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지혜의 길입니다.
사실 우리가 지나온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없을 만큼 오늘의 생활은 복잡하지만
고전은 여전히 우리가 찾아가야할 길을 비추어 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판사 올재가 우리의 고전이지만 묻혀 있었던 17세기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과
조선시대 최초의 한글 소설인 춘향전 그리고 영국 “영시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14세기 시인 제프리 쵸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다시 출판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쵸서가 쓴 설화집을 번역하신 고 김진만 교수님은 중세영문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저에게는 특별하신 영원한스승이셨습니다.
김 교수님의 권고로 성공회사제가 되었고 김교수님의 가르침으로 오늘의 성공회대학교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가 2000년에 정계로 나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셨지만 통일부장관 시절 남북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캔터베리 이야기”가 각각 590여 페이지가 되는 1,2권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되어 책을 받고보니 선생님이 사무치게 그리워집니다.
더구나 쵸서의 중세영어원문을 번역과 함께 출판하여
그 어렵다는 중세영어가 현대어와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어서 정말 큰 경험입니다.
그런데 김진만 교수님은 생전에 천주교 개신교 등 모든 교파가 참여하여 성서번역을 할때
성공회의 대표로서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 때 번역하신 우리나라 최초의 에큐메니칼 번역서인 “공동번역 성서”는
1977년에 출간되었는데 번역과정에서 영문학 전문가이며 중세영문학자로서 엄청난 기여를 하셨습니다.
당시에 참여한 분들 가운데는 김진만 교수님을 비롯하여 문익환 목사님, 정양모 신부님, 선종완 신부님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경기도교육감으로 선출되기 바로 한해 전인 2013년에 세상을 뜨셨는데
그때는 제가 홀로 이 세상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가 교육감이 되어 다시 교육계로 돌아 온 것을 하늘나라에서도 무척 기뻐하셨을 것입니다.
출판사 올재가 5천권을 발행하여 1천권은 공공도서관과 벽지학교 교정기관등에 기증하고
4천권은 정말 놀라운 가격인 각권 2,900원에 판매한다니 더욱 감격일 뿐입니다.
이 감동으로 제게는 무척 소중한 오늘 하루를 보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