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된다는 일은 나만 잘 먹고 잘 산다는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하는 일이므로 한 순간의 생각이나 현실 도피로 해서는 절대 안되는 일입니다.
출가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발심’, 즉 깨달음을 향한 구도의 열정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으시면 안됩니다.
더욱이 한국에서 비구니스님으로 살아간다는 일은 그저 스님으로 사는 것 이상의 힘든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의지가 없으면 현실 도피를 위한 것이거나 또 다른 직업을 구하는 일밖에 되지 않아 혼자서 번민하다가 결국 환속하고 맙니다.
출가과정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흔히 성직자가 되는 과정은 그 종교에서 운영하는 성직자 교육기관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목사님이 되려면 해당 종단의 신학대학 신학과를 졸업해야 하고 신부님이 되려면 가톨릭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해야 합니다.
두 성직자 모두 대학 졸업 후 2년에서 3년, 또는 그 이상의 추가 수련 기간을 거쳐야 정식 성직자가 되지요.
따라서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스스로의 길을 정할 만큼 소신과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10여 년 가까운 힘든 길을 각오하고 시작하는 거죠.
그와는 달리 스님들은 신학대학 같은 육성기관은 없습니다.
흔히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가 스님 되는 학과로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일반 학과입니다.
신학과는 자격 제한이 엄격하지만 불교학과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다만 일단 출가한 스님들의 기초교육 기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조계종의 경우 출가의 과정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특정 사찰에 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인연있는 절, 또는 가고 싶은 절 아무 곳으로 가서 출가의사를 밝힙니다.
일반적으로는 만 18세 이상의 고졸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 때는 작은 사찰이어도 되고 본사라고 부르는 큰절에 가셔도 됩니다.
여기서 본사라는 것은 조계종 25개 교구마다 있는 중심 사찰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서울 조계사는 직할교구 본사, 해인사는 12교구 본사, 범어사는 14교구 본사, 이런 식입니다.
각 본사마다 비구니스님들의 수행처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여자분들이 출가를 결심하면 동악사나 운문사 등으로 합니다.
사찰에 들어가면 ‘행자’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처음 당분간은 삭발도 하지 않고 일정 시간 여유를 줍니다.
정말 출가할 결심이 섰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이지요.
의지가 굳으면 삭발하고 진짜 행자가 됩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행자 생활을 합니다.
행자 생활은 출가한 그 절에서 할 수도 있고 본사에 가서 할 수도 있습니다.
행자 생활을 통해 스님으로서 알아야 할 기초적인 생활규범과 교리, 의식 집전요령, 간단한 몇 가지 경전 독송을 배웁니다.
이 과정이 지나면 일 년에 두 차례 열리는 수계산림에 들어갑니다.
보통은 통도사에서 진행되는데 21일 동안 전국의 모든 행자들이 모여 통합 교육을 받고 정식으로 스님이 됩니다.
수계산림을 마치고 새로 스님이 되면 ‘사미’(여자스님은 사미니)라고 부릅니다.
옷에도 차이가 있어서 승복 깃에 자주색 동정을 답니다.
이 스님들은 정식 승려라기 보다는 예비 승려이기 때문에 추가 교육을 받습니다.
사미(니)계를 받고 4년이 지나야 비구(니)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4년의 기간을 보통 추가 교육을 받습니다.
이 때 기초교육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 김포의 중앙승가대학이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각 본사에 있는 강원(지방승가대학), 그리고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기초선원입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자격이 되면 정식 스님이 됩니다.
스님으로서의 나이를 세는(법랍이라고 합니다.)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기독교 쪽 성직자가 교육을 마치고 성직자가 되는 것과 달리 스님은 일단 입문해서 교육을 받는 것이 조금 다릅니다.
그밖에 태고종이나 천태종, 진각종 등 많은 종단이 있습니다.
출가하는 방법은 거의 유사합니다. 다만 출가 이후의 교육과정은 해당 종단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태고종의 총본산은 서울 봉원사, 천태종은 소백산의 구인사입니다.
참고로 몇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최근 천태종은 논산에 금강대학교를 개교하여 교육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또 진각종은 삭발을 하지 않습니다.
출가하면 모두가 독신으로 사는 것으로 아시는 분이 많은데 독신을 규정하고 있는 종단은 조계종 뿐이고 나머지는 결혼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진각종은 독신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부가 모두 진각종 성직자이어야지요.
이밖에 원불교 교무님들은 원칙적으로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를 통해서 배출됩니다.
보문종이라는 종단이 있는데요, 이 곳은 비구니종단이라서 스님들 모두 여자분이십니다.
본부는 서울 보문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