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핸드폰 창을 보니
시간이 30분 남았다.
이데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간
지각이다.
첫촬영부터 지각은 안돼!!!
"다음역은 왼쪽..."
바로 다음역에서 내려버렸다. 무작정..
나가는곳..
이라고 적힌 노란 이정표.
쿡..
손에들린 지하철표와 나가는곳을 번갈아가면서 본다.
지하철 사람들은 노란색을 좋아하나봐-
안전선도 노랑이더니..
희준에게 노란색은
명시성이 강한 색이 아닌-
자신에게 그러하듯..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느껴질뿐이다.
밖으로 나와 택시 정류장쪽으로 걸어갔다.
멋지게 손을 들어 차를 세우고..
그렇게 택시가 출발하고
달리다 보니..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이 없다.
앗!
아무래도.. 지하철안에서 날치기 당했나보다.
느낌도 없었는데-
고수들한테 당할때는
뽀죡한 수가 없다.
당해줄수밖에...
오늘 진짜 왕짜증 나는날이군!
"아저씨..
제가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는데요
나중에 제가 드리면..."
"뭐? 돈도 없으면서 택실 타?"
"..안될까요?"
"내려 어서!"
"아저씨.."
원망어린 눈으로 아저씨를 쳐다보았으나..
나를 내려놓고 부웅~ 가버린다.
"이씨, 재수없는 놈!
오늘 장사 다 말아먹어라!!"
그렇게 악담을 내뱉고는..
엿먹어라-
라고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며
소리친다.
1차선 버스길에 내려진 희준.
빵빵- 거리는 클락션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덩치 큰 좌석버스가
달려든다.
얼른 뒤로 물러나 서곤..
"어떻게 촬영장까지 가지?"
"야! 너 갑자기 달려들면 어떻게 해?"
하얀중형차 한대를 세웠다.
또 무작정..
그래.. 히치하이킹인지 뭔지...
일단 하고보자!
"저기 차좀 태워주세요!"
"훗-
내가 왜?"
뭐?
왜? 라니..
미친놈-
싫음 그냥 싫다고 하던가...
"아~ 짱나..
가요 가!
그냥 가라구요!!"
출발하던 차가
다시 뒤로 후진해온다.
"어디까지 가?"
"논현동이요.."
잠시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타라고 턱을 조수석으로 가리킨다.
story2. 장우혁
웃긴다.
기여코 저 녀석을 태우라는 하늘의 뜻인지
쳇-
빌어먹게도 행선지가 같다.
어?
이 애는...
하..
나를 몰라보나본데!
어..
열받네-
"형!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나 지금 가고 있거든.. 거기서 봐.
메시지 듣는데로 전화하고."
이녀석..
형 사고나서 혼자 가는구나-
난 형이 데리고 오는줄 알았더니...
우혁은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는 오른손으로 헨즈프리에 꽂혀있는 폰의 풀립을 닫는다.
"전화는 상냥하게 받아야져!
그리구, 운전하면서 전화하면 안된다는 것도 몰라요?"
참나.. 별 참견을 다하네.
"안전운전이 최고예요, 최고!"
쿡..
잔소리는...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처음보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요..?"
아무리 자기 파트너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해도..
나 장우혁을 모르다니-
내가 연예계 생활을 헛살은거야..
아님..
이 애가 연예계에 관심이 없는거야!
"넌 논현동에 왜가?"
"그런것도 말해야 해요?"
짜증난다는듯한 녀석의 목소리..
됐다 됐어..
말을 말자!
"영화찍으러 가요.
쳇.. 병신같은 매니저 땜에 별 고생을 다하네- "
쿡.. 병신 조태식...
형.. 조폭에다 이젠 병신까지..
풉-
날 몰라본걸..
후회하게 될꺼다!
"자꾸 왜 따라와요?"
뭐 이런 웃긴게 다있어..
"너 따라 가는거 아냐!"
장우혁..
성질 많이 죽었다.
저 콩알 만한게 진짜..
잠시후..
영화사무실안쪽의 회의실로 들어섰다.
"어! 남녀주인공이 함께오네~"
"네?"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표정말아라..
너만 짜증나는거 아니다-
"풉..
푸하하하..."
"그만 좀 웃으랬어요!"
녀석의 이를 악문듯한 목소리가..
더 웃음이 그치질 않게 한다.
"나도 여자 하고 싶어서 하는거 아니라구요~"
"알았어..알았어...하하....."
"아씹- 내가 이럴줄 알았어!"
원래 녀석이 여자역이란건 알고 있었다.
이참에 마구 웃어줘야지!
내가 후회할꺼라 그랬지??
어디 창피좀 당해봐라...
그런데..
녀석의 벌게진 얼굴이..
빨갛게 물이든 머리색과 참 메치가 잘된다..
라고 느끼는 순간.
"자, 인사들 하지!"
감독으로 보이는 젊은 사내에 의해 장내가 조용해 졌다.
"우린 제작발표회 같은것도 안해요?
기자도 한명 없네-
무슨 독립영화도 아니고.."
"풉..."
녀석다운 말에 참지 못하고 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번 영화는 다들 알다시피 모든것이 비공개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여자주인공을 고르지 못해서 꽤 난항을 겪다가...
미소년의 이미지를 캐스팅하기로 계획을 수정해서,
지금 이자리에 전 배역과 스텝진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영화는 특수효과와 분장이 중요한 역활을 하기때문에 특별히 전문가분들을
섭외했습니다. 매직팩토리의 김인철실장님.."
한참동안 주요 스텝진들의 소개가 이루어지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멋진 영화를 만들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아, 잊을뻔 했군요!
가장 늦게 우리팀에 합류하게된 최연소 출연진이자 여자주인공인
엘리시온역의 문희준군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석에게로 꽂힌다.
"물론 영화가 개봉하는 그날까지도 희준씨가 남자라는것은 밝히지 않을것입니다.
뭐.. 요즘은 이슈가 있어야 영화가 성공하기때문에 하나의 전략이라고 할수도 있겠죠.."
홍보팀의 팀장 이혜진.
이란 여자의 설명을 시작으로
스텝들과 배우들만이 참석한 비공개 제작발표회가 진행되었다.
story3. preview
2010년 미래가상시대입니다.
그때엔 컴퓨터 오락을 자신이 집적 컴퓨터 속에 들어가서 3D 시뮬레이션으로 이루어진
게임을 하게됩니다.
메트릭스를 생각하시면 훨씬 이해가 빠르실겁니다.
대신 연결매체가 전화기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칩으로 바뀐다는것 뿐이죠.
게임은 페르시안 왕자라는 1990년대 중반기에 유행했던 게임을 2010년에 맞게 각색했습니다.
주인공 x-35는 어느날 컴퓨터에 접속하여 페르시안 왕자 게임을 하던중
바이러스의 침투로 모든 게임을 마치기 전까지는 컴퓨터밖으로 나올수가 없게 되고
점점 게임속으로 빠져드는 x-35는 게임속 공주 엘리시온을 만나
정말로 사랑에 빠져 엘리시온을 현실로 데리고 나오기 위해
페르시안 왕자 게임 이후의 세계까지 들어갑니다.
그리고 결말은 반전으로 이루어집니다.
컴컴한 실내에 콘티의 장면들이 하얀스크린속에서 탁탁 잡음을 내며 넘어간다.
게임 페르시안 왕자는 각 단계별로 이루어져있으며,
중간중간 공주의 도움을 받아서 다음 단계로 가는 비밀키를 얻게 되고,
결국 공주가 갇혀있는 곳까지 찾아가는 게임입니다.
게임방법은 곳곳의 숨겨진 위험들을 피하고 숨어있는 장수들과 칼싸움에서 이겨
출구를 찾아내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어있습니다.
"궁금한점 있으신 분은 의견을 말씀해주세요."
"공주는 몇번 나오나요?"
희준의 질문이..
심각했던 분위기를 모두 웃게 만들었다.
더없이 진지하게 묻는 희준의 목소리가..
모두를 웃어버리게 만들었다.
"원래 그렇게 생각이 없는거야?
아니면 주목이 끌고 싶은거야? 훗-"
파닥 거리는 짧은 마찰음과 함께
어두웠던 회의실 안이 천장에 규칙적으로 나열된 형광등에 의해 밝아지고
희준의 옆에 앉아있던 우혁이 일어서서 나가며
희준을 지나치는 순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비웃는 거예요?"
문을 나서는 우혁에게 다가가..
"당신이 소실적에 이 게임을 안해봐서 모르나 본데..
여기 공주 진짜 중간에 쫌 밖에 안나온단 말야!!"
"자! 대본은 보라구 있는거야!"
우혁은 희준의 가슴을 대본으로 툭툭 친다.
"우린 영화를 찍는거지 게임영상을 찍는게 아니라구.."
희준은 얼어버렸다.
장우혁의 눈빛에 얼어버렸다.
"씨발-
저런 눈빛 첨봐.
..."
그렇게 우혁이 건네준 대본을 들고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사랑이 이렇게 소리없이 오는건가요...?]
"형은 뭐하느라 애한테 아직 대본도 안보여 준거야!"
혼자 투덜거리며 자동차 리모콘 버튼을 누른다.
"삑-"
자동차의 라이트가 번쩍이며 시동이 걸리고..
우혁은 주차장을 빠져 나가며 며칠전 일을 상기한다.
"어떻하지..
여자주인공 할만한 인물이 없어!
요즘 지지배들은 왜 다 이모양인거냐.
공개 오디션 했더니 죄다 모델들같은것들이..
순 얼굴은 안되고 길쭉한것들만 왔더라니까..."
"형도 참.. 지금 영화에만 쏟아도 모자를 힘을
배역 문제에 이래서 어떻하려구..."
"그러게..."
우혁의 학교 선배이자 감독인 준환이 형.
늘 그렇듯 헐렁한 남방에 대충 빗은듯한 머리.
"형은 여전해.."
우혁과 준환은 압구정의 한 까페 2층의 구석진 자리에서 이야기 중이였다.
아.. 그리고 우혁의 매니저 태식도 함께...
드디어 영화 촬영이 시작되었다.
푹푹 찌는듯한 여름의 한낮 더위에..
모두들 인상이 찌그러질데로 찌그러져있다.
"이거 드세요!"
희준이 우혁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네었다.
"전 정말 선배님처럼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우혁의 표정에 작은미소가 머금어지고..
"어? 내껀?"
옆에있던 태식의 물음에..
"아저씬, 아저씨 돈으로 뽑아 드세요!"
"너 아직도 아저씨냐? 우혁이도 나보고 형이라는데
왜 내가 니 아저씨야~!"
"아저씨니까 아저씨라고 하죠."
"쿡- 형..
집에가서 또 우는거 아냐?!"
우혁이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스튜디오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영화촬영의 진전이 보이고..
오늘은 영화포스터 촬영이있는 날이다.
우혁은 페르시안 왕자의 대표적인 의상과 미래지향적인 은색빛의 의상이
반반인 특수 제작된 의상을 입었다.
게임에 접속의 유무의 두가지 이미지를 다 살리려
제작된 이 의상은 우혁의 오른쪽은 은색철제빛의 미래인다운 별다른 장식없이 깔끔하였고
왼쪽은 게임에 접속했을때의 페르시안 왕자 옷처럼 하늘거리는 천소재의 흰 나시옷이였다.
"아저씨.. 나 너무 더워요..."
"다 이렇게 고생하면서 크는거야!"
태식은 희준일 스튜디오 쪽으로 밀어 넣는다.
며칠전부터 투정이 심하고 주위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희준이였다.
그런희준을 달래주는 사람은 매니저 태식뿐이였고..
모두들 희준에게 집적적으로 뭐라 하진 않았지만 모두들 조금씩 불만이 있는듯 했다.
그러나 그때도 역시 막아주는건 태식.
"애가 어려서 그래요.."
란 말로 주위사람들에게 해명하기 바쁜 그였다.
"자.. 촬영 시작합시다!"
사진 감독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고..
"먼저 희준씨 개인컷부터 촬영하죠!"
희준은 엘리시온의 역에 맞게 제작된 의상을 갖추어 입었다.
하얀 비단천으로 제작된 옷에..
다리에도 하얀색으로된 망사스타킹을 신었다.
그전의 붉은 머리를 연한 핑크빛으로 곱게 다시 물들이고..
앞머리로 눈 한쪽을 가리고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여인처럼
하얀색 투명천으로 눈만 내놓고 코부터 얼굴반을 모두 가렸다.
정말 저녀석은..
여자보다도 예쁘다
고 느끼고있는
우혁이었다.
저 아나무인 성격만 고치면...
참 좋겠는데-
"에어콘 튼거 맞아요?"
희준은 등뒤로 흐르는 땀줄기에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결국 일은 터지고..
"아~ 짜증나! 나 못하겠어요!!"
희준의 짜증에 눈쌀이 찌푸려 지는 우혁.
"여기가 너 하고 싶은데로 하는덴줄 알아?
개나 소나 다 영화배우 되는줄 아나본데, 이런것도 못참으면서 무슨 영화를 찍겠다고!"
희준을 향해 큰소리치고는 화가나 밖으로 나가버리는 우혁이다.
"쾅- "
하고 문 닫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흡..."
희준의 두볼사이로 흐르는 눈물때문에 공들여 해놓은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이
다 번져 버렸다.
"원래 우혁이 성격이 직설적이야!
니가 이해해..
울지말라니깐...
아~ 참..
나 또 마음 약해지네-"
머리를 긁적이는 태식의 표정이 참 난처한표정이다.
"자, 닦아-"
태식의 손수건을 건네 받으며 올려다본 희준의 얼굴.
"야, 닦으라구!
너 마스카라 번져서 시커먼 눈물나와.
징그럽다! 얼른!"
"정말 그렇게 추해요?"
세차게 끄덕이는 태식.
"흑- 으앙~
나 어떻게해!
나 정말.. 진짜 찍혔어...
끅- 어떻게해..."
꺼이꺼이
더 울어버리는 희준.
우혁에게 큰소리 들은것도 슬프고..
지금 화장이 다 지워진것도 슬프고..
이렇게 울고있는 자신이 너무 처량하고 서러워서...
또 운다.
story5. real love
"야, 너네 그렇게 계속 심각하게 있을꺼야?"
스텝들과 모두가 모인 저녁회식자리에서..
아무말없이 밥만 먹고 있는 우혁과...
고개를 푹 숙인체 사이다가 담긴 잔만 들여다 보고 있는 희준.
그둘을 화해시키려 괜히 오버하는 태식.
그의 노력이 눈물겹다.
"자, 손 줘봐! 이런건 그냥 악수한번이면 끝나는 거야~
희준아, 니가 동생이니까 니가 먼저 내밀어라!"
병실로 옮기고 부터 침대에 누워있는 희준의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보호자의자에 앉아 밤을 새며 간호하던 우혁은
잠에서 깬 조금은 초췌해 보이는 희준을 보자마자..
침대에 고개를 묻고 울먹이고 있었다.
"선배가 해준말.. 나 많이 생각해봤어요.
예쁜건 얼굴만 예뻐도 할수 있는거지만.
아름다운건 마음까지도 예뻐야 하는거더군요-
제가 너무 저만 알고 살았어요.
선배 덕분에 알았어요..
사람이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를."
"내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서..
넌..
대체..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나.. 너무 기쁜거 알아요?
선배가 나 여기까지 데리고 와주고..
또 이렇게 옆에 있어주고... 걱정도 해주고.
나땜에..
이렇게 울어도주고.."
"너 또 아프면 그땐 진짜 혼난다!"
등을 보이고 누운 희준과..
그런 희준의 등을 젖은 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아주고 있는 우혁.
"선배도 정말 나 좋아했어요?"
"그래.."
"난 ..
나만 그런줄 알고.
무지 속상했는데-
아, 체였구나! 체이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혼자 얼마나 울었는데요..."
"내가 너 맘 고생 시킨 죄..
이렇게 다 돌려받잖아!
너 데리고 여기 오면서 얼마나..
내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구..."
"쿡..
그래도 아프니까 너무 좋네요..
선배가 나 이렇게 간호해주니까-"
"좋다고 또 아프기만 해봐라! 그땐.."
희준의 등을 조심스레 닦아주던 우혁의 손이 멈추었다.
"아프지마..."
그게 우혁의 마지막 말이였다.
아프지마...
#사랑하는 이여,
믿음과 우정의 파도는 언제나
푸른바다를 넘어 우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사랑의 증거는 한 방울의 눈물
따사로운 사랑의 빛은 고난의 절벽을 넘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오늘도 한 방울의 눈물이 되어 흐르는데
그대! 내 마음의 벗이여.
비록 지금 그대와 이별하고 있지만
내 마음 속에는 벅찬
벅찬 희망이 솟아오릅니다.
이별이 슬플수록 다시 만날 그날이 더욱 기쁘리니
[3월 1일에 올리려고 쓴 소설인데.. 이제 3월1일이 몇분 안남았네요.
앗? 2일인가?? 왜 시계마다 시간이 다른건지..;
모쪼록 마니 사랑해주세요! 단편인데 상.중.하로 올릴예정입니다.]
장우혁이라는 늪에 빠져 보셨나요? -중
story7. 페르시안 왕자
희준이 쓰러졌던
그날 이후로
희준에게는..
우혁이 자신을 사랑한단 사실을 일깨워주었고-
우혁에게는...
자신이 누구보다 희준일 사랑한단 사실을 깨달았던-
서로에게 사랑을 약속한 소중한 날이었다.
찍어놓았던 필름을 다시 돌려보며 확인하던중 초반의 한컷이 반사광이 잘못 들어가 재촬영이 잡혔다.
엘리시온 공주가 보낸 생쥐가 물고있는 종이에 적힌 암호를 해독해서 다음단계로 가는 문이 열리는 약을 찾아 마셔야 하는 장면이었다.
첫줄의 암호는..
가로 셋. 세로 두번째 줄.
7곱하기5는 35.
알파벳이 총 26개.
다시 앞으로 돌아가 a부터 반복하면 35번째는 i
i라고 적힌 물병의 약을 마시면 성공.
그러나 처음시도땐 해석을 잘못해..
7-5=2로 해석
b를 마시고 실패.
"오케이, 좋았어.
우혁아! 너 머리 당분간 자르면 안돼."
"몰라. 다음에 재촬영 한다그럼 안할꺼야."
"에이~ 좀 봐주라.."
준환과 우혁사이에 말이 오가고..
우혁은 옷을 갈아입고 주윌 둘러본다.
녀석.. 어디간거야?
"희준이 못봤어요?"
"못봤는데.. 누구 희준이 본사람 없어?"
"아까 세트장 뒤에 창고쪽으로 걸어간거 같은데.."
우혁은 셔츠의 단추를 잠구며 창고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서 잠이 들면 어떻게해?"
희준은 의상들이 수북히 쌓인 창고 한쪽 구석에 박혀 누가온지도 모른체 잠들어 있었다.
우혁은 희준일 안아들고 창고를 빠져나온다.
"태식이형, 집에 가자!"
"희준이 오후수업 받으러 가야돼."
"이렇게 피곤해 하는데 좀 봐주지.."
"수업일수 채워야 된데..
무슨 학교가 그렇게 지랄맞은지-
영화나와서 뜨면 암소리 안할것들이..."
"오늘 하루만 쉬라 그래."
"장우혁이 그렇게 하자는데, 누가 말려!"
"쿡.."
페르시안 왕자와 엘리시온 공주의 사랑이야기...
두손을 모아 기도했죠.
끝없는 용기와 지혤 달라고-
장우혁과 문희준의 사랑이야기...
우리앞에 펼쳐질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라면-
화요일..
학교운동장안으로 고급 중형차 한대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야, 저기봐!"
수업시간에..
온통 아이들이 창문에 매달려 밖을 구경하고 있는 꼴이 되었다.
"장우혁이다!"
아이들의 웅성거림속에..
엎드려 잠들어 있던 희준의 고개가 들려졌다.
"뭐하러 데리러 오구 그래요..
쪽팔리게-"
"넌 수업하러 와서 잠만 자다 가냐!"
콩- 하구 희준의 이마를 약하게 쥐어박는다.
"우씨- 나 안잤어요~"
"뭘 안자? 너 볼에 자국다났어!"
"선배는 뭐 고등학교다닐때 안그랬어요?..."
"어~ 문희준! 이제 막 기어오르는데~"
"누..누가 기어올랐다구 그래요?!"
희준의 발끈함에
희준일 놀리는것이 마냥 즐거운 우혁이다.
"으.. 촬영하러 가기 싫다!"
"싫어? 우리 땡땡이 칠까?"
"땡땡이요???"
우혁은 희준일 데리고 교외로 나가기로 생각했다.
"우와~ "
소리지르는 희준의 눈에 뻥 뚫린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혁의 차가 더 속력을 내며
한가로운 자유로를 달린다.
"여긴 서울 바로 옆인데..
쿡.. 시골 같아요."
"다음엔 바다 데리고 가줄께!
오늘은 저녁에 제작사랑 미팅 잡혀있으니까.. 여기로 만족하자!
겨울엔 꼭 바다보러 가자. 겨울바다..."
차옆에 기대서서..
우혁의 어깨에 머릴 기댄 희준.
그리고 그런 희준의 어깨에 손을 감싸 끌어안은 우혁.
노을사이로 둘의 모습이 물들어간다.
황혼녘의 아름다움이
물들어간다.
story8. 마법의 성
[인터뷰... ]
"장우혁씨, 영화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나요?"
"건물과 건물사이가 한 1미터가 넘는 거리인데..
뛰어서 착지하는 장면이 있어요. 컴퓨터 그래픽이 쓰였는데
아주 멋지게 나왔죠!"
"희준씨,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들었어요.
얼굴도 너무 예쁘고.. 목소리도 가녀린 미성이 참 매력적이네요-
처음엔 정말 여잔줄 알았거든요..
영화사의 의도에 어긋나게 남자란게 너무 일찍 밝혀져버렸는데..
어떻게 공주역활을 하게 되셨어요?"
"길거리에서 픽업 되었어요..
처음엔 영화찍는게 신기하고.. 또 용돈 벌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영화라는게.
참 신비한 매력이 있더라구요~"
"우혁씨는 어떤 장면이 가장 고생스러웠나요?"
"처음엔 주인공이 게임에서 몇번 죽는데..
갑자기 솟아오르는 쇠창살들에 찔려죽는 장면 찍을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희준씨가 영화속 페르시안 왕자에게 선물하고 싶은게 있다면요?"
"풋..
칼집이요-
왕자가 맨날 바지속에다가 칼을 넣거든요.. 쿡쿡..."
-cinema21 월간지 9월호 中에서...
"영화 주제곡을 두사람이 불렀으면 하는데.."
"저희가요?"
영화 "마법의 성"
주제곡..
마법의 성을 두사람이 함께 부르게 되었다.
+ 마법의 성 +
작사. 김광진
작곡. 김광진
믿을수 있나요
나의 꿈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걸
언제나 너를 향한 몸짓엔
수많은 어려움 뿐이지만
그러나 언제나
굳은 다짐뿐이죠
다시 너를 구하고 말거라고
두손을 모아
기도했죠
끝없는 용기와
지혤 달라고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속
멀리 그대가
보여
이제 나의 손을
잡아보아요
우리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죠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앞에
펼쳐질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라면
"아니, 희준이가 더 미성을 내야지.
싸비부터 다시!"
"이정도면 괜찮은데요 뭘~!"
"지금 파트너라고 감싸는거야?
어.. 남녀주인공이라고 둘이 그렇게 편 먹으면 나 섭섭하지!"
"좀 봐주세요- 저희 가수도 아니고.. 하하.."
우혁이의 넉살에 웃어넘기는 엔지니어다.
"나 때문에 안그래도 되요.."
"나도 힘들어서 그래.
우리가 가수도 아니고..
편하게 해. 편하게...
긴장하면 음정 잡기 힘들다 너.."
우혁의 따뜻한 말. 배려 하나하나에
희준은 감동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사람을 사랑하길 참 잘했다는...
"지금 이시간에 사람들은 무얼 할까요?
대부분 잠들어 있겠죠- "
희준은 말을 하곤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녹음이 자정이 넘어서야 끝이나고..
새벽녘 함께 한강고수부지로 나와 바람을 쐬는 두사람이였다.
"지금 이시간에 문희준은 장우혁과 함께 있어.
다른 사람들이 무얼 하는지가 궁금해?
난 문희준이 지금 나와 함께있는 이순간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한데..
훗..
난 너와 함께있을수 있어서 장우혁은 참 행복한 놈이구나- 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
어렸을땐 저기 저 한강에 고래가 사는 줄 알았어요.
축구공을 가지고 놀다가 한강물에 빠뜨려 버렸는데..
5살이였나..
고래가 공을 삼켜먹었을꺼라고 엄청 울었던것 같아요..."
"5살때 일을 기억해?"
"전.. 어렸을적 기억이 너무나 또렷해요.
그래서... 슬퍼요- "
"문희준 답네.."
"뭐가요?"
"한강에 고래가 산다고 생각하는 엉뚱함이나.
어렸을적 일을 모두 기억하는거나..
너 다워."
"문희준 다운게 뭐죠?
나다운게 뭔데요?"
"문희준은 문희준다워-
이 세상에 문희준은 단 하나 존재하니까.
더울땐 머리카락을 털며 짜증내는것도 문희준답고.
눈물이 날때 그 쿤눈으로 눈물을 삼켜버리는것도 문희준다워..
한강철교에 전철이 지나갈때 5분동안 몇대가 지나가는지 세는것도 문희준 하나뿐일테구.
사랑하는 사람을 쳐다볼때 얼굴을
눈,코,입 순서대로 하나씩 훑어보는것도 이세상에 문희준 단 하나뿐이야.
넌 너일뿐인거야. 특별히 정의내리려 하지 않아도 되고,
뭔가의 틀에 널 가두려 하지 않아도 돼..
문희준다운게 가장 너다운거야.
그리고 난 그런 문희준이 좋아-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문희준이!"
다가오는 우혁의 손길에 희준은 두눈을 살며시 감았다.
안개가 스며드는 새벽공기는 차갑지만
우혁의 손만은 따뜻하다.
아니..
그의 입술도 따뜻하다.
희준의 입술을 감싸는 우혁의 입술이 따뜻하다.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바지자락을 잡고 부끄러워하던 희준의 손이 자연스레
우혁의 등에 올라가 어깨를 살며시 잡는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잠시 휘청이는 희준을 우혁이 받쳐든다.
촉촉한 희준의 혀를 쉽게 놓아주지는 않을듯 싶다.
story9. 내 모든걸 당신께 말해주고 싶어 작은 마음 드리리라
희준의 집앞에서..
희준을 보내주기가 싫어서 이말 저말을 계속 생각해내고 있는 우혁이었다.
"너 처음에 나 봤을때 기억나?"
"음.. 도로에서 봤을때요?"
"그래."
"나 차 태워줘서 고마웠던 기억나요."
"난 그때 무척 삐졌었는데!"
"선배가요?"
"그래."
"왜요?"
"장우혁을 모르는 애도 다있구나!
나름데로 국민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흠.."
"풉-
그것땜에 삐쳤다구요?"
"그것땜에라니!
야, 자기랑 같이 영화찍을 파트너도 못알아본 너한테 문제가 있는거지!"
"솔직히..
이 세상에 별로 관심 없이 살았어요."
"관심?"
"이 세상은 내가 살기에 너무 매마른곳이니까요- "
"나는?"
"...네?"
"나때문에라도 이 세상 살아볼만하지 않아?
이제부턴 이 장우혁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 관심 가져볼만 하지 않냐고..
이젠 너 혼자가 아니니까!"
"선배.."
"앞으론 내가 늘 네 곁에 있을거니까.
언제 어디서든 널 바라보고있는 내가 있을테니까..
내가 사랑하는 니가 이렇게 날 바라보고 있고
니가 사랑하는 내가 이렇게 네 앞에 있으니
이 메마른 세상 한번 살아볼만하지 않겠어?"
희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살풋 웃어주는 우혁이..
그렇게 다정스러울수가 없다.
"선배는 참..
사람 감동시키는 말만 해요."
우혁의 말에 눈물지으며 품에 안기는 희준이..
그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없다.
#그대의 머리, 그대의 몸짓, 그대의 행동은
한폭의 그림처럼 눈부시다.
한줄기 바람이 맑은 하늘을 스치듯이
아름다운 미소가 감도는 그대의 입술
그대의 손짓 하나로 해가 떠오르고
그대의 미소 하나로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데
나는 도저히 눈을 뜰수가 없다
너무나 눈부신 그대의 눈빛
나는 그대의 수호천사
내 영혼은 이미 그대의 것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화석처럼 영원하기에
나는 모든것을 바친다.
인터뷰 스케줄이 잡힌 한 까페안.
희준과 우혁은 약속시간보다 미리온 관계로 신문기자를 기다리게 되었다.
"뭐 마실래?"
"레모네이드요- "
"난 그거 셔서 못먹겠더라.."
"왜요? 달콤한데.."
잠시후, 희준의 앞에는 레모네이드 한잔이.
우혁의 앞에는 홍차가 놓여졌다.
"윽.. 난 홍차가 더 싫어욤.
레몬홍차는 좀 먹겠는데..."
인상을 찌푸리는 희준이 귀여워 그런 희준을 보며..
우혁은 미소를 짓는다.
"내가 그렇게 여자같이 생겼어요?"
"니가 아직 덜 자라서.. 목젖도 잘 안보이구.
목소리도 미성이라서 다들 오해를 하는거야..
피부는 여자보다 더 하얀데다가 머리까지!
오해 살만 하지~"
"이번에 장우혁씨와 같이 호흡을 맞추어 보았는데
장우혁씨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요?"
"따뜻한 사람이요..."
"장우혁씨는 카리스마와 냉소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고 정평이 나있는데,
따뜻하다는 좀 의외의 대답이네요- "
"맞아요. 카리스마도 있고 냉소적이예요.
그리고 따뜻해요..
그게 장우혁이예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우혁이요..
장우혁은요....."
"인터뷰 다 했어?"
끄덕끄덕..
"많이 피곤했나보네- "
"힘든 질문만 하더라구요.."
"뭘 물어봤는데?"
"장우혁을 한마디로 표현해라.. 뭐 이런거- "
"쿡- 그게 힘든질문이야?"
"장우혁을 어떻게 한마디로 표현해요.."
"뭐?"
"아.. 졸려. 나 잘래요..."
"그래서?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몰라요- 나중에 잡지 나오면 사서 봐요.
으... 눈감긴다~"
"문희준 곤란하면 꼭 졸린다 그러지?"
"나 진짜 졸려요~ 나 먼저 잘께요.."
"훗- 문희준 너!"
희준이 녀석이 오늘은 내 오피스텔에서 잠이 들었다.
원래 데리고 놀려고 데려 온건데..
요즘 인터뷰니 시사회니 이것저것 피곤해서 그럴것이다.
잠든 녀석의 귓볼을 만져본다.
눈썹도 검지로 쓰다듬어 보고..
어렸을적 엄마가 그렇게 해주면 잠이 잘 왔던것 같다.
"잘자라.. 아기야- "
아기같이 잠든 녀석을 보면..
나까지도 세상에 물들기 전으로 돌아갈듯 싶다.
침대옆 작은 테이블위에 우혁의 동글동글한 글씨가 적힌 노란 종이쪽지가 눈에 들어온다.
-나 오늘 아침스케줄 있어서 먼저 나간다.
일어나면 식탁에 차려놓은걸로 배좀 채우고..
귀찮아도 먹어야해.
일어나는데로 전화하고.. 목소리듣고 싶다.
너무 곤히 잠들어 있어서 깨우지 못하고 나왔어.
목소리 듣고 싶다.
꼭 전화해!-
"여보세요?
지금 촬영해요?"
"아니.. 지금 잠시 쉬는시간이야- "
"저 새삼 모르게 잠든거 있죠..
선배 침대에만 누우면 잠이 와요-"
"쿡.. 침대를 바꾸던가 해야지원...
맨날 너 자는 모습만 볼수도 없고."
"맨날이요?"
"어, 나 지금 촬영 들어간다.
이따가 저녁에 마저 얘기하자!
저녁에 우리 잘가는데로 나와- "
"예, 알았어요.
녹화 잘해요!"
"고마워~ 쪽!"
그렇게 대기실에서 쪽- 소리가 나게 전화기에 대고 뽀뽀하면
주위사람들한테 창피하지도 않은지..
희준은 오히려 자신의 얼굴이 붉혀짐을 느낀다.
일요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신이난 희준이였다.
욕실에 들어가 세면대 위에 분홍빛 칫솔컵을 기분좋게 바라본다.
사이좋게 담겨져 있는 두개의 칫솔이 보인다.
거울속에 웃고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예쁘게 보이려 머리도 매만지고.
옷장한켠에 걸려있는 우혁이 사준 하늘색의 남방에 청색 멜빵바지를 입고
신발장을 뒤적거려 제일 작은 우혁의 구두 한켤레도 꺼내어 신었다.
우혁을 만나러 약속장소로 나왔다.
연예인들이 많이와 별 부담이 없는 레스토랑..
식당 메니져가 안내해주는 데로 걸어가보니
우혁이 예약해두었다는 자리가 보인다.
가장 구석진 자리-
자리에 앉아 시계를 올려다 봤다.
녹화가 늦어지나..
테이블위에것들에 시선을 두고 가지고 놀것을 찾다가..
성냥깍이 손에 잡힌다.
성냥깍속에 든 성냥들을 죄다 털털 털어내어
테이블위에 글씨를 써본다.
-문 희 준 바 보-
네모를 45도 틀어 마름모꼴의 'ᄋ'을 만들고..
곧 흐틀어버리더니..
-장 우 혁-
이라고 나열한다.
선배한테..
장우혁한테 난.. 적어도 성냥은 아니길 바란다.
불을 붙일때만 필요하고
한번 쓴뒤엔 버려지는..
성냥은 아니였음 좋겠다.
순식간에 뜨거워졌다가 순식간에 꺼져버리는 성냥은 아니길 바란다.
손바닥을 펼쳐 성냥개비로 불을 붙이듯이 긁고 있을때였다.
"그렇게 하면 불이 붙어?"
"어, 선배.."
"내가 많이 늦었지?"
"아니요.."
"아니긴 얼굴에 나 10분만 더기다리다 갈려고 했어요!
라고 적혀있는데~"
"내가 선배 안기다리고 갈 사람으로 보여요?
치.."
"훗.. 뭐 먹어야지?"
한참 오늘 촬영 얘기를 나누며 저녁을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을때였다.
"너 나랑 같이 사는게 어때?"
"네?"
너무나 갑작스런 우혁의 물음.
"우리.. 동거하자!"
"네?"
희준은 놀라 네? 란 물음만 반복할뿐이였다.
story10. 나는 항상 그대의 마음곁에 있어 소중한건 너이기에
"네?
전 아직 학생이고.."
"우리집에서도 학교는 다닐수 있어."
"아직.. 아직 난..."
희준은 아이스크림을 푸던 수저로 접시를 콕콕 찍어본다.
"선배한테 피해가 가면 어떻게 해요?"
"그게 다야?"
"네?"
"그런 걱정이라면, 문제없어-
지금도 일주일에 몇일은 니가 놀러오긴 하지만..
나 너랑 매일 같이 있고 싶어.
어짜피 맨날 영화스케줄도 같은데 함께 움직이면 좋잖아!"
"난 한번도 생각 못해봐서.."
"지금부터 생각하면 되지!"
씨익 웃어버리는 우혁때문에..
함께 웃어지게 되는 희준이다.
"선배는 세상일이 그렇게 다 쉬워요?"
"내가 다 쉽게 보는것 같아?"
"글쎄요.. 저보단-
저보다는...
긍정적인것 같아요."
"음..
한가지 어려운것도 있어. 딱 하나- "
"뭔데요?"
"문희준에 대해서는!
너에 대한 일에서 만큼은 쉽지가 않아..
봐- 지금도 너한테 허락맡으려고
이렇게 노력하는 나좀 보라구.."
"풋-
그럼 그건 어려운게 아니네요.."
"왜?"
"제가 언제 선배가 하자는일 싫다고 한적이 있어야죠..
전 선배가 하자는건 다 좋아하는데요 뭘~ 쿡- "
"그럼 동의 한거다!
와~ 문희준과 장우혁은 인제 같이 산다~!"
"소리지르지 마요! 누가 듣겠어요!!"
"들으라지 뭐!"
"선배!"
"하하.."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차마 말하지 않아도
촉촉하게 젖은 그대의 눈빛은 이미 고백하고 있습니다.
눈 뜨고 있으면 그대의 환상이 떠오르고
눈 감고 있으면 그대의 꿈을 꿉니다.
그대와 나는 이미 하나입니다.
이제 희준이와 함께 동거한지도 한달이 다 되어간다.
"희준아~ 아침먹자!"
아침을 차려놓고 녀석을 깨우러 가는 이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아, 함꼐 목욕할때도 있었지.. 쿡-
"나 5분만 더 자구요..
어제 시험 공부하느라 늦게 잤단 말이예요~"
"알아..
난 너 잔다음에 잤어!
얼른 일어나.
오늘 시험 중요한 거라며,
빨리 아침먹고 한자라도 더 봐야지!!"
"선배 언제부터 잔소리꾼 다 됐어요?"
"너한테 배웠어,
자 얼른 일어나!"
침대에 파묻힌 녀석의 손을 잡고 당겨 일으킨다.
"우.. 눈이 안떠져요..."
"내가 눈뜨게 해줄까?"
우혁이 침대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희준에게 다가가
키스한다.
부드러운 우혁의 혀가 희준의 혀를 감싸고..
알싸한 치약맛이 나는듯 하다.
우혁의 물 묻은 차가운 손이 희준의 티셔츠 속으로 들어가고-
"윽.."
희준의 눈이 번쩍 뜨인다.
"쿡쿡... 이제 떠지지?"
"모.. 몰라요- "
얼굴을 붉히며 화장실로 바삐 걸음을 옮기는 희준이다.
이제 적응 했을법도 한데..
아직까지도 등한번 쓸어내린거에 저렇게 민감해 하는 녀석의 모습이라니..
쿡..
귀엽다.
"오늘 시험 꼭 잘봐- "
"야, 문희준!"
시험이 끝나자마자 책상에 엎어져 모자란 잠을 보충하던 희준을 누군가
깨운다.
책상을 발로 툭툭 차면서..
"..?"
희준이 고개만 빼꼼이 들어 올려다본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에 얼굴은 보이지 않고..
검은 실루엣만 들어오는데..
눈이 부셔서 눈살이 찡그려진다.
"자! 이거."
"이게 뭐야?"
"선물."
"선물?"
희준에게 커다란 빨간상자 하나를 품에 안겨주고 금새 사라져 버린 한 아이.
-니가 좋아. 그러니까 너도 나 좋아하려고 노력해봐.-
"훗.. 뭐야이거?"
상자를 열어보니 희준의 얼굴을 점묘화로 일일이 새겨 그린 그림이 액자에 담겨있고.
-윤지호- 라는 이름석자가 눈에 띄는 카드가 함께 들어있다.
"노력? 지랄하네!"
"뭐? 그녀석이 널 좋아하는것 같다고?"
"같은게 아니라.. 날 좋아한다구요... 후~"
"뭐가 그렇게 한숨 쉴일이야?
너 팬인가 보지 뭐~ "
"징그럽게.. 남자가 팬은 무슨."
"널 좋아해주면 좋은거지!
야, 싫어하는것보다는 나은게 당연한거 아냐?"
"싸이코면 어떻게 해요.."
"에이~ 설마."
아무래도 설마는..
사람을 잡으라고 있는 말인것 같다.
윤지호라는 녀석은..
그후로 등교길이건 하교길이건 희준의 뒤를 붙어 다녔다.
그래서 오늘은 태식에게 데리러 오라고 전화해 벤을 타고 온 희준이다.
벤에서 내려 오피스텔로 들어서려는데..
집앞에 서있는 우혁의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녀석이 보인다.
"어? 희준아- 지금와?"
"꺼져."
딱 그 한마디만 남긴체 희준은 들어가버렸다.
다음날.
오늘은 태식이 희준을 태워다 줄수가 없었다.
희준이야 아직 정식데뷔도 하지 않아 가끔 협찬사의 화보촬영이 다지만..
우혁은 활동이 왕성한지라 지방스케줄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우혁과 태식은 새벽같이 지방으로 내려가 버렸다.
희준은 혼자 터벅터벅 길을 걸어간다.
왠일로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쳇, 진작에 그럴것이지!"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발걸음이 가벼워진 희준이다.
"음.."
또 무언가에 호기심이 생긴 희준.
학교앞에 있는 육교에서 걸음이 멈춰진 희준이였다.
이 계단은 총 몇개일까...?
희준은 한계단 한계단 새기 시작한다.
"빵- "
클락션 소리에 놀라 여태 센수를 잊어버렸다.
"아씨! 30뭐였더라..?"
다시 맨 밑으로 내려가 수를 새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계단을 다 센뒤 육교를 건너 이제 반대편의 내려가는 계단을 새기 시작한다.
"80. 81. 82. 83.."
"지각이다~!"
뒤에서 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거 같긴 한데..
갑자기 희준의 옆을 팍- 스치고 뛰어가버린다.
"어,어?"
아래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 순식간에 중심을 잃은 희준은
휘청이다가 두어계단을 미끄러져 넘어진다.
"아야!"
아무래도 발목을 삐었다는 느낌이 든다.
복숭아뼈 부근이 뻐근하게 느껴진다.
"자, 업혀!"
어디선가 나타난 그녀석이 희준의 앞에 몸을 수그리고 앉아 업히라는 자세를 보인다.
"됐어. 필요없어."
말은 그렇게 했는데.. 꼼짝도 할수가 없다.
육교를 내려가는것뿐 아니라 학교앞까지 걸어가는것이 무리라고 판단이 선다.
"업혀."
"너까지 지각하지 말고 혼자가."
"싫어."
하는수없이 못 이기는척 녀석의 등에 업혔다.
"밥좀 먹고 다녀라.
무슨 책가방 메는 기분이야.."
지호는 희준을 업고 양호실로 향했다.
"고맙다."
"너.. 왜 그사람이랑 같이 살아?"
"내가 대답할 이유를 못느끼겠어."
"널 불행하게 만들거야."
"난 너만 내앞에서 사라지면 충분히 행복할꺼 같은데!"
"곧 너도 날 좋아하게 될거야..
오늘.. 모두앞에서 증명해보이겠어!"
"무슨말이야?"
"말그데로야- "
희준은 그녀석이 양호실을 나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있다가 문이 닫히고 나서야
침대에 몸을 뉘이며 낮게 욕지거릴 뱉어낸다.
"미친놈..."
그녀석때문에 그나마 몇일 안나가는 학교가 정말 오기 싫어지는 희준이다.
발을 조금 절룩거리며 교실문을 열고 들어섰다.
희준이 다니는 학교는 남녀공학.
처음 희준이 예상했던것은 남자건 여자건 모두 내숭떠느라 바뻐서 정말 조용할줄 알았었는데..
희준이 막 들어선 작은 사각의 공간안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여자아이들의 수다떠는 소리는 귀가 멍멍할정도고 남자아이들은 교실안에서 축구들을 하겠다고
다들 요란스럽다.
그중에 서로 섞여서 애정행각을 버리는 아이들도 있고...
희준이 자리를 찾아가려 3분단과 4분단 사이를 천천히 한발씩 걸음을 옮기고 있을때였다.
"읍- "
갑자기 희준의 앞에 나타난 지호는 희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강제로 맞췄다.
희준은 주먹으로 지호를 때려도 보고 밀쳐도 보지만 희준의 양볼을 힘주어 감싸쥔 지호는 놓을생각을 안한다.
반아이들은 모두 넋이 나가있었다.
입안에 든 사탕이 떨어진지도 모른체 놀라 입벌리고 앉아있는 여학생도 있었고..
그와중에 휘파람을 부는 짖궃은 남학생도 있었다.
정적이 흐르는 교실...
당황해서 헛주먹질을 하던 희준은 곧 지호의 복부를 세게 날렸다.
"윽.. 희준아..."
"쫘악- "
희준의 왼손이 지호의 오른쪽뺨을 내려쳤다.
"또한번 이런짓 하면 죽여버린다..."
희준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작은 떨림도 없었다.
수근거리는 아이들.
희준은 모두 자신과 이녀석에게로 꽂힌 시선들이 너무나 싫어 교실을 나가버렸다.
오늘 상처입어 부어오른 희준의 발목처럼.
희준의 마음 한켠에도 조금 쓰라린 상처가 남았다.
"RRRR..."
희준은 눈을 감은체로 침대에 쓰러져 누워있었다.
조금있음 그냥 끊기겠지란 생각으로..
전화벨이 꽤 오래 울린다.
귀찮은듯 눈을 뜨고 전화기를 노려본다.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기위해 쇼파옆 테이블까지 느린걸음으로 다가갔다.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선배..."
"넌 나 보고싶지도 않은가 보구나!"
"....."
"어? 정말 그랬나 보네- "
희준은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그냥 또 눈물이 난다.
"여기 디게 심심하고 재미없다!
아무래도 니가 옆에 없어서 그런가봐..
니가 옆에서 쫑알거려야 내가 힘이 솓는데, 하하.."
희준은 밝은 우혁의 목소리를 잠자코 들으며
지금 우혁은 이런 자세로 이런표정을 짓겠지..
라고 혼자 생각하며 살포시 웃는다.
"왜 아무말이 없어? 무슨일 있는거 아니지?"
"...네"
"너 지금 나 보고 싶어서 울고 있지?
내눈엔 훤히 다 보여!"
"풋.. 선배 정말 귀신이네요- "
"오늘 하루종일 촬영없을때마다 이어폰 귀에 꽂고 들은 노랜데..
너무 좋아서 너 들려주려고 막 가사외웠다!
아직 다 못외우긴 했는데.. 흠흠.
들어봐~ "
전화기 넘어로 흠흠.. 거리고 목소리 다듬는 소리가 들린다.
"쿡.."
또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를 우혁을 떠올려보며
웃음을 참는 희준이다.
전화기 넘어로 우혁의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보고싶어요 투정부리던 그대를..
보고싶어요 내게 기대 잠든 그대...
난 기다림조차도 큰 미소로만 가득 채워준 그대를
웃어보아요 그대는 그게 예뻐요.
내가 말하면 얼굴을 가리곤 하던
날 너무나 기쁘게 했던 그댈 다시 눈뜰수 없나요..
나에게만 썼던 그 말투
나를 닮은 그대의 습관까지도
두눈을 감아도 이젠 그대 얼굴 그릴수는
없지만 정말 너무 보고싶어요...
그댈 너무 보고 싶어요....."
주르륵..
희준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때? 노래 좋지?
아직 1절 밖에 몰라. 내가 다 외우면 그때 끝까지 다 불러줄께~
자, 내 자장가 들었으니까 좋은꿈꾸고..
우리 아기.. 내가 옆에 없어도 잘 자야돼!"
"선배도.. 잘자요."
"희준아..
아.. 끊기 싫다. 밤새 통화할까?
정말 보고싶다.
...잘자."
전화기의 먼감이..
희준에겐 우혁에 대한 그리움으로 더욱 크게 다가온다.
"선배, 아직 끊지마요!"
희준은 끊기려던 전화를 붙잡는다.
"사랑..해요..."
수줍은듯 떨리는 작은 목소리로 고백하는 희준의 목소리가 우혁의 귀에 와 닿는다.
"나도.."
#아름다운 그대여, 오직 단 한번의 만남이었지만
우리의 사랑은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창백하고 푸른달이 밤을 지키듯이
나는 그대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대는 이미 나의 전부이기에-
[조규만의 보고싶어요...를 듣다가 너무 좋아서.
들어보세요. 꼭..
지금 시간이 새벽 3시 반이네요-
감상주신 울트라 준혁님, 부활님, 여우별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부활님 많이 다치신건가요? 빠른 완캐를~ (벌써 완캐하셨을지도..;)
한나야.. 해피엔딩이야.
제목을 보아두.. 해피같지 않니?
설마.. 늪에 빠져 죽기야 하겠어! ㅡㅡ;;;
오늘도 저의 소설을 클릭해주시는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만 1023이의 수다를 마칩니다.]
장우혁이라는 늪에 빠져 보셨나요? -하
story11.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FROM. 윤지호)
영화 촬영이 막바지로 접어든 어느날.
"이감독, 아니 이걸 어떻게 3일만에 완성하라는 거야!
우리가 무슨 슈퍼맨도 아니고.."
"부탁좀 드려요~ 김실장님 실력을 아니까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드리지요!
하하.."
"무리한 요구인지는 아는거야?!"
"실장님 이름이 달리 인철이겠어요? 인철을 거꾸로 하면 철인 이잖아요, 철인!"
촬영장 분위기가 꽤 즐겁게 무르익고..
희준은 잠시 쉬는 시간동안 우혁과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선배 그거 알아요?
하늘에 떠있는 별이 이미 죽은 별일수도 있데요!"
"그래? 왜?"
"별의 빛의 속도가 몇억광년이니까 이미 죽은 별의 빛을 우리가 보고 있을수도 있데요..
신기하죠?"
"희준이 넌 참 호기심도 많고..
신기한것도 많고..."
"안 재밌어요? 난 이얘기 듣고 디게 쇼크 먹었었는데.."
"풋.. 그 죽은 별이 너랑 무슨 상관이 있는것도 아니잖아?"
"난 별보고 소원비는데.. 이미 죽은별에 소원빌면 효과가 하나도 없을꺼아녜요!"
"소원? 무슨소원?"
"소원은 말하고 다니면 안이루어진데요!"
"야~ 나한테만 말해줘, 살짝!"
"에이~ 안돼요. 어, 간지럽히는게 어딨어요! 꺅~"
두사람이 쇼파에 앉아 장난치고 있는 사이 테이블위에 올려져 있는 희준의 핸드폰이
요란한 진동소리를 내며 울린다.
"왜.. 네곁에...
나면 안되는거지?
왜 그사람이여야 하냐구..
내가 남자라서 그런거라면.
그도 남자잖아."
"맞아. 하지만 넌 윤지호지 장우혁이 될수없어.
단 한순간도..."
"내가.. 어떻게 해줄까?
내가 어떻게 해줬음 좋겠어?"
"차라리 죽어버려."
죽어버려...
"또 그애야?"
끄덕끄덕..
"스토커 수준이면 아예 경찰에 신고를 하구.."
"아녜요. 이정도로 말했는데..
이러다 말겠죠 뭐."
희준은 핸드폰의 베터리를 아예 빼버린다.
"자, 촬영들어갑니다~!"
"희준아 가자."
우혁이 네민 손..
우혁의 손을 꼭 잡는다.
놓고 싶지 않아요...
이손을..
놓고 싶지 않아.
선배를.
늦은 가을비가 내리는 어느날이였다.
시계가 9시를 넘기도록 연락이 없는 희준이 걱정되어 쇼파에 앉아있지도 못하고
안절부절인 우혁이다.
토요일은 수업도 빨리끝나고, 오후에 특별히 스케줄도 없는데...
핸드폰의 단축키를 눌러 녀석에게 전화를 건다.
"....."
내내 꺼져있던 녀석의 전화가 드디어 받는다.
"여보세요?"
녀석의 대답이 없다.
"열차가 곧 도착하오니..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 웅- 하는 기계음이 들린다.
우혁은 풀립을 닫고 차키를 들고 집을 뛰어 나간다.
이시간에.. 대체 지하철역에서 뭘 하고 있는거야!
희준은 안전선 바깥으로 한걸음 한걸음 옮겨..
블럭끝에 섰다.
"열차가 곧 도착하오니..
안전선 밖으로- "
희준은 물에 젖어 자꾸 감기는 눈을 깜빡여 본다.
멀리서 불빛이 보이고..
지하철이 들어온다.
"쏴아악- "
바람소리가 귀를 울리는데..
누군가 희준의 손을 확 낚아 챈다.
힘에 의해 희준이 휙 뒤로 돌아서게 되고..
느린그림처럼 돌아가는 희준의 모습..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과... 눈물.
"희준아- "
우혁이 눈앞에 서있다.
"선배..."
희준은 우혁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몸을 의지한체 다리에 힘을 풀어버린다.
"무슨일인지 물어봐도 돼?"
바깥의 빗소리가 들리고..
자동차의 와이퍼 움직임이 들리고..
비에 흠뻑 젖은 희준에게 우혁이 물었다.
"무슨일이야?"
"죽었어요.. 그애가.
죽어버리라고 했더니...
정말 죽어버렸어요-
선배.. 나 이제 어떻해요!
내가 죽인거예요.. 내가..
흑.. 그 미친놈이, 죽으란다고..."
"괜찮아.. 니 잘못 아니야.
울지마. 괜찮아.. 괜찮아.
우리 희준이 많이 놀랬구나.
그래도.. 이렇게 비맞고 다니면 감기 걸려.."
"우리 엄마도..
나 때문에 죽었는데-
난 재수없는 아인가봐요.
다들 나 때문에 죽고.."
"그런 나쁜 생각이 어딨어! 너 때문이 아냐.."
"아녜요... 다 나 때문이예요..
내가..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예쁜 미혼모가 한명 있었어요.."
라는 말로 녀석의 출생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파랗게 질린 입술이..
추위에 덜덜 떨리는 입술이...
하지만..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녀석을 안아줄수도..
함께 울어줄수도...
녀석의 아픔을 듣는것밖에 할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녀석의 과거따위
깨끗이 지워주고 싶었지만..
나는..
할수가 없었다.
내가 해줄수 있는 일이 아니였다.
그래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심장 한구석이..
아려왔다.
"우리엄만 원치않는 아길 가졌어요.
세상사람들은 그렇게들 부르죠-
아빠가 없거나, 아빠가 누군지 알수 없는 아이들의 엄마를
미혼모라고.. 그렇게들 부르죠...
우리엄만 날 낳고 고통스러워 하다가.
내가 다섯살이 되던해에
날 낳은날 지하철 선로에 뛰어 들었어요.
태어난날을 저주하라고..
나보고 그러라고,
훗- 그랬나봐요.
나의 출생을 죽는날까지 비관이라도 하라고.
왜 그렇게 엄마를 괴롭혔냐고
그래서 넌 혼나야 된다고.
날 이 세상에 혼자 남겨두고
그렇게 뛰어내렸나봐요..
어려서..
다 잊어 버릴줄 알았는데
어느순간-
다 떠올라버린 느낌.
그거 알아요?
정확히 다섯살때부터의 기억이 모조리 난다고 하면..
믿을수 있어요?
엄마가 뛰어내리는 장면따윈 기억이 안나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아직도 내 귀를 울린다면
믿어줄래요?
그때..
울지도 않았던 날
이해해줄수 있어요?
난 엄마가 날 사랑하는줄 알았는데..."
희준의 눈물이 쉴새없이 흐른다.
울먹이던 목소리는 이제 쉰듯이 작게 갈라진다.
"외삼촌에게 입양되었어요.
그런데..
엄마도 버린 나 따윌-
사랑해줄리가 없잖아요..
숙모가 날 이뻐해줄리가...
없잖아요."
희준은 흐느껴 우는것이 이제 힘에 벅차 보였다.
"난 아무래도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봐요- "
자신이 태어난것에 대해 여지껏 죄책감에 시달렸을 아이..
평생 무거운 짐을 가슴에 이고 살아갈 아이..
녀석의 말에..
나와 동거를 처음 시작했을때-
집을 나온다는 녀석에게 별 반응이 없던 그들이 떠오른다.
난 희준이가 부모에게 별 사랑을 못받고 자랐다고만 생각했다.
이렇게 이쁜 아일..
어떻게 그렇게 무관심한 눈으로 바라볼수가 있냐고-
이렇게 사랑할수 밖에 없는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수 있냐고-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또 묻고 싶다.
왜 이렇게 작고 약한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떠났는지를-
그리고 결심했다.
난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이 아이를 이 세상에 혼자 남겨두고
떠나지 않겠다고.
녀석을 지켜주겠다고-
반드시.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었다.
다시는 녀석이 혼자 슬퍼하지 않도록.
늘 곁에 있겠다고..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생긴것이다.
그녀석을 위해 할수있는일이-
#알고 있나요?
지금 내가 외롭고 힘든 건
당신을 향한 사랑이
여전히 타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그리운 건 당신의 미소
흐르는 눈물을 애써 닦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대가 흘리는 눈물은
내가 가야 할 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기에
사랑의 길은
둘이 손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것
이별의 길은
둘이 잡은 손을 잠시 떼어놓고 걸어가는 것
story12. 매일같이 널 그리며 살고 싶어요
새벽에 시작한 촬영이 벌써 낡이 밝아오는데도.. 끝날줄을 모른다.
"괜찮아?"
"선배가 나보다 분량 더 많아요.. 나까지 챙겨주느라 괜히 신경쓸 필요 없는데..."
"내가 널 신경 안쓰면 누가써!"
희준의 미소가 아직도 슬퍼 보인다.
"자, 다음은 우혁씨 개인컷 이예요!"
"나 찍고 올께~"
"조심해요!"
우혁은 엄지를 들어보이곤 씨익~ 웃는다.
"하나, 둘, 셋 쉬고 떨어지면 돼!"
준환은 2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연기를 할 우혁에게 시간차를 설명한뒤 카메라테스트를 해본다.
"밑에 매트리스만 믿는다!"
우혁은 건물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가 셋을 세고 떨어졌다.
매트리스에 우혁의 몸이 부딪히며 쿵- 하는 마찰음이 생긴다.
"컷! 자, 촬영끝~ 수고했어, 다들 철수해~!"
준환의 말이 끝날때까지도 우혁은 매트리스에서 일어날줄을 모른다.
지켜보고 있던 희준은 주위를 둘러보아도 모두 우혁에게서 무관심일 뿐이다.
"선배~"
놀라 소리치며 세트장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희준.
스텝들은 풉- 하고 웃음을 참으며 모두 세트장비들을 챙겨 나간다.
"괜찮아요? 눈 좀 떠봐요!
태식이 아저씨이~! 선배 다쳤나봐, 다들 보지만 말고 일로 좀 와봐요!!"
급해보이는것 희준뿐이다.
"흑.. 선배, 눈 좀 떠요!"
우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문희준, 이 울보야!"
"괜.. 찮은거예요? 흑..
나 놀리고... 난 정말..
선배 다친줄 알고.. 내가..."
희준은 우혁의 가슴을 작은 주머으로 치며 울먹이는데..
하도 울먹여서 뭐라 하는지 정확히 못알아들을 말들이다.
"우혁씨 장난에 하루이틀 속나요!"
지나가던 스텝이 울고있는 희준을 보며 재밌다는듯 말한다.
"야~ 장난이야!
문희준 바보! 이제보니 너 디게 순진하다~
생각보다 잘 속는데~!"
"나빴어요! 흑.."
스텝들이 모두 빠져 나간뒤 조명이 꺼진 어두운 세트장안에 덩그러니 남은 두사람.
우혁은 희준을 꼬옥 안아준다.
"우리 애기..
아.. 나는 왜 너 울리고도 기분이 좋은거지? 나 나쁜 애인인가 보다~"
"알긴.. 알아요?"
"쿡.. 내 얼굴 좀 봐봐..."
우혁은 희준의 볼을 조심스럽게 두손으로 감싸 고개를 들어올린다.
"흑.. 왜요?"
"그만 좀 울어.."
"선배가 사람 놀래키니까 그렇죠.. 끅."
"아니..
앞으로는 내앞에서 아니면 울지마.
혼자서... 미련하게 혼자 아파하지 말라고.
니가 울면... 내 심장이 아파.
여기가 아파서 죽을것만 같다고.."
마주앉은 희준의 왼손을 들어 자신의 심장으로 가져다 대는 우혁이다.
"니가 아파하면.. 여기가 너무 아파."
"희주니는.. 선배가 하지말라는건 안하는 이쁜애니까...
울지말라고 하면 안울께요!"
우혁의 목에 손을 두르고 우혁을 꼭 껴안는 희준이다.
"오늘 우리 잡지 촬영있지?"
이제 제법 가을의 싸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난 선배랑 잡지 촬영할때가 더 좋아요~"
"영화보다 쉬워서?"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희준.
"그럼 왜?"
"음..
선배랑 커플룩 입잖아요!"
"쿡- 난 또 뭐 특별한거라고.."
"특별하죠~! 솔직히..
밖에선 그렇게 못하니까- "
"자~ 둘이서 등을 맞대고 서서!"
사진 작가의 요구에 따라 등을 맞붙이고 선 희준과 우혁이다.
희준은 연노랑 빛, 우혁은 하늘색 빛으로.
같은 디자인의 남방을 맞춰 입었다.
아까부터 싱글벙글인 희준.
"이번엔 그자세에세 가위바위보 하는 포즈 취해봐요!"
뭐가 그리 좋은지.. 둘의 웃음이 끈이질 않는다.
"시선은 카메라 앵글이 있는 정면으로 두고,"
45도씩 틀은 고개가 희준은 조금 위로 올려다 우혁을 보고
우혁은 조금 시선을 아래로 내려 희준을 내려다 본다.
"두사람은 짠거야? 계속 똑같은것만 내내!
그럼 재미가 없지, 희준씨는 계속 주먹. 가위. 보 순으로 내고
우혁씨는 가위. 보. 주먹 순으로 내요!"
"어? 그럼 제가 계속 지는 데요?"
"선배가 져줘야죠~ 당.연.히!"
"어~ 문희준! 승부앞에선 애인이고 뭐고 없다 이거지?"
"쿡.. 당연하죠~"
"두분 수다 그만 떨고 카메라 보세요!"
"네~"
기분좋은듯 웃으며 대답하는 희준.
"선배.. 왜 자꾸 밀어요?"
"니가 먼저 밀었어!"
"제가 언제요?"
소근거리는 두사람은 서로 등에 힘을주어 밀고 당기고를 반복한다.
"쿡.. 선배 이럴땐 애 같아요~"
"내가 살다살다.. 문희준한테 애 같단 소리도 다 듣고!"
풉- 거리며 웃던 희준은 갑자기 등에 주던 힘을 확- 빼버렸다.
그바람에 힘주어 기대고 있던 우혁은 희준쪽으로 쏠려버리고..
희준과 넘어지는 꼴이 되었다.
"어, 이것도 괜찮은데~ 자연스러워요!"
넘어져도 재밌다고 웃고있는 두사람의 모습을 카메라가 놓치지 않으려
빠르게 움직인다.
"푸하하.."
스튜디오 안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무얼해도.. 둘이 함께라면...
즐거운.
우혁과 희준이였다.
story13. say I love you!
"선배..
그거 알아요?
선배는 나한테 사랑한단 말
잘.. 안해주는거- "
"어? 내가?
야, 그걸 꼭 말해야 아는거냐!"
희준은 기억한다.
우혁이 고백하는 자신에게 했던말을-
'사랑한다는말 그렇게 쉽게 하는거 아니야...'
나한테 그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워요?
난 듣고 싶은데..
선배의 엷은 낮은음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해주는
목소리가 너무나 듣고 싶은데...
"학교 다녀올께요!"
녀석이 교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문을 나선다.
"후.. 좋은 방법 없나?"
머리를 마구 헝클어 트리며 고민하는 우혁이었다.
희준이 그렇게까지 신경쓰고 있는줄 미쳐 몰랐던 부분이다.
잘못하면 감정까지 상하게 할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희준에게 뭔가 특별한걸 해주고 싶었다.
"뭐.. 특별한거 없을까요?
애인에게 해줄 이벤트 같은거..."
"음.. 뭐 까페 전체를 빌린다던가..."
"뭐 좀 기발하고 특이한 아이디어 없으려나.."
라디오 생방송중 노래가 나가는동안 DJ인 여자 탤런트와 의논중인 우혁이다.
"어쨋든 누군지 너무 부럽네요-
우혁씨 애인!"
라디오 방송이 끝나고 벤을 타고 나서는데..
몇몇의 팬들이 보인다.
"오빠 오늘 데뷔하신지 3년째 되는 날이예요! 꺄악~"
우회전하는 벤을 쫓아오며 소리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썬팅이 된 창문을 조금열고 밖을 둘러보니 아이들 사이로 여의도 담벼락에 온통
하얀종이로 -장우혁 축 데뷔 3년- 이라고 적힌 문구가 들어온다.
"아... 저거다!"
"깜짝이야! 갑자기 소린 지르고 그래?"
"태식이형, 빨리!
빨리 집으로 가자."
희준은 학원에 들렸다가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지친 발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영화촬영과 공부,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니 딱 죽겠는 희준이었다.
그전만 해도.. 공부든 뭐든. 희준의 의지로 다 관심밖의 일이였는데...
이젠 더이상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니다.
"난 가방끈 긴 애인이 조터라~"
라고 웃던 우혁때문에..
오늘은 졸린눈을 비비며 참고서를 팠다.
무거운 가방을 걸친 어깨가 아파온다.
"후- 좀 데리러 나오면 어디 덧나나.."
괜히 우혁에게 투정부리는 혼잣말도 해보고..
골목길부터 벽에 왠 하얀 종이들이 쭈욱 붙어있다.
"사랑해?
풋- 누구 애인인지 드럽게 좋겠네.."
그런데 발길을 오피스텔 쪽으로 옮기는데..
종이의 나열이 끝나질 않는다.
"우리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인가?"
엘레베이터에 타니 안에도 온통 사랑한다고 적힌 흰종이들뿐이다.
집앞에 멈춰섰는데..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다.
"아직 안들어왔나?"
라고 혼잣말을 하며 열쇠로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 적당한 위치로 손을 옮겨 스위치를 눌렀다.
깜깜한 실내가 금새 훤해 진다.
"나를 위한거라고? 웃기지마-
내가 누구 때문에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이제와서 나혼자 가라니!!"
"어서가요. 이번시간대를 놓치면 문이 닫혀 버릴꺼예요!
어서요.."
"당신 혼자 두고 여기서 못가. 아니 안가."
"제발.. 어서가요."
엘리시온은 왕자를 자꾸 밀어낸다.
"엘리시온~!"
"부디.. 행복하세요."
점점 X-35 모습이 흐릿해진다.
"엘리시온 나를 꼭 기억해!"
기억해..란 말이 메아리처럼 울리고.
X-35는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오케이, 컷!"
"감독님. 이제 마지막 장면만 남은거죠?"
"희준이 덕분에 촬영이 순조로웠어. 이 만한 여배우감을 어디서 찾겠어!"
"감사합니다- 감독님이 하나하나 쉽게 설명해주시니까..
요구하신데로만 하면 되니까 제가 연기하기가 훨씬 수월했어요~"
"뭐? 준환이형이 욕을 했다고?"
"선배... 재미없어요.."
"재미없어?"
"제발 그런것좀 하지마요."
"치.. 너 우끼려고 한말 아니다~
봐, 준환이형은 웃잖아!"
"감독님 웃어주지 좀 마세요~"
"준환형은 내편이야~
형~ 뭐 먹고싶은거 있어? 쿡쿡.."
우혁의 말에 두손두발 들어버리는 희준이다.
촬영을 마치고 단합대회겸 스텝전원이 단란주점 하나를 전세내었다.
큰 원룸안에 사람들로 꽉 차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가 한창이고, 한곡식들 노래 부르겠다고 난리다.
"야, 너 조명감독! 아까부터 끅.. 마이크 좀 놔라- 히끅!"
술에 잔뜩 취한 준환이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소리친다.
"아쒸- 우리 감독님은 나만 미워해! 나만!"
"우혁씨 노래좀 불러봐요~ "
"맞아.. 우혁씨 노래 들어보자!"
사람들이 갑자기 잠자코 술만 마시던 우혁에게로 시선이 꽂히고..
"어, 그래! 우리 우혁이가 노래 잘하지.. 나가얼른!"
준환의 손에 의해 그들 나름대로의 스테이지로 밀려난 우혁이다.
다들 기대감에 우혁에게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시끌벅적하던 룸안은 꽤 조용해졌다.
말없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 우혁은 앞으로 걸어가더니..
2028.
우혁이 꾹꾹 네자리를 눌른다. 반주의 시작과 함께 시선은 희준에게 고정시키고 마이크를 두손으로 꼭 붙잡고는 노래를 시작한다.
"너의 말들을 웃어 넘기는 나의 마음을 너는 모르겠지..
너의 모든 걸 좋아하지만... 지금 나에겐 두려움이 앞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너를 가로 막고는 있지만 날 보고 웃어주는 네가
그냥.. 고마울뿐이야.
너는 아직 순수한 마음이 너무 예쁘게 남았어~
하지만 나는 왜 그런지 모두가 어려운 걸!
세상은 분명히 변하겠지 우리의 생각들도 달라지겠지. 생각해봐..
어려운 일뿐이지. 나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을 때로는 외면하고 얼굴을 돌리는 걸
넌 느끼니.. 너를 싫어해서가 아니야...
너를 만난후 언젠가부터 나의 맘속엔 근심이 생겼지.
네가 좋아진 그 다음부턴.. 널 생각하면, 깊은 한숨뿐만-
사랑스런 너의 눈을 보면... 내 맘은 편안해지고
네 손을 잡고 있을때면. 난 이런 꿈을 꾸기도 해-
나의 뺨에 네가 키스할땐 온 세상이 내것 같아!
이대로 너를 안고 싶어.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일이 네 앞에 버티고 있잖아.
생각해봐.. 어려운 일 뿐이지.
네가 접하게 되는 새로운 생활들과 모두가 너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는 걸
알수 있니.. 너는 이런 내 마음 아는지...
조그마한 너의 마음 다치게.. 하긴 싫어. 이런는것 뿐이지-
어른들은 항상 내게 말하지... 넌 아직도 모르고 있는 일이 더 많다고....."
"에이, 자식~! 기껏 노래 시켜 놓으니까.. 분위기 다 망치네-
야 조명! 니가 분위기 좀 살려봐~ 남행열차!!"
"글쎄~ 그럴지도..
세상은 아직 험난하기만 한 곳이니까- 희준이 말대로.. 너무 메말랐으니까."
"기사때문에 그래요?
그거때문이라면..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신경은 니녀석이 더 쓰고 있잖아! 그런 걱정마!
난 니가 다칠만한 바보같은 짓은 안해."
"난 괜찮은데..
선배가 다칠까봐. 그게 두려운거예요.."
술기운이 오르자 머리가 아파오는 희준은 우혁의 어깨에 기대어 온다.
"넌 이렇게 나한테 기대기만 하면돼...
알았지?"
"....."
희준아.. 나도 어른이다.
니가 그렇게 싫어하고 증오하는 그 어른들중에 하나라고-
그래서...
너한테 한없이 창피하고 부끄럽고 그래..
내가 어른인게...
그리고...
너도 어른이 될것이라는 사실이..
참 슬프다.
노랫말 처럼..
난 너에게 말하겠지.
넌 모르고 있는 일이 더 많다고...
story14. 전화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문희준씨와 함께 동거하신다는데, 어떻게 된겁니까?"
우혁이 호주에서 씨에프촬영을 하고 돌아온 월요일.
인천공항안이 기자들의 질문과 후레쉬 터지는 소리.. 팬들의 고성으로 가득하다.
"같은 기획사라서 사장님이 집을 얻어주신것 뿐이구요.
함께 연기연습도 하고.. 문희준씨는 아주 좋은 파트너일 뿐입니다.
동거보다는 합숙이라고 하는 쪽이 훨씬 듣기 덜 거북 하겠군요- "
희준이녀석..
며칠째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다더니..
매스컴이 왜 하필 우리쪽으로 관심이 쏠렸데-
제길...
"자자, 비켜주세요!"
태식이 몸으로 기자들을 밀어내며 우혁을 벤에 태웠다.
"이지경이 될때까지 뭐한거야!"
"아씨.. 나두 그냥 호주나 따라갈걸~
여기서 아주 죽는줄 알았다.. 며칠전엔 그냥 단순한 스캔들인줄 알고, 기사 났을땐 그냥 넘어가면 되겠지 했는데.."
"희준이는?"
"그냥.. 집에 있지 뭐."
"이 좁은 땅떵이를 뜨던가 해야지..
말들만 많아가지고서는..."
"얼마전에 티지스에 조태준인가 뭔가가 발표한것 땜에 그래.
인제 아주 동성연애커플 밝히는게 유행인거 같다니까-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된건지... 쯧.
안생긴놈이 커밍아웃할땐 그냥들 넘어가더니만.
아이돌스타들은 그냥 끝장을 볼라고 하드만!
팬이란 년들이 문제야!
알았음 그냥 조용히 입닥치고 살아갈것이지..
너도 말 잘해.
니 말이라면 애들은 다 믿잖아.."
태식은 빨간신호가 파랗게 변할때까지..
우혁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에 바빴다.
"아씨- 몰라.
3년사이에 연예계가 아주 미쳐버린거 같아.
별걸 다 들쑤시고- "
오피스텔에 가기 두 블럭 전쯤..
벌써부터 아이들의 소리지르는 것이 귓전을 울리는것만 같다.
"형 잠깐만!"
우혁은 근처에서 먼저 내려버린다.
"우혁이가 너 데리고 오랬어 꼭!"
"나가기 싫어요..."
"아니라고 해 무조건!
너 평생 안나갈것도 아니잖아.."
결국 희준은 태식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오빠, 정말 우혁이 오빠랑 사귀는거 맞아요?"
"야, 안비켜?"
태식의 험상궂은 얼굴은 이럴때 참 용이하다.
"왔어?"
"왜 일루 오라구 했어요? 그냥 집으로 바로 오지..
많이 피곤할텐데- "
실내조명이 어두운 까페안에서 만난 두사람.
희준이 눈에 들어온 우혁을 보며 걱정부터 한다.
"그냥.. 맘 편히 니 얼굴 좀 보려구. 모자 좀 벗어봐- "
"...괜히 기자 눈에 띄면 어떻게 해요."
"넌 남의 눈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
"선배도..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니라고 그러고, 또 그냥 동료일뿐이라고 하는거잖아요..."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을뿐이야-
너 버틸 자신 있어?
사람들의 시선, 팬들이 퍼붓는 모욕. 다 이겨낼 자신 있냐구?"
"난..
선배만 옆에 있음 된단 말이예요..."
"내가.. 우리가... 다 말해버리고.
그럼 우리 어디 해외로 도피라도 할까?
지금 하는일, 친구, 동료들 다 버리고 어디가서 막일이라도 해서
돈벌고 살까?
그랬음 좋겠어?"
"왜.. 해보지도 않고...
도망만 치려고 하냐구요....."
"넌 세상을 아직 몰라.
현실을 직시하라고-
세상사람들이 너희 어머닐 벼랑끝으로 몰았던걸 생각해봐.
사람들은 그래.
자신들의 규칙에.. 보편적인 생각에 일치하지 않으면
모두 벼랑끝으로 밀어낸다는걸.
세상은 그런거야.
이해나 동정심 따윈 애초에 없어.
가식이나 위선을 떨면 모를까..
넌 어려서...
몰라."
두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엇갈린다.
"후-
넌 그냥 내 뒤에만 있어. 다른거 신경쓰지말고..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대중들의 단점이 뭔지 알아? 그들은 금방 잊어버려.
우리들은.. 그걸 이용하면 되는거고- "
왜 다들 나에게 모른다고만 하죠.
왜 다들 나에게 부딪히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고..
도망가는 방법만 알려주는거죠..?
난 부딪혀 벽을 깨고 싶단 말이예요..
상처가 나더라도..
많이 아프더라도...
왜 모른다고만 해요.....
왜 혼자만 짊어지려 하고
내 눈을 가려주려고만 하는거예요...
눈을 가린다고 보이지 않나요?
느껴지지 않나요?
난 생생히 기억하는데-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가려진 눈사이로..
날고있던 엄마를
기억하는데...
그래서...
이런 세상따위 관심 가지고 싶지 않다고 했었잖아요.
왜....
살고 싶은 집착을 만들어줘요..왜...
이제..
당신이 숨쉬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무관심해질수가 없게 되었는데.
왜 내 눈을 가리려고만 해요...
결국 매스컴의 극성이 승리로 돌아가..
기획사 사장과 의논끝에 기다리라는 우혁의 한마디만 믿은체..
희준은 우혁의 오피스텔을 나와 숙모의 집으로 다시 돌어가게 되었다.
"너 정말 사내자식이랑 바람 난거 아니지?
집안 더럽히는건 네 엄마 하나로 족해!
...쯧쯧..
이래서들 태생이 중요하다고 하는거야. 어디, 여자도 아닌 남자랑 스케들이나 내고 다니고!
내가 너 연예인 한다고 할때부터 알아봤어.. 지 엄마한테 물려받은거라곤 끼밖에 없겠지...
난 그 니 눈빛이 마음에 안들어."
대답할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외숙모의 말따위-
듣고 싶지않다.
희준의 멍해진 동공은 창밖을 향하고 있었다.
"너땜에 기자들 찾아와서 아주 귀찮아 죽겠으니 집을 얻어 나가던지 해.
너도 이제 19이면 성인이잖니, 여태껏 먹여주고 재워줬음 됐지..
은혜갚는것따위 바라지도 않으니 피해나 주지 말라고!"
저사람은..
내가 창피한거구나-
나와 같은 성을 사랑하면...
창피해야 하는거구나.
그런거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있는 난
슬픈게 아니라.
창피한거구나..
창피하다고 해줘야 하는거구나.
"내가 다시 전화할때까지 기다려...
후- "
우혁의 한숨소리가 전화기넘어로 들려온다.
"전화가 안오면요?"
"날 믿어."
"그래요.. 믿어요.
믿을께요...."
"우리.. 결혼할까?"
"..
어떻게요..."
"왜 못해..
외국으로 떠나버리면 되지."
"치..
언제는 싫다면서요..."
잠시동안 아무말 없이..
두사람의 숨소리만이 오고간다.
"선배..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요.
나..
괜찮아요."
"희준아.."
"네?"
"희준아..."
"..."
"희준아.
혼자두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늘 곁에 있겠다고 했는데..
미안하다.
널 지켜주겠다고 했는데..
미안하다.
늘 입버릇처럼 남들 상관없다고 해놓고..
미안하다.
잠시 회피하려는 날..
이해해 주겠니?
미안하다.
난 너에게 미안한거 투성이구나-
그래서 또..
미안하다.
우혁은 쇼프로그램 스케줄이 있어 방송국을 찾았다.
방송 녹화가 시작되고..
엠씨들의 예의 형식적인 인삿말과 질문들이 시작되고.
중간중간 목적지를 잃은 우혁의 시선이 허공에 떠있다.
"녹화 하느라 힘들었지?
우리 술한잔 하러 갈까?"
녹화가 끝나고 대기실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는 우혁에게 태식이 다가와 묻는다.
음악소리가 쿵쿵 울리는 술집 안에서..
바에 나란히 앉아 독한 양주 한병을 시켰다.
"많이... 힘들지?"
"그녀석이 걱정될뿐야- "
"니몸이나 먼저 추스려.
너 이렇게 건강 생각안해가지고
어떻게 스케줄 뛰려구 해?"
"아~ 다 싫어."
그때 나오는 생음악소리에 우혁이 멈추었다.
랩퍼들이 아르바이트겸 라이브를 뛰는 술집답게 강한비트의 노래들이 시작된다.
술집에 가득한 슬픈 멜로디가..
귀에 박히는 가사가..
눈물난다.
+ 비애2 +
사랑이 아냐 집착은 사랑이 아냐 집착은 사랑이 아냐 집착은 사랑이 아냐
[Ver.1]
결혼 둘이 하는게 아냐?쳇 그럼 대체 몇 명이나 생각 해야 하나?
알아.. 내 말뜻은... 하지만 그 중 누가 우리 행복을 책임지나 ?
말도 안돼는 관습과 악습 주의 시선 의식에 지쳤어 난..
너무나 우린 척 봐도 잘 어울리는 커플
사랑은 왔다 가고 사람은 변하는 법 시간이 흘러가면
상처도 아무는 법 그치만 이런 법이 어딨어 내게 넌 사랑
그 이상의 존재 일심동체 누가 뭐라건 우린 일생의 동지
최고의 커플 흔들리지 말자던 너의 입술과 눈물
너는 신이 내게 내린 선물 슬픈 질문.. 이제 난 뭘하지?
무슨 말을 할지.. 이제 매일 잠들기 전에 내일이 두려워
매일 잠깨자마자 날 괴롭히는 끔찍한 상실감과 외로움과 그리움
사랑해.사랑해..
[ver.2]
같이 있으면 됐잖아.. 도대체 뭐가 모자라?
내가 이렇게 하라고 저렇게 하라고 원한것도 없잖아?
볼 수 있는 위치에 만질수 있는 자기가 있는데..
뭐가 모자라? 제 아무리 부자라해도 살 수 없는 것들
돌아오지 않을 나날들 보내지 못해 몸부림치던 고통스런 시간들
이젠 기억 속에서 흐릿한 그대의 그 웃음들
그리고 니가 즐겨듣던 그 노래
그 노래 들으며 나는 아무도 몰래 숨어서 울래.. 그렇게 갈래?
왜 떠나야 하는데...니가 근래 너의 본래 모습이 아녔던건
다 무슨 이유길래? 말해 지금 당장 말해!
그렇게 그냥 가는건 우리의 추억은 없었던 일이 되고
너무나 먼 과거의 흐릿한 안개 속에 난 그저
또 다른 한 개의 사진일 뿐 너무 덤덤한 니 모습은
난 여태 몰랐거든....
"형..
확~ 희준이 데리구 도망이나 가버릴까?"
우혁의 혀꼬인 소리가..
그의 발걸음 마저 완전히 꼬여버렸다.
"하하.. 그래! 까짓것, 내가 뒷일은 다 책임질께~
튀어라, 튀어!! 하하하..."
"우리 불쌍한 희주니~ 히끅,"
"니가 더 불쌍해 임마!"
"아.. 그래 나도 불쌍하고.
그녀석도 불쌍하고.
너도 불쌍하고.."
"뭐! 너 지금 나보구 너라 그랬어?"
"훗, 그랬다! 어쩔래?"
"너 일루와~ 잡히면 죽어!"
"잡아봐! 하하하.."
숨이 차게 뛰다가..
분명 웃고 있었는데.
두불로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다.
너랑 내가 하는 사랑만 이렇게 힘이 드는거냐...
아님. 남들도 다 이렇게 힘든 사랑을 하는거냐...
story15. 장우혁이라는 늪에 빠져보셨나요?
"우혁아~ 신문봤어?"
"윽.. 왜 아침부터 시끄럽게 소린지르구 그래..."
아직 술에 덜깬 우혁이 쓰린속을 문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태식이 2차로 쏜다며 맥주캔 몇개를 더 사와 집으로 들어온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깨보니 아침이고..
자신은 침대에 널부러져 있었으며 태식은 거실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보니 까치집이 생긴 머릴하고 신문지 하나를 든체 소리치는 부시시한 태식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야! 가수 채희수가 마약 복용했데!!
한동안 스캔들은 잠잠 하겠다~ 대형스타가 사고 쳤으니.. 아싸~"
"어째.. 나보다 형이 더 좋아하네- "
"니녀석들 피마르는꼴을 옆에서 지켜보는 난 뭐 편한줄 알았어?!
이번에.. 아예 싹 들어가버리게 로비좀 할까?"
"뭐하러 그런 더러운 녀석들한테 비싼 술 사주고 돈을 찔러줘!
그럴 돈 있으면 형 엄마 치료비에나 보태!!"
"야.. 다 너 좋으라고 하는건데... 왜 흥분하고 그래, 짜식이.."
"우리나라 스포츠 기자를 다 굶어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병신 같은 기집애- 누구 좋으라고 약을해!
기삿거릴 아예 제공을 말아야지, 기자놈들 싸그리 남극에 버리고 왔음 속이 다 시원하겠네!"
"얼~ 장우혁! 국회에 나가볼태야?"
"장난 칠 기분 아니야.
건 그렇고.. 이제 좀 분위기 괜찮아 졌으니까, 희준이 데리고 와도 되겠다! 그치?"
"좋기도 하겠다!"
story16. 그럼.. 어떻게 하죠?
한바탕 홍역을 앓은듯.. 동성간의 스캔들로 뜨거웠던 각종 신문지상과 인터넷 홈페이지는
금새 다른 누군가의 또다른 이슈로 달구어졌고.
그 덕에.. 희준과 우혁에 대한 관심은 한꺼풀 수그러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