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귀를 열어준 사람 중 가장 큰 역활을 한 사람은 나의 어머니이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하셨고(체르니 할 순서에 그만두었다. 지금으로선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어머니 또한 안타까운 일이라고 가끔 말씀하신다.) 가장 처음 접한 음악이라 할 수 있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사오신 분도 어머니셨으니. 사실 그 두 음반을 내가 들어본 건 자켓에 사람 얼굴하나 없는 특이한 앨범인데다가 그거 두개가 제일 비싸다는 말에 틀어보았을 뿐이었다. 그래도 어찌 좋다고 그렇게나 들었는지...
그후로 팝을 접하게 된 것도 거의 어머니가 사오신 것들이었으니. 어머니께선 처녀시절 듣던 음악이 그리워서 사셨다 하시지만 가장 덕을 본 것은 바로 나였다. 어머니께서 에어로빅을 하실땐 디스코쪽에 나도 덩달아 빠졌으니. 사실 롤러스케이트장도 어느 정도는 음악 들으며 달리는 맛에 갔었다. 그러고보니 A-ha, Queen, Wham, Sweet people, Kansas, Scorpions의 각 앨범 한장씩은 어머니가 사셨던 것이다. 어머니께선 단 한곡 마음에 드시는 곡을 들으실려고 사셨지만 -사실 한곡만 계속 틀으시고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손을 놓으셨다- 그 앨범의 실 주인은 모두가 나로 바뀌어갔다.
나이를 좀 먹어가고 앨범 사는데 좀 돈을 쓸 정도가 되고 음악을 점차 알아감에 따라 어느덧 내가 어머니께 음악을 추천하고 어머니는 들으시는 방향으로 점차 바뀌어 갔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곡들이 거의가 우리나라 가수가 많긴 하지만 Era, Radiohead, Rhapsody, Angra, Pink Floyd등등의 몇곡들도 좋아하시니 참으로 놀라우신 분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드럼소리 좋고 합창파트가 있으면 꽤나 좋아하시는 편이기도 하다.
이렇듯 어머니께 추천곡을 뽑아주게 된지 한 3년이 넘어갔을 때인가, 어머니께서 자주 음악 들으러 가시는 다음카페 중에 하나인 곳에서 엄청 끌리는 곡을 듣게 되었다. 거의가 중년위주의 흘러간 대중가요들이라 그다지 귀 귀울여볼 생각도 안하던 곳이었으니. 그 곡이 바로 '부르지마' 였고 자세하게 좀 더 알고 싶어 조사하던 차에 재차 놀라고 말았다. '김목경'님이 이런 노래도 하셨구나하며. 새삼 '최소리'님을 접하고 우리나라 음악에 관심을 가지자 해놓고서 정작 관심을 가졌다고 할만한 것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어머닌 아직도 좋은 음악스승이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그 후로는 확실히 조금은 우리나라 음악에 대해 능동적으로 한두곡씩 찾아 들어볼려고 하고 있다. 의외로 어머니께 어떤 곡이 들을만해요? 하니 새삼 내가 어머니 음악 취향을 알듯 어머니 또한 내 취향을 생각보다 잘 알고 계시어 뭐뭐들어봤니식으로 한마디씩 하시는게 꽤나 정확하셨다.
여전히 내 귀를 열어주시는 어머니, 새삼스레 항상 건강하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