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엔 6살된 아들과 이제 갓 백일을 넘긴(나이로는 두살) 두 아들이 있습니다. 어느날 낮에 6살된 아들이 자기방에서 손과 발, 얼굴에 온통 엄마의 립스틱을 바르고 나타났습니다. 너무 깜짝 놀라서 대체 왜 그랬는지를 물었더니 “좋아해서...”라는 말만 하면서 말을 흐리더군요. 남자아인데도 평소에 엄마의 화장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아이였고 그날 아침에도 엄마의 파우더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본지라 저는 크게 화를 내면서 엄마의 화장품이 장난감이 되선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 따져 혼내었습니다. 아이는 그후 크게 당황하여 울음을 그치질 않았고 한참동안 제 머리속에 남아있는 ‘남자아이가 화장품에 관심을 보이는 괘씸죄’를 떨치기 위해서 그 울음조차 용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제가 아주 큰 실수와 함께 많은 후회를 했다고 느낀것은 저와 아이의 흥분(?)이 가라앉은 후 다시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날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저녁이었습니다.
첫째애가 제게 말하려 했던 “좋아해서...”의 의미는 첫째아이의 기호 [嗜好]가 아닌 동생의 기호였던 것이었습니다. 첫째는 이제 갓 백일이 지난 어린동생이 빨간색에 반응한다는 것을 깨닫고 동생을 위해 자신의 신체를 희생하면서 놀아주려 했던 거지요. 아직 완벽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아이와의 대화에서 [지레짐작]과 [선입견]은 부모자식간의 오해에 아주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일은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되는 것들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중 위 일과 같이 많은 분들이 금융에 대해 재무상담을 통해 느꼈던 여러 오해와 선입견, 그로 인해 발생되는 손해와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부족
만약에 아이가 나타난 모습이 해괴망측할 정도로 제게 시각적 자극을 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마 좀더 많은 대화를 통해 아이의 장난의 원인을 알아냈거나, 혹은 ‘이정도쯤’ 하는 마음으로 “보기 흉하니 어서 씻고 와.” 정도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었을지 모릅니다.
정말 별것 아닌데 그 가정내에서는 굉장히 크게 부각이 되어 있다던가, 혹은 그와 반대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민감하거나 혹은 굉장히 프라이빗한 부분으로서 수면위에 노출되지 않는 것들이 재무상담에서도 참으로 많습니다.
이러한 금융의식에 대한 문제점들은 결국 크건 작건간에 언젠가는 수면위에 떠올라 ‘평온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가정에 잔잔하거나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게 됩니다. 대다수의 결과로는 [수익률]의 결과로 나타내어 지게 되고, 그 원인을 꼽으라면 단연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부족>이 그 원인이 됩니다.
CMA나 MMF등의 단기 투자용 금융상품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이 상품들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단 한가지 정보. “단 하루를 맡겨도 이자(실제로는 수익금)가 나온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에 정확히 못박인 고정관념이 바로 ‘은행예금보다 좋은 CMA’라는 공식이죠.
이 공식에 의거해 작년 한해 증권업계의 수탁규모는 재작년에 비해 무려 2배가 신장되는 어마어마한 신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월급통장을 CMA로 전환하거나 연계하였죠.
하지만 그 와중에 CMA의 이탈현상도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불편함’입니다. CMA는 그 이후에도 각종 은행권에 대항할만한 [편의성개발]에 많은 노력을 경주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장에 찍혀 나오는 무수한 매수매도관련 내용이라던지, 세금같은 것들이 오히려 정리의 어려움을 부추기거나 미흡한 각종 편의성과 신용도문제등을 원인으로 [은행으로의 복귀]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은행보다 좋다’라는 선입견은 무작정 CMA에 돈을 넣어두고 적금마냥 주구장창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양산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금융업계(증권사와 종금사)에 있어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1년이상 장기보유 시 CMA는 특판형태의 정기적금의 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기대치에 어긋나는 문제) CMA라는 상품이 판매사로선 ‘고객유치’를 위해 만든 ‘손해보는 상품’이기 때문에(장기동결계좌당 카드 발급등으로 평균 5천원 정도의 손해가 발생된다 합니다) 이러한 적금과 CMA간의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엔 양쪽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밖에도 은행과의 연계계좌는 가상계좌이기 때문에 그 실적이 종금사나 증권사에만 남아 은행에서의 거래실적을 쌓아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거나, CMA 중 ‘RP(환매조건부채권)형 CMA통장-증권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은 가입자가 헌 금리에서 새 금리로 갈아타는 절차를 별도로 밟지 않으면 금리 인상 시 인상된 금리를 적용해주지 않는 점, 주말이나 5시 이후엔 천만원이상 이체가 불가능하여 부동산 계약등 이를 몰라 황당한 경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점들은 어느정도 아실만한 내용들입니다.
따라서 CMA를 금융상품으로서 올바르게 사용키 위해선 그 투자방식은 잘 모르더라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만의 확실한 의지반영이 필요합니다.
CMA는
1.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열정적으로 이기고자 하는 투자마인드가 없다면 1년에 발생될 이자수익의 차이로 마치 세상을 다 가진듯한 비교는 안하는 쪽이 좋습니다.
2. 투자에 있어서의 쉼터, 투자수단을 갈아타는 정류장의 용도로 보셔야 합니다.
3. 한 자금을 절대 CMA에 6개월 이상 놔둘 이유가 없습니다. 금융상품은 워낙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절대 ‘수익률’로서만 모든 잣대의 평가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렇게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를 자신에게 투영시켜 자신만의 운용철학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적립식 펀드나 변액보험을 맹신하시는 분들은 또한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가는 대세적으로 오르기 마련이고 우리나라의 주식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코스트에버리지 (평균매입단가 효과)에 의해 끈기있게 가지고 가면 언젠가 반드시 빛을 볼것이다’
그래도 나름 많은 지식의 축적을 통해 투자에 대한 철학을 완성시킨 경우라 할 수 있겠으나 이것이 위의 제 경우처럼 단편적인 지식을 통해 쌓아올린 사상누각의 원인이 될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평균매입단가 효과를 간단히 설명드리면 주가가 하락 시 더 많은 주식을 싸게 구입하게 돼 고수익을 내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위 그림은 근 90년대에서 00년대 사이 10여년간의 미국과 한국, 일본의 주가지수를 보기쉽게 그린 그림입니다.
많은 분들이 [가]의 그림과 같은 구조를 토대로 장기투자에 대한 희망을 심어가지만 실제로 여기에는 아주 큰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그것은 ‘그럼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즉, [나]와 같은 국내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인내심은 국내 펀드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바이코리아 사태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엄청난 펀드열풍으로 현대증권의 객장은 밀려드는 고객으로 북새통을 이루었으나 연이은 벤처열풍의 거품이 빠지면서 대다수의 펀드가입자들은 많아지는 구좌수에 비해 처참하리만큼의 손해률에 좌절하면서 해약을 하고 맙니다. 그 후 그중 1%도 안되는 [인내심의 대가]들이 살아남아 200%이상의 수익률을 얻어냈었죠.
하물며 [다]의 그림은 약 10여년간의 장기침체를 그리는 일본의 경우입니다. 이제서야 일본도 [나]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평가인데 여기에서 다시 [가]의 상황으로 올라서려면 무려 3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각고의 시간이 필요하여 결국 ‘부를 축적하더라도 쓸데가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펀드투자에선 가장 위험한 것이 무언가 한 이론에만 기대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재무상담을 통해 탄탄한 구성의 재무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하더라도 가령 변액보험을 가입하고 계셨다면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때 주식계정으로 있었던 본인의 투자자금을 채권으로 전환하셨어야 합니다.
서브프라임으로 국내 증시가 곤두박칠 시기라면 위 펀드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원자재나 대안투자펀드쪽의 비중을 늘리고 다른 것들은 부분환매 내지는 납입중지를 하는 방법을 택해야 하지요. 그 포트폴리오의 비중역시 금리가 오르고 주식시장이 하락할 시즌엔 단기 투자용도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스팟상품을 재빠르게 캐치하여 ‘내것’으로 만들어 비중을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포트폴리오는 단지 형식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관리, 즉 변동성에 따라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대처]하느냐는 것이죠. 그러므로 단지 ‘좋은 상품, 좋은 종목’만을 찾아 헤메더라도 결코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경기가 안좋으면 투자를 안하면 그만입니다. 그것도 기술입니다. 금융권에서야 어떤식으로든 자금을 끌어와야 하므로 그를 위한 논거제시 및 홍보를 할 것입니다. 이를 ‘호객’이라며 손가락질 하는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일’을 폄훼하는 것과 다를것 없습니다.
재테크는 말그대로 테크닉입니다. 기술이란 ‘정보의 습득’이나 ‘자료의 정리’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닙니다. 재테크의 진정한 기술은 그 관리능력이란 것입니다.
경제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지표 – 관리를 위해 알아야 할 필수 요소 딸기아빠님 자료
종신보험의 가입을 놓고 20년납이 좋은지, 60세납이 좋을지 묻는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만, 이것 역시 우문현답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쪽도 상품을 만들어 내는 보험사의 입장에선 [똑같은]수익구조를 지닙니다. 오래 내게 되면 보험료가 싸지지만 그만큼 누적된 보험료의 액수가 많아집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어떤 것이 좋은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것이 나에게 적합한가?’에 대한 취사선택의 문제가 됩니다.
기대수익과 리스크와의 상관관계는 굳이 설명드리지 않더라도 어느정도 재테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귀가 따갑도록 들은 말일 것입니다. 잃을위험이 클수록 반사적인 기대수익은 높아집니다만, 여기에 [개인적인 투자성향]이 가미됨에 따라 실제 [체감 위험]은 차이가 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먼저 체크해야 할것은 [어떤 상품]이 아니라 [나는 어떤 성향인가]에 대한 고찰입니다.
기대수익에 따른 위험도의 상관관계를 그린 금융상품의 배열.
– 여기에 반드시 본인의 투자성향을 반영시켜 ‘희석된 위험’을 찾아야 한다.
그날 저녁 저는 처음으로 첫째에게 마음을 담아 ‘사과’를 하였습니다. 아빠로서 너를 다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단지 네가 어리기 때문에 얕잡아 보고 어림짐작으로 너를 ‘평가’한 부분에 대해서 깊이 반성중임을 알렸습니다. 다행히도 호수같이 넓은 마음의 아량을 가진 첫째는 이미 억울하게 혼났던 기억은 이미 사라지고 절 용서해 주었습니다.
투자에 있어선 반드시 [그 선택의 오류]나 [결정의 빈곤]으로 인해 후회하거나, 혹은 후회까진 않더라도 그 결과에 있어 실패를 맛보게 될때가 작게건 크게건 발생될 것입니다.
그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지식이나 경험의 축적]이라는 방법이라면, [과오를 인정하고 그 원인과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사후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일 것입니다.
오해나 선입견은 바로 잡지 않는 이상 이러한 사후 반복을 끊임없이 되풀이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을 [공부]를 통해 사전예방할 것인지, 인격수양을 통해 반복하지 않을런지는 개개인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또한 어떤 것이든 결코 ‘만만한게’ 없습니다.
그것을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섣부른 지식, 편린의 정보만으로 얼마든지 큰 수익이나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인생이고 투자이기도 합니다.
전자의 방법이건, 혹은 후자로서 노력하건 결국 최종 목적은 ‘행복해 지기 위해서’라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전기안전공사 사보 Always! KESCO 3월호 게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