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말 고운말 ◈
요즘은 소셜미디어(SNS)등을 통한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지자,
익명성에 기대 남을 비하하고 혐오하는 말들이나
괴상망측한 신조어가 더욱 난무하고 있어요
군바리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일본어
'시다바리'(したばり)가 군인과 합성됐다는 설과,
다리가 짧은 애완견을 통칭하는 발바리가 합쳐져
나라를 지키는 개라는 의미가 됐다는 누리꾼들의 추측이 있지요
어느 쪽이든 비하하는 표현이지요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춰 이르는 말인데
아주머니는 본래 친족의 명칭으로서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이르는 말이었어요
그러나 요즈음은 아줌마에 '사회적으로 뻔뻔하고 몰염치하게
행동하는 여성'이라는 뉘앙스가 짙게 깔린 만큼
아주머니로 부르는 것이 옳아요
직장인들이 즐겨(?)쓰는 '꼰대'는 백작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꽁트'(comte)에서 파생했다는 견해가 있어요
일제강점기때 친일파들에게 백작 지위가 주어졌고,
친일파들은 스스로를 '꽁테'라 불렀지만 일본식 발음으로
점점 꼰대가 됐다는 것이지요
영남지역에서 번데기의 사투리가 '꼰데기'인데,
늙어서 주름이 많은 사람을 비하해 이런 표현을 썼다는 설도 있어요
'남녀'는 일상적으로 쓰이지요
그러나 남자를 앞세우는 건 남성 우월주의이지요
그런데 욕을 할 때는 '연놈'으로 여성이 앞서고 있어요
이러한 것은 비대칭 차별어에 속한다고 하지요
남녀대신 '혼성'이나 '연인'으로 바꿔 쓸 수 있어요
자식이 둘 이상일 때 표현하는 '1남2녀' 또한
남성을 여성보다 앞에 배치하는 차별적 표현이지요
태어난 순서대로 호명하면 되지요
또 남자를 가리킬 때는 '그남'이 아닌 삼인칭 대명사의 기본형 '그'를 쓰면서,
여자만 '그녀'로 지칭하는 것도 관습적인 성차별이라 하지요
그냥 '그'만 쓰면 되지요
'부모'도 관습으로 굳어진 표현이지만 이는 '모'에 대한 차별인데
대체어로 양친이나 어버이가 있어요
'자매결연'이라는 말은 흔한데 '형제결연'은 없는 것도
성차별을 전제한 것이지요
상호결연으로 바꿀 수 있어요
불우(不遇)이웃에 '불우'는 지나친 동정심을 유발하는 뉘앙스가 있어요
이러한 느낌을 완화한다면 '어려운 이웃'으로 쓰면 적절하지요
형편이 어렵다고 "불우하다"고 말하면 모욕감을 줄수 있어요
퇴행성 뇌질환을 폭넓게 일컫는 '치매(癡呆)'는
어리석을 치(癡)에 어리석을 매(呆)를 한자어로 쓰는것인데
어리석음과 동일시하는 말로서 환자와 가족에게 모멸감을 줄수 있어요
'인지저하증', '인지증' 등으로 바꿔쓸 수 있지요
'저출산(低出産)'에 숨겨진 주어는 여성이지요
아이를 적게 낳는 상황이 오로지 여성의 책임인 양
몰아가는 뉘앙스를 줄수 있어요
서울시의 권고대로 '저출생(低出生)'으로 바꾸는 것이 옳아요
과거 영남과 호남 출신을 ‘보리문둥이’와 ‘홍어’로 부른 때가 있었지요
보리를 주식으로 삼았던 영남과 홍어가 많이 나는 호남을
비하하는 말이었어요
한동안 정치권에선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불렀느니, 안 불렀느니
논란이 되곤 했지요
우파는 좌파를 ‘빨갱이’라고 했고,
진보는 보수를 ‘수꼴’이라고 불렀어요
젊은 남녀들도 서로를 ‘메갈(극단적 페미니스트)’ ‘된장녀’, ‘일베충’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이라 부르며 비하했지요
대통령을 폄하하는 멸칭도 유행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구리’ ‘놈현’이라 했지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쥐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닭그네’로 불렀어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지층에선 ‘달님’이라고 했지만,
반대편에선 ‘문재앙’이나 ‘곰’이라고 했지요
‘곰’은 ‘문’을 뒤집은 말이지요
윤석열 대통령은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고 해서 ‘윤도리도리’,
양다리를 벌리고 앉는다고 해서 ‘쩍벌’이란 멸칭이 붙었어요
근래엔 ‘굥’이 추가됐지요
‘윤’을 뒤집은 것이지요
일부 방송사가 ‘서울교통굥사’라고 자막을 잘못 냈다가
국민의힘에서 항의를 받았어요
민주당 지지층은 ‘윤 정부는 공정하지 않다’며 ‘굥정’이라 불렀지요
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층은 스스로를 ‘개딸’(개혁의 딸)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이름이 됐어요
이 밖에도 '개똥녀', '김치녀', '된장녀', '냄져', '중고녀', '경단녀',
'개저씨', '잼민이' 등 SNS 상에는 이러한 차별어가 계속 양산되고 있지요
그런데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흑인·이민자를 수시로 비하했어요
“미국 피를 오염시키는 지능 낮은 사람들”이라고 했고
“침공자”라고도 했지요
인도계인 공화당 니키 헤일리 후보는 이상한 인도식 이름으로 불렀어요
이에 민주당 측은 트럼프의 극렬 지지층을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 부르며
“나라 망치는 세력”이라고 했지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 도중 만난 시민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말했다가 사과했어요
‘2찍’은 지난 대선 때 기호 2번 윤 대통령을 찍은
보수 지지층을 폄하하는 말이지요
그러나 대선 때 2번을 찍은 국민은 절반에 달하고 있지요
이 엄청난 숫자의 국민을 대놓고 비하하고 적대시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득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인터넷에선 이런 이 대표를 향해
‘찢재명’이나 ‘찢’이라 부르는 댓글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어요
이재명이 형수에게 했던 막말을 빗댄 멸칭이지요
사회와 정치를 빨리 타락시키는 건 오염된 언어라 했어요
오염된 언어 중에서도 상대를 무엇으로 낙인찍는 멸칭이 심각하지요
상대를 비하하면 자기 격도 떨어진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혐오와 적대감을 부추기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낙인찍기 멸칭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지요
우리말에 눌언민행(訥言敏行)이란 말이 있어요
이는 말은 신중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저속하거나 혐오스런 말은 우리사회를 타락 시킬수 있어요
더욱이 정치 지도자라면 바른말 고운말을 써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