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연습
전산우
쌍팔년도* 1학년 종례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코흘리개들에게
내일은 운동회 총연습(總演習)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아버지에게
내일 총연습(銃演習)이 있다고
총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들 말이라면 껌뻑 죽는 아버지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뒷산에 올라 나무를 가져와서
밤늦도록 자르고 깎고 다듬어서
장총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총연습을 하는 다음 날
그 넓은 운동장에
총을 어깨에 둘러메고 서 있는 아이는
내 친구 근식이 한 명뿐이었습니다
*쌍팔년도 : 단기 4288년(서기 1955년)을 뜻하는 단어.
강과 사람
전산우
강원도에서 흘러온 북한강도
충청도에서 흘러온 남한강도
한강에서는 한강 물이 되었다
동쪽에서 올라온 사람도
서쪽에서 올라온 사람도
서울에서는 서울 사람이 되었다
내가 어디서 온 물이요
광고를 하고 다니기 전에는
그 물이 그 물이었다
내가 어디서 온 사람이요
명찰을 달고 다니기 전에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
물
전산우
가시도 없는 것이
뼈도 없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
칼도 안 든 것이
총도 안 든 것이
이 세상을
구석구석 지배한다
물 같은 사람이라고
쉽게 보지 말 것
물렁하게 보인다고
물로 보지 말 것
큰코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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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시조
제4호 원고 / 전산우 3편
전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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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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