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roach 당신 앞에 괴기스럽게 생긴 케익이 하나 있다고 가정하자.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첫 인상이 좋지 못한 케익에겐 쉽게 손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조심스레 포크로 한쪽끝을 잘라 입에 넣었을때 혀에서 상큼한 맛을 내며 녹아내린다면 어떨까? 아마도 손은 거부감없이 계속 케익을 퍼다가 입에 넣기 바빠질 것이다. 지금 소개하려는 Time Machine의 앨범 [Slow Your Roll]은 그렇게 못생긴 케익처럼 다가왔다. 디지팩을 쫙 펴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 되는데 창백한 사내가 어느 다리 밑 도시의 외곽 한곳에서 바바리를 정리하며, 그 속으로 보이는 손목시계 3종 세트. 그리고 입에 문 담배와 드문드문 떠있는 별들. 노랑과 녹색톤으로 채색된 배경은 거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연출이다. 하지만 플레이 버튼과 함께 시작된 조심스런 여행은 이런 어둡고 사나운 게토(Ghetto)의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새로운 세상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 상큼함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처음 한번의 포크질을 도와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시작해본다. Time Machine is... Time Machine은 두 명의 엠씨 Comel과 Jaysonic, 그리고 DJ와 Producer를 겸하고 있는 Mekalek으로 이루어진 3인조 팀이다. 2001년 [Reststop Sweetheart]를 발표하며 주목을 끄는데 이 12인치에 포함되어 있던 'Block Troopin''과 'A Million and One Things to Do'는 'Reststop Sweetheart' 이상의 관심을 끌었다. 조금은 비어있고 심심한듯 하면서도 절묘하게 두 엠씨가 이야기를 풀어내며 빈공간을 채워넣는 'Block Troopin''과 올드 스쿨틱한 훅(Hook)으로 시작해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펑키한 비트위로 엠씨들이 쏟아내는 가사와 DJ Mekalek의 스크래치가 어우러진 'A Million and One Things to Do'는 그들에게서 골든 에이지를 추억하게 하고도 남았을 것이니 말이다. 이 후 자신들의 레이블인 Grow-In-The-Dark record를 설립해 싱글 'Personal Ads'를 발매하고, 거점을 처음 시작한 Washington D.C에서 Providence를 거쳐 L.A로 옮긴 후 첫 앨범 [Slow Your Roll]을 발매하게 된다. Travel Ride Time Machine 이 트리오가 Time Machine을 타고 어느 시대로 여행하고 싶어하는 지는 앨범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둔탁한 드럼과 적소에 놓여진 멜로디 샘플, 독특하고도 유연한 두 엠씨의 플로우가 어울린 그들의 음악은 골든 에이지 시대로의 회귀를 주창하는 것으로 들린다. 팀의 프로듀서인 Mekalek이 주조해 낸 'Spelling Bee'나 'The Mekster'와 같은 경우 그러한 사운드의 표본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Personal Ads', 'Water In Your Cereal', 'The Way Things Are' 등은 보컬 샘플의 사용이나 커팅 기법에 있어 현대적인 해석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드럼 사운드는 일관되게 간결하면서도 둔탁하게 어필하고 있으며 Mekalek 사운드의 특징으로 결정지어진다. 게스트 프로듀서로 참여한 Stoerok은 Mekalek과 마찬가지로 둔탁한 드럼사운드를 사용하면서도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사운드를 풀어나간다. 'Let's Not Be Real'에서는 피아노 룹으로 시작해 드럼과 베이스가 중심이 되는 - ATCQ의 팬들이 반길만한 - 전통적인 매니악한 음악을 들려주고, 'The Assembly Line'과 'Who Needs A Mic?'에서는 관악 샘플을 이용해 웅장한 스케일을 그려낸다. 그런 가운데 피아노와 드럼의 긴장감 넘치는 연주에 베이스가 그 뒤를 안정적으로 받쳐내고 있는 'Stoerokinit'은 Stoerok의 작품 가운데 단연 최고가 아닐까 한다. 이외 DJ Real과 Shin-ski로 이루어진 프로듀싱 팀 Martian Gang은 상큼한 재즈 피아노 룹을 차용한 앨범의 첫 곡 'Time's Fly'를 제공하고, 엠씨인 Jaysonic의 작품인 'Night Lights'는 관악 샘플과 간결한 베이스 연주로 그의 프로듀싱 능력을 가늠하게 하며, Curty Cut이 만든 'Especially4U'는 앨범 내 다른 곡들보다 약한 드럼 사운드나 일자 진행하는 베이스와 멜로디 라인으로 인해 그 존재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과거를 지향하며 그 시대의 사운드를 무기로 삼는 앨범에서 두 엠씨 Comel과 Jaysonic은 이것과 발맞춰나간다. Slick Rick, Pharcyde, C.L Smooth 등을 떠오르게 하는 유연한 플로우 진행은 들을수록 최근의 트렌드나 여타 엠씨들이 자랑하듯 과시하는 라이밍 스킬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 이들이 택한 방법은 Strorytelling 이며, 고전적인(Classical) 음악 위에서 이는 훌륭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유머 가득한 말장난은 Spelling Bee의 두 벌스 전체에 걸쳐 들려 주는데, 모든 벌스의 가사를 "You can't spell ( ) without ( ), ~ "의 형식을 사용하며, 두 엠씨가 말 장난을 하는것처럼 보이지만, 여기 담긴 그들의 재치는 그냥 웃고만 넘기기엔 너무 아까워 재미있는 문장을 몇개만 꼽아본다. You can't spell HEROIN without HERO, heroes pick up bad habits quickly turn to zeroes (Heroin(헤로인: 마약)은 Hero(영웅)없이 말할 수 없어. 영웅들은 모든걸 0으로 되돌리는(마약을 하는) 나쁜 버릇이 있거든) you can't spell COOKING without KING, I'll make a meal for your girl and turn her into my queen (Cooking(요리)은 King(왕) 없이 말할 수 없어. 난 네 여자친구에게 밥을 만들어주고, 그녀를 나의 여왕으로 만들겠어.) you can't spell ECONOMY without CON, don't get conned into donating to that telethon (Economy(경제)는 Con(사기) 없이 말할 수 없어. TV 전화 모금 운동에 기부하는 것에 속지 마.) you can't spell FUNERAL without FUN, hope you had a good time cuz now your life is done (Funeral(장례식)은 Fun(즐거움) 없이 말할 수 없어. 지금 당신의 인생은 다했기 때문에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랍니다.) Golden Era의 풍경화 처음에 표지를 펼치면서 보지 못한 그림이 있다. 디지팩 가운대를 대칭으로 반대쪽에 이 담배피는 사내의 잔영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도 이 풍경은 90년대 골든 에이지 당시의 모습을 그린 가운데 이 사내가 당시의 뮤지션들(ATCQ, Pete Rock & C.L Smooth, Pharcyde, Gangstarr 등)이라면, 이 잔영은 그들에게 영향받고, 그들의 모습을 재현해내려고 하는 Time Machine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름처럼 시간 여행을 도와주는 이 음반은 첫 트랙부터 올드 스쿨과 골든 에이지 시대의 숨결을 내재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현대적인 사운드와의 조화도 들려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어렴풋 하게나마 그들의 손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만약 최근 몇년 사이 챠트의 주류로 올라서고 그 상업화를 거듭해가고 있는 힙합 음악에 아쉬워하고 있다면, 특히나 90년대 중반 화려하게 씬을 장식해가던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면 이 음반은 그 향수병에 특효약으로 좋은 효능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조심하자. 시간 여행이 끝나면 다시 떠나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을테니...(그런 의도인지 앨범의 시작부와 종결부에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동일하게 삽입되어 있으며 이는 이어진다) ![]() 1 Time's Fly 2 A Million and One Things to Do 3 Let's Not Be Real 4 Reststop Sweetheart 5 Spelling Bee (Hosted by Special K of Awesome 2) 6 Mind in a Spin (Featuring Edo.G) 7 The Assembly Line 8 Who Needs A Mic? 9 Personal Ads (Featuring Romen Rok) 10 The Mekster 11 Stoerokinit 12 Night Lights 13 A Cold Day in Hell 14 Water In Your Cereal 15 hole (Featuring Edan) 16 Especially4U 17 Thinking About You 18 The Way Things Are ![]() Comel (Rap) Jaysonic (Rap) Mekalek (DJ, Producer) ![]() Reststop Sweetheart 12"(2001) Personal Ads 12"(2003) Night Lights 12"(2004) Slow Your Roll(2004) Grime Machine 12"(2005) ![]() http://www.timemachinesound.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