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부터 발끝까지
꽃씨 정해춘
전화벨이 요란 하게 울린다. 받고 보니 대전사는 둘 째 딸 미경이다
"엄마 서울 구경 갈까요?"
"무슨 서울 구경? "
"김 서방이 강의 하러 토요일에 서울 간대요. 같이 가서 남대문시장 구경해요.
4월달에 뉴질랜드 여행가시는데 필요한 물건도 사구요."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한다기에 금요일 저녁을 먹고 난후 대전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서부 터미널에서 내려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친절하게 웃으시며 묻는다.
"아주머니 어디 가시기에 기분이 그리 좋으신가요? "
" 딸하고 내일 서울 구경 가요. "
"좋은 곳 다 두고 하필이면 복잡한 서울로 구경을 가시나요? "
" 남대문 시장 쇼핑하려고요. "
"아주머니 인상이 너무 좋아 젊어서 남자 많이 울리셨겠네요"
기사님의 엉뚱한 농담에 지난 젊은 날이 주마등 같이 지나간다.
"잘 웃는다고 자기를 좋아해서 웃는다는 오해를 받은적이 여러번 있지요."
기사님과 이야기하는 동안 어느새 태평동에 사는 딸네 집 앞에 다와간다.
" 집에 가실 때 불러 주세요. 친절하게 모셔다 드릴게요."
기사님은 명함을 주시며 말씀하셨다.
딸네집에 들어와 사위, 딸, 손자 ,손녀 모여 앉아 택시기사님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웃었다.
토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 간단하게 준비를 하고 서울로 출발했다.
3월 중순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침 바람은 제법 쌀쌀했다..
사위는 운전을 하고 딸과 나는 뒷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기만했다. 어느새 서울에 다왔다고 해서 보니 10시가 되어간다.
사위와 목적지가 다르니 딸과 나는 지하철역이 보이는 곳에서 내렸다. 우리가 내린곳은
4호선 노원역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30분 정도 가니 회현역이 나오고 밖으로 나오자
남대문시장이라는 큰 간판이 보였다.남대문 시장에 들어서니 왁자지껄 요란한소리,
많은 물건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시장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자 관광안내소가 보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남대문시장 안내도를 받아들고 가까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1층에는 숙녀복 옷가게가 즐비하게 늘어섰는데 멋진 모자가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챙이 넓은 모자도 써보고, 연분홍 모자도 써보고, 보라빛 모자도 써보니
처음에 손이 간 챙이 넓은 꽃무늬 모자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딸아이
도 그 모자가 잘 어울린다고 한 마디씩 했다. 모자를 고르다 보니 그옆에 있는 바지도
자꾸만 눈이 갔다. 마음에 드는 바지를 골라 모자와 함께 계산을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 갔다. 2층에는 여러가지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아기자기한 액자, 손녀딸이 좋아할만한 인형, 각양각색의 시계, 화려한 자개로
꾸민 보석함, 크고 작은 주머니, 전통 문양이 새겨진 갖가지 장식품들...
곱고 예쁜 물건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쌓여있었다. 그중에서 여행갈때 화장품을 넣어가면
안성맞춤일 것 같은 색동누비주머니를 하나 샀다.
그리고 몇걸음을 옮기니 거기에는 예쁜 거울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예쁜 손거울 들고 내 모습을 들여다보니 거울 속에서 웬 모르는 할머니가 웃고 있었다.
깜짝 놀라 다시 보니 바로 내 모습이었다.
이렇게 늙은 내 모습을 까맞게 잊고,젊은 애들에게나 어울릴듯한 화려한 모자를 산
생각을 하니 멋쩍기도 하고 딸아이 보기도 민망한 생각이 들었다 .
그런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할까봐 서둘러 거울 값을 치르고 지하로 내려갔다.
도깨비시장이라는 낡은 간판이 보였다.화장품, 주방용품, 속옷, 가전제품, 신발, 가방,
먹거리 등 우주선만 빼고 없는 것 없이 다 있다는 그곳은 주로 수입한 물건이라고 한다.
일반 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겨울철 치마입을 때 입으려고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속바지를 사고, 옆에 놓인 곱디 고운 분홍 스카프를 목에 둘러
보니 딸아이가 예쁘다고 그것도 사라고 부추긴다. 망설일것도 없이 얼른 계산을 했다.
몇걸음 걷다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었다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가 참 예뻤다.
처음 부른 가격에서 깍고 깍아서 만원에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사고 나니 돈을 쓰고도
돈을 벌은양 흡족하기 짝이 없다 .
신발가게 앞을 지나는데 주인 아줌마가 아주 좋은 가죽 신발이라고 신어보라며 권하였다.
신어보니 아주 편하면서도 예뻤다 .한참을 돌아다녀 발이 불편했는데 잘 되었다싶어
새 신발을 사서 신었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이것 저것 사다보니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도 훌쩍 지나 2시가 넘었다. 물건 고를 때는 배고픈줄도 몰랐는데 뭐든지 빨리 먹고
싶을 만큼 허기가 느껴진다. 딸아이는 남대문 시장에서 유명한 먹을거리가 갈치조림과
칼국수라고 한다는 데 무얼 먹을거냐고 물었다. 배가 고프니 뭐든지 빨리 먹기나 하자고
하면서< 한순자 칼국수>라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칼국수를 시켯는데 덤으로 비빔냉면까
지 나왔다. 냉면을 보니 어렷을 때 즐겨 부르던 노래가 생각났다.
“한 촌사람 하루는 서울 와서 구경을 하는데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면서 별별 꼴 다 봤네.
맛좋은 냉면 여기 있네.
한 그릇 더 주소"
옛 생각이 나서 그런지 비빔냉면 맛이 더 좋았다 .
손으로 밀어서 만든 쫄깃한 면과 얼큰한 국물의 칼국수도 맛이 일품이었다 .
딸아이는 반도 안 먹었는데 나는 어느새 한그릇을 금새 다 비웠다 .
좁은 식당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모여 드는지 앉을자리가 없었다 .
돈은 이집이 다 벌겠다고 딸아이와 얘기를 주고 받는데 다 먹은 사람은 일어나라고
종업원이 눈치를 주었다. 식당을 나와 큰길 쪽으로 걷다가 노점에서 양말 두켤레와
신앙촌에서 만들었다는 스타킹을 샀다.그리고 딸아이가 필요한 물건 몇가지를 더 사고
나서 남대문 시장을 빠져나왔다. 벌써 4시가 다 되어가고 아침보다 더 쌀쌀해진 바람에
하늘은 한바탕 비라도 뿌릴것 같았다.
사위와 만나기로 약속한 5시 까지는 시간이 남아 우리는 가까이 있는 커피숍으로 들아갔
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오늘 산 물건들을 꺼내놓고 보면서 쓴돈을 따져보았다.
딸아이는 하나 하나 적으면서 계산해 보더니 십만원 남짓 썼다고 했다.큰 돈 들이지 않아
도 이렇게 내게 필요한 것 다 살 수 있는데 젊어서는 나를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었다.
부모님 모시랴, 아이들 키우랴 정신없이 살아온 길!
이제와 멋진 모자, 꽃무늬 원피스, 고운스카프 , 멋진 구두로 단장하여도 별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10년만 젊었더라도 좋았으련만....
부질없는 회한에 젖어들다가 문득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떠올랐다.
늦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더늦기 전에 이런 여유가 찾아왔으니 지금부터라도
후회없이 내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이는 먹었어도 마음만은 청춘으로 살아가자.
낮에는 등산해서 건강 관리하고, 밤에는 책을 읽고 글쓰며 못배운 공부도 해야지.
그리고 더 늦기전에 여행도 자주 다니자."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보았다.
십만 원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화려하게 꾸밀 수 있었던 남대문 시장 에서의 쇼핑은
마음까지도 젊게 단장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 | | |
첫댓글 정해춘 시인님, 귀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한 분입니다. 우선 고매한 인품을 갖춘 부군을 너무 잘 만났다고 보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효녀 따님들과 좋은 사위를 두셔서 얼마나 행복하십니까? 부럽습니다. 남대문 시장 쇼핑에 대해서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더욱이 오랫만에, 그것도 빼어난 작품을 탑재해 주셔서 정말 반갑고 기쁩니다.
때는 늦으리 아아 때는 늦으리 그러나 바로 지금 이 때 입니다 오늘 이시간도 젊음 이 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셔요 그러나 바로 지금 입니다
내일 에 청 춘 이 온다 생각코 맞을 준비를 합시다 인생의 황금 기는 바로 지금 부터 입니다 찬란 한 황 금 기를 맞아 생을 즐기며 현실이 가장 큰 행복의 와 중에 있음 을 감 사 하며 즐 깁시다 첫째는 건강이고 둘째는 대상과의 사랑 이며 셌째는 자녀 와의 관계 이며 네째는 나에계 활 당 된 자금을 행복 만드는 데 어떻게 적절히 배분 하여 그 자채를 즐 기는 것 그중에도 으뜸은 속깊은 사랑 입니다 육적인 사랑 행복의 포인 트 입니다 스킨 십도 좋구요 낭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