 쪽을
멍하니
주시해 본다.
....혜성 오빠
그래요..
오빤 그렇게
웃으면서
서 계세요.
내가..
...다.. 아플게요..
내가
오빠 대신
다 아파 할게요.
비극적인
해.바.라.기.
나는
혜성 오빠를
보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가 보다.
짝사랑이라도
난 그가 좋았다.
은유희 삶의
유일한
행복이라고
정의 내려도,
부인하진 않겠다.
그를
.
.
사랑하기에.
..지금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펑펑
울어버릴 것 같아
그냥 숨고만 싶다.
...은아도..
....신화들도..
다 만나고 싶지 않다.
강해보이고
싶으니까.
가슴 속은
혼란스럽고
한없이 힘들대도
겉으론
강해보여야 하니까.
약해지지 않을 거야.
난 그 누구보다 강해.
천번 만번
수없이
다짐하고 있는
나다.
이미..
...울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the end-
by... 유리에....
늦은 저녁.
엄마가
아직
돌아오시지 않아,
혼자 거실을
지키고 있다.
빗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왔다.
이제 정말
장마철이구나.
나는
몸을 일으켜
유리창을 향했다.
아빠가 오시면
다 일러버려야지.
엄마가 늦도록
딸만
혼자 내버려 두고
밖에 돌아다닌다고.
투명한 커튼이
살짝 하늘거리며
습기 찬 유리창을
덮는다.
내가 너무 세게
커튼 끈을 쥐어서
커튼이 풀렸나 보다.
"유희야, 자니?"
음마의 음성.
난 급히
현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 엄마.
이제 왔어?"
"안 자고 있었네..?
내일
늦잠 자려고."
엄마의 얼굴 위로
싫지 않단 빛의
옅은 웃음이 번진다.
"응.
잠이 안 와서..
근데 늦게까지
어디 있었어?"
우산을 접어
현관에 기대어 둔
엄마는
옷을 적신
몇 개의 빗방울에
얼굴을 찌푸리시며
쇼파에 앉으셨다.
나는 유리창에서
엄마가 앉아 계신
쇼파로
몸을 옮겼다.
"내일이
수진이 죽은지
1년 되는 날이잖니."
"그래?"
"동완이랑 민우가
말 안 해줬니?"
엄마의 말에
배시시 웃는다.
짝사랑 하는 사람이
만나지 말래서
요즘 안 만나요--
하면,
어떤 엄마가
칭찬을 해 주실까?
"유희야..
민우 멋있지 않니?"
"네?"
뜬금없는
엄마의 질문.
"글쎄, 민우가
오늘
머리를 검정색으로
물들이고 온 거야."
민우 오빠가
머리를 검은 색으로?
보고 싶다---
"그게 왜?"
"수진이가
민우, 머리 염색한 걸
싫어했거든."
..민우 오빠도
나랑 똑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지 말랬다고,
진짜로 안 하다니.
난 살포시
웃어 보였다.
"그럼 이 때까지
동완 오빠 집에
있다 온 거야?"
"당연하지.
내일 가면
수진이 양부모님이
불편해 하실까 봐
그냥
사람 없을 때
살짝 갔다 왔어.
동완이, 민우..
정혁이, 선호, 진이...
아,
혜성이랑 연주도 왔더라."
혜성 오빠랑
연주 언니...
역시..
늘 같이 있는 거구나..
난
어울리지 못 하도록.
난
끼어들지 못 하게..
벽으로 막아 두고서....
"유희는
내일 가 보렴.
그래도
쌍둥이 동생 제산데."
"응, 그럴게.
엄마,
나 피곤하다.
자도 돼?"
"물론.
잘 자렴."
"엄마도."
사뿐히 걸음을 옮겨
2층 내 방으로
올라가는 나다.
하느님,
이 계단을
다 밟고 나면..
그를..
..잊게..
....해..
주세요...
그리고...
그가..
언제나..
행복하게 해 주세요...
...언제나...
그의.. 웃는 모습만..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유희야-
전화---!"
마지막 계단을
밟기 전
엄마가 날 불렀다.
..잊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봐.
난 혼자
씁쓸하게 웃으며
1층으로
뛰어 내려가
전화를 받았다.
물론
최대한 밝은 모습으로.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동완 오빠?"
나도 모르게 놀라서
큰 소리를
지르고 만다.
엄마는
가만히 웃으시더니
나를 배려해 주시 듯
방으로 들어가셨다.
반가운
동완 오빠의 목소리.
혜성 오빠,
이건 만나는 게
아니니까
이해해 주실 거죠?
[딩동댕!
뭐 해?]
"오빠 때문에
다시
가슴앓이 시작이야-"
[응? 왜?]
"계단을 올라가면서
여길 다 올라가면
혜성 오빠를
잊게 해 주세요.. 하고
빌었는데,
다 오르기도 전에
오빠한테
전화가 와서
다시 내려와 버렸잖아.
기도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어."
[하하하--
은유희,
널 누가 말려.]
"근데 오빤
왜 전화 했어?"
[그냥...
너 요즘
얼굴 보기 힘들다-]
"내가 약간
바쁘잖아.
이해해."
[그런 말이 어딨어.]
동완 오빠 특유의
따스하고
포근한 어조는
나로 하여금
잠시 동안
혜성 오빠를 향한
사랑을
잊게 한다.
동완 오빠.
혜성 오빤
내가
오빨 만나지
않았으면 한 대.
그런데 난
바보처럼
그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고 있는 거 있지?
[요즘도
혜성이 뿐인가 봐.]
...왠지
슬프게 질문하는
동완 오빠.
난 일부러
톤을 높여
대답했다.
"걱정 마-
유희는 강하니까."
수진아..
동완 오빠한테
니가 다 못 부리고 간
응석..
내가 부려도 되니?
니가..
..다 하지 못 한..
여동생 자리...
내가 차지하면 안 돼..?
...나..
동완 오빠가
정말 친오빠 같아.
숨쉬는 동안만..
아니
내가 이 힘든
짝사랑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동완 오빠의
여동생이 될게.
-the end-
by.... 유리에....
엄청나게
하늘이 퍼붓고 있는
빗방울 속에서
우산을 꼭 쥔 채
걸어가고 있는 나.
여긴가?
동완 오빠도
꽤 좋은 데서
사네-
난 물기 가득한
초인종을
힘차게 눌렀다.
혜성 오빠와
마주치더라도
당당해 지자.
할 수 있지?
크게
심호흡을 해 본다.
[누구세요?]
인자한
여인의 음성이
인터폰에서
흘러 나왔다.
"유흰데요."
[누구..요?]
"유희요.
은.유.희."
[아- 어서 와요.]
덜컹--
문 열리는 소리.
"안녕하세요?"
"어서 들어 와요.
수진이가
반가워 할 거에요."
이 분이
동완 오빠의
어머닌가 봐.
난 현관을 한번
훑어 보았다.
신발들이
굉장히
많을 걸로 봐서
손님들이
와 있는 것 같다.
그 안에는
그..도 있겠지.
"엄마, 누구 왔어요?"
"그래."
동완 오빠가
반가운 얼굴로
뛰어 나오며
날 맞이 했다.
"유희구나.
어서 와.
들어가자."
변하지 않고
따스하기 그지 없는
모습으로
날 향해 웃는
동완 오빠에게
난 어색하게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제
..몇 초 후면..
..그를 볼 수 있다...
동완 오빠를 따라
안으로 들어선
내 눈에
천천히
혜성 오빠가 담긴다.
당연히
연주 언니도 함께.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마음 속으로
조용히 읊조리며
멈춰선 채
하염없이
혜성 오빨 바라봤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
너무 행.복.해.요.
그러니까
오빠가
연주 언니와
있을 때마다
행복해 하는 거,
다 이해할 수 있어요.
내가 오빨
사랑하는 것만큼
오빠도
연주 언닐
사랑한단 증거겠죠?
"유희야.."
동완 오빠가
속삭이 듯
날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동완 오빠 쪽으로
돌아선다.
그와 동시에
혜성 오빤
내 눈에서
사라져 버렸다.
"여기 들렸으니까
이제 됐어.
가볼게."
"벌써?"
"응.
수진이 무덤엔
민우 오빠랑
이미 다녀왔거든."
나는
검은 머리색을
한 채
진이와
진지한 이야길
나누고 있는
민우 오빠를
살짝 쳐다보면서
말했다.
"왜?
좀 더 놀다 가지."
안 돼.
혜성 오빠가
보고 있잖아.
조용히 고개를
젓는 나.
동완 오빤
약간
차가워진 눈으로
날 주시했다.
"너 요즘
정말 이상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내가 뭘-?"
"나 뿐만이 아냐.
민우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
"과.민.반.응."
동완 오빠의
심각한 어투를
짧은 한 마디로
일축하는 나였다.
미안해, 동완 오빠.
혜성 오빠가
그러는데
내가 오빠들 곁에
있으면,
오빠들이
나 때문에
수진이 생각으로
가슴 아파할 거래.
내가 미소를 띠며
밝은 어조로
인사한다.
"갈게. 안녕-"
나는
빠른 걸음으로
동완 오빠의 집을
빠져 나오려 했다.
순간 동완 오빠가
날 잡는다.
"데려다 줄테니까
기다려."
"아냐,
혼자 갈 수 있어."
동완 오빠..
그냥 가게 해 줘.
혜성 오빠가
보고 있어.
"데려다 준댔지!"
화난 듯
소리를 지르는
동완 오빠.
난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동완 오빠의 눈을
피했다.
방 안
신화들의 시선이
내게 모아진다.
"어?
유희, 언제 왔어?"
"왔으면 왔다고
말이라도 하지."
난 어색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만
잔뜩 지었다.
"어..
이제 가보려고.
동완 오빠..
귀찮게
데려다 줄 거 없어.
나, 오빠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안녕."
동완 오빠가
멍하게
날 쳐다보고
있을 때,
난 재빨리
동완 오빠의
집을
빠져 나왔다.
급히 나오느라
우산도
잊어 버린 채.
빗물들은
나를
완전히
적셔 버린다.
차가운 물들이
몸에
닿는 게
느껴졌다.
추워--
바보.
우산도
잊어 버리고.
그치만
할 수 없지.
다시 들어가서
가져 오기도
곤란하니까.
...비가
다 씻어 주었으면..
좋겠어...
자꾸
상처만 받는
내 짝사랑을
다 씻어 줬음 좋겠어.
그렇지만
비가 정말로
그를
씻어가 버린다면,
그 후로 내겐
행복과 사랑이
사라지고 말겠지.
...내 사랑은
..비에 씻겨 갈만큼
....약하지 않아..
누구보다도
혜성 오빨,
사.랑.해.
-the end-
by... 유리에....
나는
학교 복도에 서서
천천히
유리창 쪽으로
눈을 돌렸다.
잠깐
개었던 하늘이
다시 흐려지며
비를
뿌리려 하고 있다.
장마는
원래
지긋지긋한 법이야.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긴 것 같아.
짧은 한숨만이
입술 사이로
흘러 나온다.
나는
비 구경이
지루해져서
그냥 교실로
들어갔다.
점심 시간의
시끄러운 교실 풍경.
내 마음 속에
잔잔히
파도가 인다.
이미..
....늦었어..
혜성 오빨
지우기엔
나, 너무
늦어 버렸어.
더 이상
웃고 떠드는 것 따윈
무의미한 일.
하아-
내가 왜 이렇게
된 거지?
니가 아닌 것 같아,
은.유.희.
자리에 앉아
몸을 숙이고
고개를 묻으며
나의 우울함을
달래 보았다.
괜찮아 질 거야.
얼마 안 있으면
짝사랑의 상처도
곧 아물테니까.
일순간
내 귀를 울리던
친구들의 수다가
멈춘다.
이상한 기분에
살짝 고개를 드니
아이들의 시선이
다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에..에..?
"동완 오빠!"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그러나
동완 오빤
미소 조차
띠우지 않은
차가운 표정이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나 좀 봐, 은유희."
무감정한 어투가
내 귀를 거스르며
교실 안을 메웠다.
난 아이들의
놀라움 반,
부러움 반 섞인
시선을
잔뜩 받은 채,
동완 오빠를
따라 나섰다.
많이 화난 것 같아.
"오빠, 무슨 일이야?
오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동완 오빠의 기분을
풀어 줘야겠단 생각에
최대한
밝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계속 걷기만 했다.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 거지?
빗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오면서
우리의 침묵으로
텅 빈 허공을
채운다..
동완 오빠는
아주 슬픈 얼굴로
천천히
나를 향해 돌아섰다.
"난
도대체..
너한테
어떤 존재니...."
동완 오빠의
슬픈 목소리...
..갑자기....
....무슨....
..어떤.. 존재냐구..?
동완 오빠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내가
의아하단 모습으로
동완 오빠의 눈을
바라보자,
그가
내 눈을 외면하 듯
약간 옆으로
비켜 선다.
동완 오빠의
슬픈 음성은
계속 이어졌다.
"혜성이가
만나지 말라고 하면,
...평생..
..얼굴도 안 볼
그런 존재....?"
...아..
그럼, 동완 오빠..
설마..
나와 혜성 오빠 사이의
일을 알고..
"혜성이가
다 말해줬어.
자기가 너한테
나 만나지 말라 그랬다고."
미안하단 말까지도
차마
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해야,
서로가
상처 입지 않을 수
있는지를
판단해낼 만큼
나는 똑똑하지 않았다.
"그래서...
혜성이가
나 다시 만나라고
허락해 줄 때까지
나 피해다닐
생각이었어?"
..부탁이야...
동완 오빠..
제발 더 이상
말하지 마.
..눈물은
결국
내 볼을 타고,
한 방울 씩
떨어져 내린다.
혜성 오빨
사랑하게 된 이 후
최초로
혜성 오빠가 아닌
다른 이유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
오빤
이해해줬으면 하고
..바랬어...
..유일하게
내 마음을..
알고 있잖아..
눈물이
떨어짐과 동시에,
고개를 떨구었기에
지금 내 눈엔
동완 오빠가
담겨 있지 않았다.
순간..
나에게...
너무나도 따스히
느껴져 오는 체온...
..동완 오빠의.. 손이..
조심스레...
내 어깨 위로..
올려진다.......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동완 오빠의 얼굴에
다시 포근함이
깃들었고,
그의 눈은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이래서
화를 못 낸다니까..
울지 마,
이 바보야..."
-----------------------------------
굵은 빗줄기 아래
살짝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나와
그런 내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동완 오빠.
비를 피할 수 있게
문 안쪽에서
침묵만 지키는 중인
우리 두 사람이다.
"이제 다 울었어?"
동완 오빠가
나와
눈을 마주하기 위해
몸을 낮추며
물었다.
난 무안해서
살짝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 내서 미안해."
그가
멋쩍게 웃으면서
내게 말한다.
...화를 못 내게
하는 사람..
동완 오빤
그게 나라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동완 오빠가
훨씬 더
화를 못 내게 하는
마력을 지녔어.
나는 온몸이
떨려옴을 느낌과
동시에
머릿속이
아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긴장이 풀린 탓인가?
왜.. 이러지...
어.지.러.워.
"유희야, 왜 그래?"
동완 오빠가
날 잡아주며
걱정스레 묻는다.
나는 천천히
따스한
그의 품에
내 몸을 맡겼다.
조용히
그리고 힘없이
동완 오빠에게
안긴다.
아파..
..도와줘요...
혜성 오빠...
....혜성 오빠..
"혜성 오빠.."
나는
겨우 쥐고 있던
의식의 끝을
놓고 말았다.
애타게
신.혜.성.을
부르며,
정신을 잃는다.
-the end-
by.. 유리에......
내 주변은
고요한 어둠이었다.
..침묵 뿐이었다..
나를 비춰 줄
등불 따윈 없다.
그 것이
..나의 현재
따스한 분위기에
옅은 미소를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정신이 들어?"
꿈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아주 포근한 음성.
동완 오빠인가 봐..
굳이
확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기에
난 허공에
눈을 두며
힘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그렇게
혜성이가 좋아?"
동완 오빠가
나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좋아하냐구..?
응, 좋아해.
너무 너무 좋아해.
차마
대답은 하지 못 하고
그냥 몸을 일으킨다.
"저번에
비 맞은 후에
약간 한기를
느낀 거래.
많이 아픈게
아니라고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동완 오빠의 말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온통
혜성 오빠
한 사람 뿐이다.
혜성 오빠,
한 번만
뒤를 돌아봐 주세요.
한.번.만.
딱.한.번.만...
그럼 거기에
내가 서 있을테니까.
-------------------------------------------------
아침 일찍 등교하는
아주 슬픈 버릇..
혜성 오빠 곁에
이미 다른 '그녀'가
있던 걸 안 후로
버스 정류장에서
혜성 오빨
볼 수 없었다.
그는 매일
연주 언니 집까지
가서,
언니와 함께
등교한다.
그래서 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늘 혜성 오빨
만나던 시간에
혜성 오빠가 없는
버스 정류장을
보는 건
너무나도 힘이 들기에.
일부러
그를 만나던 시간만
피해
등교를 하는 나.
"..유희...?"
오늘도 역시
우울한 얼굴로
혼자 서 있는 내게
하나의 음성이
다가온다.
"진..아..."
"역시 유희구나.
학교 가는 길이야?"
"응."
진이는 살짝
내 옆으로 섰다.
"같이 가."
진이의 미소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좋겠어, 전진.
넌 변하지
않았으니까.
난 말야..
너무 슬플 정도로
변해 버렸어.
더 이상
니가 아는
밝기만 한 내가 아니야.
-------------------------------------------------------
"둘이 그림 좋은데-"
"어? 민우 형."
교문으로 들어서는
우리 둘 사이에
이젠 은빛 머리에서
검은 머리가 된
민우 오빠가 끼어든다.
"유희, 넌
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
난 살며시
고개를 숙인 채
민우 오빠의 눈을
외면하고는
엷게 웃었다.
민우 오빠가
내 어깨를
다독여 준다.
"혜성이 말,
너무 신경쓸 거 없어.
너 보면
수진이가 생각나긴 하지만
가슴 아프진 않거든."
상쾌한 웃음만
잔뜩 터뜨리는 민우 오빠.
..역시
아름다운 모습...
민우 오빠는
웃음을 멈추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내 눈은
이제
민우 오빠의 뒷모습을
담는다.
민우 오빠의 음성이
잔잔하다.
"수진인
내 안에..
..아직 살아있어..."
수진인
아직.. 이민우 안에...
..살아 있다...
민우 오빤..
오빤 아직
수진일
버리지 않았군요..
수진이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에요..
비록
일찍 스러진
생명이었지만,
아직까지
사랑 받고 있잖아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혜성 오빠가
날
사랑해 준다면
일찍
죽는다 해도
두렵지 않겠죠.
--------------------------------------------------
조금 늦다 싶은 저녁.
멍하게
책상 앞을 지키며
두 손을 모으는
나였다.
나의 소중한 기도는
계속 된다.
하느님..
부디 그를
행복하게 지켜주소서.
나를 사랑하게
해 달란
기도는 하지 않겠다.
혜성 오빠의 마음을
내게 달란
억지스런 기도 따윈
않겠다.
그저
그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억지를 쓰지 않겠다.
..그를.......
...사..
...랑..
...한..
...다..
-똑똑!
.
.
.
나의 기도를
방해하는 노크 소리.
"네-"
"전화 받으렴."
나는
엄마가 건네는
무선 전화기를
살포시 받아 들었다.
이 시간에
전화할 사람은
딱 둘.
유.은.아. 김.동.완.
비율은 50:50
밝은 목소리로
전화기에 대고 말한다.
"여보세요?"
[유희..?]
부드럽게 젖어드는
더없이 감미로운 음성.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알았다.
...이 건.. 꿈인...걸까...?
"혜성 오빠.."
나는 분명
전화기를 들고 있고,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그 촉촉함은
나의.. 햇살이다...
꿈이.. 아니었다...
..정말..
....꿈이 아니다..
나는.. 깨어 있었다...
-the end-
by.....유리에..
"무슨 일이세요..?"
바보.
은유희, 바보.
평소처럼
말하면 되는 거야.
떨지 말자.
[뭐하고 있었어?]
..기도요
혜썽 오빨 위한...
"숙제 하느라구요.
이제 막 끝났어요."
사랑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거래.
[동완이의 특명이야.]
전화기 저편에서
매일 밤
그리워 했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완 오빠?
[유희한테
사과하라던 걸.]
"예? 사과..요?"
[그 날
내가 바래다 주면서
했던 말들
잊어 버려."
"혜성 오빠..."
[민우, 동완이..
다 만나도 돼.
궂이
내가 신경쓸 일이
아니었는데.]
혜성 오빠의
수줍은 듯한 웃음 소리가
전화를 통해
투명하게 흘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나도 그만
따라 웃어 버린다.
[사과하는 의미야.
이번 주 일요일
12시 어때?]
이번주 일요일
12시..?
데이트 신청인 거지?
믿을 수 없어.
"예, 전.."
[그럼, 그 때 봐.
그 날
말 함부로 한 거
미안..]
"아니요.."
[끊을게.]
뚜--------
..이.. 번.. 주....
.....일요일..
나..
혜성 오빠와
함께 하는 거야...
----------------------------------------------------------
싱그러운 바람은
자율 학습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 주었다.
길게만 느껴지던
자율 학습이
모두 끝나고
동완 오빠와
약속한대로
운동장에 나가는 나.
"오래 기다렸어?"
"응--"
나도 지금 막
도착해 놓고서
나보다
겨우 30초 늦은
동완 오빠에게
장난치 듯 웃는다.
동완 오빠는
내 머리를
콩- 쥐어 박았다.
"뭐하는 거야--"
"너도 방금 나왔잖아."
"어? 어떻게 알았어?"
동완 오빠의 손길이
본관 건물
3층의 한 창문을
가리켰다.
아~
창문으로 보고 있었구나.
"오빠가
혜성 오빠 보고
나한테
사과하라 그랬어?"
밝은 어조가 된 난
동완 오빠를 향해
조용히 물어 보았다.
"응."
"왜 그랬어--"
"사실은 좋으면서."
동완 오빠의
장난스러운 모습에
나는 크게 웃어 버렸다.
"혜성 오빠가
이번주 일요일 12시에
만나자고 했어."
"정말?"
"응."
"어디서?"
맞아.
그러고 보니
어디서 만날지를
안 정했잖아.
내가 흠칫하는
얼굴이 되자
동완 오빠가
작게 미소 짓는다.
"창조 공원에서 보재."
나는 멍하게
동완 오빨
주시했다.
"혜성이
심부름 온 거야.
이 말 전해주러."
동완 오빠가
포근한 분위기로
내게 웃어 보였다.
"고마워, 동완 오빠.
오빠처럼
좋은 친구를 얻은 건
내 행운인가 봐."
나는
동완 오빠의
따뜻함에 답하 듯
진지한 어투로
조심스레 말했다.
"친구?"
동완 오빠의 음성이
떨려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환히 웃었다.
"응, 친.구."
-----------------------------------------------
내가 너무도 기다렸던
일요일이 다가왔다.
바로 오.늘.
여성스러워 보이려면
흰 정장 치마가
예쁜데--
아냐..
유희, 넌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어.
간편한
세미 힙합은?
안 돼.
예쁘지 않잖아.
뭘 입지--?
조용히
거울 앞으로
다가간다.
거울 속에
나의 여린 모습이
떠올랐다.
강한 줄 알았던 난
너무도
여린 존재였던 것이다.
"그냥
평소대로 입자.
난 나니까."
나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힘차게 중얼거렸다.
강해지자.
하루에도
수십번 씩 다짐하는 말.
하지만 지키기엔
너무도 벅찬..
...어려운 말...
..강해..져야 해......
--------------------------------------------------
창조 공원 앞,
정문.
수수한 차림을 한
나는
그 곳에 멈춰섰다.
흘러내려온 머리카락은
하얀 핀으로
살짝 고정시켜 두었다.
먹구름이
짙게 하늘을 드리운다.
"비가 오려나--?"
우산도
안 가지고 왔는데...
..그렇지만 괜찮아...
혜성 오빠와
같은 우산을 쓰는
행운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11시 30분...
"너무 일찍
온 건지도 몰라."
하지만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 곳에 와서야
겨우 안심이 되는
정말 바보같은 모습.
그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내게 인사할까?
수줍은 듯
너무 예쁜 미소...
아님
뛰어오느라 지쳐서
헉헉거리면서
부드럽게 웃는 얼굴.
벌써부터
두근거림을
멈출 수가 없어.
하아-
너 지금
너무 들떠있는 거 아니?
..혜성 오빠가 보면
....놀릴 거야...
..아주
눈부신 모습으로
나를 보며
미소지어 줄
따스한 혜성 오빠...
...해바라기는
....해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그 것만으로도..
...해바라기는
너무 행복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해바라기는
사랑을.. 가득 담고..
먼 곳에서..
햇님을..
지켜보고 있답니다....
-the end-
by..... 유리에......
...슬프게
떨어져 내리는
..너무도
촉촉한 비..
벌써 날
다 적셔 버렸다.
.....추..워....
시계를 볼 용기 따윈
더 이상 없다.
그는
꼭 와 줄 거야.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나를 향해 달려올 거야.
언제부터 내렸는지
알 수 없는
빗방울들은
공원에 있던 사람들을
다 내쫓았다.
그러나
나는 떠나지 않았다.
아니,
떠날 수 없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를 기다리면
와 주지 않을까...
몇 분만
더 참으면
와 주겠지.
이 곳에서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이유.
그가
와 주지 않은 길을
쳐다보고 있기가
너무 두려워서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어느 새
내 눈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얼굴에선
빗방울들이
톡톡..
떨어져 내린다.
빗방울.. 뿐이야....
.....그렇지...?
넌 강하니까
울지 않아.
겨우 이런 일로
울거나 하지 않아.
하느님..
그가 날 잊어버린 거죠..?
너무 바빠서
나와의 약속을
잊어 버린 거죠?
차라리 그렇다고
말해 주세요.
무슨 일이 생겨서
..안 좋은 일을 당해서
못 오는 건 아닐 거에요.
분명 나란 존재를
인식하고 있지 못 하는
탓이에요.
제발 그런 거라고 말해요.
..안 좋은 사고로
못 오는 것보단
차라리
나를 생각하지 못 했단 게
더 나으니까..
혜성 오빨 지켜 주세요.
순간 빗물이
어딘가에
닿는 소리가 들렸고,
물위를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났다.
....설마..
...........설마..
...혜성 오빠...?
떨구었던 고개를
빠르게 올려
날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본다.
"은유희, 미쳤어?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아..
...환상이
유리 조각처럼
차갑게 깨지고 말았다.
내 귓가에
내려 앉는 목소린
부드러움이 아닌
포근함이었기에..
"동완 오빠..."
결국 혜성 오빤
안 오는 거구나.
소리 죽여
계속 눈물을 떨어뜨린다.
아니..
아까부터 흘렸던 눈물을
멈추지 않고
비에 숨겨 계속 쏟아 냈다.
나는..
.....울고...
..있었다.....
"지금 4시야-
니가 12시에 나왔다고 해도
벌써 4시간 째라고..."
...4시..?
내가 그렇게 오래
서 있었다고?
동완 오빠가
내 머리 위로 우산을
드리워 주었다.
나는 온몸을 떨면서
내 손을 교차시켜
어깨를 감쌌다.
"...그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됬구나.."
"유희야.."
"하지만 올 줄 알았어.
내가 떠나고
얼마 뒤에
그가 오면 어떡하지...
1분 후엔
1초 후엔
분명 와 줄 거야.
그래서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었어...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었어.."
우산 탓에 더 이상
눈물을 가려줄 비는
내리지 않았다.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 내린다.
"오빠, 나 좀 안아주라."
우산이 그의 손에서
땅 위로 떨어진다.
그리고 난
동완 오빠의 품 속에....
....혜성 오빠..
유희는요.
언제까지라도
오빨 기다릴래요.
이젠 나조차도
어쩌지 못 할 만큼
오빨 사랑하게 됬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요..
괜찮..아요...
동완 오빠의 품은
지친 나를 달래주기엔
너무나도 따스했다.
"혜성.. 오..빠..."
조용히 눈을 감는다.
행복은 가깝고도 먼 곳에
내가 가질 수 없는
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동완 오빠는
말없이
나를 안은 채
내 머리를 쓸어내린다.
동완 오빠가
옅게 흔들리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일까..?
마치 우는 것 같아.
우는 것.. 같아.....
..나..
정말로 다행이야.
..동완 오빠처럼
멋진 친구를 알게 되서...
....그가..
울리는 없겠지만..
난 왠지 그렇게 느꼈다.
동완 오빠가
날 더 꼬옥 끌어 안는다.
"혜성이.. 못 와..."
....동..완... 오빠.....
"..교통 사고래...."
...거.짓.말.
..동완 오빠
왜, 거짓말을 하는 거지?
내가 얼마나 기도했는데..
얼마나..
...얼마나..
기도했는데...
순간 나를 무너뜨리는
..동완 오빠의 음성...
"연주를 구하다가
..연주 대신..."
아아..
하느님.
어째서.. 그는...
...난..
동완 오빠의 목을
힘없이 끌어 안았다.
하늘이.. 울고 있다..
.....나.처.럼.............
-연주를 구하다가..
..내 기억을
지워 버리고만 싶었다.
-the end-
by... 유리에.........
....나는
.....울고 있습니다
........눈물은
...자꾸만
....흐릅니다
...하지만
.............그는
..알아주지 않습니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
온몸을 떨고 있었다.
동완 오빠의 품에
기대어
병원으로 가는 중에도.
혜성 오빠,
무사해 주세요.
제발요.
나 그걸로 충분하니까.
그 자체가 행복이니까.
따스한
동완 오빠의 손이
가만히
내 손을 포갠다.
괜찮을 거야.
순간적으로 전해져 오는
..안도감...
무사할 거죠?
유희가 싫다면
연주 언닐 위해서라도
꼭 살아 주세요.
----------------------------------------------------
걸음을 옮기는데도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아
이상한 기분.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에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동완 오빠는
내가 쓰러지지 않도록
나를 꼬옥 붙잡아 주었다.
겨우 수술실 복도까지
걸어 와
신화들과 연주 언니를
눈에 담는다.
연주 언니도
울고 있다.
정혁 오빠가
연주 언닐 진정시키려
애쓰는 모습.
화가 나.
어째서 당신 따위가
그의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일 수 있는 거지?
비에 흠뻑 젖은 난
차갑게 연주 언닐
쏘아 보았다.
당신을 울어선 안 돼.
당신이 울면
그가 슬프잖아.
혜성 오빠가
상처 입을 거잖아.
동완 오빠에게 의지했던
몸을 일으켜
연주 언니에게 다가가는 나.
모두의 시선이
날 향한다.
마음은 울고 있지만
당신에겐
약한 모습 보이지 않겠어.
난 강하니까.
내 손은 연주 언니를
달래 주고 있는
선호의 손을
거칠게 밀어 냈다.
"유희야."
연주 언니가 놀라서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날 본다.
정혁 오빠와 선호가
한 걸음 물러섰다.
"울지 말아요."
내 음성은 단호했다.
"뭐..?"
"울지 말아.
언닌 울지 마요."
울면 안 돼.
언니는 절.대.로.
"유희..."
애써 슬픔을
억누른 채
연주 언니와 눈을 마주한다.
"혜성 오빠가
목숨을 내걸고
지키려 했던 건
언니의 눈물이 아니라
미.소.였으니까."
머릿속이
새 하얘지면서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오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울 수 없어.
이성은 한계를 지닌
또 다른 나를
몰고 왔고,
결국 감정은
나의 제어권 밖으로
하나 둘
떨어져 나갔다.
나는 몸을 돌려
덤덤한 뒷모습으로
그 곳으로부터
나를 지웠다.
연주 언니..
지금 어떤 표정일까?
돌아보고 싶다.
하지만 안 돼.
내 눈매엔
이슬들이 투명히
맺혀 버렸기에.
...바보..
너 요즘 왜 이렇게
자주 우는 거니.
...그를
..살려 주세요..
----------------------------------------------------
정신 없이
걸어 나오자
빗소리가 내 앞에
가득 나타났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
난 무작정
빗속으로 뛰어들려 한다.
"은유희.."
순간 날 잡는
포.근.함.
내 어깨를 지나
조용히 느껴져 온다.
나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수정 구슬들이
내 볼을 타고
하염없이 떨어졌다.
그의 양손은
뒤에서 더없는 포근함으로
날 감싸 주었다.
"강한 척 해도
난 다 알아.
지금 누구보다
올고 싶을 너란 걸."
호흡이 불안정해지며
날 괴롭힌다.
동완 오빠..
..나 어떻게 해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울면.. 안 되는 거 알아..
난 자격이 없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비가 너의 눈물을
가려주는 대신
내가 감춰줄게."
동완 오빠의 말이
내 귀로
잔잔히 울려 왔다.
...몸을 돌려
동완 오빠의 품에
얼굴을 묻는다..
...그를
...혜성 오빠를
..사랑해요.....
그러니까
우는 것까진
허락해 주세요.
이렇게
눈물 흘리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혜성 오빠가
아프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나, 뭐든지 하겠어요.
살려 주세요...
혜성 오빠가
숨쉰다는 것
그 걸로도
만족하며 살아갈게요.
욕심 부리지 않았어요.
나.. 정말로...
..억지로
떼쓰지 않았잖아요..
그렇지만
이 번 한번만
애원할게요.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해도
상관 없어요.
내게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대신 가져 가요.
그리고
혜성 오빨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the end-
by..... 유리에....
병원 한 쪽
인적이 드문 복도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나와 동완 오빠.
그러고 보니까
벌써 두 번 째야.
예전엔
공항에서 뛰쳐 나와
울고 있는 날
달래주던 동완 오빠였는데..
난
우스운 생각이 들어
무의식 중에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오빤 정말
친오빠 같아."
내가 살며시
중얼거린다.
동완 오빠의 눈이
아주 슬프게
날 향했다.
또 수진이
생각이 났나 봐.
나는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퉁퉁 부은 눈에
웃음을 담은 채
장난스레 말해 보았다.
"내 친구 은아라고
무지 예쁘고
착한 여자 애 있는데,
소개 시켜 줄까?"
동완 오빠가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진지한 눈이 되어
대답한다.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와-
동완 오빠가?
"진짜?
누군데?
지금 사귀는 거야?"
"아니-"
"응? 왜?"
"나도 너처럼
짝사랑이야."
짝.사.랑.
그렇구나..
오빠도......
"고백 해 봤어?"
"..아...니..."
쓸쓸히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나까지 우울하게 했다.
동완 오빠도
많이 힘들텐데...
조심스레
동완 오빨 보며
입을 연다.
"고백 안 할 거야?"
동완 오빠의
슬프디 슬픈 눈은
맑은 빛을
천천히 퍼뜨리며
조용히 내게 닿았다.
"할 수가 없어..
...너무..
멀리.. 있거든...."
...멀..리...
멀..리....?
너무.. 멀리.. 있다..고...?
동완 오빠도
상처 많이 받았겠다...
나..
이럴 때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
....바보..
아무 도움도 못 되고..
이게 뭐야--
슬픈 동완 오빤 싫다.
난 분위기가
밝아지길 바랬다.
"저.."
"이만 일어날...
....어?
할 말 있어?"
그는 힘겨운 모습으로
고개를 저었다.
뭐야,
갑자기 할말 있는 것처럼
해 놓고,
아니라니....
난 빨개진 눈으로
일부러 밝게 웃으며
일어섰다.
"가자.
다들 기다릴 거야.
혜성 오빠도
걱정 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 혜성 오빠가
너무 걱정 된다.
자리에서 일어서
조용히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날 잡는 동완 오빠의 손.
나는 놀라서
돌아 보았다.
"왜 그래, 오빠?"
동완 오빠..
나...
오빠의 슬픈 얼굴
싫어...
제발 웃어 줘..
그가 조심스레
묻는다.
"너..
만약에...
..혜성이 이외의 남자가
..고백한다면
받아 줄 거야?"
갑자기 무슨...
난 의아한 눈으로
동완 오빨
바라봤다.
답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
NO..라고....
"만약..
만약...
그가 혜성이의
대역이라도
니 곁에 있길 원한다면..."
혜성 오빠..
.....혜성 오빠의.. 대역..
난 잠시
미소 짓고는 말을 이었다.
"그가 간절하다면
그러면..
받아줄 수 있어."
동완 오빠가
살짝 미소를 띄며
반문한다.
"정말..?"
살포시 웃는 나.
"그렇지만
난 그를 사랑할 수
없을 거야.
내 사랑은 이미
전부
혜성 오빠에게 있어서
그 외엔
그 누구도
사랑할 수가 없거든."
동완 오빠의 손에서
힘이 빠지고
내 손은
자연스레 그로부터
떨어져 내렸다.
왜 그런 걸 묻지?
설마...
..에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동완 오빠가
좋아하는 여자 앤
멀리 있댔어.
그냥
내가 수진이랑
많이 닮아서
물어본 것 같아.
친동생처럼
걱정되니까...
나는 나 스스로도
어이없는 상상을
머릿속에서 지우며
혜성 오빠가 있을
수술실로 걸어 갔다.
-the end-
by..... 유리에...
민우 오빠,
정혁 오빠,
진이,
선호..
그리고 연주 언니.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바라 보았다.
연주 언니의 눈은
눈물을 멈춘 채로
짙은 안개를 담고
수술실 문만 향해 있다.
그래요..
울지 마요...
언니는 울지 않는 게
더 예쁘니까.
혜성 오빠도
안심하고 있겠죠?
언니의 눈물이
이젠 멈췄잖아요.
슬픔이 자꾸만
몰려 와
파도를 만들자,
내 마음 속에
신혜성이란 이름으로
존재하는 절벽이
그 파도를 맞아
천천히 부서져 내린다.
견딜 수 없는 고통들.
왜 난
혜성 오빨
사랑하는 걸까?
어째서
혜성 오빠가 아니면
안 되는 거지?
복도 벽 모퉁이로
빠르게
내 몸을 숨기며
눈을 감는다.
따뜻한 액체가
굳게 감긴
두 눈 사이로
흘러 나오더니,
이내 두 뺨 위로
떨어졌다.
혜성 오바가
무사할 수만 있다면
내게서 그 어떤 것을
가져 간대도
괜찮아요.
"유희야.."
늘 내게
친오빠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음성.
나는 황급히
눈물을 감추며
벽쪽으로 돌아서서
검은 머리카락을
내려뜨려
얼굴을 감췄다.
"괜찮아?
나 봐봐.."
걱정스럽기만한
동완 오빠의
어투에도
그저 고개만 저어 댄다.
보이고 싶지 않아.
나 아주 아주
보기 싫은 표정이
되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안 돼.
나 보지 마.
보지.. 마....
"여기서 뭐 해?"
쿨한 분위기가
동완 오빨 피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스쳤다.
"민우야.."
동완 오빠가
나를 다독이던
손을 떼고
민우 오빠에게로
한 걸음 다가선다.
난 힘이 빠져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살짝 민우 오빠에게
시선을 주었다.
민우 오빠는
환히 웃는 얼굴이
참 잘 어울린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미소를 띠며
나와 동완 오빠에게
말했다.
"성공이래, 수술.
혜성이 곧 있으면
깨어날 거야."
곧 깨어날 거란
민우 오빠의 말은
내 눈에서
다시 이슬을 흐르게 한다.
긴장이 풀려
힘없이
동완 오빠의 팔에
매달렸다.
민우 오빠의 눈이
놀랐는지
날 향했다.
"은유희.. 울어?"
민우 오빠..
알아요,
울면 안 되는 거.
그런데 지금은
나도 어쩔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래요..
민우 오빠가
동완 오빠에게 기대어
비틀거리는
날 잡는다.
"왜 그래?"
난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가볍게
민우 오빠의 품에 묻었다.
"나..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요..
살려달라고.
혜성 오빠 무사하도록
지켜달라고."
민우 오빠의 품에
살포시 안겨 있는
내 어개를
가만히 감싸주는 동완 오빠.
....고마워..
오빠....
"알아, 니 마음."
동완 오빠의 따스함은
그 어느 때보다
여실히 느껴졌다.
제 기도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느님.
이젠 제게서
무엇을 앗아가도 좋아요.
혜성 오빨 위해서라면
제 모든 걸
바칠 수 있으니까요..
--------------------------------------------
두근거림을
멈추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다.
나는 울었단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혜성 오빠의 병실을 찾았다.
지금쯤이면
깨어났겠지?
하-
다행이야.
나는 하얗게
비워져 버린
머릿속을
다시 나만의 햇살로
가득 채워가며
즐겁게 걸음을 옮겼다.
"어?"
민우 오빠와 동완 오빠가
병실 앞
복도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다.
나는 잠시 멈춰서서
그들을 주시했다.
무언가 이야길
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유희.. 말이야..."
민우 오빠가
입을 연다.
유희?
나잖아..
"혜성이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작지만
시리도록 차가운
민우 오빠의 목소리.
"응."
동완 오빤
짧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혜성인
안 되는 거 알지?"
"알아.
그 녀석은
연주 뿐인 걸."
...연..주....
확인시켜 줄 필요
없는데.......
나도
너무 잘 아는
사실이기에.
"유희,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
어차피 유희는
수진이랑
겉모습만 닮았잖아.
더 이상
미련 두지 말자.
연주도
..혜성이도..
유희 때문에
많이 아프게 될 거야."
민우 오빠가
내 가슴 속으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말을
마치며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고 만다....
-the end-
by.... 유리에... 21
"유희야.."
당황함으로 가득한
두 사람의 표정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특히 민우 오빠는
멍한 얼굴로
내 눈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렇구나..
나는 수진이의 인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두 사람
추억의 상자였어.
날 수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고 했던 건
이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수진이처럼
친동생으로
여겨달란 뜻이었는데...
내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동완 오빠가 손을 뻗었다.
그 손이
내 어깨에
닿기도 전에
나는 움찔하며
물러서서
그를 올려 봤다.
"잘 알겠어요.
나 정말..
이기적이었네요.."
"그런 의미가 아니야.
그치, 민우야?"
나의 중얼거림에
동완 오빠가
부정을 표시하고는
민우 오빠에게
동의를 구한다.
"아무래도
난 괜찮아요.."
애써 미소를 짓는 나.
또 한번
파도는
절벽을 깎아냈다.
"나.. 아까처럼
내 감정을
막 드러내서
연주 언니나
혜성 오빠에게
짐이 될 수 있는
존재였던 거..
이제야 알게 됬나봐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나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 듯
눈을 감았다.
그러나 역시 난
동요의 기색도 없이
평범한 상태였다.
나는 이제껏
나의 강함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나의 강함을
무너뜨린 유일함.
신.혜.성.
잊을 수가 없어서
이토록
사랑해 왔던 거야..
자존심이었을까.
난
차가운 눈으로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다신 두 사람
만나지 않겠어요.
잘 있어요.
안녕, 동완 오빠"
수진이의 모습을
지극히 그 자체로만
표현해내는 건 싫어.
두 사람 다
날 그렇게 여겼단 걸
용서할 수가 없어.
혜성 오빨
사랑하는 동안
나는
온순한 해바라기여서
한 번도
다른 감정은
떠올리지 않았던 거야.
놀란 듯
굳어버린 동완 오빠와
여전히 덤덤한
민우 오빨 보던 내 눈이
어느 새
병실을 향한다.
"민우 오...
아니..
민우 선배님.
이제 그 쪽과 난
상관 없는 사이니까
내가 누굴 만나든
관여할 수 없단 거
아시죠?"
내 손은
흔들림 하나 없이
병실 문을 열었다.
..혜성 오빠
잘 있어요.....
...오빠에게
..내 감정을 들켜서..
오빠가 힘들어 하는 거...
....볼 수가.. 없어..
그러니..
..오늘을 마지막으로..
오빠 보러
오지 않을 거에요...
안녕...
...안녕...
-------------------------------------------------------------
「유희야,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이 걸로
다 됬어요,
혜성 오빠.
아까 병실에서
혜성 오빨 만나
했던 말을 떠올리는
내 입가에
잔잔히 미소가 번진다.
그런 내 앞으로
드리워지는 그림자.
"나랑
얘기 좀 해."
동완 오빠..
"싫은데요."
"은유희!"
"그 쪽한테
할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어요."
"민우도
후회 중이야."
"그래서요?"
"너 진짜 이럴래?"
"저 원래 이랬어요.
..몰랐구나...
왜요,
혜성 오빨 향한
짝사랑 때문에
여리고 약한 모습만 보이니까
난 화도 못 낼 줄 알았어요?"
견딜 수가 없어.
난 친오빠처럼 여기고
고민을 털어 놓으며
나의 여린 면까지
숨김 없이 내보였는데,
동완 오빤
그런 날
완전히 무시한 거잖아.
"유희야.."
"안녕히 계세요."
난 걸음을
빠르게 했다.
순간
동완 오빠의 손이
강하게
내 손목을
잡아 당겼고,
나와 동완 오빠의 거리는
최대로 가까워졌다.
동완 오빠의
두 눈이
상처와 아픔으로
너무도 슬프게
물들어 있다.
누군가와
이렇게 가까이
눈을 마주한 건 처음...
혜성 오빠를 볼 때와는
다른 두근거림이
나를 덮었다.
동완 오빠가
더없이
간절한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리고는
날 꼬옥 끌어안는 두 손.
"너무 멀리 있어서..
...고백할 수 없는..
..나의 사랑이... 너라는 걸..
..왜 모르니... 바보야..."
동완 오빠의
애잔한 음성이
내 귀를 스침과 동시에
내 어깨 위로
동완 오빠의 눈물이
톡하고 떨어져 내린다.
-the end-
by...... 유리에.... 22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다리가
무지개라면
너와 나 사이의 다리는
사랑이 아닐까?
동완 오빠가
무지개를
조심스럽게
내 쪽으로 뻗는다.
나는
그의 품에서
눈을 감아 버렸다.
동완 오빠의 입술이
내게 닿으려던 순간
내 눈은
눈물을 뿌리며
고개를 숙이고 만다.
"미안..
..미안해...."
은유희 안의 신혜성은
너무 큰 존재라서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동완 오빠는
멈칫거리며
내게서 손을 떼었다.
눈이 빨갛게 변해 버린
동완 오빠.
왜 나같은 앨
좋아하는 거지?
도대체 왜..
어째서...
날 힘들게 하는 건데...
나, 싫어.
내가 너무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난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아.
혜성 오빠만으로도
더없이
아파하는 중이니까.
"나 오늘
혜성 오빠한테
마지막 인사했어, 오빠.
물론 마음 속으로."
오빠도
그러지 그랬어.
오빠도..
오빠도 나처럼..
다 마음 속에
담아두지 그랬어...
울음이
터져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아 본다.
"그게 마지막이야.
나 이제
오빠들 보러 안 올 거야.
잘 있어, 동완 오빠.
나 갈게."
동완 오빨 뒤로 하고
돌아서서
뛰어가는 내 눈에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여린 눈물들.
더 이상
강해질 필요는
없는 거야.
혜성 오빨
보지 않기로 했으니까
이젠 강해지려고 애쓰면서
슬퍼할 필요가 없어.
내 안에서
나를 지탱해 주던
이성의 기둥이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혜성 오빨
볼 수 없음에 슬퍼한다.
동완 오빠를
받아주지 못 함에
슬퍼한다.
..혜성 오빠가..
.....나의 사랑이 아님에...
..나는..
천천히.. 스러져간다....
사랑해요, 혜성 오빠.
비록 오빤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유희는 언제나
오빨 향해 있어요.
-------------------------------------------------------------------
"유희야, 왜 그러니?
너.. 울었어?"
"아니, 아냐.. 엄마.
아무 것도 아니야...
나 쉬고 싶어."
집에 들어서자 마자
엄마의 시선을 피하며
힘없는 걸음으로
2층을 향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내 눈은
아직까지도
눈물을 멈추지 않는다.
그 동안 나..
정말 많이 참았구나.
오늘 다
울어 버릴래.
참고 참고
또 참았던만큼...
「너무 멀리 있어서..
...고백할 수 없는..
..나의 사랑이... 너라는 걸..
..왜 모르니... 바보야...」
동완 오빠의 음성이
마치 환청인 양
회오리치 듯
내 머릿속으로 밀려왔다.
미안해, 오빠..
상처가 되겠지만
난 역시 안 되겠어.
혜성 오빨
도저히 지울 수가 없어.
아무리 애써도
혜성 오빤
날 떠나지 않아.
눈을 감고
그를 잊자며
수없이 다짐해도
내 앞엔
그의 미소 뿐이다.
지울 수가 없는
얼룩처럼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박혀버린
혜성 오빠.
사랑이기 때문에
더 혜성 오빨
도려낼 수 없는 건가 봐.
사랑이니까.
그렇지?
..그런 거지....?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걸까?
-----------------------------------------------------------------------
더위가 이제
잔뜩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커튼에 가려진 창밖은
빗소리로 가득했다.
우울증에 걸린
사춘기 소녀 같이
기운 없는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는다.
곧 있으면
방학이 되겠지.
그럼,
우연으로라도
혜성 오빨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사라지는 거야.
학교에서
그가 있을 교실을
바라보는 즐거움마저
허락되지 않음을 알아.
게다가 지금
혜성 오빤
병원에 입원 중이잖아.
Rrrrrrr~~~~~~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거실 안을 메운다.
나는 터벅 터벅
2층 거실까지 걸어나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유..희..니..?]
가녀리게 떨리는
Cool한 목소리.
..설마...
"누구..세요...?"
믿을 수가 없어서
실례임을 알지만
누구냐고 묻는다.
우울증이 잠시
가라 앉았다.
[..민우...]
"오빠.."
[잠깐 만나고.. 싶어...]
"지금.. 어디세요...?"
민우 오빠가 이상해..
....왜 그래요...
..민우 오빠...
어느 덧
민우 오빠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녹아 내렸는지
내 입가엔
편안함이 번져 갔다.
[유희.. 집... 앞..]
..뭐....?
우리집.. 앞...?
"민우 오빠.."
[잠시만..
..얼굴.. 좀.. 보여 줘....]
"나갈게요..
...그러니까...
..기다리세요.."
급히 전화를 끊으며
민우 오빠를 향한
걱정에 사로잡혀가는 나다.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the end-
by... 유리에...... 23
너무나도
당신을 사랑하기에
나는
나의 불행까지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CRYSTAL-
-----------------------------------------------------------------
하염없는 빗속에서
천천히 드러나는 Cool Guy,
민우 오빠..
여기까지
우산도 안 쓰고
온 거야?
말도 안 돼.
온몸을
비로 물들이고 있는
민우 오빨 보며
나도 모르게 놀라
우산을 떨어뜨리고 만다.
내 머리칼도
차츰
차가운 비에
물들어 갔다.
고개를 숙인 채
비를 맞고 있던
민우 오빠가
물웅덩이 위로
첨벙- 떨어져 내린
내 우산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든다.
내 눈은
차갑지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민우 오빠의 눈과
마주친 순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멍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민우 오빠가
조금 씩
내 앞으로 걸어 온다.
왜 이러는 건데요.
민우 오빠..
묻고 싶은 게
너무 너무 많은 데도
입을 열 수 없는
미묘한 분위기.
민우 오빠는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어
내게 다가 왔다.
그리고
강하게
날 품에 넣어 버리는
..이.민.우......
저항이란 걸
할 수 없게
그의 팔이
나를 감싸 안는다.
"지금만..
...지금만.. 내게..
수진이가 되어 줘...
..부탁이야....."
민우 오빠의 낮은 톤이
내 귓가로 스며 들었다.
「..수진이가.. 되어.. 줘...」
수진이의
인형 같은 존재임을
거세게 거부하는 나인데도
민우 오빠의 음성만은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다.
응..
..지금만..
은유희가 아닌..
..은수진이 될게요..
지금만...
민우 오빠의 소유가..
..되어 줄게요...
지금,
나 은유희가..
은수진이 되는..
..지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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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민우 오빤
근처 카페로
비를 피했다.
먼저 이성을 되찾은
나의 제안이었다.
"춥죠..
뭐 좀 마셔요.."
"됐어..."
그가 나의 배려를
짧게 받아 넘기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비가 많이 오네.."
나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시한 뒤
살포시 눈을 돌려
창밖을 봤다.
민우 오빠가
조용히 눈을 감으며
습기찬 유리창에
얼굴을 기댄다.
"수진이가
꿈에 나타났었어."
"민우 오빠..."
"울고 있었거든..
..그래서..
안아주고 싶었는데..
잠에서 깬 거야..."
민우 오빠의
애잔함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수진이는
나쁜 애야..
어째서
민우 오빨
혼자 둔 거니..
이렇게
너만 사랑하는
천산데..
"그냥 무작정
안아줘야한단 생각이 났어.
..그리고... 찾은 게..
.....너야............."
나는
민우 오빠의 슬픔이
내게 전해져
견딜 수 없게 되자
내 앞에 놓여진
유리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유희는..
..수진이가 아닌데...
......유희는..
..이민우가 사랑하는...
...수진이와 다른.. 존재인데..."
그만해요.. 민우 오빠..
제발..
듣고 있기가 괴로워
고개를 숙여 버린다..
내 눈에
무의식적으로
눈물이 맺혀 갔다.
"병실에서
널 두고 했던 말들
잊어 버려.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거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민우 오빠가
그런 날
어이없단 듯이 쳐다보다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눈물 많은 것도.. 똑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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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시간 중
가장 지루한
자율학습시간.
난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잠을 청하고 있었다.
어?
이상하다--
애들이 왜 날
이렇게 힐끔힐끔
쳐다보지?
신경 쓰여서
잘 수가 없는 걸.
나는 아이들의 곁눈질을
살짝 피해서
은아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은아까지도
날 쳐다 보며
혼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날 보길 반복한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순간 내 앞에
쪽지가 놓여졌다.
「학교 게시판에 가 봐.
-은아-」
게시판?
시계를 보니
자율학습이 끝나려면
3분 정도 남은 듯 했다.
나는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서서
실장에게
잠시 급한 일이 있어
일찍 나가겠다고 말한 후
자율학습시간에
3분 일찍 빠져 나왔다.
게시판..
..게시판....
아, 여기다.
게시판 앞에서
의아하단 빛으로
덤덤히
고개를 든 내 얼굴이
게시판을 보자마자
차갑게 굳어간다.
거짓말..
이게 뭐지?
빗속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나와 민우 오빠의 사진.
'우리 학교
최고의 킹카 신화 이민우
2학년 은유희와 교제중'이란
글귀와 함께
게시판 한 가운데
..끼워져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누가.. 대체..
이런 짓을.. 한 걸까..
아니야..
난 민우 오빠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구..
민우 오빤
수진이 뿐인데...
..이 건..
민우 오빠와..
수진이의 깊은 사랑을..
모욕하는 거야.....
그리고 난...
..난..
혜성 오빨 사랑하는 걸...
...은유희의.. 사랑은..
..신.혜.성.이란.. 말야..
나는 게시판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그 때 내 어깨 위로
무언가가 올려진다.
누구지?
살짝 고개를 돌려
내 어깨 위에
손을 짚은 주인공을
확인하는 나.
....어..?
이 선배는..
우리 학교 일진..
"은유희, 맞지?
따라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의
일진 언니가
차갑게 나를 쏘아 보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the end-
by..... 유리에.... 24
벌을 받는 걸까..?
오빠들
만나지 않기로 해 놓고
민우 오빠에 대한
한순간의 감정에
이끌려버린 벌을
받고 있는 걸까?
그런 거라면
나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 걸지도 몰라.
일진 언니는
나를 데리고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다.
묵묵히 따라 나서며
스스로를 다잡아 본다.
괜찮을 거야.
넌 잘못한 게 없어.
사랑해서는 안 될
혜성 오빨
사랑한 것 외에는.
"여기쯤이 좋겠군."
일진 언니가 멈춰서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자연히 나도
걸음을 멈춘다.
"은유희라..
난 정수민이라고 해.."
정.수.민.
내 눈은
수민 언니에게
무감정한 시선을 보냈다.
수민 언니의 입에서
차가운 음성이
흘러 나온다.
"그 게시판 사진..
설명해 봐.
너 이민우랑 어떤 사이야?"
"아무 사이도 아닌데요."
"웃기지 마.
아무 사이 아닌데
빗속에서
끌어안는 사람이 어딨어?"
"제가 그 걸
왜 그 쪽한테
변명해야 하죠?
그 쪽이
민우 오빠
여자친구라도 되나요?"
민우 오빤
수진이 뿐이야.
다른 여잘
만날리 없어.
의외로 당당한
나의 태도에
수민 언니는
약간 당황한 듯 했다.
그러나 일진답게
이내
냉정함을 되찾는다.
"거슬려, 너."
"그래서요?"
어디서 이런 용기가
생겼을까..
나도 모르는 내가
내 안에
숨겨져 있나 봐.
"너...."
순간 옥상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들어섰다.
..오랫동안
피해 다녔던.. 그...
오랜만에
볼 수 있게 된 따스함..
동.완.오.빠.
짧게 동요하며
동완 오빨 바라 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마는
차가운 나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정수민."
"동완아--"
발걸음 소리가
하나 둘
내게 가까워진다.
다가오고 있을
동완 오빠..
"얘가 선배한테
자꾸 대들잖아."
애교섞인 어투가
수민 언니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역겨워.
"은유희.
넌 이만 가 봐."
동완 오빠가
포근한 웃음으로
내게 말했지만
나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동완 오빨 외면해 버렸다.
"너 얘 알아?"
수민 언니는
의아하단 빛을
잔뜩 드리우며
동완 오빨 향해 물었다.
이제 만나지 않기로 한 나야.
뭐라고 대답할 거지,
동완 오빠?
"알아."
동완 오빠가
수민 언니에게
대답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차가운 음성으로
대꾸하고 만다.
"전 관계 없는데요."
은유희..
너 왜 이래.
내 말 하나 하나가
동완 오빨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니?
놀라서
나에게
시선을 주는
동완 오빠.
여름의 더위 속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오빨 뿌리치는 게
...서로가..
..가장 아프지 않을..
최선인 거 같아...
미안해, 오빠.
"가볼게요.
참, 그리고
수민..이라고 했죠?
초면엔
공손한 게 좋아요.
후배의 충고지만
잘 새겨 들으세요."
나는 당당하게
내 할 말을 다 했다.
수민 언니의 손이
순간적으로
내 뺨을 향한다.
난 틀린 말을
한 게 아니야.
두려워 할 거 없어.
눈을 감아 버리는 나.
두려워 하지 마.
눈을 감고
수민 언니의 손이
내 뺨에 떨어지길 기다린다.
어?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거지?
조심스레
눈을 뜨는 내게
수민 언니의 손을
막고 있는
동완 오빠가 보였다.
어째서
차갑게 군 날
보호해 준 거야,
동완 오빠..
"김동완..
얜 너랑
관계 없댔는데...
왜..."
수민 언니가
당황하여
동완 오빠에게
중얼거리 듯 말한다.
나도 놀라서
동완 오빠를
쳐다 보았다.
동완 오빠가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말없이 고개를 돌린다.
이내 동완 오빠로부터
흘러 나오는 옅은 음성.
"유희는
관계 없을지 몰라도
난 관계 있어."
동완 오빠...
..난 오빠에게..
...상처 주는.. 행동만.. 했는데..
..오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나 너무
못 된 애가 되어 버렸어.
"유희 건드리면
너 다시는
이 손목 쓰지 못 할테니까
그렇게 알고 꺼져."
수민 언니는
나를 한 번
노려보고
동완 오빠가 풀어 준
손목을 매만지며
사라져 갔다.
"유희야.. 괜찮아?
어디 다치거나 하진..."
"안녕히 계세요."
얼음처럼 차가운
내가 되어 버렸다.
동완 오빠의 포근함을
슬프게 물리친 채
'안녕히 계세요'란
한 마디로 일축하는 나.
"하나만 묻자.
그 사진 말이야.."
동완 오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사진..?
..민우 오빠와의 그...
"어떻게 된 거니?"
애수가 짙게
베어 나오는 음성.
....동완 오빠...
내 마음..
알고 있지..?
내 감정
누굴 향해서
어떤 모습으로
물들어 있는지
오빤 알잖아.
"나는
설령 볼 수 없다해도
혜성 오빠만 사랑해요.
그 사진은
아무 의미도 없는 건데요."
그리움에
메말라 간대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혜성 오빠 뿐이야.
나는 이미
혜성 오빠 없이는
살 수 없는
가녀린 해바라기니까.
동완 오빠가
빨리 날 지우길 바랄게.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면서
고통받는 건
나 하나로 충분하니까.
-the end-
by..... 유리에.... 25
도대체 요즘 내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다.
내 인생
최대의 위기가
아마 지금이 아닐까.
오늘부터 나는
방학에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신화와 마주칠 일도
사라져 버렸다.
잘 된 건지,
잘 못된 건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던데
그 말이 정말일까?
정말 내가
혜성 오빨
보지 않게 됬다고
그를 향한 사랑을
깨끗이
비워낼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내가
마음 속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드러낸다.
혜성 오빨 지운 난
어떤 모습이 될 지..
그를 없애 버린 난
정말 숨쉴 수 있을지...
그가 없이도
아무 일 없는 듯
미소로 살아갈 수 있을지...
내 머릿속이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순간 이 모든 걸
백지처럼 만드는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려 댄다.
Rrrr~~~~
"여보세요?"
[유희..?]
"네."
[나 민운데
여기 혜성이 병실이거든.
빨리 좀 와 줘.]
혜성 오빠 병실?
그런데 왜 날..
[빨리-]
"네? 아, 네."
급히 전화를 끊고
연두빛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설마 혜성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죠...?
--------------------------------------------------------
"갈 거야.
나 프랑스 가야 돼."
"아직 다
낫지도 않았잖아."
"연주가 나한테
한 마디 말도 없이
프랑스로 갈 리가 없어."
"신혜성!"
연주 언니가
혜성 오빠에게
알리지도 않고
선호와 프랑스로 가버렸다.
연주 언니가
혜성 오빠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동생인 선호만 데리고
프랑스로...
정혁 오빠와
민우 오빠가
열심히 혜성 오빠를
말리는 중이다.
그런데..
..연주 언니가
왜 그랬을까...
누구보다
혜성 오빨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무슨 사정이
있는 걸지도 몰라.
혜성 오빠가
아직 낫지 않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오려 한다.
나는
동완 오빠 옆에
머뭇거리며 서 있다가
빠르게
혜성 오빠 쪽으로 다가가
그를 붙잡았다.
"혜성 오빠.
우선 진정하세요.
연주 언니한테
말 못할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놔."
"혜성 오빠.."
"놓으라구!"
혜성 오빠의 손이
거칠게
날 뿌리친다.
"꺄-"
난 나도 모르게
혜성 오빠의
힘에 의해
내 뒤쪽에 있던
병실 탁자와
부딪히고 말았다.
쨍그렁-
탁자 위에 있던
수 많은
음료수 병들이
내 위로
떨어져 내린다.
"유희야-"
놀란 듯
내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오빠들.
유리병이 깨지면서
내 옷은
음료수에 다 젖어버렸고
날카로운 유리 조각에
내 팔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괜찮아?"
"세상에 상처 좀 봐.."
"많이 아프겠다.."
정혁 오빠와
민우 오빠, 진이가
나를 일으키면서
한 마디 씩 한다.
....혜성 오빠...
..오빤 날 밀어냈어요..
내가 뻗었던 손을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거칠게 뿌리친 거에요.
팔의 긁힌 상처에서
붉은 액체가 묻어 나왔다.
양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살포시 돌아선다.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두 번째 벌.
혜성 오빠 보러
안 온댔으면서
이렇게 와 버렸기 때문에
벌을 받나 봐.
순간
병실 안에
둔탁한 마찰음이
울려퍼졌다.
"동완아--"
혜성 오빨 보며
서 있는 동완 오빠와
고개가 돌려진 채
침대 위에
쓰러진 듯한
자세가 되어 있는 혜성 오빠.
동완 오빠가
혜성 오빨
..때린.. 거야...?
동완 오빠는
거친 동작으로
몸을 돌려
병실 밖으로 나갔다.
...동완 오빠가...
..혜성 오빠를......
모두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멍하게 서 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동완 오빠를 뒤쫓았다.
"동완 오빠-!"
내 목소리에
동완 오빠는
걸음을 멈췄지만
뒤를 돌아보진 않는다.
나는 화가 난
얼굴이 되어
동완 오빠 앞으로 다가갔다.
동완 오빠의 슬픈 눈빛.
약해지지 말자,
은유희.
"혜성 오빠한테 사과해."
"뭐?"
"사과하라구."
나의 단호함에
동완 오빠의 옅은 눈이
짧게 흔들렸다.
"유희야.. 너.."
"사과해."
오빠가
때릴 이윤 없었어.
혜성 오빤
연주 언니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걸 거야.
분명히
연주 언니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도
사랑하니까.
동완 오빠가
손에 힘을 주어
내 어깨를
세게 쥐었다.
"너 바보야?!
그런 일을 당해 놓고도
아무렇지 않니?"
유희는.. 괜찮아..
..정말..
아프지 않은 걸..
"혜성 오빨
사랑하잖아.."
아주 슬픈 미소를 지으며
동완 오빠에게
조심스레 대답한다.
사랑하잖아.
그래서 다
용서할 수 있어.
..그래...
용서할 수 있어.
동완 오빠는
갑자기
나를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빼고
..말없이.. 나를 스쳐..
....걸어 나갔다...
동완 오빠의
차가운 목소리가
작지만 뚜렷하게
내 귀를 스친다.
"나, 앞으로
니 일에
신경 끌테니까
너 혼자서 잘 해 봐."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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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끊을게요...
안그러면 오류먹고 올릴수가 없어서...;;
^ㅡ^*
감상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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