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_울트라
#울트라여행_2018_성지순례
클래식이 흐르는 울트라 여행
마이웨이 울트라의 세계(55)
#브람스 교향곡 3번 F장조 Op.90 중 4악장 Allegro
#브루크너 교향곡 6번 A장조
#피아노_가이즈 This is Your Fight Song
하루쯤 / 양광모
1년에 하루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저 웃기만 해도 좋을 일이다
1년에 하루쯤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저 따뜻한 말만 건네도 좋을 일이다
그래도 364일,
마음껏 아파하며 슬퍼할 수 있고
마음껏 투덜거리며 화낼 수 있으니
1년에 하루쯤은
상처와 눈물 모두 잊어버리고
그저 감사만으로 살아도 좋을 일이다
언제나 그 하루를
내일이나 모레가 아닌 오늘로 만들며
365일 중 하루쯤, 하며 살아도 좋을 일이다
<그저 웃기만 해도 좋았던 순간>
성지순례 울트라라는 시크릿가든에서
가장 행복하고 머물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까?
7전8기의 성취감이 충만한 2012년 대회도 있고
감격적인 골인의 순간도 있고
울트라 주로에서 뜻하지 않게 마주친 감동적인 순간도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2018년 시간외완주의 멋쩍음으로 풀이 죽어 올라서는
명동성당의 광장에서 만난 천사같은 손녀들의 마중일 것이다.
성당에 온 많은 사람들은 손녀들 손잡고 주말 나들이라도 나온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가슴 속에는 222키로 울트라 주로를 달려온 충만함에
손녀들의 해맑은 웃음으로 화룡점정을 찍은
한 폭의 그림같은 순간인 것이다.
비록 제한시간을 30여분 초과하여 시간외완주를 하였지만
내가 한강주로에서 중도포기했다면 이런 드라마는 없었을 것이다.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비록 미안함과 민망함이 없지는 않지만
생의 환희를 만끽할 수 있는 이 순간
그저 웃기만 해도 좋았던 순간이다.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 강윤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본책에 덧붙는 부록이라도>
올해 다시 한번 겸허한 마음으로 성지순례를 떠나려고 한다.
지난 주말 마지막 훈련을 마쳤으니
이제 일주일동안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다.
222km 42시간동안 어떤 일이 생길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나는 다만 겸허한 모국어에 귀를 기울이며 묵묵히 달려갈 뿐이다.
이렇게 다짐하며 울트라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주로가 복잡한 시내구간에서
길을 잘 아는 내가 앞장을 서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페이스가 빨라졌다.
항상 한계를 느껴오던 30km를 지나면서 문득 오버페이스가 염려되었다.
가장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던 2012년에 비해서도 20여분 빨랐던 것
잠시 휴식 후 출발하면서 예기치 않은 사건이 터지고 만다.
2km남짓 달리다보니 랜턴을 놓고 왔던 것을 알고 망연자실한다.
다시 되짚어가는 발걸음은 천근보다 무겁고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다시 주로에 선 나는 청남대 때의 훈련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첫째, 3대 2의 호흡법을 내 것으로 소화해보자.
둘째, 허벅지 근육 중심으로 달리자.
셋째, 큰 오르막을 제외하고는 쉼없이 지속주 방식으로 달리자.
조금씩 심리적으로도 안정되고 든든한 동반주자도 생겨
남한산성 CP를 여유있게 통과하고
해지기 전 앵자봉을 올라 상품리 식당에서 30여분 수면을 하고도
마지막 마재 CP에 30여분을 남기고 통과한다.
제2막까지는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던 것......
그러나 열사와 같은 제3막의 한강주로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수년전에도 그랬듯이 이틀동안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수면에
초반 오버 페이스가 부메랑이 되어 잠실부근에서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때도 나는 이 부근에서 잠을 이기지 못해 혼자 잠들었다가
1시간 30분이나 제한시간을 초과한 시간외완주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오늘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혼자 잠들지 않으려고
일부러 사람 있는 곳 벤치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곤 했다.
비몽사몽끝에 잠수교를 넘으니 봉사자가 말한다.
"아직 1시간 15분이나 남았으니 힘을 내십시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비운지 이미 오래
천천히 걸어 남산을 넘고 보니
아직도 철수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레드카펫
멋쩍은 자세로 골인테이프를 가른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도 나는 이번 성지순례 울트라에서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가슴 아프게 느꼈다.
그래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
나는 이번 성지순례222 울트라 대회에서
그토록 소망하던 '꼴찌의 행복'도 누리지 못했다.
시간외완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다보니 불현듯 이 시가 생각났다.
그렇지.
본문에 들지 못하고 덧붙인 부록
덤과 같은
나는 한강주로에서
졸음으로 더 이상 레이스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을 때
수년 전 그 때의 미안함과 민망함을 떠올리며 중도포기를 할까 했었다.
그러나 비몽사몽간에 잠수교를 넘어 봉사자를 만난 이후는
불가피 주자의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대회가 끝났음에도 레드카펫을 걷지 않고 기다려 준 대회관계자
골인테이프를 가르지만 환호할 수만은 없는
미안함과 감사와 민망함이 혼재한 그 미묘한 감정은 무엇일까?
그런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 길 없는 천진한 손녀들의 해맑음속에
가슴 벅찬 생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나는 그동안 꼴찌라도 좋다고 했지만
이젠 부록이라도 좋아
덤이라도 좋아
지난 주 성지순례222 울트라 마라톤의 아쉬운 결과에 대해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어이없는 실수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어깨가 축 늘어져 있을 때
KBS 클래식 FM에서 들려 온 브람스 교향곡 3번 4악장이
혼란스런 내 마음을 다잡아주었다.
지난 해 탄천구간의 더위에 지쳐
결국 남한산성에서 중도포기를 선택했었는데
올해는 그 실패를 거뜬히 극복했으니
자부심을 가지라고 나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이 곡은 별칭인 '브람스의 영웅 교향곡'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제1악장 제1주제부터 호쾌하고 힘차게 시작될 뿐만 아니라
또 곡 전반에는 브람스만의 관현악 색채가 듬뿍 묻어나와
4악장까지 듣는 내내 브람스 고유의 음악에 흠뻑 젖어볼 수 있는 멋진 곡이다.
특히 4악장은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박력과 함께
처진 어깨를 추스르며 달려나가고픈 충동을 일으키는
역동적인 리듬이 일품이다.
(2018년 5월 1일)
Brahms Symphony No. 3
The Cleveland Orchestra - George Szell
https://youtu.be/So8MM06OhGQ
<소박한 삶의 기쁨>
일찍이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브루크너와 말러의 음악을 비교하면서
“브루크너는 이미 신을 찾았고
말러는 끊임없이 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크너는 삶도 독특하고 그의 음악 또한 독특하다.
처음 교향곡 4번을 접하면서 알게 된 브루크너
그 후 4번 이후의 곡들을 차례로 접하며 점점 그의 음악에 다가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의 음악은 내게 조금 버겁다고 느낀다.
그는 이미 신을 찾았지만, 나는 말러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끊임없이 신을 찾고 있기 때문일까?
교향곡 6번은 브루크너 음악 중 비교적 늦게 접한 곡이지만
근래 자주 손이 가는 음악이다.
가장 브루크너답지 않다는 이 곡이 나는 좋다.
그의 삶이나 음악에서 신을 찬미하는 경건한 브루크너가
이 곡에서는 경건함과 함께 소박한 삶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말러는 신을 찾기 위해 분투하지만
이미 신을 찾은 브루크너는 그 신앙의 법열을 노래하는 것일까?
그 장중하면서도 소박한 멜로디들은
욕심으로 얼룩진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것 같다.
피아니스트였던 Eschenbach가 지휘한 이 연주 영상을 보면서
그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지휘 모습에
그의 새로운 매력을 새삼 느껴본다.
Bruckner: 6. Sinfonie ∙ hr-Sinfonieorchester ∙ Christoph Eschenbach
(Rheingau Musik Festival 2016)
https://youtu.be/OflReU5RlZM
<첼로와 피아노의 앙상블 The Piano Guys>
첼로와 피아노만으로 만들어가는 The Piano Guys의 음악세계
그들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러 장르의 곡들을 잘 융합하면서
새로운 음악세계를 열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연주 또한 전혀 관련이 없는 두 장르의 곡을 융합하여
멋진 소리의 파라다이스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내게는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응원가와도 같다.
This is Your Fight Song (Rachel Platten Scottish Cover) -
The Piano Guys
https://youtu.be/mOO5qRjVFLw
#브람스_교향곡_3번
#브루크너_교향곡_6번
#크로스오버
#양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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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_혹은_부록
#울트라의_매력포인트_2023
#본책에_덧붙는_부록이라도
#11월은_모두_다_사라진_것은_아닌_달
<추억의 사진첩>
출발선에 섰을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는데......
본문에도 들지 못하는 권말부록으로 남은 2018년 성지순례222 울트라
하지만 각본없는 드라마틱한 휴먼드라마를 온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매력적인 울트라 그 출발선에 언제까지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서고 싶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출발 이후 초반에는 자신만만했었다.
그러나 그런 자만심은 초반 레이스를 망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한강주로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손골성지까지는 아직 여유있는 모습이다.
나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띠동갑 동반주자의 마음씀이 느껴져 빙긋이 웃음짓곤 한다.
우리는 청계산 오름길에서부터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함께 달렸다.
운중동에 이어 모란역 부근 편의점에서 2+1 요구르트를 사먹기로 했는데
띠동갑 아우가 먼저 계산을 한 후 하나씩 나누어먹고
하나 남은 요구르트를 내 손에 쥐어주었었다.
지난해 탄천주로의 실패를 극복한 뿌듯함에 띠동갑과의
멋진 동반주 덕분에 힘차게 남한산성 CP를 들어서는
이 한 컷의 사진은 오래도록 나의 추억속에 남을 것이다.
그와는 남한산성 CP 이후에도 천진암성지를 지나고 앵자봉을 넘어
상품리 식당에서 그의 원래의(?) 동반주자를 만날 때까지
형과 아우처럼 정겹게 달렸었다.
앵자봉 기슭에 자리잡은 천진암은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상가와 위락시절까지 들어서 도회지로 변모한 곳이지만
조선조 말 천주교가 전래될 당시만 해도 궁벽진 곳이었을 것이다.
성지순례222 울트라러너들에게는 126키로 지점인 이곳에서 재충전한 후
앵자봉을 넘어야 겨우 하프코스를 주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니 어쩌면 하프코스에도 미치지 못할지 모른다.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은 고갈되고
졸음과의 싸움이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이다.
마재성지는 33시간 제한시간이 적용되는 마지막 컷오프 CP다.
이 컷오프를 통과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컷오프를 통과했다고 해서 완주가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열사와 같은 한강주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얼굴이 부스스한 모습으로 한 컷
결국 한강에서 또다시 졸음에 무너지며 30분을 초과하는 시간외완주를 했다.
<울트라패밀리의 오묘한 조화>
고교OB 마라톤클럽에는 회원들이 수십명 있지만
울트라러너는 몇 되지 않는다.
그 중 1년 후배인 임재선 러너는 2년 전 2016년
내가 선배님과 동반주를 할 때에도 골인점에 마중을 나왔었는데
이번에도 남산까지 마중을 나왔다.
민망한 모습으로 그와 함께 골인점으로 향했지만
울트라 패밀리의 정은 변함없이 내게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